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리뷰라는 걸 써본지가 이제 한 일년 남짓 된다.

 리뷰도 일단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라 쓰다보니 저절로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이 가게 된다.

 여기서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이재익 작가에 따르면,

 

 광고업계뿐 아니라 방송, 영화, 연극, 문학, 각종 이벤트 기획 등등 아이디어로 시작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에 크리에이티브란 표현을 쓸까 한다.

 아, 또 되도록이면 상업적인 결과물 위주로 범위를 좁히자. 어차피 이 책은 크리에이티브를 팔아서 먹고사는 크리에이터들, 또 그런 직업을 갖고 하는 사람들이 볼 테니까. (P. 16)

 

 이런 것이다. 내가 쓴 리뷰들을 훑어보면 장르 소설에 대한 리뷰가 훨씬 많은데 장르 소설을 즐겨 읽다보면 자연히 나도 한 번 장르소설을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하지만 문창과는 커녕 국문과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 것 하나 없으니 맨땅에 헤딩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뭔가 도움 받을 만한 것을 찾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그런 이유로 상업적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라면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이재익 작가의 뭐라고 할까 크리에이티브가 되기 위한 실전 지침서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책을 이렇게 잡게 된 것이다.

 

 

 

 

 혹시 당신이 나처럼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래서 그에 관련된 책을 찾다가 이 리뷰를 읽게 되었다면,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은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다.

 

 하나는 진짜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

 몰랐는데 원래 이재익 작가에게 따라다니는 별명 중 하나가 '페이지터너'라고 한다. 그만큼 더운 여름 날에 아이스크림을 핥아대듯 술술 읽힌다. 입담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시탈출 컬트쇼'의 담당 PD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끌고가는 재담이 뛰어나다. 20대 중반의 등단에서 부터 지금 라디오 PD를 하면서 겪었던 사연까지 자기 이야기를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고추장 양념 들어가듯 적절하게 섞어 독자의 관음증적 욕구마저 충동질하고 있어 마른 들판에 번지는 불길처럼 활활 읽힌다.

 그렇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처 읽힌다는 것. 그래서 책이 아니라 어쩐지 낭독하는 오디오 같다는 느낌이 날 정도라는 것. 이것이 첫번째 장점이다.

 

 두번째는 확고한 정체성이다.

 이 책을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말은 아무래도 실전 지침서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자기 정체성에 더없이 충실하다.

 말 그대로 이론은 상관없이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

 현장이라는 의미 그대로 실제 크리에이티브한 행위를 할 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두번째 장점이다.

 

 이 책이 그러한 실천에 있어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이재익 작가가 누구보다 왕성하게 크리에이티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그는 현재 세 가지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두시탈출 컬트쇼'의 라디오 PD. 다른 하나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그가  20대 중반 부터 시나리오(등단 작품이 바로 영화로 까지 만들어지는 바람에)를 썼으며 '목포는 항구다'의 원작자이고 '원더풀 라디오'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는 것은 지금에서야 알았다. 마지막 하나는 소설가다. 그는 지금까지 열 두편의 장편소설을 냈다고 한다. 그 중 '41'과 '씽크홀'은 현재 영화로 제작중이라고 한다. 뭐 이정도면 크리에이티브에서 방귀 좀 뀐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런 그이기에 그만의 크리에이티브적 실천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런 왕성한 창작활동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그 비법을 보고 싶은 것이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처음은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소개와 그런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것에 대한 것으로 대부분은 이재익 작가가 어떻게 하여 지금과 같이 될 수 있었던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난 개인적인 삶에는 관심없어. 내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창작 비법 뿐이라구!'하는 사람은 바로 '파트 2'로 넘어가도 상관없다.

 

 파트 2와 파트 3가 말하자면 붕어빵의 앙꼬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부분은 다른데 파트 2가 크리에이터의 원칙 같은 것을 말한다면

 파트 3는 실제 크리에이티브를 할 때 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실천적 지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진짜 맛난 것은 가장 나중에 나오는 과자 종합 세트와도 같은 형국이다.

 

 2부의 원칙에서 이재익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근성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만 하지 말고 무조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덤비는 것이다.

 장르소설의 신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븐 킹은 '작품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 말했는데 그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분들의 정신무장을 위해 꼭 읽어두면 좋은 글이다.

 나조차 크리에이터도 아니면서 읽으면서 왠지 스스로 반성하는 기분이 되었으니까...

 여기서 이재익 작가가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강조하는 건 결국 하나다.

 그건 생활 자체를 크리에이티브로 바꾸는 것이다. 즉 아예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항상 크리에이티브 중심적 습관을 지녀야 한다. 천재적인 직관을 지니지 못한 크리에이터에게 크리에이티브 중심적 습관은 꼭 필요하다. 노력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습관이 몸에 배면 노력 없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으니 (P.110)

 

 한 마디로 일상의 모든 시간을 생존을 위한 필수 시간 외에는 다 크리에이티브에 할애하는 것이다. 그건 단순히 창작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도 크리에이티브적 관점에서 뭔가 활용할만한 점이 없을까 관찰하고 보게 되는 책이나 영화, 신문 그리고 드라마에 있어서도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갈등을 고조시켜나가며 클라이막스에서 그것을 해결하는가와 같은 창작의 관점에서 감상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모두를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이재익 작가가 강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그 무엇보다 가져야할 습관이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일이 쉬울 수 없다. 자칫 그런 습관이 지나치면 미친놈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만나는 사람마자 뚫어져랴 쳐다보게 될테고 사람들이 가볍게 감상을 말하는 자리에서 진지한 난도질식 분석으로 분위기를 망쳐놓을테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재익 작가는 바로 그 뒤에 '크리에이터의 맛'이란 글을 달아두었다. 이는 당근 같은 글이다. 성공한 크리에이터가 어떤 달콤한 과실을 맛보는지 절절히 보여서 계속 달리게 만들기 위한...

 장미의 아름다움을 만지기 위해서는 가시에 찔리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의 글이다. 

 

 그렇게 꼭 가져야 할 습관을 말한 다음 그는 이제 진짜 창작은 어떻게 하는지 그 자신 '씽크홀'과 '41'을 썼을 때의 경험을 가지고 세세하게 이야기해준다.  개인적으론 여기서 꽤 배울게 많았다. 사실 지금까지 창작에 대해서 별로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재익 작가가 구사하는 대화법은 참신했고 꽤나 유용하게도 보였다. 언젠가 만화가 강풀은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말했는데 그것과 이재익 작가의 대화법이 어쩐지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단단한 뼈대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지껏 남이 만든 이야기만 소비해왔던 나는 사실 이렇게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런 건 모두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 난 사람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재능이 아니라 노력, 스스로 한계를 지워 포기하려는 마음이 무엇보다 가장 커다란 문제라는 이재익 작가의 말을 듣고는 좀 용기도 생겼다. 아무튼 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이야기 만드는 일에 대해 뭔가 좀 체계 같은 것이 잡혔다고나 할까 그것이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을 한 번 가져봤던 분들이라면 이재익 작가의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읽을 때 주의 사항 하나가 있다.

 근처에 복통약을 준비해 놓을 것...

 소설, 영화, 방송 삼단 합체로 잘나가는 분의 이야기라 읽으면 본능적으로 배가 아파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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