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 생태학의 관점에서
폴 콜린보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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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표지도 산뜻하고, 얇아보인다. 덥고 힘들때 가볍게 읽기에 좋아보였다. 주제도 흥미롭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좀체 진도란게 나가질 않았다. 집중해서 시간이 날때 읽어야 하는 책같았지만 흥미롭고 어려워 계속 읽고 말았다.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이유다. 그래도 생태학과 우리가 사는 세계,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조금더 이해의 폭을 넓힐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책의 출간 연도는 이기적 유전자와 비슷한 무려 1978년이다. 하지만 명작이 다 그렇듯. 과학책임에도 시대의 뒤떨어짐을 전혀 느낄수 없었다.

 이 책에는 몇가지 기본 전제가 있다. 우선 생명체들은 다윈주의에 따라 최대한 많은 수의 후손을 남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은 생명체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종의 총 개체수는 결국 그 지역의 수용력이 달렸다는 점이다. 생쥐가 새끼를 100마리 낳아도 해당 지역의 수용력이 5마리라면 결국 살아남는건 다섯마리란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쥐가 새끼를 두마리만 남는다면 3마리의 자리는 다른 개체의 후손에게 돌아가게 되니 어쨌든 생쥐는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적합한 개체란 제한된 생태적 지위 가운데 하나를 성공적으로 차지하는 존재이며, 적합성은 향후 자녀들이 얼마나 많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럼 하나씩 논지를 따라가보겠다.

 

1.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자연계에서 먹이사슬을 한단계 한단계 오를때마다 동물의 크기는 대충 10배정도 커진다. 그래야 포식을 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상위 포식동물이 가장커야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포식자인 육식동물보다 훨씬 큰 초식동물도 많기 때문이다. 코끼리만 봐도 그렇다. 포식동물이 더 작을 수 있는 건, 무리짓기 사냥으로 가능하다. 늑대나 사자처럼 여럿이 힘을 합쳐 자기의 크기에 육박하거나 더 큰 동물도 사냥이 가능한 것이다.

 포식동물의 크기를 제한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에너지 효율이다. 식물은 고작 평균2%의 효율로 태양에너지를 당으로 전환하다. 그리고 이를 먹는 녀석들은 단계를 거칠때마다 겨우 10%의 효율을 보인다. 먹이사슬 단계가 늘어날수록 위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극히 적어지는 것이다. 이는 포식동물이 먹은 에너지를 자신의 번식과 생존 및 활동에 상당부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덩치를 크게 하는 포식동물도 있다. 바로 고래다. 고래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여러단계를 거치지 않고 1차 소비 동물을 먹는다. 이 경우 에너지 효율을 엄청나게 높일 수있지만 적은 칼로리를 가진 녀석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 이점을 상쇄시킨다. 호랑이가 에너지 효율 높이자고 멧돼지가 아닌 메뚜기를 하나하나 사냥한다고 해보자. 손해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고래는 제자리에서 대량의 물을 삼키고 물만 걸러내고 이녀석들을 먹는 매우 게으른 방법이로 이를 만회한다. 그래서 그렇게 큰 덩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먹이 사슬 단계를 지날때마다의 에너지 감소와 무리사냥 등이 크고 사나운 동물을 적게 만드는 이유다.

 

2.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 ???

 우리는 흔히 강이나 호수 바다가 파랗고 청명해 보이는 것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그런 류의 것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기에 유독 부럽기까지 하다. 유럽이나 동남아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이 파랗다는 것은 영양분이 적고 생명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파랗기 위해서는 햇빛이 물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파장이 긴 가시광선의 색들을 흡수되고 가장 짧은 푸른 계열의 빛이 바닥에 도달해 반사된다. 그래서 바다가 푸른색인 것이다. 하지만 물안에 생명이 가득하고 녹색의 식물이 많다면 물은 갈색이나 녹색계열을 띠게되며 다양한 화학작용으로 냄새도 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물의 형태인 것이다.

 그런데 파란호수나 강에도 생명은 살아간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 푸르른 유럽의 호수들은 대개 빙하호의 흔적인 경우가 많다. 겨우내 얼었던 호수가 녹으며 호수는 위아래가 뒤섞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물에 유입된다. 하지만 봄에 기온이 오르며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층부와 기온이 여전히 낮은 하층부로 분리된다. 물고기는 바로 이 하층부에 산다. 하층부는 한때 유입된 산소가 유입되어 있고, 적게나가 영양분이 바닥에 있어 작은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파란호수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처럼 녹색이나 갈색의 부영양호로 바뀌게 된다. 세월이 지나며 퇴적작용으로 바닥이 높아지게 되고 먼저 하층부가 사라지게 된다. 영양분을 오랜세월 묶어두던 하층부는 기온이 높은 상층부와 만나게 되면서 화학작용이 활발해지게 되고 생명체가 들끓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깊은 호수는 빈영양호에서 부영양호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바다다. 우리는 흔히 바다를 제2의 식량창고로 생각하고 있으며 워낙 넓기에 생명체가 가득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육지와 맞닿아 있지 않은 대부분의 바다는 매우 푸르며 이는 곧 영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다의 식물조직은 연간 약 920억t 정도를 생산한다고 추정하는데 비해 육지는 무려 2720억t에 달한다. 식물량이 동물량도 결정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먹을 거리는 우리의 통념에 비해 바다보다는 육지에 훨씬 풍부하다. 이는 영양물질들이 육지는 식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분포하는데 비해 바다는 육지 인근이나 해저 심해류가 용승하는 지역이 아니면 그렇지 못하다는 점과 관계한다. 또한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에너지가 육지의 경우 이렇다할 장애물 없이 도달하는 반면 바다에는 물로 인해 상당부분 흡수된다는 점 때문으로 생각된다.

 결국 바다는 영양의 보고가 아니라 사막에 가까운 존재였던 셈이다.

 

3. 종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

 종은 3가지 이유로 다양해진다. 우선 지역적 차이에 따른 분기다. 같은 종이었던 녀석이 개체수가 늘어나며 퍼지면서 다른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세월이 오래지나 점차 다른 형질이 적합성을 띠게 되고 더 오래되면 아예 다른 종이 된다. 책은 이걸 형질 분기라고 한다.

