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뇌 - 독서와 뇌, 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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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동물이기에 태어나 자연히 직립보행하고, 보고, 듣는 등의 생존을 위한 기본 기능이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 물론 언어능력처럼 좀 늦게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언어를 위한 유전자는 분명히 있으며 이는 이 기능이 선천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다만 언어구사의 숙달을 위해선 어느정도 후천적인 노력과 기간이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언어가 큰 공통점은 있지만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이고 역사와 문화 세월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지 싶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언어능력은 어디까지나 구어의 말하기 듣기능력이다. 또 다른 언어능력인 쓰기와 읽기는 인류가 고작 수천년전에 발명한 문자에 의해서 생겨났다. 즉, 이를 생득적으로 취득할만한 유전적 프로그래밍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인간은 물론 다른 무료 기능에 비해 어렵긴 하지만 말하기 능력은 3-4세 무렵이면 거의 완성하는 반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적어도 5세이후에서야 슬슬 발달하기 시작한다. 인간에겐 문자를 읽는 행위, 즉 독서를 위한 선천적 능력은 적어도 없거나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문자의 발명 이후 기존의 다른 뇌의 기능 회로들을 활용하여 문자를 읽는 독서능력을 습독해야 했다. 당연히 이는 어려웠을 것이고 때론 습득을 좀 처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등장했다. 책은 이런 독서에 대한 전제를 갖고 논의를 시작한다.


1. 구어의 한계와 문자의 탄생

 구전전통 시대에 사람들은 내려오는 쓸모있는 지식을 모두 외워야 했다. 그러도보니 전승되는 쓸모있는 지식의 양도 적었고, 사람의 불완전한 기억과 구전이라는 과정속에 와전되기도 일수였다. 또 다른 문제는 구전전통이 기억을 위해 리듬이나 기억구, 공식구, 전략에 의존하다보니 개인의 기억과 메타인지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동화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말하면서 혹은 정지없이 주어지는 말을 듣고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는 매우 어렵다(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디오 북은 성공이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제대로된 기억 및 창의성의 발현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인간은 기초적인 문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량을 표시한 물표 같은 것이 그것의 시작인데 초기 문자는 대부분 그림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런 식의 실제 물건의 문자라는 기호로의 상징화는 인간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 두 가지인 특화의 역량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일단 생겨난 문자는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대대로 인간은 그 사용법을 새로운 세대에 가르침으로써 적응 및 변화를 위한 뇌의 역량에 대한 지식도 전수되었다. 

 상징을 익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새로운 연결이 필요한데 하나는 인지-언어적 연결이고 또 하나는 대뇌의 연결이다. 기존에 시각, 언어, 개념화 통로로 형성되어 있던 뇌의 회로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이 발달했고 눈과 특화된 시각 영역 간의 새로운 망막 위상 경로가 새로운 상징체계인 문제에 할당되었다. 즉, 이는 인간에게 독서만을 위한 기존의 유전자나 뇌의 구조는 없고, 기존의 구조를 활용하여 독서기능을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문자가 발달하며 인간의 시각체계에 의해 기본적인 인식이 쉬운 그림 문제체제에서 수메르인의 쐐기문자같은 세련된 형태의 표의, 추상문자가 등장한다. 표의 문자체계는 단어가 음성을 전달하지 않는다. 이런 한계 때문에 향후 수메르 쐐기문자엔 구어의 음절의 일부를 표상하기도 한다. 이런 표의음절문자법은 그림문자에 비해 뇌에 상당한 부하를 주었는데 무려 수백개에 이르는 수메르 쐐기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인간 뇌의 시각 부위와 시각연합부위에 훨씬 더 많은 경로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표의음절문자의 개념적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인지체계가 개입하게 되고 결국 후두엽의 시각 영역과 측두엽의 언어 영역과 전두엽에 대한 연결이 훨씬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뇌가 변하게 된 것이다. 

