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 - 제3기 진보 교육감 시기의 학교정책 한국교육연구네크워크 총서 8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지음 / 살림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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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관련 책은 늘 재밌고 새로운 영감과 경험을 준다. 하지만 주요 저자가 현장전문가인 교육자이다 보니 실용성과 현장적용성은 높지만 간혹 철학이나 비전면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덜어준다. 모두 교육전문가들이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해 분야별로 논문 성격의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음글이지만 전체가 인상적이었는데 몇가지 주제를 모아 정리했다.

 

1. 학교 교육 제4의 길

현대 교육은 변화의 제4의 길을 앞두고 있다. 제1의 길은 2차대전 이후 그에 대한 반항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보의 물결이 뒤덮었던 시기다. 교육도 이에 영향을 받아 단위 학교에 많은 재정지원과 시설투자가 이루어졌으며 교육도 의외로 학생중심의 진보적 성향을 띄었다. 하지만 관 위주의 행정이 경직성을 띠고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과 사회경제적 변화도 이루어져 제2의 길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제2의 길은 시장주의적 교육으로 학생의 서열화와 평가를 통한 교사와 학교평가가 주를 이룬다. 교육지원 또한 학교나 건물에 무작위식으로 지원을 하기 보다는 바우처나 차터스쿨등으로 지원을 하는 형태로 변모한다. 지금의 한국 교육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형태다. 하지만 경쟁이 효율을 낳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경쟁은 교사와 공적교육의 질적 하락을 불렀으며 교육의 비인간화와 수단화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제3의 길이 시작된다. 시장교육과 공교육 중심의 절충안이 제 3의 길이었다. 하지만 어설펐다. 절충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시장중심의 교육이 여전히 중심원리로 자리잡았으며 제2의 길의 폐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교육 제4의 길이다. 교육에서 시장원리를 버리고 공적 투자 기반 공교육 강화를 시도하는 교육개혁이다. 공립학교에 재정을 마련하고 공평하고 배분된 양질의 교육과정과 교직을 위한 평등한 플랫폼의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자의 전문성을 강도높게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학습자에게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은 제2의 시장주의적 길과 좌우노선 균형을 추구하는 제3의 길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보며, 혁신교육을 주창하는 진보교육청은 제3의 길과 제4의 길 중간정도에 위치한다고 본다.

 

2. 교장제도의 변혁

한국의 교육법을 살피면 한 때 독소조항으로 교원은 교장의 지시를 따라 업무처리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교육단체의 노력으로 이 악법은 오래전 없어졌지지만 아직도 단위학교에서 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의 휘두른다. 실제로 법에는 교장은 학교교무를 통솔하는 유일한자로 지위가 인정된다.

 현재 학교는 많은 민주화의 노력으로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고 교원회의와 학부모회의, 학생자치를 권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일뿐이다. 학교의 교육 3주체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학교운영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는 교장이 유일하다. 위에 언급한 위원회는 교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건의할 수 있을 뿐이며, 교장의 의견을 꺽고 그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책은 교장권력의 약화와 권력의 분배를 위해 교사교무회의나 학부모회의 등에 법적으로 의결권을 주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교장제도 자체의 변화도 요구한다. 한국의 교장은 거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격증제이다. 즉, 지금의 승진제도를 밟아 자격을 취득한자만이 교장이 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직종인 의사나 검사, 법관 등의 여러 직종에서도 상급직은 자격증제가 아닌 보직제에 불과하다. 이들이 병원장이나 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해도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교장은 다르다. 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해선 자격증이 필요하며 이는 상당히 패쇄적 구조를 불러온다. 지금의 승진제도는 승진을 위한 가산점이나 연구점수를 취득하여 승진하는 형태인데 문제는 이 점수들이 학생의 교육과 교사의 교육력을 전혀 보증하지 않으며 현 교장에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보직을 받아야만 딸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가 승진하는 과정에서 학생교육을 멀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행정이나 교장에게 잘 보이려는 형태로 집중하게 됨을 의미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승진한 교사는 학생중심교육보다는 행정과 치적 위주의 교장이 될 가능성이 높이지게 된다.

 때문에 책은 교장승진제를 전면 개편하고 교장선출보직제나 교장공모제의 실천을 주장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교내 교사들의 투표나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교내 교사들중 교장을 선출하는 제도다. 임기는 2년에 중임이 가능하며 임기를 마치면 평교사로 돌아간다. 공모제는 자격증을 갖추지 못한 교사나 다른 직종의 사람을 교장으로 선출하는 제도다.

 

3. 학교 공간의 변화

학교 공간이 감옥과 유사하고 안전에 취약하며 구조가 모두 같음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학생 수 대비 면적이라는, 즉 적정규모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과거 콩나물 교실이란 말도 학교의 작음보다는 오히려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음을 떠올리게 했다.

 책에는 학교가 유일하게 적정 규모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최소 설비 기준이 없는 건축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교는 단위면적당 생활밀집도가 가장 높으며 이용자인 학생이 가장 오래 머무르기까지 하는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거기에 저렴하기 까지 하다. 타 공공기관 건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학교에 책정되는 건축비는 현저하게 적다. 심지어 교도소보다도 적다고 한다.

 때문에 책은 우리도 학교 급별로 배움과 돌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정 규모의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학급을 위한 공간규정은 있는편인데(학급당 학생수 규정이 있다) 학생 자치나 학생 휴식을 위한 공간규정은 전무하다.

 이처럼 학교는 좁지만 구조를 보면 더욱 답답하다. 학교 공간은 70%가 폐쇄형공간이다. 교실을 생각하면 된다. 오직 30%정도가 개방적인데 복도나 연구실등의 공유공간이 그것이다. 폐쇄공간을 가변적 개방공간으로 바꿀때 학교교육에서 협의와 토론이 발생하고 민주성도 높아질 것으로 책은 보고 있다.

 책은 혁신적인 학교 교육환경의 조건으로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안전하며 배움을 지원하는 학교, 정서적 안정과 휴식공간을 갖춘 학교, 유비쿼터스 시대를 지원하는 학교, 확대와 변형이 자유로운 개방된 학습공간을 갖춘 학교, 개별화된 배움과 협력문제해결을 지원하는 구조를 갖춘 학교를 제시한다. 정말 구글 본사같은 그런 개방적이고 지원적인 구조를 갖춘 학교가 가까운 시일내에 꼭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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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3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새해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일이면 2019년이 시작됩니다.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18-12-31 22:30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을 좋은 이웃이 되어주셔서 제가 다 영광입니다. 좋은 새해를 맞이하시고 항상 알라딘은 밝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