 다음은 형질치환이다. 서로 다른 종들이 형질 분기로 퍼지다 보면 결국 같은 지역을 두고 다투게 된다. 하지만 지역의 생물 수용성은 한계가 있기에 경쟁이 이루어지게 되며 서로 비슷하여 비슷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생물종들은 극히 불리해진다. 평생을 두고 경쟁을 해야하기에 번식에 쏟을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며 이는 적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는 같은 지역에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종들이 살아남게 된다. 이로 인해 종들은 극단적으로 분화하게 되고 이를 형질치환이라 한다.

 마지막은 사냥방법과 피하는 방법간의 군비경쟁이다. 육식동물은 사냥을 위해 최고의 전략과 무기등을 개발해 나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이겠지만 먹히는 초식동물들 역시 덩치를 키우고 무리를 짓는등 막강한 군비경쟁을 시행한다. 실제로 먹히는 대부분의 초식동물들은 어리거나 늙고 병든개체이며 대부분의 성년개체들은 육식동물의 공격을 압도하거나 피할수 있다. 이런 군비경쟁으로 종은 더욱 다양하게 분화한다.

 이 3가지 이유로 종은 다양하게 분화하는데 그 결과 그들은 자신만의 생태적 위치를 차지한다. 생태적 위치는 그 지역의 자연이 수용하는 한계만큼 한 종이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지역을 말한다. 생태적 위치는 환경이 풍부하면 늘어나고 환경이 악화되면 줄어든다. 이 생태적 위치는 오랜 세월 절대적이라 할수 있는데 최근 이를 무시하는 개체가 나타났다. 바로 인간이다.

 

4.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은 지구 역사상 다윈주의에 따른 번식전략을 수정하지 않은체로 자신의 생태적 위치를 변화시킨 유일한 존재다. 이는 인간인 가축의 사육과 농경을 시작함으로써 식량 생산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인해 가능했다. 이렇게 자신의 생태적 위치가 강화됨에 따라 인간은 자손을 극단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늘 한계는 있었기에 교묘한 영아살해 문화가 있었으며 후손을 성년까지 키우는 시간이 길어 드는 자원과 돈이 워낙 컸기에 자식 계획도 다른 생물에 비해 정교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생태적 위치를 개선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바로 전쟁이다. 전쟁으로 다른 지역을 차지해 생태적 위치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항상 생활수준의 향상압박을 겪는 주변부에서 일어나곤 했다. 책은 재밌게도 이런 주요 예로 인구가 과밀하고 주변부이면서 마땅한 팽창지역이 없으며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영국섬과 일본섬을 든다.

 하여튼 이런 시도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인구 수가 늘어나 우선 도시국가가 형성되고 인구가 다시 늘어나 빈곤이 만연화 한다. 빈곤이 심해지자 위협을 느낀 상류층은 하층을 억압하기 시작하고 세련된 합법장치로 계급제나 종교를 도입한다. 이것으로도 모자라면 공격적 전쟁이 일어나게 되며 전쟁으로 지역이 통합하여 제국이 형성한다. 하지만 제국내에서 자원부족이 심화되면 결국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이는 제국의 붕괴로 이어진다. 제국내 소규모로 분화된 지역들은 다시 힘을 규합해 국가를 세우고 제국을 재건한다. 그리고 이는 반복된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 시스템에서 인간은 최근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간신히 벗어났다. 더 큰 생태적 지위가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세계 인구는 전쟁없이 70억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결국 파이가 커지면 그 파이만큼 인구가 따라잡아 문제가 생겼기에 갈등은 다시금 일어날수밖에 없다. 결국 스케일만 더 커진 셈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저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이 문제로 인해 핵전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 주요 선진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예전과 달리 과밀하고 좁은 지역을 지닌 주변부가 세계의 패권국에 도전하기 힘든 정세이기도 하다. 결국 인구가 줄어들거나 인간이 스스로의 생태적 지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매우 재밌었다. 특히, 통념과 다른 지식이 많았는데 자연의 안전성과 균형이 생명체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진 물리적 시스템이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도 마찬가지로 본다. 인간에 의한 화석연료도 단기적으로는 큰 혼란을 일으키겠지만 결국은 대양에 많이 흡수되어 새로운 균형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바다는 대기에 비해 50배에 달하는 이산화 탄소를갖고 있다. 종교에 대한 생각도 재밌었다. 세계적인 종교의 호소력은 결국 피지배자들이 재배를 얼마나 견디도록 해주는 조언능력에 있다라는 것이다.

 도무지 40년된 책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돌아가신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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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성 2019-07-0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년 전 책이라는 사실을 잊고 읽었네요! 대단합니다.

닷슈 2019-07-07 08:23   좋아요 0 | URL
진짜 대단한 책인것 같습니다
 
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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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의 발전을 두고서 갑론을박이 있다. 환경파괴와 우리 자신의 파괴 위험성, 자본주의의 폐해와 인간성 상실등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신중을 기하거나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류의 지속적 발전을 통한 행복의 실현과 오히려 환경적 위협이나 언젠가 있을지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더욱 발전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미치오 카쿠는 충분히 전자를 고려하겠지만 확실히 후자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런 입장에서 나온것이다.

