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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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주거 보다는 금융 상품이 되어버린 집. 그 집에 대한 생각이 우리나라도 이제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집을 기성세대들처럼 더이상 소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결혼도 필수가 아닌 살면 한 번 할 수 있는 옵션 같은 것이 아닌가? 가족을 굳이 가지려 하지 않는데 구태여 집을 소유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처럼 높아진 집값으로 미래를 여지없이 차압당한 채 평생을 은행 이자의 노예로 살 바에야 차라리 집을 소유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보다 자유롭게 사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누림이 아니라 속박이 되어버린 집. 이제 다른 주거의 라이프 스타일에게로 눈을 돌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서서히 '셰어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룸메이트'라고 그것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는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셰어 하우스가 유행이라고 들었던 바다. 최근까지도 내내 바닥을 치고 있는 일본 경제. 거기 젊은이들 역시 우리만큼이나 현재는 불안하고 전망은 어둡다.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우리나라와 엇비슷한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란 불가능이다. 경제적 압박은 일본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다른 활로를 찾게 만들었다. 거기에 등장한 탈출구 중의 하나가 바로 셰어 하우스다.

 아베 다마에와 모하라 나오미는 일본의 보통 젊은이들로서 지금 셰어 하우스를 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경험에다 나름의 자료 조사와 설문을 거쳐 오늘 일본의 셰어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함께 살아서 좋아'라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일본과 그리 다르지 않은 지라 관심이 가게 되었다. 더구나 현재 일본의 모습은 10년 뒤 우리나라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은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을 지 모르지만. 부동산 시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필연적으로 우리에게도 도래할 상황이기에 펼쳐보게 되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셰어 하우스의 형태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운영 방법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하나는 DIY 형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체 개재형이다. 이 밖에도 다른 분류가 많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이 가장 뚜렷한 분별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 특별히 꼽아 보았다. DIY형은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높은 집세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기 위하여 셰어 하우스를 하게 된 유형을 말한다. 즉 자신이 원해서 셰어 하우스 형태를 취한 타입이다. 사업자 개재형은 부동산 회사나 건물주가 셰어 하우스 형태로 건물을 만들고 입주자들을 받아들이는 형태다. 좀 거친 예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고시원'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업자 개재형 셰어 하우스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일본 보다 몇십 년 앞섰던 것 같다. 어쩌면 일본의 사업자 개재형 자체가 우리나라의 고시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런 지도 모를 일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하지만 고시원 경험이 있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결코 환영해줄 수 없는 고시원형 셰어 하우스. 당연히 일본의 사업자 개재형은 운영방식이 고시원과는 완전 다르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셰어 하우스를 찾게 되는 원인은 보통 두가지인데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집세 부담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업자 개재형은 특히 두 번째 이유로 셰어 하우스를 하려는 이들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듬뿍 맛보게 하기 위해 친목 도모를 위한 이벤트나 같이 모여서 공부하거나 이런저런 취미 활동을 하는 동아리 모임 같은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특히나 활발한 정보 공유는 최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이들이나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에게 자신들을 찾게 만드는 커다란 유혹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사업자 개재형이 유행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탓인데 셰어 하우스가 부동산 회사나 임대인들에게 불황으로 나가지 않는 건물들을 새롭게 수익을 창출할 수단이 되어준 것이다. 이런 외적과 내적 요인이 맞물려 사업자 개재형 셰어 하우스는 점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DIY형은 어디까지나 집세 부담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사업자 개재형은 후자가 더 큰 목적이기에 집세 부담도 높다. 사업자 개재형은 회사나 임대인 측에서 쾌적한 공동 생활을 위한 이런저런 방편을 마련해주지만 DIY형은 당연하게도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오로지 같이 사는 이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룸메이트와 더불어 사는 자취 생활이 그렇듯이. 그러므로 DIY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성공적인 셰어 하우스가 되느냐 괴로운 추억만 잔뜩 안고 실패한 셰어 하우스가 되느냐는 같이 사는 이들이 공동 생활을 위해 얼마나 남을 배려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 배려와 협력을 낳게 하는 것이 DIY형에선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공동 규칙을 만들고 꼭 지켜야 할 것이 요구되면 가사일을 사람마다 각자 나눠 전담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들도 DIY형 셰어 하우스를 하고 있기에 이런 것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셰어 하우스 경험도 인터뷰나 설문조사등의 방법으로 싣고 있으므로 현재 타인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이에게 뭔가 참고할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셰어 하우스는 우리에게도 그리 먼 일은 아닌 것 같다. 현재 부동산 상황이 이렇다면 아마도 조만간 닥쳐오지 않을까 싶다. 뭔가 지금과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고 거기에 '셰어 하우스'라는 것을 떠올려 과연 세이프 하우스가 무엇인지 그 대략적인 조감도라도 살펴보고 싶었다면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어쨌든 지금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굳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는 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적으로 추구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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