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상을 뒤흔든 사상 -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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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역사상 아무 사건 없었던 세기는 없었겠지만 20세기는 인류 역사의 한 변곡점으로 향후 여겨질 수 있을만큼 중요한 세기였다. 2차 산업혁명이 무르있고 3차 혁명이 태동했으며, 1,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패권국가와 세계질서가 여러 번 바뀌었다. 지배적인 경제패러다임도 여러 차례 바뀌었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이루어졌다.

 책 '세상을 뒤흔든 사상'은 바로 이런 20세기의 중요한 사상을 다룬다. 방법은 그 사상을 이끌어나간 사상가의 대표저서의 내용을 다루는 식이다. 그리고 그 사상이 태동한  시대적 배경과 사상가의 다른 저서들, 또는 다른 관련 사상가의 저서를 다루고며 특이하게도 한국사회와의 관련성까지 살펴본다. 저자는 5개의 큰 줄기로 나누고 있으며 등장하는 저서는 총 40권이다.

 

문학과 역사

1. 1984 -조지오웰

2.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3.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드워드 팔머톰슨

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페르낭 브로델

5. 근대 세계체제1-이매뉴엘 윌러스틴

6.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7. 상상의 공동체-베네딕트 엔더슨

 

철학과 자연과학

8. 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9.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10.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11. 그라마톨로지-자크 데리다

12. 정의론-롤즈

13. 사회생물학-에드워드 윌슨

14. 소유나 존재냐-에리히 프롬

15. 의사소통행위-위르겐 하버마스

 

정치와 경제

16. 이데올로기의 종언-대니얼 벨

17. 단절의 시대-피터 드러커

18. 그람시의 옥중수고-아토니오 그람시

19. 법, 입법 ,그리고 자유-하이에크

20. 경제민주주의-로버트 달

21.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22. 제3의 길-기든스

23.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24. 제4차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사회

25. 고독한 군중-데이비드 리즈먼

26. 감시와 처벌-푸코

27.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28. 위험사회-울리히 벡

29. 정보시대-카스텔

30. 액체근대-지그문트 바우먼

31. 나 홀로 볼링-로버트 퍼트넘

 

문화, 여성, 환경, 지식인

32. 야생의 사고-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3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34. 여성의 신비-베티 프리단

35. 미디어의 이해-마셜 맥루언

36.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37.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38. 지식인의 책무-촘스키

39. 총균쇠-제러드 다이아몬드

40.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이 중 읽은 것을 헤아려보니 고작 6권이었다.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저자와 책 제목도 많았다. 책은 이들의 사상을 간단히 다루는데 다 읽고서 든 전체적 느낌은 20세기를 지칭하는 핵심어는 구조와 탈중심인 것 같다는 것이다. 구조는 당대 사회와 인류 문명 발전에 자리잡은 기저원리나 작동원리를 찾는 것이고 탈중심은 기존의 중심인 산업화와 서구화, 이성중심주의, 주요계층(남성, 백인, 선진국사람들)으로부터 주체로서 독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구조를 찾은 책들로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근대 세계체제, 사회생물학, 과학 혁명의 구조, 야생의 사고, 총균쇠 등이 눈에 띄며 탈중심을 찾은 책들로는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장미의 이름, 상상의 공동체, 감시와 처벌, 액체근대, 위험사회, 침묵의 봄, 여성의 신비, 오래된 미래, 타인의 고통, 오리엔탈리즘 등이 보인다.  20세기의 사상이 이 두 핵심어로 자리잡은 이유가 뭔진 모르지만 이런 작업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엮은 저자는 이 모든 사상들이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말하고 관련 한국저자들의 논문이나 저서도 소개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에서는 이런 사상들이 돌아가며 시기를 달리하여 마치 유행처럼 큰 영향을 미쳐왔는데 유독 외환위기 이후 사상의 선풍적 유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인으로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복합성이 커지면서 어느 한 이론이 압도적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웠다는 점과 지식 담론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이 낮아졌음을 지적한다.

