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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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인 김보통씨는 자신이 보통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보통사람이 아닌 것을 깨닫고 보통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은 이전에 보통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만큼 피나고 지난한 것은 아니지만 심적으론 더 괴롭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어쨌든 그는 어느 정도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 이젠 이름처럼 보통이 된 것 같고, 그것도 아니면 보통이 되어가는 것은 분명하기에 이런 책을 냈다.

 김보통씨가 보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남들처럼(한국에선 모두 죽어라 하기에 남들만큼은 정말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그는 그걸 해냈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런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이 생각한 보통이 보통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중에 보통이라 생각한 것은 한번 뿐인 나의 생을 그저 내가 원하는대로 생각하며 느끼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선 퇴사란 결심히 필요했다.

 보통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무려 2평공간에 4식구가 부대끼는 그런 집에서 살았다.(이 정도면 군대에서 개인에게 허용하는 공간과 비슷할 것 같다. 그것도 오직 잘때만.) 부모님은 방앗간을 했는데 그럭저럭 굴러가던것이 아이엠에프를 맞아 자빠졌다. 그는 한때 그림을 그리고도 싶었는데 아버지의 묵살에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한다. 중학교까진 공부를 못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반전이 이루어졌는지 그는 좋은 대학을 간 것같고 이를 바탕으로 20대에 대기업에 들어간다.

 오직 그것만 보고 그것만 있는 줄 알았기에 만족했고 신입사원 연수를 통해 애사심도 커졌다. 하지만 정해져 있지 않은 출근시간에, 월단위 , 주단위, 일단위로 쪼개져 들어오는 실적의 압박, 그리고 과음과 군대를 방불케하는 상명하복식 문화에 지쳐간다. 그는 4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려 했지만 아버진 4년만 버텨보라고 한다.

 회사의 비인간성은 지나쳐 보통씨의 아버지가 암이 재발해 투병중임에도 임직원인 상무가 참가하는 회식에 나가야 했고 거기서 질질 짜는 모습을 상무가 발견한 후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식엔 위암 투병을 막 마치고 돌아온 과장도 있었다. 그래서 4년이 지나가 보통씨는 회사를 그만둔다. 남은 유급휴가를 회사에서 주는데 그냥 돈만 받으면 될 것을 보통씨는 오키나와로 향한다.

 왠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답이 얻어질 것만 같은 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믿지 않으면서도 그냥 답이 생길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몇주간의 체류에도 답은 없었고 퇴직금을 쏟아부어 작은 도서관을 차리려던 계획도 모두 실패한다. 별로 노력도 없긴 했다. 그러다 생각난게 그림이다. sns에 그림을 올리고 좋아요를 몇개씩 받다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게 입소문이나서 만화를 그리게 된다. 만화가에선 당시 미생에 히트하여 회사원만화를 그려주길 원했지만 회사가 지옥같았던 그는 그걸 그리기 싫었다. 아버지 때문인지 암환자 만화를 그렸고 그게 히트를 쳤다. 그래서 그는 보통에서 나와 진짜 보통이 되어갈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자기가 보통이 되어가는 과정을 힘들게 그렸지만 이런 그도 그림이나 감성에 관해선 보통이 아니기에 사회의 도움이 없는 개인적 탈출에도 보통이 될어 갈 수 있었다. 힘이 없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점에서 힘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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