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관리과 과장이란 분이 전화를 달란다는 전갈을 받은 순간, “또 나야?”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내게 이번 일요일날 수시 입학생의 면접을 부탁해 왔다. 40명의 정원 중 10명을 수시입학으로 뽑는데, 그게 바로 이맘때다. 학생을 선발하는 건 교수가 당연히 할 일이긴 하지만, 여기 발령을 받고 나서 8년째 같은 전화를 받는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내가 우수한 학생을 유난히 잘 뽑는 것도 아니고, 더 결정적으로 집도 서울이라 아침 8시 반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왜 항상 난가. 안그래도 높은 보직을 맡아 학교를 위해 용의자 X에 버금가게 헌신하고 있는데 말이다. 처자식이 없어서? 아니면 가르치는 과목이 워낙 특이해서? 작년에는 놀러 가는 걸 예약해 놓았던 터라 사정을 해서 빠졌지만, 이번에는 별일이 없었기에 알았다고 했다. 난 코트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데, 이번주는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데.


다음날 내려가는 게 영 심난해서, 토요일날 내려가 연구실에서 자겠다는 깜찍한 계획을 세웠다. 오늘밤에는 다음주로 예정된 시험 출제나 하고, 내일 아침엔 좀 일찍 일어나 학교에 있는 호수 주변을 돌며 운동도 하자. 그리고 어차피 간 거니 일요일날 또 자고 월요일날 집에 와야지.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 채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천안으로 가는 매표소에 사람이 와글와글 몰려있다. 덜컥 겁이 났다. 창구 밖으로 판매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9시 반 우등이고, 일반은 45분입니다.”

9시 반 표를 손에 쥐고 시간을 보니 7시 반, 난 두시간을 어떻게든 때워야 한다. 두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을까? 잠깐 생각하다 피씨방으로 달려온 걸 보면 난 책을 읽기보단 글 쓰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집에서도 책을 보기보단 TV를 더 오래 보지 않는가? 버스나 기차 안에서 책을 읽는 게 몸에 배어 정지상태일 때는 책을 읽지 못하는 이런 현상을 니콜 키크더만이란 학자는 ‘정지 난독증’이라고 했던데, 내가 그 병에 걸린 게 틀림없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난 지금 피씨방이고, 앞으로도 한시간여를 여기서 더 보내야 한다. 머릿속에 있는 글들을 다 담아 내려면 부족한 시간. 후훗. 난 정말 글쓰는 걸 좋아한다. 피씨방에서 보내는 아름다운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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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0-1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학교에서 주무세요? 대단하세요.

마태우스 2006-10-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뭘요...호호호. 밤새는 것도 아닌데...^^
새벽별님/그러게 말입니다.... 더 잘 선발할 수 있는 다른 분이 내년엔 대신하길 빌어봅니다

비로그인 2006-10-1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걸리시지 않게 조심하시며 주무셔야 합니다. 요즘은 밤바람이 꽤 차가워요.

춤추는인생. 2006-10-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 수시볼때 그 교수님의 날카로우면서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덜덜 떨던 생각이 납니다... 꼭 그중에는 시니컬하게 악역을 맡으신 분이 있으시다죠..
님은 그 반대편이실거같아요..^^

비로그인 2006-10-15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씨방마저 아름답게 만들어버리시다니, 어쨋든 건강 조심하세요..^^

세실 2006-10-15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름다운 주말이라니~~ 긍정적인 마태님!
'코트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글 보고 전 요즘 배우고 있는 유화그릴때가 가장 행복하단 생각을 해봤습니다.