 특히, 우리사회는 한번 소비하거나 유행이 지나간 지식 담론에 과도하게 무관심한 경향이 있는데 과거 지식 담론이라도 아직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개념이나 사회현상을 다루고 문제해결을 하는데 유용한 과거 지식이라면 다시한번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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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15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마지막 말에 공감합니다. 어떤 이론이자 지식의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그걸 나오게 만든 과거 이론과 담론도 알고 있어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유행이 지난 이론이라도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이러니 과거에 나온 이론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
 
통계학, 빅데이터를 잡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6
조재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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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기면서 빅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전통적 학문이 통계학이다보니 자연스레 빅데이터 시대엔 통계학도 새롭게 변모하고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 기대한 건 그런 것이었지만 사실 책에는 빅데이터시대의 통계학 보다는 통계학이 사용되는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해서 더 많은 걸 다루고 있다.

 책은 총 1-7장인데 1-2장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등 미래 산업 관련이고 나머지 3-7장은 다른 학문분야에 통계학이 어떻게 자리잡고 활약하는지에 대해서다. 의학, 경제학, 사회, 경제학, 생물학이다. 나름 재밌고, 짧게 토막형식으로 정보를 계속 제공해 소소하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양적연구를 해본 적이 없는지라 통계이론을 좀 다룬 부분은 어렵기도 했는데 회귀분석이나 p값이나 하는 부분은 알쏭달쏭했다. 하여튼 쉽고 재미난 부분만 정리해봤다.

 

1. 노인의 나이

지금 노인의 나이는 만 65세다. 하지만 노인의 기준은 시대마다 변했다. 16세기에 몽테뉴는 고작 30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했으며 17세기는 40세 이상이었다. 1950년대에는 60세 이상이 노인이었고 2000년대 들어 65세 이상이 되었다. 우리가 고령화 사회니 ,초고령사회니 하는 노인의 기준은 이 때 확립된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시일내에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데 저자는 노인의 나이 자체가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금도 평균수명의 증가와 건강수명의 증가 및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관계로 우리의 관념상의 나이와 실제나이는 좀 차이가 난다. 대충 자기 나이에 0.8정도를 곱하면 우리가 통념상으로 생각하는 나이와 비슷해진다고 할정도니 말이다. (지금 40세라면 과거 통념상으로 32세정도의 위치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노인의 기준도 70세 정도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정년을 연장하는 나라도 있으며 이러면 연금이나 부양등 여려면에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물론 젊은이의 일자린 더욱 줄수도 있지만 하여튼 과거나 지금이나 노인의 비율은 기준이 어떻든 16%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2. 실업

실업률은 항상 우리의 생각보다 낮다. 그 이유는 실업률을 계산하는 공식에 있는데 취업자와 실업자를 모두 합한 경제활동인구로 실업자 수를 나눈 후 100을 곱한 것이기 때문이다.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문제인 이유는 국제기준으로 꼴랑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업자는 1주일에 1시간도 일을 못해야 하니 역시 어처구니 없다.

 거기에 구직희망자나 구직포기자는 사실상 실업자임에도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실업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니 낮을 수 밖에......

 비정규직에 대한 정의도 들쭉날쭉하다. 놀랍게도 비정규직은 영어단어가 3개나 될 만큼 불분명하며 국제적 정의도 없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로 3개를 들었는데 한시적 노동자이거나 기간제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파견 용역 호출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다.

 통계는 기준이나 산정방법에 따라 매우 달라지는데 이래서 학자들은 통계를 객관적인 것이 아닌 정치, 사회적인 갈등과 타협의 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항상 특정 사위의 경찰추선과 시위대 추산은 그리도 다른 것이다. 유럽의 한국가에선 이걸로 경찰에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3.나라의 부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방법으론 GDP가 있다. 1930년대 미국에서 생긴 것으로 오늘 날까지 사용할 정도로 막강하다. 반대 진영인 소련에선 이에 대항해 사회총생산이란 개념을 썼는데 GDP완 달리 서비스가 빠지고 물질생산만이 포함된다. 계획경제에선 물건가격이란게 존재하지 않으므로 현실경제와는 다르게 정부계획만으로 사회총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GDP는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데 경제체제가 변하면서 성장은 있되 고용이 나빠지거나 없는 형태가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GDP가 빠뜰니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을 포함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환경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경제복지지수나 참진보지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필요와 기초지식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나 보건등 같은 웰빙의 토대, 개인적 권리나 자유, 관용,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기회등 3가지를 중시하는 사회적 진보지수도 생겨났다.