 인간은 오래전 아프리카를 나와서 지구 전역으로 퍼져갔다. 그로인해 언어와 문화가 달라졌고 서로가 본래 같은 존재란걸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변해갔다. 하지만 결국 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로가 같은 존재란걸 개념적으론 확실히 알게되었고,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할지도 모를만한 시점에 다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지구도 어느정도 확실히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구엔 아직도 위험한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스스로 초래한 온난화 환경파괴 그리고 핵무기와 화학무기 및 바이오무기는 인류전체를 절멸시킬만큼 충분하다. 거기에 정치적 미통합과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강등은 좀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외부요소만이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 정신을 차릴지라도 현재 간빙기인 지금, 영화 투모루어처럼 갑작스레 빙하기가 시작된다면 감당할 방법이 없다. 살아남을지라도 대부분의 문명은 파괴되고 인구는 급감할 것이다. 거기에 화산과 지진으로부터도 안전하지 못하다. 공원전체가 분화구일 만큼 거대한 화산인 미국의 옐로우 스톤 공원은 주기상 분화시점이 멀지 않았다. 이게 분화하면 영화 2012처럼 그야말로 끝장이다. 우주도 문제다. 목성의 중력과 지구의 대기권이 상당히 보호를 해주지만 언젠간 반드시 떨어질 소행성을 인간은 막을 방법이 없다. 즉,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 머무른다면 어떤 요소로든지 적잖은 위기와 그로인한 멸종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치오 카쿠는 오래전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처럼 인간은 결국 지구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카쿠는 일전에도 미래의 물리학에서 행성의 문명을 3단계로 구분하였는데 1단계는 행성자체에 쏟아지는 항성의 에너지를 완전히 활용이 가능한 문명이며 2단계는 다이슨 스피어등을 활용해 자신의 속한 행성의 계의 모항성의 에너지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만 3단계는 자신의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활용하는 문명으로 은하 중심의 블랙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다. 카쿠에 의하면 지구는 0.7단계정도이며 앞으로 백수십년정도안에 1단계 문명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2단계 문명정도가 되어야 비로서 외부자연에 의한 멸망에 대응이 가능해진다. 2단계 문명에 도달하면 운석이나 소행성은 강력하게 발달한 로켓공학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온실효과 역시 이미 수소에 기초한 에너지 운용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행성자체가 위협에 노출되어도 대규모 우주함대를 통한 이주나 최근 개봉한 중국영화처럼 행성자체의 위치를 옮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50억년후 적성거성으로 변한 태양을 피해 좀더 먼 자리로 피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튼 이는 먼미래이고 현시점에서 지구를 벗어날 가장 현실적인 장소는 달과 화성이다. 달에는 쓸만한 3가지 자원이 있는데 바로 얼음과 희토류, 헬륨이다. 달의 하루는 지구의 한달 기간인데 이로 인해 2주에 걸쳐 낮과 밤이 반복된다. 하지만 달의 극지방으로 가면 영구음지와 영구양지가 존재하며 영구음지에 수m두께의 얼음과 지하자원이 존재한다. 이를 개발할 만한 경제적 동기는 충분하며 달에대한 접근은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카쿠는 보고 있다.

 화성은 하루의 길이가 지구와 거의 유사하고 자전축의 기울기도 비슷하다. 거기에 대규모 물이 얼음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를 모두 녹이면 화성전체를 5-10미터 높이로 덮을 정도다. 이처럼 물과 지하자원은 풍부한데 비해 기체는 매우 부족하다. 중력이 지구의 40%에 불과하고, 이로 인해 기압도 낮다. 그래서 영화 마스와는 다르게 화성에서는 웬만한 폭풍우가 불어도 그 피해가 지구의 10%정도라고 한다. 사실 대기와 기온은 화성이나 달에서 큰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것을 대기와 자기장의 미존재로 인해 태양풍과 플레어에 무방비고, 작은 미세 운석입자에도 치명적 손상을 입는 다는 것이다. 거기에 기압이 없거나 낮아 우주복이라도 벗을시 즉시 피가 끓게된다. 생각만해도 끔직한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1단계 문명에서 우주로의 진출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2단계 문명부턴 점차 해볼만해진다. 우주로 진출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로켓수준으론 다른 항성계로 진출할만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과 인간자체가 그 기나긴시간동안 생존하지 못하고 지구에서 진화한지라 우주환경에 도무지 견딜수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2단계 문명에서 인간은 유전공학의 발달이나 로봇공학, 혹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거의 영생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수명이 길어진다면 기나긴 우주여행도 정신적으로 버티는 것이 성공적이라면 가능해지는 것이다. 로켓의 수준도 지금과는 달라진다. 핵융합이나 반물질, 라이트세일형태의 이동으로 속도는 광속엔 아직 어림없지만 무척이나 빨라진다.

 어쩌면 굳이 인간이 가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라이트 세일을 운용해 광속의 20%가까운 속도를 얻고 그곳에 자기 복제가 가능한 로봇을 탑승시킨다. 그 로봇은 정착이 성공적이면서 자기복제가 가능한 환경과 자원을 가진 행성에 착륙해 문명을 건설하고 다시 라이트 세일을 구축해 새로운 자기 복제로못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식으로 우주를 이동해나가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또 있다. 다음 세기나 이번세기 말에 인간의 뇌를 완벽히 뉴런수준까지 복제하여 전송하는 휴먼커넥톰 지도가 완성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인간이 육체라는 벽에서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광속인 레이저를 발사하여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물론 레이저를 수신할 기지국이 마땅히 필요하므로 사전에 광속엔 못미치지만 라이트세일로 로봇을 미리 보내 기지국을 건설하는게 전제다. 레이저로 다른 행성으로 광속으로전송된 인간은 그곳에서 유전공학으로 자신의 복제육체에 들어가든, 아니면 로봇아바타를 조종하든 어떤 형태로든 육체를 얻어 새로운 행성을 경험할 수 있다. 카쿠는 이게 관광처럼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발한 생각이 어이없으면서도 놀랍다.

 3단계 문명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문명처럼 웜홀을 열거나 블랙홀의 이용마저 가능한 문명이다. 어차피 광속보다 빨라질 순 없으므로 이들은 시공간자체를 조종하는 방법을 택한다. 우리은하만 해도 지름이 무려 10만광년이다. 광속이더라도 은하 전체를 정복하는데는 10만광년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광속에 머무른다면  은하전체를 주무르는 3문명엔 도달할 수 없다. 이들은 웜홀을 열거나 목적지까지로의 공간자체를 구부리는 기술을 이용해 빠른 이동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중력파로 통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레이저는 전달 도중 다른 물질에 흡수되거나 산란되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카쿠는 한 강연에서 3단계의 문명을 이야기하다 4-5단계의 문명도 있을 거란 꼬마의 발언에 코웃음을 쳤다고 한다.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그런데 집에와서 생각해보니 꼬마의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상력이 부족했다나. 은하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은하를 거느리는 문명도 탄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쿠의 이번 책은 매우 읽기 쉬운 편이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주항해를 떠나는 인간의 모험을 서술한 과학소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더불어 워낙 고령이라 걱정하는 저자중 하나다. 이번에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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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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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k방송사의 한 예능에는 연애인들의 흑역사를 지워주는 코너가 있다. 지워주기 위해서 반드시 그걸 다시 본다는게 맹점이지만...... 하여튼 좋다. 내 흑역사를 지워준다면 다른 사람이 한번쯤 다시본들 얼마나 좋을까! 사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흑역사란 거의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흑역사는 이상한 점들이 있는데 대부분 젊었을때 생긴다는 점이다. 10대이거나 아니면 대학시절이다. 물론 그후에도 있지만 이때보다 빈도와 심각성은 덜해진다. 거기다 사람의 뇌는 필요없거나 반복하지 않는 것들은 싹 삭제하기 마련인데 이놈의 흑역사는 잊을만한면 아무 맥락없는 상황에서 조차 다시 상기되어 결국 필요한 정보로 분류되 거의 영구히 저장된다는 점이다.