Mephistopheles 2006-10-1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저도 출근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moonnight 2006-10-1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크더만 ^^; 주말에 수고 많으시네요. 이틀이나 학교에서 주무시다니, 피곤하시겠어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그렇지, 너무 과중하게 일을 시키는 학교, 나빠욧. -_-+

다락방 2006-10-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주말이 끝나나고 있어요. 월요일도 아름답게 보내셔요:)

maverick 2006-10-1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크더만이란 학자 아마 마태님이 좋아하시는 미녀과라죠? ㅎㅎ

마태우스 2006-10-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어맛 어떻게 아셨어요. 님도 그 미녀를 아시는군요^
다락방님/저야 뭐, 주말 뿐 아니라 주중도 아름답게 보낸답니다^^
달밤님/이틀간 학교에서 잤지만 기분은 상쾌합니다 글구 학교에서 면접료 받으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울학교최고 놀면뭐해...
메피님/아 네... 메피님에 비하면 전 부끄럽죠
세실님/사실은요 전 세실님같은 미녀를 만날 때가 더 행복해요^^
크리미슈슈님/영어와 당당히 맞서는 님이아름다워 보여요^^
춤추는인생님/그럼요. 전 애들 떨까봐 다독이는 스타일...^^
주드님/선풍기 틀고 이틀간 잤구요 지금도 선풍기가 웽웽

 

 

포스트시즌의 야구경기는 휴식시간이 평소보다 길다. 몇 개 안되는 광고를 지겹게 틀어대기에 공수 교대가 이루어질 때마다 다른 채널을 틀다가 만난 게 바로 <팀아메리카: 세계경찰>이다. 손발에 실이 달린 인형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인데, 김정일이 세계 테러의 지도자로 나오는 것도 특이했다.


내가 본 첫 장면은 이랬다. 파리에 나타난 테러범을 팀아메리카가 쫓는다. 그 중 한 남자가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사일은 애꿏은 에펠탑에 명중, 탑을 없애 버린다. 그가 말한다. “젠장, 빗나갔어!”

그러자 비행기를 조종하던 여자가 나선다. “내가 할께!”

여자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숨은 테러범에게 미사일을 날린다. 명중하긴 했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절반이 날아간다. 여자의 말, “성공이야!”

그러니 작전이 끝나고 “우리가 또 세계평화를 지켰어!”라고 말하는 팀아메리카 대원들에게 시민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이다음부터는 상황이 역전,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야구 스코어만 확인했다. 9-6의 스코어가 난 난타전이었는데 말이다 (하긴, 난 투수전을 훨씬 더 좋아한다).


테러방지를 빙자해 사실상 테러를 하는 그들에게 시민들은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피켓을 들고 팀아메리카 본부가 있는 러시모어 산에 모인 사람들 중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도 있었는데, 무어는 폭탄을 몸에 감고 본부로 들어가 자폭을 하고, 대원들도 김정일에 의해 포로가 되거나 폐인이 된다. 좌절한 대원이 술을 먹고 오버이트를 하는 장면은 어찌나 리얼하던지 어제 마신 술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헐리우드 공식답게 조직을 배신하고 떠났던 게리라는 대원의 활약에 의해 세계를 날려 버리려는 김정일의 음모는 분쇄된다는 교훈적인 내용, 하지만 영화 곳곳에 기가 막힌 장면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 중 한 장면. 게리가 같은 대원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죽지 않는다는 맹세만 해주면 난 당신과 사랑을 나눌 거예요”란 말에 게리는 그 맹세를 하고, 둘은 키스한다. 여기까지야 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은 침대에서 둘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 인형극이라 그리 야하단 생각은 안들었지만, 하는 장면이 3분 가까이, 그것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체위를 다 보여주면서 진행될 때는 정말이지 “깬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인형 머리가 팍팍 잘리는 등 잔인한 장면이 많이 있지만, 이 영화가 19세 관람불가인 이유를 제대로 알아버렸다.


게리가 부르는 노래 가사. “마이클 베이, 난 당신이 필요해요. 밴 애플릭에게 연기수업이 필요하듯 내겐 당신이 필요해요. 마이클 베이, 진주만은 정말 졸작이었어요.”


게리가 다시 조직에 들어갈 때.

남자 대장: 자네를 처음 봤을 때 자넨 내가 오럴을 시킬까봐 내 차에 타지도 못하는 겁쟁이 배우였지.

게리: ...