 더구나 GDP는 기준시점이나 자료에 따라 제각각인 문제도 있다. 실례로 아프리카의 가나는 실제 수준에 비해 매우 가난한 나라로 분류하는데 그들의 GDP기준이 90년대에 맞춰져있었기 때문이다. GDP가 낮아야 국제적 지원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상당수 가난한 나라들이 GDP기준과 자료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믿기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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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 - 제3기 진보 교육감 시기의 학교정책 한국교육연구네크워크 총서 8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지음 / 살림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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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관련 책은 늘 재밌고 새로운 영감과 경험을 준다. 하지만 주요 저자가 현장전문가인 교육자이다 보니 실용성과 현장적용성은 높지만 간혹 철학이나 비전면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덜어준다. 모두 교육전문가들이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해 분야별로 논문 성격의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음글이지만 전체가 인상적이었는데 몇가지 주제를 모아 정리했다.

 

1. 학교 교육 제4의 길

현대 교육은 변화의 제4의 길을 앞두고 있다. 제1의 길은 2차대전 이후 그에 대한 반항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보의 물결이 뒤덮었던 시기다. 교육도 이에 영향을 받아 단위 학교에 많은 재정지원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졌으며 교육도 의외로 학생중심의 진보적 성향을 띄었다. 하지만 관 위주의 행정이 경직성을 띠고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과 사회경제적 변화도 이루어져 제2의 길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제2의 길은 시장주의적 교육으로 학생의 서열화와 평가를 통한 교사와 학교평가가 주를 이룬다. 교육지원 또한 학교나 건물에 무작위식으로 지원을 하기 보다는 바우처나 차터스쿨등으로 지원을 하는 형태로 변모한다. 지금의 한국 교육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형태다. 하지만 경쟁이 효율을 낳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경쟁은 교사와 공적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렀으며 교육의 비인간화와 수단화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제3의 길이 시작된다. 시장교육과 공교육 중심의 절충안이 제 3의 길이었다. 하지만 어설펐다. 절충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시장중심의 교육이 여전히 중심원리로 자리잡았으며 제2의 길의 폐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교육 제4의 길이다. 교육에서 시장원리를 버리고 공적 투자 기반 공교육 강화를 시도하는 교육개혁이다. 공립학교에 재정을 마련하고 공평하고 배분된 양질의 교육과정과 교직을 위한 평등한 플랫폼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자의 전문성을 강도높게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학습자에게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은 제2의 시장주의적 길과 좌우노선 균형을 추구하는 제3의 길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보며, 혁신교육을 주창하는 진보교육청은 제3의 길과 제4의 길 중간정도에 위치한다고 본다.

 

2. 교장제도의 변혁

한국의 교육법을 살피면 한 때 독소조항으로 교원은 교장의 지시를 따라 업무처리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교육단체의 노력으로 이 악법은 오래전 없어졌지지만 아직도 단위학교에서 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의 휘두른다. 실제로 법에는 교장은 학교교무를 통솔하는 유일한자로 지위가 인정된다.

 현재 학교는 많은 민주화의 노력으로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고 교원회의와 학부모회의, 학생자치를 권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일뿐이다. 학교의 교육 3주체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학교운영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는 교장이 유일하다. 위에 언급한 위원회는 교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건의할 수 있을 뿐이며, 교장의 의견을 꺽고 그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책은 교장권력의 약화와 권력의 분배를 위해 교사교무회의나 학부모회의 등에 법적으로 의결권을 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교장제도 자체의 변화도 요구한다. 한국의 교장은 거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격증제이다. 즉, 지금의 승진제도를 밟아 자격을 취득한자만이 교장이 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직종인 의사나 검사, 법관 등의 여러 직종에서도 상급직은 자격증제가 아닌 보직제에 불과하다. 이들이 병원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해도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교장은 다르다.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며 이는 상당히 패쇄적 구조를 불러온다. 지금의 승진제도는 승진을 위한 가산점이나 연구점수를 취득하여 승진하는 형태인데 문제는 이 점수들이 학생의 교육과 교사의 교육력을 전혀 보증하지 않으며 현 교장에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보직을 받아야만 딸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가 승진하는 과정에서 학생교육을 멀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행정이나 교장에게 잘 보이려는 형태로 집중하게 됨을 의미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승진한 교사는 학생중심교육보다는 행정과 치적 위주의 교장이 될 가능성이 높이지게 된다.