 한자나 수메르 쐐기문가 같은 표의음절문자체계에 대응해 더욱 효율적인 형태음소적 문자체계인 알파벳이 등장한다. 형태음소적 문자체계는 스펠링 안에 형태소(의미의 단위)와 음소(음성의 단위)가 모두 표상되는 체계다. 알파벳에는 3대 기준이 있는데 우선 20-30개 정도로 한정된 수의 문자를 갖고, 해당 언어의 최소 음성단위를 전달 할 수 있는 포괄적 문자집합이어야 하며, 음소와 시작적 기호 및 글자가 완벽히 대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벳은 이런 음성과 문자가 일치한다는 효율성으로 인해 독서로 인한 뇌의 인지 부하를 크게 덜어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게 되었고 초보독서가가 글을 쉽게 배운다는 기여를 하였다. 


2. 독서하는 사람의 뇌와 인간의 독서발달과정과 독서교육

 문자체계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독서를 할때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뇌 부위가 있다. 후두측두영역으로 어떤 문자를 읽던 인간을 유창한 시각 전문자로 만들어준다. 다음은 브로카 영역을 포함한 전두부로 단어 안에 포함된 음소와 단어의 의미라는 두 가지 분야를 해결한다. 마지막은 상위측두엽과 하위 두정엽에 걸쳐 분포하는 다기능적 부위로 다양한 음성과 의미 요소들을 처리하므로 특히, 알파벳과 음절 문자체계에서 이 부위가 중요하다. 정리하면 인간 뇌의 보편적 독서시스템은 전두엽, 측두-두정엽, 후두엽을 연결한 4대 뇌엽중 엄선된 일부분이 된다. 

 인간은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서 말로 표현된 단어와 발음으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을 문자화하려는 행위를 통해 생각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 자체도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문자언어를 차츰 더 정확하게 사용하면서 추상적인 생각을 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 역량이 촉진된다. 그리고 알파벳은 그 효율성으로 인해 이런 혁신적 사고를 더욱 촉진하게 되었는데 그리스 알파벳이 보급된 시기 문학, 예술, 철학, 연극, 과학이 심오하게 발달한 것은 이로 인함인지도 모른다. 

 독서를 위한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4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의미론적 발달은 아이의 어휘발달을 통해 단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키는 것이고 통사론적 발달은 아이가 언어에 있는 문법관계를 터득하여 복잡한 책속의 언어문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형태론적 발달은 아이가 의미의 최소단위를 알고 사용법을 깨우치는 것이고 화용론적 발달은 자연스러운 문맥속에서 언어의 사회문화적 규칙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독서를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표상화된 추상적 문자-상징의 이름을 인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정보원과 시각과 청각, 언어 및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뇌의 능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독서를 위한 뇌의 기능이 기존 영역을 새롭게 연결해야하기에 독서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독서교육에는 생물학적 시간표가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은 5세가 되기 전 감각 및 운동부위가 모두 수초화가 되는데 각뇌와 같이 시각, 언어 및 청각 정보를 빠른 속도로 통합시키는 능력의 기반이 되는 주요 부위들은 대부분 5세 이후에도 수초화가 마무리 되지 않는다. 일부 남자아이들은 이 수초화의 속도가 더욱 느린데 그래서 남자아이의 독서능력발달이 여자아이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것인지 모른다. 하여튼 이로 인해 4-5세 이전 독서를 가르치는 것은 경솔한 일이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문자해득 교육이 시작된다.

