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루 리드가 죽었다.
봄에도 한 번 위기가 찾아왔었지만 다행히 간이식이 성공해서 더 생생해졌다고
말하던 그였는데...
갑자기 하늘나라로 부터 급한 공연 호출이라도 받은 것일까?
어느 날 아침, 난 리드가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날엔 진짜 담배 하나 물어줘야 하는데...
인연 끊은 지가 너무도 오래인지라...
그냥 시늉만 해야겠네...
SORRY, LOU...
공교롭게도
그가 죽었던 날은
나역시 심한 목감기로 계속 쿨럭거리는 기침에다 고열까지
콤보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대니얼 카너먼이 그랬듯이,
사람의 머리란, 별 거 아닌 우연의 겹침도 의미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법이라지만
그래도 왠지 이렇게 생각되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그 때의 내 고통은 당신의 죽음을 나타내는 징후였다고...
그 때의 내 고통이 나름 당신의 영면을 위한 내 애도였다고...
신열처럼 타올랐던 사랑이 허망함만을 게워내고
썰물처럼 흔적도 없이 빠져나가더라도
봄이 와도 어딘가 남아있는 잔설(殘雪)처럼, 밭은 기침으로 남아
마르셀에게 마들렌이 그랬듯이, 열병처럼 앓았던 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오래도록...
그 시간 한가운데에 LOU,
당신이 있었고,
그래서 난 오래도록 당신을 잊어야 했다.
정말 PERFECT 하게,
그 VICIOUS 같은 나날을 무사히 견디고
WALK ON THE WILD SIDE 할 수 있도록...
한동안 내 삶엔 당신의 노래가 없었는데...
이제는 당신조차 없구나...
결국 우리의 삶이란
다음 상실엔 좀 덜 상처받기 위해
조금씩 더 자신을 마모시켜 가는 게 고작인 것 같아...
LOU,
평온하길...
당신의 노래대로 'I'M SO FREE'할 수 있게 되길...
GOODNIGHT LOU,
GOODNIGHT...
- 루 리드가 죽었던 바로 다음 날에 쓴 글 -
아무래도 루 리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범은, 1970년 그가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떠나 솔로가 되고나서 1972년에 두 번째로 발표한 2집, 'TRANSFORMER'일 것이다.
물론 변신 로봇이 나오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 '트랜스포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실은 이 제목은 유태인 가정에서 자라오면서 스스로 억압했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기존의 관습이 나눈 성 경계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나드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억압해왔던 루 리드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 제목대로 이 앨범은 그런 존재들을 위한, 거기에 바쳐진 음반이다.
'Walk on the Wild Side' 는 그런 것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Holly came from Miami, F.L.A.
Hitch-hiked her way across the U.S.A.
Plucked her eyebrows on the way
Shaved her legs and then he was a she
She says,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He said, 'Hey honey,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Candy came from out on the island
In the backroom she was everybody's darlin'
But she never lost her head
Even when she was giving head
She says,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He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nd the colored girls go
Doo do doo, doo do doo, doo do doo
Little Joe never once gave it away
Everybody had to pay and pay
A hustle here and a hustle there
New York City's the place where they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Jo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Sugar plum fairy came and hit the streets
Lookin' for soul food and a place to eat
Went to the Apollo, you should've seen 'em go go go
They said, 'Hey sugar,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lright, huh
Jackie is just speeding away
Thought she was James Dean for a day
Then I guess she had to crash
Valium would have helped that bash
She said, 'Hey babe,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I said, 'Hey honey,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And the colored girls say
Doo do doo, doo do doo, doo do doo
동시에 아마 가장 많이 알려진 루 리드의 노래이기도 할 것이다. 가사에 나오는 이름들은 모두 흔히 말하는 여장남자들이다. 물론 실존인물들이다. 듣기에 이름도 실명 그대로라고 한다. 노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열거하는 동시에 끝을 다른 방식도 받아들여보라는 것을 뜻하는 ' take a walk on the wild side' 로 마무리 함으로써, 이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을 말하고 있다 맨 앞에 나오는 홀리의 이야기는 홀리에게 진짜 있었던 그대로라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히치하이킹을 통해서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왔으며 도중에 친구의 잘못으로 눈썹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게 오히려 자신을 나타내는 신분증 같은 것이 되었다고 한다. 홀리는 노래 뒷 부분에 나오는 캔디, 슈거, 재키와도 알게 되었는데 당시엔 모두들 앤디 워홀의 '팩토리 걸'이었다고 한다. 홀리도 그들처럼 앤디 워홀의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으나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거부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이 노래가 만들어질 때까지만 해도 루 리드는 홀리를 단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홀리는 노래가 만들어지고 방송을 타서야 자신과 자신의 이야기가 이 노래에 나온 것을 알았다.
