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래리 다운즈 & 폴 누네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유통기한이 식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 기법에도 유통기한은 존재한다. 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경영 기법에 있어서 혁신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경제학자는 '슘페터'였다. 무어의 법칙처럼 날로 달라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업데이트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기술의 발달은 더욱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초래했다. 새로운 시장은 이제 더이상 위에서부터 아래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제 기업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여유가 있으며 그렇게 할 소비자를 목표 고객으로 설정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창조하는 건 어렵게 되었다는 의미다. 현재의 시장은 그런 식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예전처럼 소규모 시장에서 대규모 시장으로 발달하는 일도 없다. 이제 시장 형성의 일방 통행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시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건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어떤 히트 상품이 나타날 경우 삽시간에 모든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상황에 지금 우리는 던져져 있다는 것이다. 흡사 '빅뱅'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비즈니스 분야의 정보 기술 분야 컨설턴트인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는 이와 같이 변화된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빅뱅 파괴자'라 묘사한다. 빅뱅을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빅뱅처럼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는 자'임을 뜻하는 말이다. 이제는 이러한 빅뱅 파괴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과연 누구고 앞으로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키며 또한 기존의 기업들은 이러한 빅뱅 파괴자가 양산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앞날을 열어갈 것인가? 이것이 바로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가 그들의 저서 '빅뱅 파괴자,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빅뱅 파괴자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아이폰의 앱으로 나와 전세계를 장악해 버렸던 '앵그리 버드'를 생각해 보라. 비슷하면서 보다 가까운 예로써 '애니팡'을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이 조그만 카카오톡 연동 앱 게임은 누구나 보았듯이 유명 기업의 상품도 아니었고 별다른 마케팅도 없었지만 오로지 아래로부터의 인기를 통해 국민게임으로 떠오르며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빅뱅 파괴자'란 이걸 뜻한다. 짧은 시간에 전면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버리는 존재들. 이제는 거대 기업이 아니라 바로 이런 빅뱅 파괴자들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상황이다.
이제 생태계가 달라졌다. 급속도로 발달한 정보화 기술이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빅뱅 파괴자들의 생태계다. 무엇보다도 빅뱅 파괴자들은 이전 기업들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그들은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다.
둘째, 그들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
셋째, 그들은 비용 부담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특성을 가져다 준 것은 지금의 정보화 기술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한 기술은 핵심 기술의 비용이 점점 낮아지게 만들었고 그것은 글로벌한 아웃 소싱과 혁신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 연구 개발에 드는 비용이나 광고 비용까지 낮출 수 있게 만들었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원하는 모든 방식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더이상 기존의 규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십년 가까이 지속된 인터넷 기술과 네트워크 분야의 발전 덕분에 소비자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축적이 가능해서 소비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든지 이용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전에 기업이 하듯이 초기 사용자 집단을 만들고 묶고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방대한 네트워크 덕분에 소비자로 부터 실시간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되어 테스트에 따르는 비용도 줄어들게 되었다. 즉 정보화 기술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점을 빅뱅 파괴자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첫째, 혁신 비용의 감소
둘째, 정보 비용의 감소
셋째, 실험 비용의 감소.
빅뱅 파괴자들은 이 세가지 비용의 감소를 동시에 전면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은 바로 이와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빅뱅 파괴자들의 성공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니팡'처럼 단번에 끝날 수 있다. 즉 빅뱅 파괴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독특한 수명 주기 궤적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들은 그것을 '상어 지느러미'라 부른다.
즉 지금의 변화된 생태계는 겨우 적응한 빅뱅 파괴자들 역시 위험 속으로 빠뜨린다. 언제 또 다시 등장한 빅뱅 파괴자에 의해 이제는 자신이 희생당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러므로 정보화 기술은 그들에게 언제나 양 날의 검이다. 성공만큼 위험 역시 그것은 가져다 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오로지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카멜레온처럼 얼른 주위 상황 변화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빅뱅 파괴자가 자신의 빅뱅을 지속시키기 위한 유일의 방법이다.
때문에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 지금의 생태계란 공룡이 멸종할 당시의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빙하기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몸집이 거대한 공룡들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멸종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몸집이 작았던 동물들은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했고 결국 멸종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전면화된 빅뱅 파괴자들의 생태계는 이와 같다. 자신의 색깔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들만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에 직면하여 부각되는 것이 바로 현재 빅뱅 파괴자들이 보여주는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특성들이다. 빅뱅 파괴자들은 시장에 있는 다른 기업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으며 기존의 고객서비스 방식 역시 아예 무시한다. 단적으로 지금까지 경영 기법이 보아왔던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략과 혁신에 대한 기존의 지식과 방법들은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 한 마디로 유통기한이 도래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유용한 방법들일까?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는 바로 2부에서 이런 방법들을 탐색한다. 탐색은 무엇보다 실제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론에다 현실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실제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모두 12개의 원칙들을 선별해낸다. 빅뱅을 창출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원칙들이다. 이 원칙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책 날개만 들춰봐도 나오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성공 원칙들을 배운다기 보다는 현재 시장의 생태계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 그것을 체험하는데 더 큰 독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피부로 별로 와닿지 못했던 그것을 저자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제 사례들로써 뇌리에 강하게 새기도록 하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읽으면서 시장이 이토록 달라졌구나 하는 것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생태계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실감을 바탕으로 이제 비로소 고민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