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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지리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이윤 역해 / 창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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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폴 크루그먼은 아시아 경제위기를 예측해 낸 것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무역에 있어서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리경제학을 제시해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시류가 상당히 지난 책인데 주요 참고문헌의 연도가 70-90년정도인 것만 봐도 그렇다. 하여튼 오래전에 이루어진 크루그먼의 3차례 강연내용을 묶어 낸것이 이 책으로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크루그먼의 이론에 대한 저자의 해설, 그리고 2-4장은 크루그먼의 3차례 강연내용 마지막 5장은 크루그먼이 제시한 내용들에 대한 경제학적 입증이다. 책 내용은 꽤 내게 어려운 편이었는데 특히 크루그먼의 강의 2-4장이 어려웠다. 강의내용을 그대로 담은 거라 글이 매끄럽지 못할 수도 있고, 번역이 문제일수도 있으며 내가 모자라서 일수도 있다. 책 내용이 나같은 일반인에겐 어려울수 있을 거란 역자의 위기감이 발동했는지 아니면 다소 부족해보이는 책의 볼륨을 보충할 의도였는지, 하여튼 역자는 1장에서 비교적 쉽게 이 학자의 이론을 설명했다. 내가 이책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인 부분은 사실상 이부분이다.

 크루그먼은 우선 전통경제학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한다. 아담스미스의 경제학에서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양자간에 한쪽이 생산품에 절대우위가 있으면 무역이 일어날수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상황에서는 그럼에도 무역이 일어났는데 이를 설명한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강국이 모든 생산품을 생산하는데 우위에 있어도 소국이 그나마 한 생산품을 생산하는데 이점이 있다면 강국은 소국에서 그 생산품을 수입하고 자신들의 남은 역량을 보다 우위가 강한 무역품을 생산하는데 쏟는게 이점이기 때문이다. 리카도는 생산성의 차이로 이런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을 제시했고, 핵셔오린은 노동과 자본상의 차이로 비교우위를 제시했지만 실상 내용은 같다.

 크루그먼은 바로 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비판한다. 리카도의 이론을 따르면 만약 두 나라가 만드는 모든 생산품에 있어 전혀 생산성의 차이가 없다면 무역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경우에도 실제로 무역을 발생하는데 크루그먼에 따르면 이것은 규모의 경제와 각 지역들에 분포한 노동력과 수요차이 때문이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란 수확체증의 법칙이다. 예로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우선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설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꼴랑 한대 만든다면 그 엄청한 공장비용과 스마트폰 한대의 재료비와 노동비가 드는 것이다. 이 경우 한대생산에 드는 비용은 엄청나다. 하지만 그 공장에서 생산을 지속해 거의 백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공장비용은 초기엔 많이 들지만 이후엔 거의 들지 않는 반면 스마트폰생산에 필요한 비용만 추가되 결국 스마트폰 한대의 생산비는 생산이 늘어날수록 평균적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규모의 경제인 것이다.

 크루그먼의 지리 경제학에서는 특정지역에 산업이 몰리는 지역특화가 중심 개념이다. 실제로 세계각국에는 이런 곳들이 즐비한데 미국의 경우는 오대호 연안과 캘리포니아 일대의 공업단지, 한국은 수도권과 영남지역이 그러하다.

 생산입지가 결정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쉽게 하기 위해서 우선 가, 나 두 지역을 가정한다. 가는 나보다 인구가 많아 수요가 많은 지역이며 나는 인구가 부족해 수요와 노동공급이 모두 약하다. 초기에는 운송비가 중요한데 운송비가 매우 비싼 경우에는 기업들이 운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가, 나 두 지역에 공장이 입지하게 된다. 하지만 운송비가 중간정도로 떨어져 감당이 가능하게 되면  공장들은 규모의 경제를 따라 가로 이동하게 되며 주변의 인구도 직장을 찾아 가로 몰려든다. 이로서 가의 집적된 생산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나는 쇠퇴한다. 거기에 가 도시가 발달하면 국가는 보다 큰 발전을 위해 가와 나를 연결하는 고속철이나 고속도로등의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는 수송비를 더욱 절감시켜 가의 발전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집적된 생산입지는 새로운 신 기술의 발달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쇠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구축된 생산설비의 이점과 모여든 인구와 풍부한 노동력으로 인한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책에는 한국의 영남지역의 발전도 예로든다. 사실 영남의 발전은 한국교과서에서 해외에서 자원수입의 최단경로, 그리고 수출의 최단경로로서 수송비절감을 발전의 큰 이유로 든다. 하지만 크루그먼의 이론에 의하면 초기 수도권을 제외한다면 전라권과 영남권은 인구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영남지역이 일본 미국과는 아주조금더 가깝지만 유럽이나 중동, 동남아와는 전라권이 더 가깝다. 그리고 그렇다하더라도 이 작은 나라에 인접한 두 도에서 수송비차이가 얼마나 날까?

