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 우주에서 보낸 아주 특별한 1년
스콧 켈리 지음, 홍한결 옮김 / 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우주는 소년의 로망이다.

 소년이라면 한번쯤 우주에 가봤으면 하는 꿈을 꾼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가 높은 인기를 얻었던 까닭은 그러한 소년의 로망을 비록 간접 체험이지만 한껏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은하철도 999'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철이는 둘을 모두 떠나 보낸다. 하나는 '999'라는 열차고 다른 하나는 동반자 메텔이다. 이건 소년의 로망을 둘 다 떠나보내는 것과 같다. 메텔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 또한 소년의 로망이니까 말이다. 소녀는 그렇게 로망과 결별하면서 어른이 된다. 철이 든다는 것은 그래서 매우 슬픈 일이다. 나 또한 언젠가 소년이었기에 우주에 대한 꿈을 꿨다. 지금도 가장 커다란 소망은 우주에 한 번 나가 보는 것이다. 거기서 나는 '무한'을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무한한 공간을 보고, 그 속에 있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걸 한 번 느껴보고 싶다. 그러나 이루기가 어려운 꿈이다. 민간 우주 여행 사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많은 돈과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낙담 혹은 체념이 이 책과 만나게 한 것 같다. 바로 스콧 켈리의 '인듀어런스'란 책이다.




 스콧 켈리는 우주인이다.

 외계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우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ISS, 즉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 넘게 있었다. 정확히 340일을 우주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그 체험을 오롯이 기록한 책이 바로 '인듀어런스'다. 제목 그대로 우주에서 1년 동안 버터낸 날들의 기록이다. 어떻게 우주정거장으로 갔으며 또 어떻게 거기서 1년의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놓치지 않고 온전히 기록하고 있기에, 소년의 로망을 아직 품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꽤 커다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생생하고 현실감 넘치게 우주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 이 책은 간접 체험의 목적을 가득 충족시켜주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정보들이 정말로 가득했다. 특히나 스콧 켈리는 이번 여행이 우주 공간에서의 생활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나도 처음 알았는데, 우주 공간에서 지내는 것은 인체에게 더러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인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특별히 스콧 켈리를 선발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쌍둥이 형제로, 대조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생 마크는 지구에 있고 켈리는 우주로 가, 그 둘의 상태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스콧 켈리의 표본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 중의 하나는, ISS에서 대원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함께 보여 '그래비티'라는 영화는 보는 장면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과연 어떤 자세가 될까? 뭔가 지구에서 볼 때와 다른 자세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구 위에서와 똑같이 무중력 상태에서도 옆으로 누워 보게 된다고 한다. 그건 사실 외부 환경 때문은 아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어떤 자세를 취하든 편하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의 머릿속에 누우면 편하다는 생각이 박혀 있어 무중력 상태에서도 누워 보는 것일 뿐이다. 어쨌든 ISS의 우주인들에게 '그래비티'는 꽤나 섬뜩한 공포였다고 한다. 영화 중에 ISS가 불타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건 곧 자신들이 있는 집이 타는 것과 같았으니까 말이다. 이런 식으로 우주의 삶이 아주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소변을 처리하여 물로 만드는 것이라든가, 작업을 위해 정거장 내에 물건들을 치우다 보면 둥둥 떠다니는 작은 조각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자주 누군가 흘려 놓거나 숨겨 놓은 초컬릿이라 생각하고 넙죽 받아먹는데 알고보니 쓰레기라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말이다. 그 모든 걸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에 우주 생활에 관심이 있는 이에겐 어느 한 페이지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주 현실적인 우주 생활을 알고 싶었다면 이 책,'인듀어런스'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ISS(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


 스콧 켈리는 책의 마지막에 우주에 있을 때 가장 그리워했던 것들에 대해 적어놓고 있다.

 그가 가장 그리웠던 것은 지구에서는 아주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이요 감각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에서의 그의 일상이란 하루하루가 내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점철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것이 가장 그리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별 것 아니라 생각하는 일상이 실은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정말로 소중한 것이기에 그리도 자주 영화에서 함께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스콧 켈리는 화성에 가기 위한 일환으로 이번 1년의 우주 생활을 치뤄냈다고 한다. 그가 바란대로 언젠가 화성에도 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러면 그의 책을 통해 또 한 번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을테니. 화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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