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존 전략 - 10년을 전망하는 한국 기업의 선택
이지평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일단 가장 먼저 제목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루 존(BLUE ZONE)이 아니라 볼륨 존(VOLUME ZONE)입니다.

 둘 다 시장(MARKET)을 뜻하는 건 맞지만 엄연히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블루 존이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그러니까 미개척지의 시장을 말하지만 볼륨 존은 어디까지나 이미 형성된 시장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업에게 있어 시장이란 무엇보다도 태아에게 있어 탯줄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윤이란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해 나갑니다. 문제는 그 탯줄에 매어달린 기업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나 말고도 아주 많은 기업들이 그 탯줄에 같이 매달려 조금이라도 더 영양분을 빨아 먹겠다고 한계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탯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영양분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은 언제든 포화상태에 이를 수 밖에 없지요. 문제는 포화상태에 이르면 받을 수 있는 영양분은 턱없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리하여 기업의 고민은 생겨납니다. 여기에 이르면 기업이 그것을 타개하기 위하여 쓸 수 있는 해결책은 다른 기업을 밀어내는 방법을 제외한다면 보통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아무도 입을 대지 않은 탯줄을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적은 경쟁자가 매달려 있는 탯줄로 옮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자가 블루 존이라면 후자가 볼륨 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까부터 볼륨 존, 볼륨 존 그러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냐구요?

 

 정확히 그 의미를 말하자면 단적으로 신흥국 중산층 소비시장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소위 'BRICS' 국가들의 시장이나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 지역의 시장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죠. 이 말이 처음으로 쓰이게 된 것은 2009년 일본의 노무라 총합 보고서였습니다. 거기서 일본 경제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것이 바로 이 '볼륨 존'의 시장 개척이었죠. 그런데 왜 이들이 새삼 이런 시장을 주목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유례없는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해왔던 시장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당시 일본 기업이 주력하고 있던 기존의 시장들은 소비력이 급감했지만 이 '볼륨 존'의 시장들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력이 증가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시장에만 집착하지 말고 과감히그런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뜻에서 나왔던 것이 이 '볼륨 존'인 것입니다.

 

 현재 LG 경제연구원이자 일본 경제통이기도 한 이지평씨의 이 책은 바로 그런 '볼륨 존' 전략이 일본만이 아니라 같이 불안한 경제 전망을 공유하는 바로 우리 한국 기업 역시도 필요하다는 뜻에서 '볼룸 존' 전략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한국 기업에 맞게끔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이지평 연구원이 새삼 이 '볼륨 존' 전략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경제제전망에 대비해 보자면 좀 독특하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우리들은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3차 산업 중심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은 쇠퇴하고 3차 산업인 정보와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해 나갈 것이라고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도 처음 시작은 그러한 전망에 있었죠. 그런데 이지평 연구원에 따르면 사실 세계 경제의 전망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지금 성장하는 시장들의 추세를 보고 판단하건대, 그는 세계 경제가 18세기 이전의 경제로 돌아갈 것이라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성장하고 있는 소위 '볼륨 존'의 시장들 중에서도 특히나 유례없는 성장을 보여주는 중국과 인도가 모두 자국의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구로 뒷받침되는 넓은 시장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을 볼 때 그는 앞으로의 세계 경제가 '18세기 이전과 같이 인구 규모에 따라 경제 및 시장 규모의 위상이 결정되는 시대로 회귀할 것(P.23)'이라 봅니다. 여기서 인구 규모가 뜻하는 것은 단순히 구매력의 규모가 아닙니다. 이지평 연구원의 말이 꽤나 독특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 경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정보 기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의 노동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그런 의미입니다. 이렇게 노동력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되기 때문에 특히나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의 위상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즉 '볼륨 존' 전략은 제조업의 중시가 바탕이 된 전략입니다. 때문에 시장의 개척과 활성화가 여전히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제조품이란 정보 기술에 비해 그 접근도나 이전에 있어 확실히 뒤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이 책이 뒷받침하고 있는 이런 전제를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우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볼륨 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그리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일 여기에 동의하시고 '볼륨 존' 전략이라는 것이 궁금해지셨다면 이 책은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볼륨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매우 실제적이고도 실천적인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2장에서 5장까지의 내용이 그러한데, 여기서는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시장 진입에 따르는 비용의 절감과 토착 시장에 먹힐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이며 선점한 경쟁 우위를 또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비롯 또 다른 '볼륨 존' 공략을 위한 시장의 잠재력 확인과 그 확대 방법들이 실제 사례들과 함께 잘 버무려져 제시되고 있습니다.(특히나 아주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과는 별도로 읽고 알아가는 재미를 주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또한 응용을 위한 본격적 케이스 스터디까지 6장에 나와 있어 이해와 실제로 접목하는데 있어 보다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름 독자를 위한 배려를 한 흔적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앞서 이 책이 가진 전제의 독특성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렇게 기존의 것과는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거나 원하셨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기존의 유명세를 떨쳤던 시장들이 그 생명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실이기도 하니 이 책을 통해 좀 더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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