  그럼에도 영남권이 발전하고 그것이 더욱 고착화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일제는 남한 지역에 농업을 중시하면서도 일본 내지와 가까운 영남권을 산업단지로 개발하였는데 그것은 일본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해방후 일본이 구축한 인프라가 영남권에 그대로 남아 남한 정부가 이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자연스레 영남이 발전하게 된것이다. 거기에 산업시대 독재정권들의 영남선호현상이 겹쳐지면서 영남은 더욱 발전하게 전라권은 쇠퇴하고 인구가 유출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KTX만 해도 영남권은 2005년경에 개통한 반면 호남권은 10년후에나 개통이 된다.

 책은 전체적으로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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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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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게 되어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니 오래전에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봤던 생각이 났다. 그때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를 크리스찬 베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비고 모텐슨이었다. 반지의 제왕 아라곤. 둘을 헛갈리다니 사람의 기억은 참. 어쨌든 소설을 다시 봤는데 책 내용이 짧은지라 영화로 거의 책 내용을 그대로 담아낸듯 했다.

 끝까지 이름이 나오는 남자는 그냥 미국의 평범한 남편이었다. 아내를 두고 있었고, 아내는 임신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커튼으로 집의 창을 모두 가린채로 바깥의 지옥을 보게 된다. 지옥이 뭔지는 나오지 않는데 핵전쟁일수도, 소행성이 떨어진 것일수도, 미국이 자랑하는 옐로스톤 공원정도의 대분화가 일어난 것일수도 있다. 셋중 하나일 것 같은 이유는 전세계가 온통 불탔고, 살아남은 사람들 전체가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정도로 대기질이 좋지 않고, 하늘이 먼지로 뒤덮였다는 묘사가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하여튼 부부의 집은 무사했고, 아내는 이 지옥속에 아이를 낳는다. 남편은 커튼을 항상 가린채로 아내와 불안하게 살아간다. 바깥은 이제 인간의 지옥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곧 식량 부족에 당면했고, 인간의 야만성이 다시 도래했다. 한층은 여전히 문명에 젖어 살아남은 생존자들, 한층은 종교에 귀의해 집단 자살을 하거나 무모한 선택을 한 이들, 다른 한층은 폭력을 일삼으로 다른 이들을 약탈하고 심지어 식량으로까지 삼는 식인종들이다.

 아내는 이런 지옥을 견디지 못했다. 끝까지 만류하는 남편을 물리치고,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며 바깥으로 나아갔다. 아내가 자살을 했을지,아니면 이 지옥속에서 식인종에게 당했을지는 모른다. 집도 위험해졌는지 남자는 아들과 집을 나서 방황한다. 집은 아마도 북미대륙의 꽤 북쪽에 있었던 듯 하다. 사방이 추웠고, 그래서 남자는 해안선을 따라 아들과 남쪽을 향한다. 목적지는 없다. 가진 지도에 의존해 그져 남쪽이라면 뭔가 있을거라는 희망뿐이다.

 남자가 가진 것은 마트의 카트와 그안에 싫은 통조림들과 물, 라이터, 방수포, 약간의 가솔린, 그리고 겨우 두발 남은 리볼버 권총한자루다. 책 제목처럼 그들은 길을 따라 남하한다. 하지만 길은 길을 편하게 가게 해주면서도 불안하다. 약탈의 시대에 다른 사람들도 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길을 이용하기도 피하기도 하면서 계속 나아간다.