 마치 공소시효를 얼마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시효가 늘어나는 느낌이랄까. 이는 뇌가 과거의 심각한 잘못을 복기하고 후회하여 시뮬레이션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결정인데,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이 잊혀지지 않으니 황망할 따름이다.

 하여튼 이번에 읽은 책은 10대의 뇌다. 우리말로 속칭 철이 아직 덜든 뇌. 그리고 그래서 갖은 위험한 짓과 인생을 망치는 무모한 결정, 그리고 이로 인한 흑역사가 마음껏 탄생하는 시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것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풀어낸게 바로 이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뇌과학자이기도 하지만 두 아들을 둔 어머니이다. 이혼해서 홀로 아아들을 키운듯 한데, 정말 순하고 착하던 천사같던 아들들이 10대가 되어 반항적이되고 엉망이 되어가는 모습은 저자에게 힘든 삶과 많은 충격을 던져주었던듯 하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런아이들이 자신의 자식들만은 아니었다. 미국의 뉴스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십대들은 매일 같이 흑역사를 넘어서 생사를 가르는 사고를 치고 있었다. 이는 10대 자신들의 스스로의 뇌에 대한 이해부족과 어른들의 10대의 뇌에 대한 이해부족이 병합하여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공을 살려 10대의 뇌를 집중연구했고,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1. 10대의 탄생

 일단 어린이가 그런 것처럼 10대는 근대에 탄생한 개념이다. 과거 어린아이나 청소년은 어른의 축소판으로 취급되었으며 곧 노동력이었다. 산업혁명시기에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 산업혁명이 전성기에 이른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고용된 아동의 수는 무려 200만에 달했다. 그런 10대가 특별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공황때문이었다. 어려워진 기업들은 가장 약자이자 생산성이 떨어진 10대들을 우선적으로 해고했고, 이들은 집에서 할일없는 잉여인력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이 시기 미국에서 공립학교가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할일없는 10대들은 자연스레 공립학교를 진학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어린시절에서 성년기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10대가 개념화한것이다.

 

2. 미성숙한 10대의 뇌

 흔히들 10대의 뇌가 엉망인 것은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잘 알려진 통념인데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청소년의 뇌에 많은 영향을 일으키지만 실제로 청소년 시기 분비되는 성호르몬의 양자체는 성인만 못하다. 다만 10대의 뇌가 이 정도 양의 성호르몬을 처음 접하기에 미쳐 내성을 갖추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잘 대응을 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10대의 뇌는 아직 성장기의 뇌로 뇌영역사이로 새로운 연결이 많이 구축되고, 수많은 화학물질과 뇌의 전령사인 신경전달물질이 모여드는 시기다. 이로 인해 이시기의 뇌는 유연성이 크고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나 역설적으로 환경변화에 매우 쉽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의 뇌는 가장 바깥쪽인 회백질은 상당히 풍부하나 안쪽인 백질은 부족한 상태다. 백질은 정보가 뇌의 한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효율적으로 이동하게끔 돕는 배선이란 점에서 10대의 뇌는 사실상 각 부분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나 이들의 통합및 연결이 취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뒤부터 성숙하는데

뒤통수옆-시각겉질

마루옆-운동겉질, 감각겉질, 연합령

관자옆-감정과 성욕조절, 언어, 청각겉질

이마옆-집행기능, 판단, 통제, 충동조절

의 순이다. 10대 시절은 다른 옆에 비해 이마옆이 덜 성숙한 시기이며 이마옆은 인간 뇌의 40%를 차지한다. 10대의 뇌는 이마옆의 미성숙으로 사실상 80%정도만 성숙한 시기다.

 

3. 잘 흥분하는 10대와 10대의 뇌

 실제로 10대는 잘 흥분하기도 하지만 뇌도 잘 흥분한다. 하지만 의미는 좀 다르다. 뇌의 흥분은 뇌세포간에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뇌가 잘 흥분한다는것은 자극에 대해 학습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물론 뇌는 흥분만 해서는 안된다, 학습과 정보가 넘쳐 홍수상태가 되기 때문에 억제도 필요하다. 성인의 뇌는 신경전달물질과 시냅스가 흥분과 억제의 기능이 균형적인데 반해 10대는 흥분성이 더 많다.

 또한 10대의 뇌는 관자옆 주변에 위치한 편도도 미성숙하다. 편도체는 성적행동과 감정적 행동에 관여하며 분노는 느끼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기가 미성숙하면 공포를 쉽게 느끼며 쉽게 분노하고 쉽게 성적으로 흥분하며 쉽게 감정적이 된다. 딱 10대다.

 

4.학습과 10대의 뇌

학습이란 시냅스과 활성화되거나 생성되어 신경전달물질이 잘 흐르는 상태가 구축된 것을 말한다. 뇌에는 글루타메이트란 물질이 있는데 이건 수용체를 열어 칼슘이온이 세포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게해 많은 분자와 효소들을 활성화하게 한다. 그리고 특정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그 단백질의 형태와 행동을 바꾸게 한다.이 단백질은 다시 시냅스와 뉴런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활성을 강화하거나 줄여놓는다. 또한 기존의 단백질을 몇초 및 몇시간내로 바꾸거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새로운 단백질을 바꾸기가지 한다. 즉 뇌가 학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10대시절은 이 기능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래서 회백질이 많아 장기증강이 잘 일어나고 이로 인해 학습능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뇌의 학습효율은 정점을 달리는 반면 이마옆의 미성숙과 백질의 부족으로 연결성이 부족해 주의력과 자제력, 과제완수, 감정등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뛰어난 말들을 부리는 계획적이고 인내심있는 마부가 없는 격이랄까.

