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 혹은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왔습니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되도록 자신을 티내지 않고 두리뭉실 섞이는 게 가장 좋은 처세로 통하기도 했었죠. 그만큼 우리는 '평균', '평준화'를 하나의 이상처럼 생각해 온 듯 합니다. 부작용이 없진 않았습니다. 모난 돌을 내리치는 정처럼 평균에 속하지 않거나 모자라는 이들에게 그것은 '닮아야 한다', '속해야 한다'의 강요로 작용했습니다. '평균'이란 어디까지나 데이터 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밖에 없었지만 때로는 그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타인을 멋대로 분류하며 압박한 것이죠. 그런 평균이 가진 진정한 의미에 대해 잘 알려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현재 하버드 교육대에서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는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이란 책입니다.






 토드 로즈는 '노르마'라는 한 여인 조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노르마는 부인과 의사인 로버트 L 디킨슨 박사가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와 합작해 만든 조각상으로 만 오천 명의 젊은 여성 신체 치수 자료를 수집하여 가장 평균의 신체 치수로 만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원래 그리스어인 이름의 뜻처럼 젊은 여성 신체 치수의 보편적 규범(norma)과 같은 존재였죠. 이 조각상을 전시한 클리블랜드 건강 박물관은 이 조각상의 모습을 미국의 젊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되어야 할 이상형으로 제시하고자 '노르마'와 가장 근접하는 신체 치수를 지닌 여성 찾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대회를 주관하는 자들은 그런 여성들이 많아 승부가 밀리미터 차원에서 아슬아슬하게 갈릴 것이라 내다 봤지만 천만의 말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참가자 3,864명 중에 평균치에 든 여성은 겨우 40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것도 전체 9개의 항목, 모두에서는 '노르마'가 가지고 있는 평균에 들어간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평균의 이상형이라는 '노르마'가 순전한 허상이었다는 게 밝혀진 것이죠.


 '평균의 종말'은 이 '노르마'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많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평균'과 '표준'이 어느새 만고의 진리가 되어 다양한 면모와 자질을 가진 개인들을 억압, 관리하고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처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직장에서 사람을 뽑을 때도, 아이들이 대학에 지원할 때도 이런 것들이 튀어나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한 존재들을 오직 하나의 잣대만 가지고 일렬로 줄을 세웠습니다.


 토드 로즈는 이것이 왜 잘못된 일인지, 교육이나 성격 그리고 아이들 발달 상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 최근 연구 결과들을 가지고 보여줍니다. 그리고 왜 우리가 쉽게 평균의 함정에 빠지는가도 설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개인이 가진 다양한 면모와 자질을 일일이 살피고 고려하자면 너무 귀찮으니까, 눈에 쉽게 드러나는 것으로만 파악해 얼른 끝내버리려는 '일차원적 사고'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렇지만 지금 많은 학문 연구에서 드러나는 것은 개인이 '다차원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면모도 재능도 모두. 그러므로 하나의 잣대로는 결코 온전히 파악할 수 없으며 개인이 가진 들쭉날쭉한 측면들을 모두 고려하는 '들쭉날쭉 원칙'으로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차원적 사고는 우리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본질주의적 사고 때문에 생겨납니다. 이런 본질주의적 사고는 종종 성격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얘기되던 것입니다. 흔히 사람의 성격을 외향성, 내향성으로 분류하잖아요? 그것이 바로 본질주의 사고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이렇게 두 가지 중의 하나로 절대 규정될 수 없는데, 이런 것들이 통용되게 만드는 것이죠. 여기엔 사람이 타고난 성격, 그렇게 본질이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현재 성격의 연구들이 보여주는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사람의 성격에는 고정된 것이 하나도 없으며 언제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평균의 권위는 어디까지나 본질주의적 사고에서 생기는 것만큼 그런 본질주의적 사고가 현대 연구의 결과로 더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면 거기에 기반한 평균의 권위 또한 허물어지는 게 맞겠죠. 토드 로즈는 그런 사실을 자신의 경험까지 넣어가며 쉽고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후반은 특히 교육 부분에 집중되는데, 아이가 남과 달라서 고민이신 부모님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정시 확대를 두고 다시 한 번 정시와 수시의 비중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짧은 머리로 어떻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말할 수 없으나 다만 이왕 이렇게 논쟁이 붙은 참에 누구를 붙이고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성격과 재능이 온전히 존중되며 그것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도 많은 생각이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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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graphic 2018-06-1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때 부터 평균, 또는 보통이라는 단어를거의좋아하지않았어요. 독특하다는 것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와도 같은 한국사회에는 맞지를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