 가는 와중에 빈집이나 건물에서 식량을 보충하고, 그게 실패하면 며칠을 굶어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한번은 오래 굶은 그럴듯한 집에 들어갔는데, 그 집의 한 창고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들어가는 것을 만류하고 들어간 아버지가 본 것은 식인종들에게 붙잡혀 갇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식량이었다. 남자는 경악하지만 그들을 돕지 못한다. 자기 자신과 아들 하나를 지키는 것이 급급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운이 좋기도 했다. 이런 지옥의 날을 대비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저택의 벙커를 찾아내어 아들과 모처럼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히터를 켜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며 만찬을 즐겼다. 마냥 그곳에 있고 싶었지만 저택은 너무나도 노출되어 있었다. 남자는 안전을 위해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면서 길잃은 노인을 만나기도 하고, 죽어가는 이를 만나기도 했으며, 한 아이를 만났고, 자신들의 카트를 훔친 도둑을 만나기도 했다. 남자는 아이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들 모두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옥속에서 태어났음에도 마냥 착하기만 한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야속해한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던 아버지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부자를 노린 누군가 남자에게 화살을 쏘았고, 남자는 바로 응전했지만 한발을 허벅지에 맞는다. 가진 약품으로 소독하고 치료하며, 직접 외상을 꽤매기도 한다. 삶이 늘 고통인지 남자는 이런 수술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위기는 넘어섰지만 워낙 쇠약해진 나머지 남자는 며칠을 버티다 결국 죽는다. 아들은 이런 아버지를 두고 가지 못하지만 다행히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순교자들도, 식인종도 아닌 아직 문명을 간직한 남자였다. 아이는 그 남자를 따라간다.

 아이가 새로운 남자와 남쪽을 갔는지 거기서 무엇을 보았을지는 나오지 않는다. 어찌보면 아이는 홀로 끝까지 문명을 간직했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이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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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리커버 특별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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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알랭 드 보통을 만든 그의 사랑시리즈 3부작중 하나다. 작년에 최근작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고 올해 리커버판으로 나온 이것을 샀다. 낭만적 연애와 그후의 일상이 이미 50대가 되어 결혼의 온갖 맛을 알아버린 보통이 쓴 것이라면 이 책은 아직 20대 정도의 나이에 쓴 것이다. 책 내용에서도 세월이 느껴진다. 워크맨이 등장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자동차 공장 몇개를 정리해서 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는가 그 나라전체를 먹여살린거란 말도 나온다.(2018년인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 영국간의 경제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

 보통의 책 답게 연애와 관련한 날카로운 심리묘사나 재밌는 그림이나 도식으로 표현하는 사랑과 연애관계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그리고 볼때마다 그의 연애 소설은 내가 심리책을 보는 것인지 소설책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약간 가벼운 철학책을 보는 것인지 헛갈리게 하는 맛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보통은 남자임에도 상당히 여성중심의 서술을 한다. 작가를 모르고 본다면 여성작가의 책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사랑일까에도 결핍되고 사랑에 굶주린 두 남녀가 나온다. 서로 결핍되고 굶주렸으며 성까지 다르니 그들은 당연히 끌릴 수 밖에 없다. 여자 주인공은 앨리스다. 가정환경은 불우했다. 물질적으론 나쁘지 않았고, 사업가인 아버지를 둔 덕에 국제경험이 매우 풍부하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워낙 국제적으로 크다보니 민족성이나 국적이 주는 느낌 같은 것이 부족하다. 거기에 이기적이고 자녀에 관심이 없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안정적이고 지탱해주는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왔고,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제 겨우 24세에 불과하다.

 남자는 에릭이다. 잘생기고 몸도 좋은 편이며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은행에서 일하는 이유도 자못 놀라운데 공부를 잘해 의사가 되었지만 의사란 직업이 주는 돈벌이가 본인의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하긴 영국은 의료가 공공서비스이니 그럴지도.) 나이는 31세이며 많은 형제와 함께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상당히 말이 재치있고, 유머가 있으나 은행가라서 그런지 경쟁적 사회를 선호하는 편이며 사회적 약자의 경우 무능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둘은 한 파티에서 만난다. 앨리스는 특유의 의존적 성격으로 자신의 연애공백기가 계속되는 것에 적지 않은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그 자리로 에릭이 훅 치고 들어온다. 굳이 그런게 아니어도 에릭은 충분히 매력적이어서 조금 튕겼던 앨리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그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깨어나서 둘은 연애란걸 조심스레 시작한다. [서양의 일단 자고 연애를 시작하는 이런 문화는 좀처럼 적응이 안된다. 한국도 성관계가 보다 빨리졌지만 여전히 성관계는 연애 이후에 일어나는 편이다.]

 둘은 상당한 성격차이를 보이는데 앨리스는 정치적으로 좌파적이고 문학을 비롯한 책읽기를 좋아하고 다소 내성적이고 의존적인 반면, 에릭은 우파에 가깝고 책을 굳이 읽는다면 '코만도'나 군사관련 책을 읽으며 매우 외향적이고 내적인 대화들을 쓰잘데 없다고 여기는 편이다. 이런 서로의 차이는 초기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피로도가 점차 쌓여간다.