 그래서 10대시절에는 마부역할을 할 멘토나 부모가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의욕만 앞서기에 항상 많은 수의 과제를 동시에 하려하며 멀티태스킹을 하려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 사실상 멀티태스킹 기능은 없으며 1-2개의 과제만이 제한시간내에 처리가 가능하다.때문에 10대에겐 시간과 자원의 한계에 따른 일정정하기와 계획세우기가 꼭 필요하다.

 또한 10대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의 처리가 미숙하다. 뇌는 성인의 경우라도 긍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기능도 많다. 이래서 사람이 하지 말라는 것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마옆에 분포하는데 이렇다보니 10대는 이 기능도 부족하다. 그래서 청소년에게는 항상 위험한 일과 잘못된 일을 했을 경우 생기는 결과와 그 교훈에 대해 상기시켜주는게 중요하다. 이런걸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1. 10대의 뇌의 적 '수면부족'

인간은 어린 시절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며 청소년기엔 늦게 깨고 늦게 자는 올빼미형, 그리고 성인이 되면 다시 종달새형으로 돌아간다. 이는 뇌의 변화때문인데 청소년기에는 그들이 가정에 속해있고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어른의 뇌 수면패턴을 강요받게 된다.

 이로 인해 10대의 뇌에는 수면박탈이 일어나게 된다. 이 경우 첫번째 문제는 뇌 발달에 좋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뇌는 자라면서 어린아이때 갖고 있던 무수한 신경연결들을 가지치기하기 시작한다. 성장하면서 환경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남기고 다른 것을 솎아내는 거인데 이 과정은 수면중에서 일어난다. 가지치기는 뇌의 연결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 뇌의 학습용량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수면은 학습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데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수면의 부족은 뇌의 발달과 학습능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셈이 된다.

 수면박탈의 또 다른 문제는 10대들이 이 졸림을 약물로 해결하려는 경향성을 띤다는 점이다. 약물에 관대하지 않은 한국에서조차 10대들이 시험기간에 고 카페인의 에너지 음료를 과다 복용해 생기는 사건이 종종 보도된다. 이런 약물 복용은 약물자체로 사망하거나 판단력이 미흡한 십대의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애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10대들에게 수면의 보장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0교시 금지와 9시 등교는 이런 10대의 수면패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수면의 보장을 위해 10대에게는 잠자기전 일정시간 동안 컴퓨터를 비롯한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방과후 집에서 해야할 일의 목록과 저녁의 일을 계획하는 습관을 갖춰주는게 중요하다. 또한 잠자리는 반드시 잠자는 용도로만 활용하게 해야 한다. 책을 보거나, 숙제하기. 간식먹기등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다른 일을 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잠자리에서는 잠만자는게 민간한 10대의 뇌에겐 중요하다.

 

 

5-2 10대 뇌의 적 '스트레스'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응체계는 사싱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연결되는 축이다. 서로 스트레스에 대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에 대응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다만 청소년의 뇌는 이 시스템이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뇌에서 정상이상으로 분비되는 코르티솔 때문에 이 시스템에 조절장애가 생겨 임상적으로 항상 우울한 상태에 빠지기 쉬워진다.

 거기에 앞서 말한 편도체가 미발달했으면서도 활성은 높게 되어 있어 공포를 잘 느끼고 쉽게 불안해한다. 이는 불안장애로 이어져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학습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증강이 저해되고, 시냅스 연결성이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10대는 이 스트레서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통찰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도움을 받을만한 또래도 역시 뇌가 미 발달해 적절한 피드백이나 경고신호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10대의 스트레스 해소엔 역시 멘토나 어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5-3 10대 뇌의 적 '중독'

 중독은 엄밀히 말해서 특수한 형태의 기억이다. 학습처럼 시냅스 증강과 장기증강이 일어난다. 다만 그 작용이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가 아닌 보상회로인 중격의지핵과 배쪽뒤판구역에서 일어난다.

 하여튼 10대의 뇌는 학습능력이 높다보니 자극에 워낙 민감해 잘못된 행동이나, 흡연, 음주, 약물등에 쉽게 중독이 된다. 문제는 이런것들이 과도해져 중독이 심해질 경우 몸과 뇌에 주는 타격이 성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비가역적이라는 점이다. 여러 동물실험결과는 중독에 빠진 어린 쥐가 성인쥐보다 중독이 심하고, 뇌의 손상과 반응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5-4 10대 뇌의 적 '물리적 충격'

뇌는 보호를 위해 두개골에 둘러쌓여있으며 안에서는 척수액에 의해 둥둥떠다니며 보호를 받고 있다. 뇌진탕이란 뇌가 외부의 충격으로 크게 흔들리며 척수액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두개골에 부딪혀서 발생한다. 이 충돌의 큰 경우 사람은 기절하거나, 간질 및 발작을 일이킨다.

 뇌진탕이 일어나면 칼슘과 칼륨이 대량 발생해 뇌세포를 손상시키는데 이들을 배출하기 위해 뇌는 대량의 포도당을 사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에너지 부족으로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칼슘은 뇌혈관을 수축시켜 포도당 분해를 방해하고, 칼슘과 칼륨이 유입되면 뇌가 부풀어오르면서 혈관이 더욱 심하게 수축되어 뉴런과 단백질도 손상을 입게된다.

 문제는 10대의 뇌는 이 충격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미식축구를 하는데 미식축구에서 가해지는 충격량은 30-60g에 달하며 심할 경우는 100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뇌진탕이 일어나는 충격량은 90-100g이며 이로 인해 미식축구를 하는 청소년은 쉽게 뇌진탕에 빠진다. 하지만 뇌진탕이 일어나도 손상은 뇌의 구조의 파괴가 아니라 세포수준으로 일어나며 이로 인해 관측및 진단이 어렵다.

 하지만 증상은 남아 뇌진탕후 학습이나 감정조절이 어려워지거나 기억에 큰 손상을 입는 10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증상후에도 진단이 되지 않아 여전히 보호 받지 못하다 2차 충격을 입는 경우는 손상이 더욱 커진다.

 독특하게도 여학생의 뇌는 남학생의 뇌보다 물리적 충격에 더욱 취약했다. 여학생일수록 더욱 보호받아야할 이유다.

