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이브스 3 - 5천 년 후, 완결
닐 스티븐슨 지음, 송경아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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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종말과 재건이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눈길을 끌었던 닐 스티븐슨의 '세븐이브스'의 마지막 3권이 드디어 나왔군요.

 2권을 읽고 뒷 얘기가 너무나 궁금했기에 허겁지겁 집어서 읽어보니, 3권은 2권의 시점에서 무려 5천년이나 지난 뒤로군요. 7명의 이브에서 시작된 인류는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다행히 멸종되지 않고 약 30억 명의 인구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1권과 2권의 이야기는 갑자기 달이 폭발하고 그 파편이 지구 위로 마구 떨어지는 '하드레인'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 확실시 되어 소수의 인원을 우주에 보내어 인류 재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인구가 30억 명으로 늘었다는 얘기에 그렇다면 인류가 다시 지구 위에서 살게 된 게 아니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인류는 아직 지구 적도 궤도 위에 고리를 이루어 거주지를 형성하고 바로 거기서 살고 있습니다. 5천 년이란 시간이 흐르다 보니, 소수의 인류도 어느덧 분화되어 자신의 모태가 되었던 일곱 명의 이브에 따라 하나의 종족을 이루게 되었죠. 2권에서 인류 재건을 위해 태아를 임신했던 7명의 여성이 진정 이브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한 차례 종말을 경험하고 겨우 재건 되었지만 인류가 가진 습성은 그리 변하지 않아, 5처년 동안 생겨난 일곱 개의 종족은 나뉘고 갈라져, 오늘날의 세계와 같이 많이 적대적인 모습은 아닙니다만 종교와 인종으로 갈라져 있는 오늘날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립이 또 없는 것은 아니어서, 지구 재건을 두고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에 맞도록 지상을 바꾸는 '테라포밍'에 관하여 '빨리 해치우자'는 레드파와 '천천히 하자'는 블루파로 나뉘어, 마치 50년대의 냉전 시대처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3권의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멸종된 것으로만 알았던 지상의 인간들이 5천 년 동안 생존해 있었고 우주에 있던 인류가 그랬듯이, 그들 나름대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1권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기서 로봇 전문가로 나왔던 다이나는 하드레인으로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 그녀의 아버지와 마지막 통신을 하는데요, 그 장면에서 다이나의 아버지는 근처의 광산에 사람들이 대피소를 만들어 피해있으며 자신도 그 곳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하죠. 그렇게 지하 깊숙한 곳으로 대피했던 자들이 놀랍게도 생존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으로 피난하기도 했는데요. 그들 역시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각각 '디거'와 '핑거'로 불립니다. 3권은 '후생유전학'에 기반하여 늑대의 유전자가 환경에 따라 푸들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DNA가 외부 환경 요인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 5천 년 동안 완전히 다른 자연 환경에서 진화해 온 디가와 핑거가 인간과 좀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어쨌든 이 두 종족의 발견이 레드와 블루의 '힘의 균형' 상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상을 자신의 뜻대로 테라포밍 하기 위해서 지상 종족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 두 진영이 각자의 속내에 따라 그들에게 다가간 것이죠. 그런데 디거는 자신의 영토에 기지를 세운 블루 진영을 침락자로 간주하여 레드와 손을 잡습니다. 디거가 레드와 손을 잡음에 따라 균형이 레드 쪽으로 기울게 되자 블루는 핑거와 얼른 손을 잡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일곱이 아닌 아홉이 모처럼 다시 부활의 숨을 쉬기 시작한 지구를 무대로 예전의 냉전시대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맙니다. 과연 이 사태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인류는 1권과 2권의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요? 정녕 분리와 대립이 인간 유전자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일까요? 그리하여 공존과 평화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의 해답은 아무래도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죠?


 늘 그랬듯이 이번 3권도 꽤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1권에서도 말했듯이 닐 스티븐슨의 소설은 역시 아주 현실적이고 정교한 SF 설정 때문에 읽는 것이죠. 이번 작품에서도 그러한 스티븐슨의 재능은 빛을 발합니다. 인류가 우주 콜로니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며 이동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눈에 그리듯이 서술하고 있어 소설을 읽으며 뭉게뭉게 떠오르는 상상에 쉽게 구체성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5천 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긴 했지만 인류 재건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을 어떻게 매조지할까 많이 궁금했었고 또 스케일이 큰만큼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좀 되었는데 이 정도면 잘 끝맺음 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닐 스티븐슨 덕분에 모처럼 아주 거대한 스케일의 스토리 안에서 마음껏 상상력의 유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것에 한없이 매몰되어 바로 눈 앞의 것만 생각하며 어제와 오늘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무료한 일상 속에서 이처럼 거대한 규모와 시간을 마음에 담아보는 것도 꽤 좋은 경험 같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확장이 또 소설을 읽는 맛이겠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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