 불만은 앨리스에게서 시작되고 커져나간다. 모든 일상이 앨리스보다는 에릭 중심으로 진행되며 에릭은 앨리스의 독특한 부분은 낮게 치부한다. 책을 좋아하는 것을 폄하하고, 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은 쓸데없는 분쟁으로 여기며, 골동품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앨리스는 에릭에게 의존하며 그의 이런 면들을 그져 억지로 이해하고 사랑으로 생각하고 덮어나가지만 슬슬 한계상황이 다가온다.

 그리고 뭐가 문제인지 알게하는 남자가 나타나니 바로 필립이다. 골동품을 사러가는 것을 거부한 에릭덕에 친구 수지덕에 앨리스는 필립과 골동품가게를 가게 된다. 둘은 취향이 잘 맞았고, 필립과 이야기하면 앨리스는 자신감이 살아나고 진정 자기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앨리스는 에릭에게 점차 불만을 드러내고 에릭은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맞춰나가지만 앨리스의 이별통보를 피하지 못한다. 에릭은 거의 처음으로 사랑을 앨리스에게 말하나 모든 것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이렇게 앨리스는 자신을 알아주는 필립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낭만적 연애와 그후의 일상이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해준다면 이 책은 보다 어렸을 적 20대의 연애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기분이 들어 재밌다.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낭만적 연애쪽이 보다 완성도가 높고 짜임새가 있지만 같은 작가가 훨씬더 나이가 들어서 쓴 책이니 이렇게 비교하는 건 공정치 못하단 느낌이다.

 사랑에 관련한 보통의 다른 두 초기작도 보고 싶어졌다. 사랑과 연애과정, 결혼을 다루는 보통의 솜씨는 상당하다. 지금까지 본 두 책만 본다면 일종의 공식도 느껴지는데 서로 성장배경과, 유전인자부터 제법 많이 다른 두 남녀가 등장해, 서로의 다름과 비슷함으로 사랑에 빠지지만 그 다름과 비슷함으로 위기에 빠지며 그런 그들에게 다른 매력적인 남여가 등장해 다른 전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재밌는 비유와 표현과 철학자들, 일종의 비유적 공식으로 재밌게 버무리는게 보통의 작품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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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이 시작되다 - 행복을 위한 혁신
김진희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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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미래교육에 관해 여러 전문가들이 견해를 제시한 책이라는 점이고 모순되게도 이 점이 단점이기도 했다. 각 분야의 여러 교육 전문가들이 해당분야의 고견을 제시하니 깨닫고 공감하며 얻는바가 많았던 반면, 큰 틀에서는 공감하는 기저들이 비슷하다보니 중언부언되는 느낌도 책 후반부로 갈수록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배운 책이었고, 일독의 가치가 있었다. 특히, 교사의 경우, 초등은 초등만, 중등은 중등의 문제점만 당연히 파악하게 알게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 소득이었다.

 미래 교육에 관한 책인 만큼 미래과학기술의 변화와 교육을 접목한 부분이 우선 눈에 띄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다루는데 사물인터넷은 센서와 인터넷의 만남이며 스스로 센서가 정보를 수집하므로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이걸 해석하는 것이 빅데이터다. 이 신기술이 교육과 접목되는 부분은 이미 100년전부터 듀이가 주창한 일상생활에서의 문제해결이라는 참교육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은 실생활의 문제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게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교사가 과학부분이나 사회부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과제로 제시한다면 현재나 과거엔 이를 학생이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것은 데이터의 해석능력도 있지만 데이터 자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령 사회시간에 교사가 우리 고장의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조사하고 주제를 찾아 발표하게 한다면 학생은 우선 데이터 수집자체에서 큰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어 이런 정보가 실시간 수집되고 공유된다면 문제는 간단해지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생의 모든 자료가 빅데이터로 모이게 되고 이 정보를 분석해 학생개개인에 맞는 학습자료나 방법을 제시하고 진로교육에도 활용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는 빅데이터 도입초기부터 왜 이것을 우리나라 학생의 각 교과별 학습데이터를 수집해 평균적 수준을 파악하고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기초자료로 사용하지 않는지가 의문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간 주제는 미래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이미 한번 바람이 불고 그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책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미래 온라인 교육은 중등에서 자유학기제와 연동가능하다. 현재 자유학기에서는 교사에 의한 수업도 상당부분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자체가 학생들의 창의적 수업 경험에 시수로 낭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거꾸로 수업처럼 온라인 교육으로 교육과정내 지식을 미리 전달하고 충분한 시수로 제대로 자유학기를 더욱 내실있게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교사 개개인이 ucc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가장 지식체계가 훌륭한다고 여겨지는 교과서 집필진이 ucc를 만들며, 학생에게 ucc를 시청하게 하고 수업부담도 덜어줄겸 이 시청시간은 과감히 시수로 인정한다. 그리고 교사는 프로젝트 학습의 설계자로 학생의 스스로 학습을지원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심이 간 부분은 돌봄교실이다. 돌봄교실은 초등에서만 운영하는 것으로 이미 사업이 10년이 넘었음에도 초등 방과후 사업과 더불어 법적근거조차 없이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사업이다. 초등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불만이 상당한데, 교육이 본질인 학교에 방과후와 돌봄사업이 학생수 감소로 학교유휴교실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초등의 인력과 교사 및 역량을 동원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력을 감소시키는 문제로 다소의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다.