 

6. 서로 다른 10대 남여의 뇌

보통 남자의 뇌는 체계형 뇌로 위계질서와 운동, 공간에 민감하며, 여자의 뇌는 공감형 뇌로 공감과 사회성,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차이를 말한다. 바로 좌우 반구의 사용이다.

 같은 작업을 시켜 놓고 10대 남여의 뇌를 관찰한 결과 남자의 뇌는 반구간의 연결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과업 해결에 있어 한쪽 반구만을 사용하여 해결하는 경향을 보였다. 언어문제라면 좌뇌만 예술문제라면 우뇌만 사용한 것이다. 반면 여학생의 경우 문제해결에 있어 뇌량이 잘 연결되어 좌우 반구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여학생의 뇌가 좌우 연결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경향은 어릴적부터 나타난다.

 또한 양 뇌는 정돈능력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0대는 전체적으로 정돈능력이 부족한데, 보다 나은 여학생이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학습하는데 유리했다. 때문에 저자는 미성숙한 시기에 한 두번의 테스트로 인생을 결정짓는 시험을 조기에 치루는 것에 반대한다. 특히 남자아이게에 이런 체제는 많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대의 뇌 뿐만 아니라 뇌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배울 점이 있었다. 10대부모라면 어느정도 필독서 느낌이다. 책에 개발도상국에사는 10대의 뇌는 보다 빨리 성숙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환경이 뇌는 빨리 성숙시킨 셈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실제로 소년소녀 가장이나 어려운 가정의 형제자매들을 빨리 성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만큰 뇌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할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에 그 만큼의 잠재력을 상실한다는 생각도 든다.

 10대의 뇌가 이토록 그시기에 취약하고 성장가능성이 높고 유연한 것은 아무래도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력을 높이려는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물론 진화는 흑역사의 생성과, 아예 그로인해 개체가 죽어버리는 부작용까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10대와 그들의 뇌는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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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
칼 짐머 지음, 이창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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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01년에 나온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전에 나온 것 같은데 이번에 개정과 포장을 다시 하여 새로 나온듯 하다. 첨예한 최신진화론을 다룬 책을 기대했던지라 실망감도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얻을 만한 내용도 있어 크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책은 다윈부터 시작한다. 다윈의 생애부터 그가 진화론을 표방한 배경과 사건들. 그리고 지구에서 생명체의 진화역사를 다루고 마지막 여러장에선 역시 인간의 진화를 다룬다. 그래서 다 읽고보니 이 책은 지금까지의 진화론을 역사적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잘 설명해준 대중서란 느낌이다. 인상적인 부분만 간추려보았다.

 

1. 정상적인 돌연변이?

 돌연변이는 생명체가 진화하는 중요한 추력이지만 대개 해롭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의 몸에서 돌연변이가 매우 필요한 부분이 있었으나 바로 항체다. 항체에 돌연변이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적인 항원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대충 항원은 수십억개로 추정되는데 우리의 항체는 이 항원에 맞는 모양으로 형성되어 달라붙어 이녀석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B세포는 이를 위해 분열과정에서 고속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여러가지 다양한 모양의 수용체를 만들어 놓아야 하나라도 걸려 들기 때문이다. B세포는 무작위로 수십억가지의 다양한 수용체를 만들며 항원에 걸려드는 녀석이 생기면 즉각 대량생산에 들어가 면역을 강화한다.

 

2. 생명체의 폭발

다양한 종이 등장한 시기로 우선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있다. 일전에 읽은 책에선 캄브리아기에 생물종이 다양하게 진화한 이유로 사상 처음으로 눈이 생기거나 입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책도 있었다. 이 책에선 환경적 이유를 드는데 적도인근까지 얼어붙어 있던 지구가 당시 화산폭발로 온실가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하나였던 대륙이 분화해 탄소가 해저로 침전하고 산소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체는 지난 1억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소행성과의 대충돌 이후 지구는 대기중에 온실가스의 대규모 증가로 엄청나게 달궈졌다가 서서히 식기시작했다. 인도아대륙은 여기에 크게 공헌했는데 아시아와 충돌하여 히말라야를 만들었고, 이 거대한 히말라야에 부딪힌 공기가 꾸준히 비를 내려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서 씻어내렸다. 이 이산화탄소를 바다로 가서 석회암과 반응을 일으켜 탄산칼슘을 형성했고 해저에 쌓였다.

 거기에 인도가 꾸준히 아시아를 밀어 티베트 고원이 생겨났고, 고원을 통과한 공기는 데워져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습한 바다공기가 채워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넓은 부분에 장마가 생겨났다. 많은 비는 히말라야의 경우처럼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서 계속제거해나갔다.

 반면 남극대륙은 지구의 다른 대륙과 멀어져 극지방으로 갔다. 거대한 대륙은 얼어붙어 큰 반사경이 되어 햇빛을 반사해나갔다. 지구가 더 냉각된 이유다. 그리고 지상에선 풀이등장했다. 풀의 등장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옅여져서였는데 이 상황에서도 이산화탄소 흡수에 효율적인 풀이 등장해 성공적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풀의 등장은 이 매우 질긴 섬유소를 소화하는 다른 동물의 진화로도 연결된다.

 한편 초대륙인 판게아는 갈라졌는데 이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격리된 생물이 생겨나 다양한 종으로 분화가 가속화 되었고, 대륙의 분화로 늘어난 해안선은 해안생물의 진화를 촉발시켰다.

 

3.양성생식의 등장

양성생식은 우리가 해서인지 당연시되지만 얼핏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일단 무성생식은 모든 개체가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양성생식은 겨우 절반만 이게 가능하다. 또한 양성생식은 생식을 위해 이성에게 선정받아야 하기에 경쟁이라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무성생식은 이런게 전혀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연이 양성생식을 택한건 충분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무성생식은 그 과정에서 크게 돌연변이가 나오지 않는한 유전자가 변하지 않는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과 기생생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생식은 염색체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교환되어 같은 암수에게서도 수십억가지의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다. 형제자매가 서로 닮으면서도 무척 다른게 바로 이 때문이다.