 때문에 책은 교장승진제를 전면 개편하고 교장선출보직제나 교장공모제의 실천을 주장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교내 교사들의 투표나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교내 교사들중 교장을 선출하는 제도다. 임기는 2년에 중임이 가능하며 임기를 마치면 평교사로 돌아간다. 공모제는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교사나 다른 직종의 사람을 교장으로 선출하는 제도다.

 

3. 학교 공간의 변화

학교 공간이 감옥과 유사하고 안전에 취약하며 구조가 모두 같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학생 수 대비 면적이라는, 즉 적정규모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과거 콩나물 교실이란 말도 학교의 작음보다는 오히려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음을 떠올리게 했다.

 책에는 학교가 유일하게 적정 규모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최소 설비 기준이 없는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교는 단위면적당 생활밀집도가 가장 높으며 이용자인 학생이 가장 오래 머무르기까지 하는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거기에 저렴하기 까지 하다. 타 공공기관 건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학교에 책정되는 건축비는 현저하게 적다. 심지어 교도소보다도 적다고 한다.

 때문에 책은 우리도 학교 급별로 배움과 돌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학급을 위한 공간규정은 있는편인데(학급당 학생수 규정이 있다) 학생 자치나 학생 휴식을 위한 공간규정은 전무하다.

 이처럼 학교는 좁지만 구조를 보면 더욱 답답하다. 학교 공간은 70%가 폐쇄형공간이다. 교실을 생각하면 된다. 오직 30%정도가 개방적인데 복도나 연구실등의 공유공간이 그것이다. 폐쇄공간을 가변적 개방공간으로 바꿀때 학교교육에서 협의와 토론이 발생하고 민주성도 높아질 것으로 책은 보고 있다.

 책은 혁신적인 학교 교육환경의 조건으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안전하며 배움을 지원하는 학교, 정서적 안정과 휴식공간을 갖춘 학교, 유비쿼터스 시대를 지원하는 학교, 확대와 변형이 자유로운 개방된 학습공간을 갖춘 학교, 개별화된 배움과 협력문제해결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춘 학교를 제시한다. 정말 구글 본사같은 그런 개방적이고 지원적인 구조를 갖춘 학교가 가까운 시일내에 꼭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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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일이면 2019년이 시작됩니다.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8-12-31 22:30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을 좋은 이웃이 되어주셔서 제가 다 영광입니다. 좋은 새해를 맞이하시고 항상 알라딘은 밝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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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인 김보통씨는 자신이 보통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보통사람이 아닌 것을 깨닫고 보통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은 이전에 보통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만큼 피나고 지난한 것은 아니지만 심적으론 더 괴롭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어쨌든 그는 어느 정도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 이젠 이름처럼 보통이 된 것 같고, 그것도 아니면 보통이 되어가는 것은 분명하기에 이런 책을 냈다.

 김보통씨가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남들처럼(한국에선 모두 죽어라 하기에 남들만큼은 정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그는 그걸 해냈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런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이 생각한 보통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중에 보통이라 생각한 것은 한번 뿐인 나의 생을 그저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며 느끼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선 퇴사란 결심히 필요했다.

 보통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무려 2평공간에 4식구가 부대끼는 그런 집에서 살았다.(이 정도면 군대에서 개인에게 허용하는 공간과 비슷할 것 같다. 그것도 오직 잘때만.) 부모님은 방앗간을 했는데 그럭저럭 굴러가던것이 아이엠에프를 맞아 자빠졌다. 그는 한때 그림을 그리고도 싶었는데 아버지의 묵살에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한다. 중학교까진 공부를 못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반전이 이루어졌는지 그는 좋은 대학을 간 것같고 이를 바탕으로 20대에 대기업에 들어간다.

