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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미니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히 그런 모양이다. 이렇게 미니에 대한 애정으로 중무장한 책까지 나온 걸 보면. 한국경제신문사 기자로 있는 최진석의 'MY CAR MINI'가 바로 그 책이다. 나 역시 MINI를 좋아했다. 7년 전 즈음에는. 내가 미니를 처음 본 것은 영화 '미스터 빈'에서였다. 주인공 빈이 몰고다니는 차가 바로 사진의 연두색 미니였다. 정확히는 1977년형 미니쿠퍼였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참 볼 수 없는 소형차인지라 어찌나 앙증맞아 보이던지. '빈'을 연기했던 로완 앳킨슨만큼이나 '호오, 저렇게 귀여운 차도 있구나!' 하고 깊이 인상에 남았다. 미니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것도 영화 덕분이었다. 바로 '이탈리안 잡'. 흔히 말하는 강탈 장르의 영화였는데 주인공 일당들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운전하던 차가 바로 이 미니였다. 역시나 미니쿠퍼. 골목 사이를 누비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둥. 미니의 장점을 할 수 있는 한 가득 보여주는 영화여서 미니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미니는 역사가 꽤나 깊다. 처음 나온 것이 1959년이다. 우리로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작은 차를 만들게 되었을까? 계기가 있었다. 바로 1956년 일어난 수에즈 전쟁이다. 그 해, 이집트의 대통령이 바뀐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당시까지 이어지던 수에즈 운하에 대한 이집트와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이스라엘의 공동 경영이라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이집트만의 국유화를 선언해 버린다. 당시 수에즈 운하는 유럽에 원유를 공급하는 주요 통로였으므로 이같은 이집트의 선언은 당연히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스라엘의 반발을 부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수에즈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들자 유가는 폭등. 사람들은 기름값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기름값은 적게 들고 연비는 높은 소형차를 사람들은 원하게 되고 발빠르게 그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알아차린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은 주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소형차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그로인해 태어난 것이 바로 '미니'였다. 처음 미니의 길이는 불과 3050MM였다.
그렇게 작은 차였지만 이시고니스는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데다가 짐까지 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작게 만들면서 이렇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시고니스는 이를 위해 앞 바퀴와 뒷 바퀴를 최대한 바깥으로 가게 했다. 그러면 엔진과의 연결이 어려웠다. 당시의 자동차들은 엔진과 바퀴가 세로로 나란히 연결되는 후륜 구동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시고니스는 당시로서는 꽤나 획기적인 발상을 감행했다. 바퀴와 엔진을 수평으로 나란히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 전륜 구동 방식이다. 오늘날의 자동차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이 방식은 바로 이 미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차체만 작아졌을 뿐, 기능은 별로 줄어들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소형에 기름값이 적게들면서도 사람도 짐도 웬만큼 실어 나를 수 있는 이 미니에 열광했다. 그 인기와 자동차의 역사를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이시고니스는 후일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얻게 되었다.
그렇게 미니는 역사도, 의미도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이 미니에는 또 하나의 의외의 사실이 존재한다. 바로 미니가 랠리, 즉 자동차 경주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사실 얼른 보기에 생긴 것도 그렇고, 이렇게나 작은 차가 어떻게 자동차 경주를 할 수 있을까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미니는 자주 자동차 경주에 쓰였다. 이 미니를 최초로 자동차 경주에 썼던 사람이 바로 존 쿠퍼다. 미니 쿠퍼라는 이름은 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존 쿠퍼는 미니가 극히 짧은 오버행을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것은 앞바퀴와 뒷바퀴가 모두 차의 범퍼 가까이 있게 된 애초의 설계 때문이었는데, 이같이 오버행이 짧아지면 차체에서 바퀴로 가는 반응 속도가 빠르다. 즉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니의 특성은 도로 보다는 핸들을 자주 움직이게 되는 비포장 도로나 산길에서 더욱 유용하다. 과연 거친 산길 경주에서 미니는 두각을 나타내었다. 최근까지도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일명 죽음의 경주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미니는 내리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저 앙증맞은 귀여운 차로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러한 와일드한 면모가 있다니. 그런 반전의 매력이 있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미니의 팬을 자처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미니스커트를 세계 최초로 만든 메리 퀀트도 있다. 그녀가 애용하던 차가 다름아닌 미니였다. 미니스커트라는 이름 역시 바로 그 미니에서 온 것이다.
물론 저자 최진석도 그 중 한 사람이다. 'MY CAR MINI'는 그의 그러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진 책이다. 모두 216 페이지에 이르는 다소 얇은 이 책은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부분엔 미니의 메인 컨셉인 'FUN & NOT NORMAL'에 대해서 설명하며 두번째 부분에선 미니의 역사를 세번째 부분에서는 미니의 종류를 설명한다. 네번째 부분에선 메인 컨셉 대로 현재 어떻게 미니를 가지고 FUN 하는 지를 국내 각종 미니 동호회까지 소개해가며 보여주고 마지막 부분에선 실제 미니를 가지고 있는 이를 대상으로 한 차 정비하는 법을 소개한다. 미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가지고 싶은 사람 그리고 가지고 있는 사람 모두를 망라한 구성이다. 이 책의 부제 대로 '미니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책이 분량도 적고 내용도 부담 없기에 특히나 가볍게 미니에 대해 알고자 했던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