 양성이 생기면서 생식세포란 것도 생기게 되었는데 생명에게서 암수의 구분은 사실 생식세포가 난자이냐 정자이냐로 구분한다. 그리고 난자와 정자의 구분은 어느 녀석이 크고 움직이지 않은체 영양분이 풍부하며, 또 어느 녀석이 수가 지나치게 많고, 움직이느냐로 할 수 있다. 물론 정자와 난자가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초기의 양성생물은 서로 물가에 적은수의 움직이는 정자와 난자를 방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가 모두 수가 어정쩡하고 움직이는 이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실제로 서로를 찾는 실험에서 양자가 모두 움직이는 것보다는 하나가 가만히 있고 다른 하나만 움직이며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이래서 길잃은 무리가 서로를 찾으면 더욱 진퇴양난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쪽이 더 수가 많다면 더 효율적이었기에 정자는 지금처럼 수를 늘리고 기동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난자는 움직을 필요가 없기에 영양분을 늘려 크기를 늘리고 수를 적게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생식세포의 차이는 암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암컷은 임신을 하거나 새끼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운명이 되기에 후세의 탄생과 양육을 위해 수컷에 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암컷은 수컷을 선정하는데 있어 매우 까다롭게 변하게 되었고, 적어도 양육에 있어선 보다 안정감을 주는 수컷을 택하게 되었다.

 반면 수컷은 암컷에 비해 양육과 출산에서 해방되는 대신 암컷에게 선정되기 위해 자기들 끼리 엄청난 경쟁을 치루게 되었다. 생존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보이는 공작의 꼬리나 거추장스런 사슴의 뿔들은 바로 이런 경쟁의 산물이다. 실제 자연계에서 대부분의 수컷이 번식에 실패함은  이 경쟁이 생각보다 얼마나 처절한지를 보여준다고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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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4-0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 지머 책 넘 좋습니다. ㅎㅎ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진화한 마음 -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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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이나 책에는 총론과 각론이 있다. 학문의 기저 배경이나 핵심원리를 담은 짤막한 원리가 총론이며 그 뼈대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나간 것이 각론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보면 이 학문의 배경이 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핵심원리를 다룬 진화론이고 다른 학문은 각론에 불과해진다. 물론 각론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생각을 담은 책이 사회생물학이었고, 이 책은 대충 40년 정도 전에 엄청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생각은 아직도 일부에겐 수용되고 일부에겐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이 책도 방어적인 설명이 많았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공격은 우선 방법론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끼워맞추기 식이라는 점과,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 것들이 현대사회 민주주의나 성평등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공격에 대해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의 연구는 우선 독특한 인간의 한 심리적 특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이유로 인간의 적응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여러 문화권에서 실제로 그런 이유로 적응도를 높였는지 검증한다. 쉽게 말해 자식을 더 많이 낳고 생존도를 높였냐는 것이다. 그리고 가설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면 그것은 인정된다. 즉, 방식이 단순히 끼워맞추기 식이 아니라 결국 과학적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사실 과학조차도 완벽한 방법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다른 학문의 방법도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하다. 진화론만 비판할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화론이 그나마 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밝혀진 인간의 진화한 심리기제가 비민주적이거나 비도덕적 혹은 성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그저 인간이 이런 경향을 많이 갖게된 설명이며, 정당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폭력성이 적응도에 도움이 되었다는게 밝혀졌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설명을 통해 그 원인을 알게 되어 그런 것을 방지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책은 말한다.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다. 책은 인간의 성과 생존, 폭력성, 정신병, 교육, 우정, 가족, 정치성등 많은 재밌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전에 여러 책에서 접해서 익숙한 부분을 빼고 이번에 여러 재밌는 생각거리를 준  부분만 정리해보았다.

 

1. 폭력성

인간이 폭력적인 동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상당히 폭력적인 영화와 스포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것도 모자라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저지르며 그 대상이 자신과 혈연관계인 사람도 예외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는 무척 자명해보인다.

 책은 폭력이 인간의 본성임을 보이는 증거로 3가지를 든다. 일단 아기에게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통념과 다르게 상당히 폭력적이다. 그녀석들이 얼마나 물고 뜯고 할퀴고 때리는가! 폭력 빈도를 계산해본 결과 인간의 그 어느시기에 비해 아기 때가 가장 폭력빈도가 높으며 절정은 만2세시기다. 이후로 오히려 사회성과 교육으로 감소하는듯 보인다. 어릴때 폭력빈도가 높다는 것은 인간이 폭력적으로 태어났다는 증거가 된다.

 다음은 인간의 대다수가 자신을 괴롭히거나 싫어하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상상을 진지하게 여러번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제한된 자원과 성기회를 놓고 결국 경쟁해야한다는 면에서 동종끼리 실제로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은 인간의 뇌와 신체가 타인을 공격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양성중 보다 공격적인 남성은 팔근육량이 여성에 비해 무려 75%가 높다. 다리 근육은 50%정도임에도 말이다. 상체는 공격을 하체는 주로 도망가는데 쓰인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차이는 유의미해 보인다. 실제로 헬스클럽에가면 많은 남성들이 상체위주의 운동을 하며 상체를 적극 드러낸다. 다리운동에 집중하거나 다리근육을 드러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tv에서도 남자 아이돌이 드러내는 근육은 주로 상체다. 어디 다리드러내는거 본적 있는가?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간은 폭력성이라는 심리기제를 진화시켰을까? 우선 도구적 폭력이다. 언급한 것처럼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해서 경쟁상태에서는 폭력은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였을 것이다. 다음은 복수다. 인간은 복수심이 상당하고 공감한다. 복수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고 그것을 다루는 장면을 보았을때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상당하다. 복수는 얼핏 자신을 위험에 빠뜨려 적응도를 낮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빚진만큼 돌려준다는 행위는 남이 자신을 우습게 보이지 못하게 하여 상대의 선제공격효과를 낮춘다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은 지배다.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단순한 욕설이나 모함, 가벼운 신체적 부딪힘에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살인사건이나 우발적 폭행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모욕이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이는 폭력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해 적응도를 높이려는 심리기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보수와 진보

인간의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우선 일반성향모델을 거론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스펙트럼에 속하는 하나의 성향이 있고, 이게 하나의 본성으로 진화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이 모든 사안에서 진보다 보수적 성향을 일관되게 보이지 않는 점에서, 그리고 이럴 경우 그것 자체가 복잡한 인간사회에서 오히려 적응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영역-특이적 모델이다. 이는 사람들이 일관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화적 이득에 따라 각 쟁점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부딪히는 사회적 사안은 폭넓지만 위든가 커즈번은 세영역으로 단순화했다.

