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앤 케이스.앵거스 디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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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빈곤 그리고 복지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이 현재의 자본주의를 엄밀하게 분석한다. 그것도 가장 발달된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을 중심으로. 그가 내놓은 진단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러하다. 절망의 상수화. 그것을 상세하게 논거하는 것이 바로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책이다. 여기서 '절망의 죽음'이란 절망이 죽는다는 뜻은 아니다. 보다 정확한 의미는 절망해서 결국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이른바 절망사를 말한다.  그가 현재의 자본주의를 극도로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것이다. 미국에서 절망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교육을 많이 받지 않은 백인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추적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현재 미국의 상황이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날로 심화되어 부의 편중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진 것이 절망사가 많아진 이유로 꼽는다. 무엇보다 사회 복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당장의 생존은 물론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까지 모조리 사라져, 이러한 절망적이면서 비관적인 인식이 손쉽게 죽음을 선택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미국은 총기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약물 또한 그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쉽게 죽음에 이르는 게 가능하다. 그는 뒤르켐의 말을 이용하여 절망사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러므로 미국이 가진 시스템에 대해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거기서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날로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다. 절망사의 급증은 무엇보다 양극화 현상과 비례관계를 현저히 이루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 현상이 심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은 죽음을 양산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미국이 현재의 자본주의를 대표한다면 이러한 자본주의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더구나 지금은 부와 권력의 상속으로 형성된 엘리트 주의가 강고해서 여간해서 그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전설에나 등장하는 말이 되어버렸고 이젠 자신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검찰과 판사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편법과 불법을 많이 저지르고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내리는지 말이다. 전관예우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막대한 돈에 영혼을 팔아 그처럼 염치 없는 일들을 태연히 저지르는 걸 보노라면 정말 통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는 힘없고 약한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다. 10년 넘은 저금리 기조와 비정규직의 양산은 가진자들의 자산은 무한정 키워주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11년의 월가에서 일어난 '점령하라!' 시위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공허한 구호만 허공에 외친 것에 그치고 말았다. 과연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멈추게 할 브레이크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오늘의 자본주의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걸 위한 기록이다. 결코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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