대장: 내가 자넬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이러면서 대장은, 세상에, 게리에게 오럴을 시킨다. 흡족한 표정으로 대장이 하는 말, “좋아, 자넨 조직에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


영화엔 수많은 배우가 실명으로 등장하며, 감독은 그 배우들을 마음껏 조롱한다. 이 영화가 상영금지된 이유도 아마 거기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알렉 볼드윈의 팬인 듯, 주인공 게리의 입을 통해 “알렉 볼드윈은 최고예요!”란 대사를 날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게리가 김정일의 사주를 받은 알렉 볼드윈과 연기대결을 펼쳐 승부를 내는 대목. 이런 결말 역시 ‘깬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힘센 놈이 나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미친 놈을 이기는 건 힘센 놈이다” 게리가 관객들에게 한 이 말은 알쏭달쏭했던 이 영화의 주제가 미국의 테러리즘을 이해해 달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낙타가 물을 먹는 장면 등등 인형극으로 만든 세트들은 정말 볼만했으며, 간간이 재미도 있었지만,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전형적인 영화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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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1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 정말 신기하네...그래도 재밌을거 같아요 별5개 만점으로 따지면 몇점 정도?

Mephistopheles 2006-10-1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데 말씀하신 것 처럼 결말에서는
묘한 찝찝함을 남기게 하는 두얼굴을 가진 영화였던 기억이 납니다..^^

마태우스 2006-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아 님은 정말 진정한 영화 매니아십니다... 이것도 보셨군요!
고양이님/한 세개 정도는 줄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정말 신기한 영화입니다

수퍼겜보이 2006-10-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보고 싶어요.

야옹이형 2006-10-1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테우스님 반갑습니다. 진짜 웃기는 작품. 메피스토님 말씀에 동의. 그래서 알쏭달쏭했어요. 게리의 마지막 연설도 미친 헛소리로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미국의 세계경찰짓거리를 작가가 일관되게 조롱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그럼에도... 라고 마지막에 물타는 것인지 말이죠. 제가 무진장 좋아하는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라는데. 역시 사우스파크를 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6-10-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옹이형님/안녕하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글구 저두 사실 재밌게 봤는데요 놀라움이 더 컸지요 세상에 이런 영화가 있다니, 하는 마음으루요. 아는 분한테 여쭤보니 마지막 연설은 그냥 조롱이었다더군요... 뭐 그게 꼭 맞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사우스파크까지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삭이신 분/앗 저도 이 취향이어요. 매니아취향이라고 한 건 다른 분들이 볼까봐...^^ 반갑습니다.
수퍼겜보이님/요즘 케이블에서 자주 하던데..혹시 캐치원 나오나요???? 아님 다운로드라도....^^
 

 

 

 

 

101번째: 혼자서

일시: 10월 11일(수)

엄마가 “지금 있는 사람(할머니 뒷바라지를 담당하는) 그만두면 사람 새로 안쓸래”라고 하시는 바람에 삐졌다.

“돈이 그렇게 아까워?”

“이모할머니가 그러는데, 저축도 하고 그래야 한데서.”

“앞으로 이모할머니란 사람이랑 놀지 마!”

삐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굶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다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였고, 라면에 고추참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일찍 잤다.


102번째: 셋이서

일시: 10월 12일(목)


본4인 지도학생 두명이 지난번 모의고사를 잘 못봤다. 지도를 잘못했음을 통감하고 그 둘을 불렀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만나니 그 말이 안나왔다.

“왜 저희만 불렀어요?”

“음, 그러니까... 국시 준비한다고 고생하는데, 격려차...”


원래 술은 안마실 생각이었다.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공부까지 지장이 있잖은가. 달랑 삼겹살만 시켰더니 애들이 묻는다. “술은요?”

그들에게 말했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애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소주를 시키잔다. 나 때문에 시킨 걸까 싶어 어제 마셔서 안마실 거라니까 마시겠다고 우긴다.

“처음처럼 한병 주세요.”

나는 반만 먹고 잔을 내렸는데 애들은 의외로 원샷을 한다.

“어, 저랑 지금 한번 해보자는 건가요?”

