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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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1943년. 미국은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에서 군사 정보를 획득할 목적으로 오직 여성으로만 첩보 부대를 결성, 잠입시킬 것을 계획한다. 여성만으로 이뤄진 첩보 작전을 결행하게 된 것은 그동안 프랑스에 보낸 남성 첩보원들이 계속해서 독일 비밀 경찰들에게 붙잡혔기 때문이다. 유태인 출신 여성 장교 엘레노어가 이 부대의 총책임자가 되어 원래 군인이 아닌, 여러 사연을 지닌 민간인 여성들을 고용, 첩보 부대원으로 훈련시키기로 한다. 오직 프랑스 말을 잘 한다는 이유로 고용된 그녀들은 평범한 여성들로 마리 같은 경우는 양육비가 필요해서 요원이 될 것을 수락한 것이었다. 훈련은 잘 이뤄져 마리를 포함한 12명의 여성 대원들은 프랑스에 투입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녀는 독일 경찰에게 전원 체포되어 미스터리 하게 사라진다. 그래서 제목이 '사라진 소녀들'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팜 제노프의 '사라진 소녀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 소설은 인물들을 번갈아가며 그 각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소설의 시작을 여는 것은 그레이스란 여성이다. 그녀는 역에서 우연히 가방 하나늘 발견하는데, 거기에 들어있는 것은 놀랍게도 위에서 말한 '사라진 소녀들'에 대한 파일들이었다. 이 때가 1946년. 이렇게 소설은 두 개의 시간대를 다룬다. 하나는 '사라진 소녀들'이 주축이 되는 1943년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들이 왜 사라졌으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추적하는 1946년이다. 엘레노어는 부대의 책임자로서 자기 부하들이 사라진 시건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유족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파헤칠 것을 다짐하고 결국 그걸 해낸다. 그레이스는 우연히 사건에 뛰어들게 되었지만 자신과 동일한 평범한 여성들이 그토록 많이 갑작스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그저 없던 일로 치부해버리려는 정부에게 분노하여 자기 힘으로라도 진실을 찾으려고 한다. 이 둘이 끝내 알게되는 사건의 내막은 진실로 충격적인 것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덧없이 사리진 개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비극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정부도 많다. 더구나 그것을 획책까지 해 놓고서 말이다. 소설은 그렇게 정부가 조장하고 방기한 개인들을 다시 역사의 중심에 올려놓고자 한다. 그들처럼 아직 관심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이들 또한 우리의 시선 앞으로 소환하기 위해서. 팜 제노프의 '사라진 소녀들'은 첩보 소설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깊은 역사적 주제를 담고 있는, 그런 까닭에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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