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무기력이다 - 인지심리학자가 10년 이상의 체험 끝에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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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그야말로 무기력의 계절이었다.

 

 

 

  무기력 의 사전적 정의는 뭘까?  어떤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이나 힘이 없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그 겨울 난 감당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었다. 그 겨울 초입에 내가 마주했던 결과는 그 때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아니 보았으나 믿고 싶지 않았던, 그래도 그나마 상식은 통하는 세상이겠지 하는 생각에 애써 덮어두기만 했었던 그러한 세상의 혹독한 진실을 보게 만든 것과 같았다.

  나는 그 때까지  내가 믿었던 가치가 있었고 또한 그것이 무엇보다 옳은 것이라 믿었었기에, 더우기  그것은 늘 나의 앞 길 저만치서 하나의 불빛이 되어 이 어둔 밤과도 같은 세상 속에서 내가 실족하지 않고 제대로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기도 하였기에, 그 신뢰가 여리고의 성벽처럼 여지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을 확인한 날, 이 세상은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무언가가 되어버렸고 대지를 계속 짊어져야 할 의미를 잃어버린 아틀라스와도 같이 난 무기력 속에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그랬기에 겨울은 정말 길었고 추웠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마음마저 그러하다보니 피부로 느껴지는 겨울의 길이와 추위가 몇 배나 더 되는 듯 했다.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이솝 이야기에 나오는 나그네처럼 봄이 되어 다시금 온기를 찾은 햇살은 자꾸만 나로 하여금 겨울 내내 꽁꽁 덮어쓰고만 있었던 무기력의 외투를 벗도록 유혹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사람의 감정에도 통용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때 마음에 돋우었던 결기는 서서히 마모되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하여 난 다시금 책이란 걸 찾기 시작했고 시간이 나면 서점으로 발길을 돌리게도 되었다.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은 그러던 가운데 만난 책이었다. 겹겹이 껴입고 있었던 무기력의 외투를 이제는 좀 벗고 싶었던 나에게는 때마침 내린 단비와도 같은 만남이었다.

 

 

 

 이 책의 저자 박경숙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지과학 박사라고 한다. 그녀는 그러한 입장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무기력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녀가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인지심리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Martin Seligman가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 낸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란 개념이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쉽게 말해 무기력이라는 것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Martin Seligman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그림은
Martin Seligman 이 무기력이 학습되는 것임을 보여준 동물 실험의 모습
 
 
 하나의 방을 가운데 울타리를 놓아 저런 구조로 만들고 개가 A에서 B로 건너가려 하면 개가 있는 아래의 철판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찌릿한 고통을 주었다. 개가 울타리를 넘으려 할 때마다 저렇게 반복적으로 고통을 주었더니 개는 차츰 건너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되었고 나중엔 아예 울타리마저 치워버렸음에도 불구하고 B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결국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개가 되어버린 것이다.
 

 
 
 Martin Seligman 은 이 실험을 통해 무기력이라는 게 무엇보다 만들어지는 것이란 걸 알게되었다. 무기력은 어느 순간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집적된 일종의 결과물과도 같았다. 모든 존재가 느끼는 무기력함이란 초기의 시도가 부정적인 결과에 직면하고 그로 인해 가지게 된 감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례대로 반복적으로 누적됨으로써 발생하게 된 하나의 상태였던 것이다. 이렇게 Martin Seligman 은 무기력이란 게 무엇보다 신체의 상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정의 상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감정의 상태가 아닌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내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학습을 통해 받아들인 삶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궁극적으로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책 표지에도 나와 있는 '실패하면 어쩌지?' '해도 안될거야' '될 리가 없어'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을 입버릇처럼 되뇌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기력한 상태마저 초래하게 된 것이었다. 즉 우리의 무기력이란 우리 내부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굳어진 나의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와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 나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기력에 빠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무기력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열쇠는 더 이상 나의 바깥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건 바로 나의 내부에 있었다. Martin Seligman 은 결론적으로 나와 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무기력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이라고 말한다. 저자 박경숙이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위의 그림처럼'학습된 무기력'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무기력이란 상자로 부터 벗어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다른 것 없이 상자의 문을 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상자의 문이 애초부터 닫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닫혀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저 환경이 바뀌길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낙관하는 마으으로 그게 무엇이든 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바로 이와 같은 사실을 그녀는 책을 통해 충분히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것을 그녀는 그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까지 포함하여 아주 많은 실제적인 사례들로써 보여준다. 더구나 그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 역시도 일상을 영위하면서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그런 모습들이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살면서 우리들은 크고 작은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 때 그 첫 시작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듯 우리들의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그 첫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아주 중요하다. 그 때 대부분 우리들의 시선은 직면한 문제에 두기 마련이다. 먼저 그 문제의 크기를 가늠하고 그 뒤 내가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를 가늠한다. 하지만 '문제는 무기력이다'는 그 첫 시선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 때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나'이다. 그것도 냉정하게 내가 할 수 있고 없고를 따지는 시선이 아니라 내가 아직 모르는 잠재된 가능성까지 믿고 응원하는 그런 시선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그 시선이 바로 문제 해결의 50%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이라는 격언이 바로 문제를 직면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어쨌든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걸음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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