 오직 그것만 보고 그것만 있는 줄 알았기에 만족했고 신입사원 연수를 통해 애사심도 커졌다. 하지만 정해져 있지 않은 출근시간에, 월단위 , 주단위, 일단위로 쪼개져 들어오는 실적의 압박, 그리고 과음과 군대를 방불케하는 상명하복식 문화에 지쳐간다. 그는 4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려 했지만 아버진 4년만 버텨보라고 한다.

 회사의 비인간성은 지나쳐 보통씨의 아버지가 암이 재발해 투병중임에도 임직원인 상무가 참가하는 회식에 나가야 했고 거기서 질질 짜는 모습을 상무가 발견한 후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식엔 위암 투병을 막 마치고 돌아온 과장도 있었다. 그래서 4년이 지나가 보통씨는 회사를 그만둔다. 남은 유급휴가를 회사에서 주는데 그냥 돈만 받으면 될 것을 보통씨는 오키나와로 향한다.

 왠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답이 얻어질 것만 같은 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믿지 않으면서도 그냥 답이 생길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몇주간의 체류에도 답은 없었고 퇴직금을 쏟아부어 작은 도서관을 차리려던 계획도 모두 실패한다. 별로 노력도 없긴 했다. 그러다 생각난게 그림이다. sns에 그림을 올리고 좋아요를 몇개씩 받다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게 입소문이나서 만화를 그리게 된다. 만화가에선 당시 미생에 히트하여 회사원만화를 그려주길 원했지만 회사가 지옥같았던 그는 그걸 그리기 싫었다. 아버지 때문인지 암환자 만화를 그렸고 그게 히트를 쳤다. 그래서 그는 보통에서 나와 진짜 보통이 되어갈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자기가 보통이 되어가는 과정을 힘들게 그렸지만 이런 그도 그림이나 감성에 관해선 보통이 아니기에 사회의 도움이 없는 개인적 탈출에도 보통이 될어 갈 수 있었다. 힘이 없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점에서 힘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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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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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대담한 작전'은 하라리의 인류문화 3부작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나온 책이다. 사실 '사피엔스' 이전에 쓴 논문같은 느낌의 책인데 하라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호모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제언' 사이에 책이 출간되었다. 그냥 점만 찍어만 두었다가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그의 인류문화 3부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선 이책은 그냥 역사책이다.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좁혀진 특정시기의 특별한 전쟁방식을 다룬다. 

 그것은 바로 특수작전이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무슨무슨 특공대 뭐 그런 것들이다. 이런 특수작전은 과거에도 있었으며 하라리가 주제로 삼은건 1100년에서 1500년까지만이다. 특수작전은 소규모 인원으로 상대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에 쓸모가 있는데 주로 상대의 기지나, 중요한 인물, 생산시설등을 파괴함으로써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힌다. 전쟁시 특수부대가 적의 후방에 침투하여 적 군수뇌부를 제거 및 납치한다던가, 적의 핵무기를 파괴하거나 탈취한다던지, 아니면 군수시설을 파괴하는 것들이 특수작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세에는 적의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폭탄이나 미사일이 없기 때문이다. 활이나 화승총으론 적의 기지에 흠짓을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생산시설의 파괴도 문제였다. 역시 활이나 화승총으로 뭔가 큰 것을 부수기 어렵다는게 문제였고, 중세는 지금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고 그나마도 분산되었기에 파괴의 의미도 없었다. 남은 것은 주요 인물의 암살이나 납치인데 이것만은 매우 유효했다. 활이나 화승총 정도의 무장으로도 가능하며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대담한 작전의 특수작전은 대부분 적 수뇌부의 암살및 납치다. 1부에서는 이 시기에 등장했던 다양한 특수작전의 예들이 번잡하게 등장한다. 그려려니 하면서 읽힌다. 2부가 좀더 재밌는데 여기부턴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책이 다루는 시기 유럽에서 있었던 중요한 전쟁인 십자군 전쟁과 백년전쟁, 프랑스 통합전쟁, 합스부르크가와 프랑스의 패권대결이 여기에 등장한다.