 이런점 이외에도 돌봄은 그 자체로 문제다. 우선 정부가 유권자인 학부모를 의식하고 벌인 사업이다보니 학부모의 요구만 반영되고 가장 큰 수혜자인 학습자들이 없다는 점이다. 돌봄교실에 수용되는 저학년 아이들은 한창 놀면서 자랄 시기이나 돌봄교실은 최대인원을 확보함으로써 좁은 실내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안전이 사회적으로 강조되면서 지나치게 사업이 아이들의 안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책은 돌봄사업의 경우 예산을 이유로 초등교실을 사용하되 지자체가 시설을 사용만하고 안전과 학생의 관리 및 전반의 책무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학부모와 안전에 치중하기 보다는 보다 수용학생들이 즐거운 삶을 가질수 있도록 프로그램 전반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책은 평생교육과, 중등 자유학년제, 미래 플랫폼으로서의 학교역할,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양성과정의 개편 필요성, 암기형 평가의 문제점 등 교육계 현안의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고 미래지향적 해결방안을 보여준다. 교육학책중 모처럼 본 가치있는 책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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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식량 - 인류는 자연환경의 위기에 맞서 어떻게 번성하는가
루스 디프리스 지음, 정서진 옮김 / 눌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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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오늘날에 이르기를 설명한 책은 제법 많다. 관심이 가는 주제로 여러 책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손이 가는게 이 주제다. 정말 여러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고 다들 흥미롭기 때문이며 인간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 이 책은 식량확보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발전사를 설명한다. 결국 사람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농업이나 채집수렵업에 종사하지 않고 사회발전을 이끄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는 여분의 식량이란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판 책 제목은 '문명과 식량'이 되겠다.

 이런 식량 확보라는 측면에서 책은 매우 간단한 공식을 제공한다. 우선 사람이 식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내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이어서 곧 여러가지 문제로 성장한계인 도끼가 들이친다. 하지만 인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른 톱니바퀴로 새로운 성장축을 발견하며 발전해 왔다는 식이다. 즉, 톱니바퀴-도끼-새로운 성장축 의 무한 반복인 셈이다. 이런 무한 반복은 얼핏 낙관론에 빠져 인류가 영원히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글쓴이는 이런 비판을 우려해서인지 초반부터 이 책이 낙관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류가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과거 사회로의 회귀를 많이 바라는 비관론과도 무관함을 밝힌다.

 

1. 생명의 전제조건들

 책은 시작하면서 기대와는 다르게 우주속에서 지구라는 행성이 갖고 있는 특별한 조건을 언급하며 나아간다. 인간이 생겨나고 식량확보가 가능했던 전제조건을 다루는 것이다. 지구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우선 생명체가 생존이 가능한 황금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단점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금성과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 불가능하다. 태양과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한 관계로 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금성엔 물이 있지만 행성자체가 너무 뜨거워 수증기의 형태로만 존재하며 강력한 온실가스로 표면온도가 엄청나며 대기압과 산성의 지옥행성이다. 화성은 다소 멀리 떨어진 위치와 지구에 비해 매우 작은 중력으로 인해 대기를 지킬수 없었으며 물도 남아있지 못했다. 물론 지구외의 다른 행성에서는 물 이외에 다른 물질이 생명의 매개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으론 일단 물이 중요하다.

