젊은 장인, 몸으로 부딪쳐! - 열혈 청춘을 위한 진로 이야기
강상균.조상범 지음 / 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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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 결정에 대해서 의문이 하나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발적 선택이 많을까 아니면 타율적 선택이 많을까? '이거다!' 하고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후자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IMF가 결정적이 되어 진로가 더이상 자아실현이 아니라 오로지 생존을 위한 안정된 기반 확보의 수단으로 바뀌면서 더욱 그렇게 된 것 같다. 솔직히 이제 진로는 다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 그러니 더욱 마치 공장에서 규격화된 틀로 펑펑 찍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저마다 비슷한 진로로 생각할 여지도 없이 뛰어드는 것이겠지. 앉을 수 있는 의자의 수는 정해져 있고 원하는 사람은 많아 병목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내 아이만은 그래도 다르리라는 전혀 입증되지 못한 가설에 매달린 채.


 하지만 이제 그것도 수명을 다했다. 그들에게 충분한 의자를 공급해 줄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더이상 늘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이고 중소 기업이고 할 것 없이 낮은 채용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시적 경기 불황에 따른 취업 한파면 좋겠지만 예측되는 사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수출 보다는 내수 경제를 살리는데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무상 보육이나 의무 급식과 같은 복지 증진은 모두 그것을 위한 것이다. 아무튼 앞으로 터널의 어둠이 더욱 깊어질 것만 같으니 병목 현상은 한층 심해질 것이다. 모두 같은 진로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으니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비싼 학원비와 등록금을 바쳐봤자 원하는 의자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개인에게 달린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연줄이나 낙하산과 같은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일도 발생하여 열심히 달리는 이들을 힘빠지게 만든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딸을 5급 사무관으로 특채하여 고려시대 이후로 사라졌던 '음서'라는 말을 부활시킨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같은 진로를 고집한다는 것은 거기서 치뤄야 할 엄청난 시간 그리고 막대한 비용을 생각할 때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이제 '대마 불사'라는 믿음으로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기 보다는 뭔가 다른, 자기만의 진로를 모색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덤으로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여 애저녁에 잊혀졌던 '자아실현'까지 이룰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젊은 장인 몸으로 부딪쳐'는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된 책이다. 여기에는 '뭐야, 이런 직업도 있었어?'할 정도로 주위에서 잘 볼 수 없는, 그렇게 남의 진로와 닮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다섯 명의 장인들 이야기가 실려 있다. 수제 노트를 만드는 장인, 길거리 포차를 운영하는 안주 요리의 장인, 자전거를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장인, 경마 기수로 일하는 장인 그리고 한옥 시공만 전문으로 장인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경마 기수를 제외하고는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모두 실제 인물들로 새삼 자신만의 신념으로 남들과 전혀 다른 길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꿋꿋하게 걸어가는 이들이 많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신만의 진로를 가려고 생각은 하는데 막상 용기가 안난다면 혹시 이 책을 보면 필요한 용기를 얻을 지도 모르겠다. 책은 평균 이하의 성적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기엔 좀 위태위태한 고3 수험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소설처럼 되어 있다. 캐릭터 설정이 재미있고 그 어법까지 톡톡 튀어서 독특한 진로의 소개가 목적인 책이지만 꽤나 재밌게 읽을 수가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도 않는다. 한 꼭지가 끝나면 반드시 실제 모델이었던 사람과 그가 일하는 가게 혹은 블로그를 소개하거나 실제 인터뷰를 수록하여 필요한 정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 진로에 관심이 있었다면 더욱 마춤한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책에서 다섯 장인이 입을 모아 한결 같이 말하는 것은 남들과 다른 꿈을 꾼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행복하다는 것도 누누이 강조한다. 물론 나름대로 성공했기에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록 실패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길을 가다 그런 것이니 남들과 같은 길을 가다 실패한 것과는 그 마음의 상처가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가려고 하는 길이 나만은 다를 것이라는 가설에 기대지 않고 객관적으로 따져보니 시간과 비용 대비 득보다 실이 많다면 다른 길도 하나의 가능성으로써 고려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때 벗하면 좋을 것 같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잘 버무려 진로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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