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세상을 뒤흔든 사상 - 현대의 고전을 읽는다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평점 :
인류역사상 아무 사건 없었던 세기는 없었겠지만 20세기는 인류 역사의 한 변곡점으로 향후 여겨질 수 있을만큼 중요한 세기였다. 2차 산업혁명이 무르있고 3차 혁명이 태동했으며, 1,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패권국가와 세계질서가 여러 번 바뀌었다. 지배적인 경제패러다임도 여러 차례 바뀌었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이루어졌다.
책 '세상을 뒤흔든 사상'은 바로 이런 20세기의 중요한 사상을 다룬다. 방법은 그 사상을 이끌어나간 사상가의 대표저서의 내용을 다루는 식이다. 그리고 그 사상이 태동한 시대적 배경과 사상가의 다른 저서들, 또는 다른 관련 사상가의 저서를 다루고며 특이하게도 한국사회와의 관련성까지 살펴본다. 저자는 5개의 큰 줄기로 나누고 있으며 등장하는 저서는 총 40권이다.
문학과 역사
1. 1984 -조지오웰
2.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3.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드워드 팔머톰슨
4. 물질문명과 자본주의-페르낭 브로델
5. 근대 세계체제1-이매뉴엘 윌러스틴
6.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7. 상상의 공동체-베네딕트 엔더슨
철학과 자연과학
8. 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9.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10.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11. 그라마톨로지-자크 데리다
12. 정의론-롤즈
13. 사회생물학-에드워드 윌슨
14. 소유나 존재냐-에리히 프롬
15. 의사소통행위-위르겐 하버마스
정치와 경제
16. 이데올로기의 종언-대니얼 벨
17. 단절의 시대-피터 드러커
18. 그람시의 옥중수고-아토니오 그람시
19. 법, 입법 ,그리고 자유-하이에크
20. 경제민주주의-로버트 달
21.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22. 제3의 길-기든스
23.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24. 제4차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사회
25. 고독한 군중-데이비드 리즈먼
26. 감시와 처벌-푸코
27. 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28. 위험사회-울리히 벡
29. 정보시대-카스텔
30. 액체근대-지그문트 바우먼
31. 나 홀로 볼링-로버트 퍼트넘
문화, 여성, 환경, 지식인
32. 야생의 사고-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33.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34. 여성의 신비-베티 프리단
35. 미디어의 이해-마셜 맥루언
36.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37.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38. 지식인의 책무-촘스키
39. 총균쇠-제러드 다이아몬드
40.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이 중 읽은 것을 헤아려보니 고작 6권이었다.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저자와 책 제목도 많았다. 책은 이들의 사상을 간단히 다루는데 다 읽고서 든 전체적 느낌은 20세기를 지칭하는 핵심어는 구조와 탈중심인 것 같다는 것이다. 구조는 당대 사회와 인류 문명 발전에 자리잡은 기저원리나 작동원리를 찾는 것이고 탈중심은 기존의 중심인 산업화와 서구화, 이성중심주의, 주요계층(남성, 백인, 선진국사람들)으로부터 주체로서 독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구조를 찾은 책들로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근대 세계체제, 사회생물학, 과학 혁명의 구조, 야생의 사고, 총균쇠 등이 눈에 띄며 탈중심을 찾은 책들로는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장미의 이름, 상상의 공동체, 감시와 처벌, 액체근대, 위험사회, 침묵의 봄, 여성의 신비, 오래된 미래, 타인의 고통, 오리엔탈리즘 등이 보인다. 20세기의 사상이 이 두 핵심어로 자리잡은 이유가 뭔진 모르지만 이런 작업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을 엮은 저자는 이 모든 사상들이 한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말하고 관련 한국저자들의 논문이나 저서도 소개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에서는 이런 사상들이 돌아가며 시기를 달리하여 마치 유행처럼 큰 영향을 미쳐왔는데 유독 외환위기 이후 사상의 선풍적 유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원인으로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복합성이 커지면서 어느 한 이론이 압도적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웠다는 점과 지식 담론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이 낮아졌음을 지적한다.
특히, 우리사회는 한번 소비하거나 유행이 지나간 지식 담론에 과도하게 무관심한 경향이 있는데 과거 지식 담론이라도 아직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개념이나 사회현상을 다루고 문제해결을 하는데 유용한 과거 지식이라면 다시한번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