 거기에 지구는 몇가지 중요한 특징이 더 있다. 바로 달이다. 달은 초기 지구가 화성정도 크기의 거대 소혹성과 충돌하면서 생길걸로 추정된다. 당시엔 참사도 이런 참사가 없었겠지만 달은 지구에 큰 선물을 남겼다. 우선 달자체가 지구의 중력 영향을 많이 받지만 본인도 지구 중력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리지 않는 역할을 해준다. 지구의 자전축은 기울어져 있는데 이로 인해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다르고 같은 지역에서도 계절의 차이가 생겨 그 지역이 무한히 차가워지거나 데워지는걸 방지한다. 이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게해 어느 지역에서든 생명체가 발붙일 조건을 제공한다.

 우리에게 지진과 화산을 선물하는 판구조도 중요한 조건이다. 지진과 화산은 그 지역에 위치한 생명체에겐 재앙이지만 장기적 관점과 다른 지역에서 볼때는 중요한 행사다. 지구는 내부의 맨틀대류로 판이 움직이는데 이들이 솟구치거나 함몰하면서 지구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물질들이 순환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지구가 같고 있는 하나의 닫히 세계로서 완벽한 재순환 구조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재순환속도는 지질학적 시간에 가까우며 보다 단기적으로 식량이 필요한 생명체들에게는 하나의 축복이자 재순환에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지구는 외핵의 금속이 강하게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자기장 효과로 태양풍으로부터 보호 받으며 여타의 조건으로 호기성 생물체가 만들어낸 오존에 의해서도 보호받는다. 생명체에게 잔혹한 우주에서 이런 모든 조건은 정말 완벽하다 말할 정도이며 심지어 상당히 인위적인 느낌마저 들게한다. 이런 조건이니 인류원리가 등장한것도 매우 당연하다 할 수 있다.

 

2. 식량 확보를 위한 소통전략들

생명체가 생존하고 보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양한 소통전략들이 필요했다. 가장 처음 개발한 방법은 DNA다. 이는 저장된 유전 정보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시스템으로 특정환경에 자동적으로 적응하는 훌륭한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특정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 될때만 성공적이었으며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했다. 생명은 곧 다른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니 그것이 학습전략이다.

 학습전략은 크게 세가지로 시행착오를 통한 개별학습, 사회적 학습, 누적 학습이다. 개별학습은 대개의 생명체가 보이는 전략으로 개체하나하나에겐 의미가 있으니 집단으로 공헌하는 바가 없으며 개체 역시 집단으로부터 누리는 혜택이 없다. 사회적 학습은 한 개체게 습득한 학습이 사회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일본의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기 시작하져 삽시간에 번져나간게 예이다. 이는 새로운 생각이  빨리 퍼져나간다는 장점이 있으나 만약 그 전략이 잘못된 것이라면 큰 손실이 온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은 누적학습이다. 이는 인간만이 보이는 특징적 학습전략으로 학습이 대물림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언어나 사회성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며 세대를 거쳐 전략이 누적되므로 기술이 개선 변형하고 개선된다.

 누적학습으로 형성된 것은 바로 문화라고 할 수 있으며 도킨스가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한 장을 할애해 밈을 주창한 것처럼 유전자 수준이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강력하다. 문화는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유전자 역시 문화를 변형시킨다.

 

3. 첫번째 톱니바퀴 '농업'

농업이전까지 인류는 분명 다른 생명체보다는 훨씬 탁월한 식량확보 전략을 갖고 있긴 했으나 더 나을 뿐 같은 차원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농업이라는 톱니바퀴를 굴림으로써 인간은 다른 차원의 식량확보 능력을 갖추게 된다. 농업이 시작된 계기는 여러가지를 꼽지만 당시 기후가 비교적 안정적인 충적세의 시작과 일치한다는게 대개의 견해다. 기후가 급변했다면 인류는 농업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개선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농사의 시작으로 인간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며 한곳에 정착하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도 대처했다. 하지만 하라리가 지적한 것처럼 농경은 인간에게 엄청난 불행도 가져왔다. 사회가 계층화되어 수탈이 시작되었고, 뭉쳐있다보니 집단감염병이 발병하고, 식단이 단순하고 총량은 늘었지만 개개인의 식사량은 줄어 영양실조가 보편화되었다.

 이런 농업에 도끼가 날아드니 바로 토양의 영양부족이다. 정착사회는 수렵채집과 다르게 한곳에 머무르므로 자연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토양엔 지력이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게 그것이다.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이 필수적인데 이들의 자연계에 풍부함에도 토양으로 재순환해 돌아오는 시간이 매우 늦다. 이런 주기의 불일치성(자연의 재순환과 식량의 재순환)은 농업이라는 톱니바퀴에 도끼로 다가오고 인간은 새로운 성장축을 찾게 된다.