어제의 술 레이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한명은 오래된 애인이 있고, 다른 한명은 없다. 후자의 학생을 난 이렇게 위로했다

“애인이란 말이죠, 안경 같은 거예요. 쓰면 좀 더 잘 보일 수 있지만, 답답한 면이 있죠. 애인 있다는 건 자랑이 될 수 없어요. 안경 쓴 게 뭐 자랑인가요? 요즘은 라식도 있고 렌즈도 있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넌 애인도 없냐?’며 다른 사람을 탄압하죠. 그런 거에 구애받지 말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내실을 다지면, 맞는 여자가 찾아와요.”

연애에 대한 내 장광설을 그 학생은 맞장구를 쳐가며 경청했다. 사실 난 내가 그런 철학을 갖고 있는지 어제 처음 알았다. 애인과 안경, 정말 멋진 비유 아닌가.


공부 얘기를 여전히 못하고 있었는데, 애들이 먼저 그 얘기를 한다.

“교학과 가니까 선생님이 저희 성적 안좋다고 걱정했데요.”

성적을 확인해 주는 조교가 “아 내 지도학생들이 아래쪽에 있구나”라고 탄식한 걸 전해줬나보다. 시험 한번 못볼 수도 있다고 애들을 격려했더니 내가 걱정한단 얘길 듣고 너무 죄송했다고, 앞으로 열심히 할거라고 한다. 고마웠다. 그들에게 얘기했다.

“제가 아쉬운 건, 내년에 졸업하면 더 이상 학생들을 못본다는 사실이어요.”

그랬더니 애들이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모임을 한다면 찾아온단다.

“선생님 지도학생이라고 애들이 절 얼마나 부러워하는 줄 아세요?”

새삼 느낀다. 애들을 가르치는 보람은 바로 이런 거라고. 내가 그들에게 해준 거라곤 술 사주면서 농담 따먹기 한 거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애들이 원하는 거였을까?


1차에서 소주 다섯병을 비운 우리는 2차로 간 감자탕집에서 다시 두병을 비웠다. 그 정도면 내 주량은 다 채워진 셈, 근처 여관에 가서 흐물흐물해진 몸을 누인다. 이틀 연속으로 일찍 잤다. 술은 혼자보다 셋이 마시는 게 훨씬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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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6-10-1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은 술자리였겠어요.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교수라니! 너무나 근사해요 :)

BRINY 2006-10-1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애들 공부는 확실하게 시켜주셔야해요.

waits 2006-10-1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정말 멋진 교수님이네요. 아침부터 기분이 확 좋아집니다. 추천! ^^

ceylontea 2006-10-1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서는 술 마시지 마세요~~~

비로그인 2006-10-1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주사(?)를 부리셨던 이유가 주량을 채우셨기 때문인가요? ㅎㅎㅎ

건우와 연우 2006-10-1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그렇게 여럿이 모여 비우는 소주잔처럼 작고 따뜻한 일상들로만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Mephistopheles 2006-10-1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부쩍..사랑과 애인...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마태님의 페이퍼를
보고 있으면 마태님이 혹시 가을을 타는 건 아니신가 생각하고 있답니다..
(마님 마태님댁에 소개팅 놔드려야 겠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마태님과 술 마실 날이 온다면..꼭 마태님 비우는 양을 눈치껏
살펴보면서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마노아 2006-10-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마실 건가요? ^^

stella.K 2006-10-1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과 안경이라...음, 곱씹을만 합니다. 내실을 기하라는 말씀 지당하다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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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오랜만에 해 봤어요.^^


마태우스 2006-10-1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오오...6이 세개나 있네요! 캡쳐 감사합니다. 애인과 안경, 자주 써먹어야겠어요^^
마노아님/안마시려고 했는데 마셔버렸어요 흑흑
메피님/가을 타긴요... 절대 그런 거 아니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 미녀가 아주 많습니다^^
건우님/그렇죠? 하지만 가끔 시련도 있어야 즐거움이 더 즐거운 법이겠죠... 저도 그렇거든요
고양이님/주, 주사라뇨... 저 보셨어요??
실론티님/안그러려고 합니다. 근데 가끔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할 때가 있더라구요
평택님/앗 평택 사시나요 기차타고 올라갈 때면 평택역에 늘 서곤 하는데.... 칭찬 감사드려요
브리니님/모르겠어요 제 방식이 옳은지... 지도학생 하나가 잘리고 난 담부터 부쩍 회의가...
다락방님/제가 아무리 근사해봤자 다락방님만 하겠어요...
 