 경제영역과 사회집단적 영역, 성번식 생활영역이다. 경제영역은 소득 재분배나 사회복지에 관한 부분이며 사회집단적 영역이 다른 집단에 대한 수용성이나 배타성 여부, 성번식 생활영역은 성적인 개방성에 관한 것이다.

 경제영역에 대한 연구결과 저소득층은 당연히 진화적으로 적합도를 높이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복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인 혈연이나 지연, 종교가 추가되면 입장은 다소 달라진다. 저소득층이라도 주류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으면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로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가 다소 낮아졌다. 반면 고소득층에 고학력자라도 이런 네트워크가 약하다면 경제영역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었다.

 사회집단적 영역에서는 자신의 소속집단과 자신의 실력에 따라 입장이 다양했다. 실력있는 비주류집단(고학력 비종교)의 경우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당연히 반대했으며 반대로 실력없는 주류진단은 경우(저학력 종교)의 경우에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엿다.

 성번식 생활양식 영역에서는 우선 순정파전략 집단과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전략집단의 입장이 엇갈렸다. 순정파집단 전략은 한 배우자에 충성하므로 당연히 성적인 개방에 반대한다. 반면 바람둥이 잡단은 보다 많은 성기회를 위해 이런 개방성에 찬성한다. 묘하게 약물에 대한 개방성은 성적인 개방성에 대한 태도와 상당히 일치했는데 약물과 성이 상당히 연결되었다는 증거로 보이기도한다.(실제로 현실세계에선 그런일이 많이 일어난다)

 위의 예를 한국에 적용해보면 저소득이며 저학력이지만 조상대대로 살아 학연지연이 막강하고 교회를 다니며 이성애자이고 순정파인 영남의 서민을 생각해볼수 있다. 그는 가난하니 소득재분배에 찬성하지만 네트워크가 충실하여 경제적 진보정책엔 주로 반대한다. 저학력에 주류집단에 속하니 외국인아니 외부집단에 혐오감을 갖고 배타적이며, 순정파에 이성애자니이 마약등에 반대하고 성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성소수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3.교육

인간은 누구나 직관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빠른 판단을 욕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며 실제로 정확도도 의외로 상당하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직관 이론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현상에 대해 과학 이론을 배우기 전에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나름대로 품는 추측이다.

 직관은 단지 틀린 것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일관된 체계를 갖는다. 또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모든 정상인의 마음에 어려서부터 자리하며, 매우 튼튼해 이를 반증하는 증거나 주장을 접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과거 수렵시대에는 이런 직관으로도 충분했지만 인간의 과학기술과 학문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쌓이면서 인간의 직관은 문제를 맞이한다. 직관에 의해 얻는 인간의 지식이 1차지식이라면 인간의 문명이 이룩한 지식을 2차지식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인간은 2차지식을 쌓는데 적합한 진화적 심리기제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되는 것이다.

 학교교육은 결국 이 1차와 2차지식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가 되는 셈이며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매우 어려운 시도다. 실제로 심리학을 교육과 접목한 교육 심리학은 만은 편이지만  진화심리학과 교육을 연결하는 시도는 매우 미약하다. 물론 책에는 교육진화심리학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내용도 빈약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2차지식의 습득에 약한 것은 아닌것 같다. 인간에게 매우 익숙치 않은 도구인 활자를 좋아하고, 이를 엮은 책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소수이지만 있다.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도 역시 존재한다.)

 

4. 성격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5개의 특질로 개방성, 성실상, 외향성, 원만성, 신경성을 제안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을 상당히 파악하는게 가능해졌지만 왜 그런 성격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기술할 뿐이다.

 인간의 성격이 다양한 이유는 환경에 따라 최적의 형질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핵인싸라고(무척싫어하는 용어다)탁월한 개방성과 적극성으로 무리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성격이 주목받는다. 그리고 아싸인 우리들은 그런 인싸를 부러워한다. 인싸는 인기가 많고 주목받으며 성기회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싸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책은 난데없이 거피라는 물고기를 예로 든다. 인싸인 거피는 무척이나 대담하다. 반면 아싸들은 겁이 많고 소심하다. 이들은 강에 사는데 강의 중류는 무척 좁아 거피의 천적이 좀처럼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성격이 대담한 거피들이 적합도가 높았다. 반면 드넓은 하류에서는 천적을 겁내고 도망하는 소심한 거피가 오히려 적합도가 높았던 것이다. 인간사회도 비슷했을 것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인간은 전쟁이나 재난시 오히려 적합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반대의 성격은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런 인해 인간의 성격은 다양해진다.

 다른 이유로는 한 행동전략이 드물수록 높은 성공을 거둔다는 점이다. 한 인간 무리의 성격이 모두 원만해 웬만한 배신자는 용납하고 있다. 이 경우 원만한 성격들은 자기들만 있으면 별 무리가 없지만 극악한 배신자나 사기꾼이 등장하며 적합도가 크게 떨어지며 사기꾼은 올라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균형은 맞춰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책에서 재밌는 점은 전염병과 성격도 관련지었다는 것이다. 책은 전염병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면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사회적 접촉이 적고 보수적인 내향적 성격이 적합도가 높을 것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접촉이 적은 것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덥고 습하여 전염병이 잘 창궐하는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경우 내향적인 성격이 다수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권위적 문화가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내향적이고 순종적인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었을까? 재밌는 추론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내가 너무 길어서 정리하지 않은 도덕성이나 정신병 부분도 무척이나 재밌게 실려있다. 진화심리학과 진화론을 무척 좋아하고 믿는 편이이서 무척 재밌게 보았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역시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가 진화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에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논쟁이 있는 만큼 생각해볼 부분이다. 물론 인위적인 것이 있긴 했지만 인간이 불과 일만년 정도 만에 동물을 가축화하고 식물을 식용작물화한 것을 보면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수도 있다. 실제로 인간 역시 지난 일만년간 많이 변했다. 피부색이 다르게 변했고 체격들도 다양해졌다. 이것은 모두 농경과 더불어 일어난 일인데 문화적 폭발이 일어난 이 시기에 심리상의 진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해볼 부분같다. 몸보다 마음이 변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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