 

4. 두번째 톱니바퀴 화전과 새로운 농법들

 질소와 인의 재순환을 놓이기 위해 고안된 첫번째 방법은 화전이다. 남은 농작물이나 주변의 나무는 인간에게는 식량이 되지 못하는 것이지만 내부에 많은 질소와 인을 품고 있다. 이를 태워서 비료로 사용하면 질소와 인의 재순환속도를 높여 어느정도 지속적 농법이 가능했다. 도시화 이전에도 유럽지역과 아시아의 울창한 삼림이 이미 도륙난것은 이 때문이다.

 퇴비 역시 중요했다. 인간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남은 배설물에는 영양분이 60%이상 남아있으므로 그 자체로 훌륭한 비료가 된다. 고대 중국은 이 부분에서 하나의 완벽한 예였다. 그들은 뛰어난 관개시설을 구축하고 작물마다 다른 종료의 퇴비를 주었으며 이런 완벽성은 수천년간 수천만의 사람을 부양하는것을 가능케했다. 거기에 농경에 필요하며 단백질 공급을 제한할 목적으로 육식을 금기하는 문화도 발전시켰다.

 농업방법도 느린 자연적 재순환의 단점을 보완했다. 돌려짓기가 그것이다. 유럽인 이포식, 삼포식, 사포식으로 돌려짓기가 발전해갔다. 이포식은 반은 농경, 반은 휴경이 번갈아 지속되는 것이며 삼포식은 보다 발전에 하나는 농경, 하나는 콩과식물, 하나는 가축의 먹이가 되는 풀을 재배하는 것이었다. 콩과식물로 지력을 회복하고, 풀로 가축을 사육해 가축의 노동력을 농경에 활용하고 인간의 먹지 못하는 풀의 질소와 인을 섭취가능한 육류로 전환하는 방법이었다.

 사포식은 영국의 노퍽에서 시작 된것으로 이른바 농업혁명이라 불린다. 글자그대로 농경지를 4부분으로 나누어 밀, 순무, 보리, 토끼풀의 순서로 돌려짓는 것이다. 밀과 보리는 인간의 식량이 되며 순무를 가축의 먹이가, 토끼풀의 가축의 먹이이자 지력회복을 도왔다. 이는 보다 많은 잉여농산물을 가능케 해 산업혁명과 맞물려 도시노동자를 위한 많은 식량을 제공했다.

 이런 농법에도 불구하고 19세기까지 여전히 인간은 기아의 위협에 직면해있었고 다른 최상위 포포식 개체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이긴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인구가 5억정도에 불과했다. 거기에 또 다른 성장한계 도끼가 날아드니 바로 상하수시설의 구축이다.

 유럽지역에서는 도시 인구가 늘어나며 도시엔 인분이 넘쳐나고 농촌은 모자라는 불균형이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서의 인분이 농촌으로 흘러들어가 재순환되는 구조가 끊기게 된다. 반면 도시 지역인 인분을 무분별하게 강으로 방류하며 전염병과 위생상태가 매우 열악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수 시설을 구축한다. 오늘날의 수세식 화장실의 시작인 셈이다. 도시는 개끗해지고 전염병도 막았지만 질소와 인의 재순환이 깨어지며 강과 바다에는 부영양화라는 오염이 시작되었다.

 

5. 세번째 성장축 '비료'

산업혁명으로 도시 인구가 늘어나고 전체 인구도 불어나자 인류는 다시 한번 도끼를 맞는다. 하지만 남미지역에서 발견한 구아노와 초석이 이를 단기적으로 해결한다. 수백만년간 새의 똥으로 거대한 층이 쌓인 이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새똥이 매우 잘 보존되었다. 이런 구아노와 초석을 이용해 비료가 생산되었으며  이 지역의 경제성으로 스페인 남미연합 전쟁, 그리고 볼리비아 페루 대 칠레전쟁이 일어난다. 구아노와 초석은 몇십년간 전세계를 먹여살리나 곧 고갈된다.

 그래서 인류는 화학비료를 개발하게 된다. 우선 질소인데 질소는 대기의 80%가까이 차지할만큼 흔하지만 그 흔함은 강력한 결합때문에 가능하다. 이 강한 결합으로 단백질의 근원인 질소를 고정시키는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으나 인류는 이것을 해결한다. 한편 인은 질소만큼 자연계에 흔하지 않다. 동식물의 인은 해저로 흘러들어가 지층에서 암석화되고 이게 화산폭발이나 판운동으로 다시 육상으로 올라와 재순환되는데 인류는 이것을 이용하며 지하에서 인덩어리인 인회석을 캐기 시작했다. 양은 상당히 많았지만 질소만큼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인의 확보 방안은 안타깝게도 아직 이 수준에 머무른다.