 

 

 

 

세상에선 물리적 힘이나 지위의 높낮이가 갈등의 결말을 좌우한다. 온라인이라고 다를 게 없어, 서재계의 크고 작은 다툼은 서재권력의 유무로 정해지며, 정확히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권력의 크기는 즐겨찾기 숫자와 얼추 비례한다. 대통령이 특정인물을 찍어서 괴롭히기로 마음을 먹으면 이 나라에 사는 게 고달파지는 것처럼, 즐찾이 많은 사람과 싸우고 나면 이곳에 머무는 게 영 불편해진다. 보기 싫어도 곳곳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누군가에게 한마디만 하면 그 누군가는 서재를 나가거나 있던 글을 다 지우고 칩거하곤 했다. 그때마다 탄식한다. ‘아, 내가 이리도 무시무시한 칼을 갖고 있구나.’ 문제는 내가 칼의 무시무시함에 비견될 인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조금 지나고 나면 별 게 아닌 일도 당시엔 뭐가 그리 억울한지, 기어이 한마디를 해버린다. 그리고 내가 던진 글은 당사자에게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되고, 그는 서재를 떠난다. 그가 즐찾 수가 좀 되는 사람이라면 내게도 “왜 그랬냐?”는 비난이 날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그의 유무에 무관하게 서재는 여전히 따스하고 훈훈하게 돌아간다.


그렇게 내가 내보낸 사람이 좀 된다. 내가 아는 또 다른 권력자와 “우리 둘 중 누가 더 많이 내보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나간다는 건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따지고보면 별 게 아닌 일인데! 세상의 모든 갈등은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지만, 막상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되고나면 스스로가 한심하다. 뒤늦게 숱이 많은 내 머리칼을 쥐어뜯어 보지만, 글을 상대방이 읽은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


올해 난 마흔이 되었고, 내년이면 마흔하나가 된다. 그리고 즐겨찾기는, 쑥스러워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수백명을 헤아린다. 내 권력은 그러니까 다른 분들이 날 좋아해 줘서 만들어진 거다. 유전학의 역사를 되짚어 보니 노벨상을 탄 사람들 중엔 반전, 반핵 운동을 열정적으로 펼쳐 여권 발급도 안된 분도 있다. 노벨상과 즐찾은 엄연히 다른 차원이지만, 즐찾으로 얻은 권력을 좋은 일에 써도 모자랄 판에 번번이 다른 사람을 내쫓는 일에만 쓴다니 내 자신이 한심하다.


이십대 때는, 마흔살이 되면 공자의 말처럼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마흔을 넘은 나는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의문이 생긴다. 공자가 말한 것은 ‘만 나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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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12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찾으셨나요?

마태우스 2006-10-1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오심 어떡합니까. 제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데요^^

코마개 2006-10-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말 대문에 삐치시는거 아닐까 싶지만, 정말 즐찾의 숫자가 '권력'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달콤한책 2006-10-1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신입인거 또 티나네요...마태우스님이 쫓아내셨다구요?
어떻튼 제가 들락거리고 나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공자가 말한 나이 사십은 만 나이가 분명합니다^^

비로그인 2006-10-1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공자님 시대에는 마흔이면 이미 중 늙은이라 유혹에 흔들릴만한 정력이 없었겠죠?
그러니
공자님 말씀을 제대로 해석하자면 "세상유혹에 흔들리지 않을때가 되었으니 이제 마흔, 다 살았노라."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삼십청춘을 갖고 사시길..

