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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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래빗. 참 익숙한 이름입니다. 모습도 아주 낯익네요. 어릴 때부터 많이 듣고 봤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그 작품을 실제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너무 익숙하면 읽지 않았는데도 왠지 다 아는 것 같아서 안 읽게 되는 거. 피터 래빗이 제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나온 전집이 참 반갑네요. 네, 나왔답니다. 피터 래빗 전집이. 애니메이션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이번에 피터 래빗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개봉되지 않았다면 이 전집을 만나보지 못했을테니까 말이죠. 오래된 작품입니다. 1902년에 나왔으니 백 년도 더 넘은 작품이죠. 어쨌든 저처럼 이름도, 모습도 익숙한데 정작 얘기는 읽어보지 못한 분이라면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이 참 예쁘게 나왔어요. 아,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민음사 판입니다. 빨간 표지의 양장본인데, 빈티지 느낌이 나게 잘 만들었네요. 피터 래빗하면 역시 삽화죠. 베아트릭스 포터의 예쁘고 정겨운 동물 그림이야말로 피터 래빗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민음사도 이 작품의 매력이 삽화에 있다는 걸 알았는지 고맙게도 대부분 컬러로 실었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색깔도 정말 잘 쓰기 때문에 이건 정말 잘한 일로 봅니다. 덕분에 포터의 일러스트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맛보게 되네요. 일러스트가 너무 좋아서 그것만 봐도 될 것 같아요. 잠시 작가에 대해 말해보도록 할까요?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에 영국의 상류층 가정의 외동딸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방적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전혀 없었으나 자식이라고는 베아트릭스 포터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 외로움을 동물과 책을 통해 해소했습니다. 그렇게 베아트릭스 포터는 동물과 문학을 사랑하는 소녀로 자라나게 되었죠. 그녀는 많은 동물을 길렀으나 토끼 두 마리를 유난히 귀여워했는데, 그것이 바로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좋아하는 벤저민과 장기를 많이 부리는 피터(p. 715)'였습니다. 네, 피터 래빗 이야기에 나오는 피터와 벤저민은 모두 베아트릭스 포터가 기르는 토끼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죠. 피터 래빗 이야기는 원래 출판으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녀가 스코틀랜드 여행 중에 우연히 만들어졌습니다. 하루는 같이 다니던 가정교사의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픈 아이를 위로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때 같이 데리고 다니던 피터를 가지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가 피터 래빗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픔을 잊게해주고자 하는 상냥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죠.




 피터 래빗 전집이라고 하지만 피터 래빗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람쥐나 고양이등, 다른 동물들 이야기도 많이 나와요. 그래도 피터 래빗 전집이니까, 피터 래빗을 잠깐 소개해 본다면, 피터는 막내 토끼입니다. 래빗네 근처엔 맥그리거 씨네 농장이 있는데, 그 곳에 가면 안 됩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줘요. 래빗네 아버지가 거기 갔다가 잡혀 파이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피터는 엄마의 경고를 잊고 맥그리거 씨네 농장에 들어가고 맙니다. 맛있는 상추와 강낭콩, 순무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죠. 그러다 맥그리거 씨에게 들켜 혼비백산 달아납니다. 결국 입고 갔던 옷을 모조리 거기에 벗어둔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죠. 거기서 첫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 이야기가 좀 나왔다가 다시 사촌 벤저민이 등장하여 그 뒷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촌은 붉은 손수건으로 몸을 둘러싸고 있는 피터를 보고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피터는 맥그리거 씨네 농장에서 옷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용감한 벤저민은 자기가 그 옷을 되찾아주겠다고 하면서 피터와 함께 맥그리거 씨네 농장으로 갑니다. 일전의 경험으로 겁을 잔뜩 먹고 있는 피터와 달리 벤저민은 여유롭습니다. 자기는 아버지와 함께 상추 먹으로 자주 온다는 말까지 하면서 말이죠. 마침내 맥그리거 씨가 허수아비에 걸쳐 놓은 피터의 옷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양이를 만납니다. 벤저민과 피터는 고양이를 피해 엎어진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 숨는데, 고양이가 그 위에 배를 깔고 앉는 바람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결국 벤저민의 아버지가 아들을 찾다 그 곳까지 와 사정을 알고는 벤저민과 피터를 구해줍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구한 벤저민의 아버지는 다시는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기 위해 회초리를 듭니다. 회초리에 맞아 얼얼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려 벤저민과 피터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이야기가 삽화와 함께 나오니 단순한데도 정말 재밌더군요. 왜 피터 래빗 이야기가 이토록 유명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집에 걸친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과 그들을 그린 모습을 보니 베아트릭스 포터가 왜 환경운동가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겠더군요. 동물과 식물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었으니까요. 저는 어른이 되어 이 책을 만났지만 아이일 때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 이야기가 아이를 위해 만들어졌기도 했으니까요. 거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많고 페이지 당 글자 수도 적으니 아이들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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