 중세에서는 다들 특수작전의 효과에 공감하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레 실행했어야 하는데 이는 중세 특유의 기사도 정신때문이었다. 이 기사도 정신은 정정당당함에서 비롯되는 명예를 매우 중시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였기에 특수작전은 비교적 금기시되었다. 명예를 잃는 다는 것은 실용적 입장에서 본다면 별것 아닌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 중세 유럽에선 그렇지가 않았다. 왕이든 귀족이든 자신이 직접 다루는 병력 기반은 대개 취약했고 부족한 부분은 용병을 쓰거나 동맹이나 휘화의 귀족 병력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왕이나 귀족이 명예를 잃는 다는 것은 바로 이런 병력 동원에 차질을 불러올수 밖에 없는 문제였기에 명예는 실질적으로 중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에 몰린 적이나 자신의 성공에 굶주린 하급귀족이나 귀족집안의 차남들은 특수작전을 감행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잃을게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 십자군 편에는 하지리라는 중동의 독특한 암살집단이 등장한다. 영어로 암살자인 어쌔신의 어원은 이들에게서 비롯되었다. 하지리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암살자로 육성되었으며 암살의 성공률이 상당히 높아 주변의 영주와 왕들은 이들을 두려워하여 전체적으로 보면 미약한 세력인 하지리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지리들이 우리의 상상처럼 고된 육체 훈련으로 무예나 암기를 익힌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학문이나 언어 및 교양에도 상당한 중점을 두었는데 그것은 이들의 독특한 암살방법때문이었다.

 하지리들은 목표물이 정해지면 오랜세월을 두고 목표물의 심복이나 주변에 침투한 후 완전한 기회후에 목표물을 공개적으로 암살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검만을 사용해서이다. 이런 치밀함에 유럽 각국의 군주와 특히, 중동의 권력자들을 하지리가 궤멸될때까지 두려움에 떨었다.

 책의 다른 재밌는 부분은 결혼에 의한 왕국의 합병이었다. 우리를 포함한 동아시아 권에서는 서자일지라도 적자가 없다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그의 권력정통성에 흠집을 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세 유럽은 그렇지 않았다. 군주가 아무리 처첩으로부터 사생아를 많이 낳았어도 이들은  상속권이 없었다. 군주는 오직 정식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혼도 쉽지 않아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없다면 방법은 아내가 죽은 후 재혼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의 군주들은 대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런 경우 남겨진 아내의 재혼상대나 군주의 친척들이 그 세력을 상속하곤 했다. 이런 독특함으로 인해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이 시작되었으며 한때 일개 소국의 영주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플랑드르와 이탈리아 북부, 스페인, 서부독일 일대를 차지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할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하라리의 책치곤 매우 빠른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시 단점이라면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 같은 것들을 기대한 독자는 실망할수 밖에 없다는 점과 중세유럽의 역사적 맥락을 모른다면 책의 흐름을 쉽사리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카페왕조나 샤를, 안티오키아 등이 매우 생소하다면 책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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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12-2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하라리 책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저에겐 어렵겠네요~(말씀하신 단어들 거의 생소~ㅎㅎ)

닷슈 2018-12-20 23:49   좋아요 1 | URL
그럴수도 있겠지만 한번 도전해보십시오. 십자군 전쟁과 백년전쟁정도를조금 알아보고 읽으면 훨씬 나을 듯 합니다.

붕붕툐툐 2018-12-24 11:32   좋아요 1 | URL
넵!! 유발 하라리의 새로운 스타일이라니, 도전해 보겠습니다~^^

cyrus 2018-12-2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류 3부작이 대박나지 않았으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

닷슈 2018-12-21 14:10   좋아요 0 | URL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4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메리크리스마스~알라딘에서 만나 소통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닷슈 2018-12-24 22:04   좋아요 1 | URL
저도 벨루치님을 알게되서 기쁩니다 성탄잘보내세요

2018-12-2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12-25 10: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