비로그인 2006-10-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 지수= 추천수 / (댓글수 +추천수)

mannerist 2006-10-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또 다른 권력자와 “우리 둘 중 누가 더 많이 내보냈냐”고 농담을 하기도

우리 모두 착하게 삽시다(매너놈 속으로 ^^;;; 앤드 씨익-)

하이드 2006-10-1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쫓겨났던 사람 한 명 여기 있소.

paviana 2006-10-1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마태님이 절이셨어요? 스님들이 떠나시게?
매너님과 하이드님의 댓글을 보니 슬며시 웃음만 나네요.
음 역시 사람들은 싸우면서 친해져..ㅋㅋ

클리오 2006-10-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회한까지나... 파비아나님 말씀대로 싸우면서 다들 친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리.. 이 글을 보니 이런저런 분들 얼굴이 떠오르네요.. ㅋ

마노아 2006-10-1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질의 역사에 인간의 역사가 담겨있군요..;;;

balmas 2006-10-1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요, 저요 ~~~~~~~~~~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뷰리풀말미잘 2006-10-1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칩거할께요 저한테도 한마디 해주세요! 마태우스님의 한마디를 듣고싶어요!

마태우스 2006-10-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잘님/음... 님한테 한마디 드리죠. 히드라랑 친하게 지내세요^^
발마스님/아 네...비밀입니다.
마노아님/서재질도 결국엔 인간이 하는 거니까 그러겠지요...^^
클리오님/그렇죠? 저두 그렇습니다^
파비님/싸우면서 친해진다는 건 애들 때에 국한되는 듯...나이들어 싸우면.... 잘 화해가 안되더이다
하이드님/반갑소
매너님/그래요 착하게 살아야죠....
하날리님/흰머리가 많이 늘었어요. 전 더이상 젊지 않은데 ...마음이라도 젊게 살아야겠죠. 댓글 여럿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달콤한책님/님 앞에선 좋은 모습만 보일래요^^
강쥐님/삐지긴요...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전부는 아니겠지만, 즐찾이 많고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서재를 갖고 있다는 게 권력이라구요.... 안삐질테니 다른 의견 주셔요...

moonnight 2006-10-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안 나갔는데요. ^^;;;;;
무슨 일이신지.. 거 참. 안타깝사와요. ;;;;

프레이야 2006-10-1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혹은 저에게도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름이랍니다.^^

비자림 2006-10-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길. 그래도 님의 글 기다리고 좋아하는 고정 팬이 여기 상당히 많을 거에요.^^

마태우스 2006-10-1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네...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혜경님/호호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동지^^
달밤님/거짓말! 오랫동안 글도 안쓰셨잖아요!! 저땀시 삐져서 그런거 다 알아요!
 

 

 

 

 

MT를 다녀왔다. 가평으로.


1. 날짜

날짜를 잡는다고 잡은 게 어제와 오늘,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MT를 간다는 게 좀 머쓱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학장님께 날짜를 말씀드리니 의외로 “예과 때 놀아야지!”란다. 그래서 갔다. 참고로 우리가 예과 때 부르는 노래는 ‘노세 노세 예과 때 노세’다.


2. 축구

가자마자 짐을 풀고 축구를 했다. 애들이 나도 끼워 줬다. 애들은 나한테 큰 기대를 안했겠지만, 사실은 나 축구 잘한다. 특히 1대 1에서 거의 뚫리지 않는 게 내 장점. 나를 제치려고 헛다리를 짚는 등 페인트모션을 쓰는 애들, 그거 나한테 안통한다. 난 걔네들의 모션을 보는 게 아니라 공만 보니까. 한명이 내 앞에서 좌우로 몸을 움직이기에 신경 안쓰고 공을 걷어 차버렸더니 매우 놀란다. 뭘 그리 놀라나. 내가 8개 의대 체육대회 때 대표로 나갔고, 보건원 있을 때 보건원 대표로 뛰었던 걸 미리 말할 걸 그랬나? 하지만 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졌는데, 우리가 좀 더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골대를 맞추는 등 운이 따르지 않은 까닭이고, 상대 팀의 골 결정력이 더 높기도 했다. 내 존재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다음 사례를 보면 된다.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2대 0으로밖에 지고 있지 않았는데, 5분 남았다기에 다른 학생과 교대를 했더니 순식간에 새 두골을 먹은 거다. 다들 이해하셨죠?


3. 과대표

지금 과대표는 여학생이다. 평소에도 예의바르고 일 잘한다 싶었는데, 이번 MT를 갔다오고 나니 그의 팬이 되버린 느낌이다. 나에 대해 어찌나 배려를 해주는지, 그전까지 방치당했던 설움이 다 사라져 버린다. 그와의 대화 한토막.

