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의 미래를 말하다 - 끝없이 반복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그 탈출구는 어디인가?
조지 소로스 지음, 하창희 옮김, 손민중 감수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는 1973년 퀀텀 헤지펀드를 설립하여 오래도록 헤지펀드의 왕으로 군림하여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기까지 했었던 조지 소로스가 4년간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미국 유수 경제 일간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그러니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부터 현재 진행중인 유로 경제 위기에 관한 조지 소로스의 시각과 나름의 해법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작금의 돌아가는 경제 상황을 자본주의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소로스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보게 되었다.

 

   소로스는 칼 포퍼의 영향을 받아 경제 행위를 하나의 되먹임(책에서는 '재귀성(Reflexivity)'이라 부르고 있다.)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말하자면 경제에 있어 모든 행위자들은 그 자체로 완결되는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적 관계라는 것인데 그렇게 자기가 한 경제적 행위가 다른 이로부터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올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의 경제적 행위가 어떤 효과를 불러올 것인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과정상에 자꾸만 행위자들간의 되먹임이 일어나 무수히 많은 변수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로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시장 가격이 알아서 수요와 공급을 맞출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생각을 순진하다고 공격하며 때문에 모든 것을 시장 자체에만 맡겨둘 수 없고 필요한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이 많은 불확실한 변수들을 확실한 권위를 갖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정부 당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8년 미국의 재정 위기에 정부 주도의 구제 프로그램을 환영하며 오바마의 대책 또한 지지한다. 아니 그는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는 소로스로서는 다소 의외라고 할만한, '은행 국유화'까지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부실자산만 해결하려는 오바마의 현 구제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p.87)

 

   소로스는 헤지펀드 운용 당시에도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했지만 미국과 유로 경제 위기에 대한 그의 대안 역시 그러했던 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은행 국유화를 주장했던 것고 그렇고 유로 위기에 대해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유럽 통합 전체에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재정 기구 설립을 제안하는 것도 그렇다. 유럽 통합은 어디까지나 동일한 경제적 권역을 만들기 위해 형성되었지 정치적 통합 목적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통합된 모든 국가에 대해 막강한 권위로써 재정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일종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로스는 유럽 통합이 현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고 싶으면 그 기구를 만드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이 같은 정책들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화 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구제 금융에서도 소로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하는 액수로는 어림 없으며 그보다 훨씬 많은 8조 4000억 달라가 투자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로 위기에 대한 대처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유로의 현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축이 아니라 더 많은 통화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며 가장 채권부국인 독일이 결단을 내려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디 경제가 위기 상황에 이르면 유동성 효과와 피셔 효과 때문에 통화 공급 보다는 긴축이 타당하다는 게 상식이다. 소로스가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자신만의 특유한 '슈퍼 버블' 이론 때문인데 그 이론에 따르면 금융 가격이라는 것이 단순히 수요과 공급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더우기 재귀성 때문에 시장 가격 자체가 그 가격이 형성되는 기본 조건들 자체에게도 영향을 미쳐 시장의 왜곡마저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제 시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버린 사람들은 기존에 우리가 알던 경제 이론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열리게 되는데 여기서 그들의 행위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시장에 대한 인식이므로 그러한 그들에게 낙관적 인식을 심어주어 그들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라도 현 유로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축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 공급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게 소로스의 주장이다. 현재 유로 위기의 가장 화약고가 된 그리스는 일단 구제 금융 실시로 급한 불을 끈 상황이지만 소로스는 아직 그것만으로 불충분하다고 한다. 유럽 통합의 구성상 제대로 위기에 대처하려면 수립한 재정 정책을 막강한 권위로써 밀어붙일 수 있는 통합 재정 기구의 설립이 그 무엇보다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미국과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유럽 위기의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며 자본주의 가장 적나라한 현실 속에서 움직였던 자의 말들이라 그것이 어떻게 초래되었고 그것에 대해 지금 각 국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그것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해결점은 무엇인지 가장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현 경제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볼만한 책이지만 선뜻 추천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번역이다. 이 책은 번역이 그리 좋지 못하다. 특히나 앞부분(PART 3 까지)의  번역은 번역도 번역이지만 문장들 역시 그냥 직역만 하고 제대로 다듬지도 않았는지 앞 뒤가 맞지 않는 비문이 너무나 속출한다. 다시 한 번 전면적으로 번역과 문장들을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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