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도 낯익고 지은이도 낯익다.

 

  '최고의 공부'라는 제목은 얼마전 방영한 K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의 마지막 화 소제목이었다. 그 제목으로 지금 세계 최고의 명문대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던 게 기억난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공부 방법과 비교해 주어서 더욱 인상 깊었는데 옥스포드를 비롯한 서양의 명문대들은 주로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상호 토론하는 것을 주요한 공부 방법으로 삼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로지 홀로 공부했다. 그들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주로 듣고 말을 했지만 우리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일방적으로 듣고 책을 읽거나 필기하는 것 뿐이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행한 실험은 서양과 동양의 공부 방법이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같은 과제를 놓고 서양의 학생들은 주로 말을 하면서 해야 제대로 해냈고 동양의 학생들은 말없이 생각만 해야 제대로 잘 해냈다. 아주 어려운 수학문제를 주고 수학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실험에서는 서양 학생의 경우 아무 부담없이 얼마든지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했더라도 전혀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았는데 반면 동양의 학생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걸 내켜하지 않았고 도움을 요쳥한 경우에는 자존감이 매우 낮아졌다. 이렇게 서양과 동양의 공부 방법은 분명히 차이가 났다. 실험을 주도한 교수는 동양의 경우 말로 하기 보다는 묵상을 통해 정답에 이르는 것에 길들여져 있고 타인의 도움을 잘 구하지 않는 것도 서양보다 더욱 타인의 평판을 신경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자신의 체면이 깍이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삼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대학까지 나왔지만 단 한 번도 공부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부터 늘 해오던 것을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이후로 우리가 내내 어른들로 부터 공부에 대해 들었던 말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그저 '기계'가 되라는 것이었으니까...

 

 정말 물어야 할 때에 묻지 않고 이렇게 어른이 다 되어서야 새삼 공부의 의미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교육의 비극이 아닐까 한다. 낯익은 제목 때문에 잡게 된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는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익은 것은 역시 방송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예전 EBS 다큐멘터리에서 그 이름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가장 잘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을 것이다. EBS가 그때 켄 베인 교수를 특별히 섭외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그 주제에 대해 켄 베인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 책이 바로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 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최고의 강의로 유명한 명문대에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나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이번에 나온 '최고의 공부'는 원제가 'What the Best College Students Do' 로 그 책의 자매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장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여주는 명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공부 방법을 실제로 디테일하게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책은 그러한 각론이라기 보다는 총론에 가까운 책이다. 그러니까 실제 방법 보다는 공부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것을 알려주는 책인 것이다.

 

 

 켄 베인은 왜 거기에 더 중점을 두었는가? 그것은 공부야 말로 동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켄 베인은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예전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했던 연구를 소개한다. 그 대학교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면밀히 조사해보니 모두 세 가지 패턴의 공부 방법이 나왔다고 한다. 하나는 책이든 무엇이든 주어진 것만 습득하고 보는 '피상적 유형'  다른 하나는 좋은 성적이든 아니면 출세든 어떤 목표를 미리 세워두고 거기에 맞춰 공부를 하는 '전략적 유형' 마지막으로 별다른 목표 없이 그저 자신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알아서 공부를 하는 '심층적 유형' 이렇게다. 각 유형별 학업 성취도를 살펴보니 마지막 '심층적 유형'이 앞의 두 유형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즉 공부에 있어서는 그 동기가 많은 것을 좌우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것도 자발적인 동기가 되었을 때 더욱 많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켄 베인은 내가 알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가장 효과적이며 공부는 또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는 바로 세계의 리더들은 어떻게 공부했는지 보여준다. 과연 그들은 모두 내적 동기에 따라 공부한 자들이었고 또 그랬기 때문에 최고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내적 동기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이 바로 '메타 인지(metacognitive)'다. 이 '메타인지' 또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 그건 쉽게 말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다. 리더들은 모두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났는데 그래서 공부에 대한 내적 동기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현상태에 머무르게 하지 않으며 언제나 유동하는 정신으로 자신을 더 확장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구에 따르면 보상 같은 게 주어지는 외적 동기 보다 순수한 자기 만족을 위한 내적 동기가 더욱 공부를 오래 지속시키고 성취도 또한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공부에 있어 그 동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리하여 켄 베인은 그 동기를 고취시키기 위하여 이런 스타일로 책을 썼던 것이다.

 

 읽어보면 여지껏 내가 행했던 공부 방법과는 너무나 달라 왠지 많은 아쉬움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진작에 이렇게 말해주는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더욱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 같은 성인들 보다는 한창 공부 중인 청소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늘 하고 있는 공부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서 더 이상 지겨운 것이 아닌 보다 즐길만한 것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공부를 지겨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켄 베인은 특히 이걸 '기대 실패' 라 부르는데 우리의 두려움과는 달리 이러한 '기대 실패'야 말로 더욱 공부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해외에서 오래도록 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더 공부를 잘 했는데 그렇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기대 실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해외에 살면서 자기에게 익숙한 환경이 아닌 전혀 낯선 환경으로 인해 많은 '기대 실패'를 느꼈기 때문에 더욱 현재 상태에 머무르거나 자만에 빠지지 않고 타인과 세계에 대한 보다 확장된 관심으로 공부에 대한 내적 동기를 강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실패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야 하며 그러므로 우리가 느끼는 공부에 대한 지겨움은 우리가 잘못된 시각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음에 기인한다. 이렇게 공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더욱 제대로 공부라는 것을 바라보게 해 주는 켄 베인의 이 책, '최고의 공부'를 벗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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