나: 저 내일 좀 일찍 올라갈께요.

그: 제가 전송 갈께요. 몇시에 가세요?

나: (놀라서) 뭘 전송을 나오려고... 8시요!

그: 7시에 가시는군요!

어떻게 알았을까. 난 아침 7시에 터미널까지 가는 택시를 예약한 상태였다. 그의 눈치빠름에 한층 더 그를 우러러보게 된다.


결국 난 7시 전에 거기서 나왔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문자를 보냈다.

“제게 가장 잘해준 과대표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재미있었어요”

한참 후 답이 왔다. “알람 맞춰놨는데 못일어났어요. 죄송해요.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학교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온다. 이것 역시 다른 과대표한테선 찾아보기 힘든 덕목, 안전하게 다들 왔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닌가.


여자라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금 과대표가 나를, 그리고 다른 학생들을 잘 배려해 주는 능력은 그의 여성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을거다.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안줘서 날 안달하게 만들었던 그전 과대표와 비교해 보시라. 이래서 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지지한다. 다른 나라의 예에 따르면 여성 정치인이 부정부패도 적다는데, 거기에 더해 다른 이의 마음을 읽고 배려해 줄 줄 아는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여성들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민중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과대표에게 말해야겠다. “혹시 나중에 정치 안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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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11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형식적이라고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챙김(?)을 받는 건 기분좋은 일 같아요
여성의 정치세력화.. 좋은데요? ^^

하루(春) 2006-10-11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T지라길래 신문 얘기하시는 건 줄 알았어요.
과대표를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요, 이번 과대표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갖춘 것 같네요. 그런데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만큼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나요?

다크아이즈 2006-10-11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대표도 마태우스님도 참 따뜻한 분이시네요. 가끔씩 훔쳐보는 님의 서재는 배려와 유머와 깊이가 공존하는 우물이에요. 한 두레박 퍼마십니다. 꿀꺽!

paviana 2006-10-1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대표 학생 예쁘지요? ㅎㅎ

건우와 연우 2006-10-11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하고 예쁘네요, 그 여학생...

달콤한책 2006-10-1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가장 잘해준 과대표세요. 정말 고맙습니다....마태우스님,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납니다^^

마노아 2006-10-1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의 설움이 씻겨졌다니 다행이에요. 여성 정치 세력이 적어도 절반은 차지해야 할 텐데..^^;;;

진/우맘 2006-10-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학교 행사가 있어 교육청 회식에 협찬품목...쯤으로 끼었더랬죠.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던걸요? 무섭더이다. ㅡㅡ;;

BRINY 2006-10-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학교 있을 때는 저런 반장 학생 복이 있었는데, 남학교 와서는 통...왜 그럴까요?

다락방 2006-10-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굉장히 인상적인 페이퍼예요. 많이 생각하게하는데요.

moonnight 2006-10-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엔 과대표땜에 서럽지 않으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 여학생, 미모도 상당했으리란 추측. ^^; 와, 마태우스님은 테니스만 잘 하시는 게 아니군요. 팔방미인!

마태우스 2006-10-1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사실은 축구랑 테니스만 잘합니다. 아 참 술두!! 그 모든 건 저보다 님이 낫잖아요!
다락방님/오옷 그렇습니까? 감사!!
브리니님/그게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우맘님/아직 멀었다는 게 제 생각....^^
마노아님/그렇죠... 성비에 맞게 되어야죠!
달콤한책님/어맛 왜 눈물이..... 님은 '마음이..' 보심 안되겠어요 휴지를 너무 많이 쓰실 듯...^^
건우님/그러게 말입니다^^
파비님/그 나이 때 안이쁜 애가 어디 있어요^^
다크아이즈님/앗 처음 뵙겠습니다. 제, 제가 따뜻한지는 모르겠지만...더위는 많이 탑니다
하루님/그럼요.... 인기 많더라구요! 카리스마도 있구
크리슈미미님/결론이 너무 비약이 아닐까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