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윤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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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그건 책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보여주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책이 넓혀주는 시야란 현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건 미래도 마찬가지다. 책은 현재를 넘어 도래할 미래 또한 보여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보다 현명하게 미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니까 책은 한 마디로, 정보의 부족 혹은 시야의 한계로 인해 치르게 될지도 모를 시행착오를 미연에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굳이 이러한 책의 유용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번에 나온, '롱테일 경제학'으로 이제 우리에게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크리스 앤더슨의 또 하나의 역작, '메이커스'가 바로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메이커스'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달라진 현재의 모습과 더불어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밝혀 우리가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 만일 당신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었다면 좋은 조언자가 되어 줄 것 같다.

 

 

 그렇다면 크리스 앤더슨이 보여주고 있는 미처 우리가 몰랐던 변화된 현재의 모습과 도래할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대답은 '메이커스'라는 제목 자체에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단 전작 '롱테일 경제학'에서 크리스 앤더슨이 보여주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그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동시대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변화되고 또한 이전 시대의 소비자들과는 달리 이제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그 취향을 실현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소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상품이 선호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보았다. 그렇게 크리스 앤더슨은 앞으로 날로 '틈새시장'이 생겨나고 중요해질 것이며 이제 그것을 적극적으로 창출시키는 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맞아 떨어졌다. 정말로 이제 사람들은 대중의 일반적 성향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러한 다변화된 취향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틈새시장'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니까 말이다. 아마도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자라'가 거기에 대한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롱테일 경제학'에서 상정했었던 시대적 환경은 '메이커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메이커스'는 ;롱테일 경제학'에서 보다 더 한 발 나아간다. 그러니까 보다 더 현실적으로 '틈새시장을 어떻게 창출시킬 것인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롱테일 경제학'에서도 그랬듯이 크리스 앤더슨은 여전히 제조업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본다. 비록 지금이 정보화 시대이고 산업의 근본적 구조가 '원자'에서 '비트'로 옮겨갔음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제조업의 중요성이 감소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크리스 앤더슨에게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로 인한 디지털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는 한 마디로 제조업의 근본 환경을 바꿔 보다 더 제조업이 왕성해지도록 하는, '슬램덩크'식으로 말하자면 '왼손은 거들 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디지털 환경이 됨에 따라 이제 개인이 얼마든지 공장에서만 할 수 있었던 작업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사진관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사진 현상을 위해서는 꼭 사진관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예전엔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사진 앨범 하나도 가지기 어려웠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사진관에서 하는 일들을 개인이 집에서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에 의하면 제조업 환경도 그렇게 바뀌었다. 설계 프로그램의 발달로 이제 개인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설계를 할 수 있고 거기다 그러한 이들이 설계한 상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메이커 스페이스(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공방'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의 발달로 굳이 전문가나 공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 그래도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시겠지만 크리스 앤더슨은 그것도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많은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됨(이를 '오픈소스 라이선스'라고 말한다.)으로써 얼마든지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상품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메이커스', 즉 수요 창출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시대에는 자신에게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상품화 시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했다.

 

  1. 제조업체들이 제조할 만큼 인기가 있는가?

  2. 소매업자들이 계속 진열할 만큼 인기가 있는가?

  3. (광고나 상점 쇼윈도를 통해) 소비자 눈에 들어올 만큼 인기가 있는가? (p. 102)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시키기 위해 더 이상 타인들에게 그 평가와 심판을 맡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원하면 얼마든지 누구나 능동적인 '메이커스'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실제 자신이 구상했던 '스프링쿨러'를 상품으로 만들었던 과정을 밝힘으로써 이것이 그저 허황된 공상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다.

 

- 이렇게 변화된 디지털 환경의 덕분으로 이제는 '책상 위 공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진은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책상 위 공장'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현재 나와있는 물건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화된 현재와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개인의 창의성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임을 분명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조직을 등에 업지 않으면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어떤 집안, 어떤 지역, 어떤 학교, 어떤 회사, 이런 것들이 나 자신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 그래서인지 우리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존재의 가치는 많이 왜소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바라는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안정을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그만큼 스스로의 존재가 왜소하다는 생각에 믿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상황은 이제 달라졌다.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다가 올 세상은 그런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만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메이커스'의 시대다. 앞으로 더욱 왕성해질 틈새시장들의 존재는 이러한 '메이커스'들의 양산과 활동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도전 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로서는 남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평준화의 길 보다는 이렇게 도래할 시대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즉, 이제 '개인 제조업자(메이커스)'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 혹은 기술을 습득하는데 더욱 노력하는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에 따르면 그것 외에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다. 있다면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더 좋은 '메이커스'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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