그래서 루 리드를 찾아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루 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홀리 너는 브루클린에서 가장 입이 싼 계집애야."
그리고 둘은 바로 친구가 되었다.
이 노래엔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모두 정말로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리얼한 그녀들(그녀들이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는 모두 자신을 여자라 여기고 있으니까.)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전하면서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지, 때로는그런 인생에 한번쯤 다른 것을 받아들여보는 것은 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느끼게 하는 노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외부의 감각'을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존재란 그저 빗방울이 우연히 부딪히듯, 그러한 우연의 소산인지 모르며, 그런 우연이 조합해 낸 존재인 우리들에게 있어 삶에 무언가 정해져있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넌센스인지도 모른다. 실은 무언가가 정해져 있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가장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여 있는 물은 기필코 섞는 법이듯, 늘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삶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인생에 하루쯤 없어도 되는 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하루키처럼 한 번은 슬쩍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황야로 과감히 발길을 이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삶의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그 변화가 의미를 만들어낼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위에 삽입한 이 앨범 커버의 사진에 대해서도 잠깐 말해볼까 한다. 원래 저 커버는 계획한 대로가 아니었다. 커버 촬영을 맡았던 포토그래퍼 Mick Rock는 의도한 대로 여러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의 한 장이 그만 인화 도중 실수로 이상하게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진이 오히려 정식으로 찍었던 사진 보다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걸 제출했고 급기야는 이렇게 덜컥 제작진에 의해서 커버로 결정되고 말았다. 한낱 우연의 소산에 불과했는데 역사적으로 길이 기억될 앨범의 아주 인상적인 커버가 된 것이다. 과연 '트랜스포머'다운 커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바로 여기에 우리가 귀기울여 할 인생의 비밀이 들어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 앨범에서는 'walk on the wild side'외에 'Perfect Day'나 'Satellite of Love', 'Vicious' 등이 알려졌는데, '퍼펙트 데이'는 워낙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니까 따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Satellite of Love', 'Vicious' 에서는 거기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있어 이참에 같이 소개해 보기로 한다. 원래 Satellite of Love 는 밸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였다고 한다.
사실은 그러니까 1970년, 원래 Loaded 앨범 홍보를 위한 연주 여행을 하는 도중 녹음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다음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루 리드가(원래 그의 노래였으니) 새롭게 녹음하여 이 앨범에 실은 것인데 재밌는 것은 이 앨범이 발표되고도 밸벳 언더그라운드의 맴버 그 누구도 그게 자신의 노래인 줄 몰랐으며 아니 아예 녹음했다는 사실 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들의 미공개 트랙들을 실은 박셋 앨범이 1995년에 나오고나서였다. 삶에는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얼 그리 자신 혹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트랜스포머는 데이빗 보위의 제안으로 만들어진만큼 그는 당연히 음반 제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노래 후반에 들려오는 화음은 바로 데이빗 보위의 것으로 그는 즉석에서 이 화음을 만들어내었다고 한다. 루 리드는 그의 음악적 재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하고 있다.
Vicious 는 이 앨범의 가장 첫 곡이다. 이 노래의 탄생엔 바로 앤디 워홀이 관여하고 있다. 루 리드 스스로 고백하기를, 하루는 앤디 워홀이 와서 'Vicious'란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루 리드가 어떤 종류의 'Vicious'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 앤디 워홀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Vicious, you hit me with a flower 이런 것 말이지."
이 노래의 첫 소절은 앤디 워홀의 그 말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래도,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Perfect Day'를 빼놓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무튼, 어쨌거나, 한 때 나의 날들을 퍼펙트 데이로 만들어주던 루 리드는 이제 세상에 없다.
'트랜스포머'처럼 살아가라는 그의 진심만이 이렇게 선율로 남아 오늘 밤을 적시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의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 지 모르겠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애도의 일환으로 시작된 글이라 원래는 목적도 결론도 없었던 글이었던지라. 그래도 이 한 마디만은 남겨두고 싶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 '트랜스포머'와 같은 글을 끝내려 한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한다.
당신의 노래가 있어 행복했고, 그 노래와 그 기억을 난 또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저 위에서 영원히 행복하시길...
트랜스포머 앨범의 뒷 커버. 옆의 남자는 루 리드의 절친으로 바지 때문에 한동안 많은 남자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바지 안에 바나나를 넣은 것이라고. 하하,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