 이런 방식은 커다란 두가지 변화를 불러온다. 하나는 화석연료의 사용이다. 질소와 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계의 동력이 요구되었고, 이는 농업에 있어 화석연료 사용의 시작을 의미했다. 사실상 인간이 동식물 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의 에너지로 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러다임의 근본 전환이기도 했다. 과거 동식물 에너지에 의존할때는 인간이 식량 확보를 위해 들인 에너지보다 식량을 통해 얻은 에너지 반드시 많아야 했다. 그래야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식량화복에 이용하기 시작한 후, 식량의 양자체는 수십배로 늘어났지만 에너지 소모는 그 이상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식량확보에 들이는 에너지가 더 많으면서도 번영하는 기묘한 적자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지금의 저가음식이 실제로 비싼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곧 도끼는 다시 찾아온다. 바로 병해충이다.

 

6. 네번째 성장축 DDT와 품종개량

화석연료에 의한 대규모 경작은 엄청난 생산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품종이 밭에서 단일하고 유전자마저 동일한 경우가 많아 병해충에 매우 취약했다. 실제로 우리는 하나의 바나나품종을 읽었으며 다른 많은 과일과 경작물도 위기상태다. 이런 병해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게 살충제이고 그 대표작이 DDT다. DDT의 사용으로 많은 해충을 제거하였고 말라리아등 많은 질병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진화의 원리상 내성을 갖춘 개체가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살충제는 곧 위력이 크게 반감한다. 거기에 부작용도 있었다.

 레이첼 카슨이 밝힌 것처럼 DDT는 다른 생명체를 죽이기 시작했다. 이는 생물농축때문인데 DDT는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농작물에 오래도록 머무를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비수용성으로 개발되고 지방에 녹는 지용성으로 개발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생물이 지방을 갖고 있다보니 DDT를 흡수하면 체내지방에 그대로 농축된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DDT를 살포한 지역의 다른 생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으며 강이나 바다. 대기등으로 퍼져 농산물과 전혀 무관한 극지방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역시 더욱 무관한 에스키모의 혈중에서 고농도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DDT에 대한 찬반논란끝에 대부분의 선진지역에서는 살포가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잔류물은 남아 있는 형국이며 열대지역의 개발도상국의 경우 말라리아에 대한 대비로 아직도 살포가 허용되고 있는 상태다.

 품종개량도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되어주었다. 농업혁명에 이어 유전자 조작과 전통적 품종개량을 통한 새로운 작물이 등장했다. 이들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주었으며 주요작물인 밀과, 쌀, 옥수수, 콩등의 작물에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벼같은 것이다. 하지만 녹색혁명은 역시 많은 문제를 낳았는데 다수의 물이 필요하다보니 건조지역에서는 지나친 관개로 호수가 말라버리거나 지하수층고갈의 문제를 낳았으며, 품종을 대규모 농산기업에 의존하다보니 경제적으로 농민이 그들에게 예속되고, 현지작물에 적합한 다양한 토착 품종이 절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7. 다시 등장하는 도끼들

살충제와 새로운 품종, 화석연료와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지금의 농업은 새로운 도끼들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과 가축의 사육으로 대규모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있으며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거기서 나온 아산화질소가 역시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농업에 과다한 물을 사용함으로써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공급을 능가하는 사용으로 물의 재순환이 깨어져나간 상태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부영영화등의 환경오염으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전멸하고 있어 환경적으로도 위기 상태이다.

 반면 사실상 생산을 위한 에너지의 과다사용으로 사실상 비싸지만 역사상 표면적으로는 가장 가격이 싸고 질이 낮은 음식으로 정작 인간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책은 이러한 문제들에도 결국 우리가 새로운 성장축을 찾고 번영할수 있을 거라고 보는 편이다.(이런면에서 이 책은 낙관적이고, 사실 나도 비관론에 관심이 많은 낙관론자다.) 다만 이런 번영을 위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도끼들이 충분히 신경을 쓰고 대처해야나간다는 다소 뻔한 주장을 한다. 전체적으로 책은 매우 읽기 쉽고 재밌으며 인류전체와 현대의 문제를 살피는 재미가 있다. 이런 책을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이런류의 책이 생소한 사람에겐 제법 많은 독서의 기쁨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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