 독서의 단계로 저자는 입문단계의 예비 독서가, 초보독서가, 해독하는 독서가, 유창한 독서가, 숙련된 독서가로 나눈다. 예비 독서가는 문자가 언어의 음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 정도를 갖고 있고, 규모가 큰 단위를 듣고 그것을 분절하는 방법 정도를 하는 예비단계다. 초보독서가와 해독하는 독서가는 문자와 대응하는 음성을 알고 이를 읽어내는 수준이다. 이 시기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늘어나있고 추론 능력도 있지만 이제 막 독해하기 시작한 수준이다. 때문에 어른들은 이 시기 아이가 독서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제 막 독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유창한 독서가는 가장 긴 발달 시기로 초등3-4년 정도의 나이에 도달한다. 문자를 읽는 것이 거의 자동화된 시기로 해독에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 추론과 통찰에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이가 어릴적엔 독서를 위해 좌뇌와 우뇌가 시각 영역의 많은 대뇌피질과 시각영역의 상측두부위와 하두정엽, 전두엽에 이르는 많은 부위를 이용해야해 느리고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유창한 독서가에 이르면 뇌가 독서를 할 때 양뇌가 아닌 특화된 좌뇌의 경로만을 이용하므로 인지적 부하가 적어져 텍스트의 의미와 이해를 위한 활성화를 위해서 양뇌를 활용한다. 즉, 혁신적 사고와 깊은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는 이를 넘어서 독서를 학습하는 뇌가 완전히 완성되고 학습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단계가 된다. 


3. 난독증

 난독증은 문자를 읽지 못하는 증상이다. 난독증은 연구가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언급한 것처럼 독서는 생득적인 과정이 아니기에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뇌가 상당히 복잡하게 변화해야한다. 따라서 연구가 어렵다. 또한 그러기에 관련 연구분야가 너무 많아져 통합된 연구가 어렵고, 난독증을 앓는 사람이 단순히 전반적인 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저기능상태가 아닌 다른 분야의 상당한 강점과 약점이 혼재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난독증의 원인으로는 우선 언어 또는 시각적 기저구조에 유전적인 발달성 장애가 있는 것, 혹은 주어진 특화 작업 그룹 내에서 표상을 인출하지 못하거나 회로에 구조가 연결되지 못하거나 혹은 둘다인 경우다. 세 번재로는 이 구조들 사이에서 회로가 연결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 존할 가능성. 마지막은 특정문자체계에서 기존에 사용되는 회로와는 전혀 다른 회로가 재편성 되는 경우다. 실제 난독증은 한 문자체계에선 없지만 다른 문자체계에선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난독증을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네이밍 스피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음소인지 프로세스다. 음소인지 프로세스는 문자의 음소부분을 인지하느냐는 테스트로 주로 형태음성문자체계에서의 난독증은 대부분 이 테스트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네이밍 스피드는 물체를 보고 그것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독서능력이 문자를 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청각적으로 연결해 그 소리를 말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거의 난독증으로 연결된다. 놀랍게도 독서를 습득한 사람은 문자를 보고 말하는 속도가 물체를 보고 말하는 속도보다 빠른데 문자의 경우 독서를 통해 인출이 자동화 된 반면 물체는 그 갯수가 너무 많아 어느 정도의 패턴은 있지만 완전한 자동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서하는 뇌는 초기 양쪽 뇌를 모두 복잡하게 사용하다 숙련되면 언어의 해독에 좌놔편향 시스템을 사용하고 이후 의미의 깊이 있는 해석과 창의적 과정 및 감정을 느끼는 부분에 양뇌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난독증의 뇌는 독서시 경로가 완전히 달랐다. 좌뇌 편향적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양뇌를 모두 사용하는 우뇌편향적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해 문자해독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난독증 사람은 유창한 독서가나 숙련된 독서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 진화과정에서 이렇게 불리한 난독증은 왜 남아 있는 것일까? 이는 난독증 사람 상당수가 다른 분야에서 보통 이상의 재능을 가진 것과 관련한다. 이들은 우뇌 편향으로 공간인지나, 창의성, 예술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과거 문맹사회에서는 상당한 사회적 생산성이었을 것이다.(가우디, 조니댑, 에디슨 등이 난독증이었다.) 때문에 적합도가 떨어질 일이 없다. 또한 독서 기능은 아주 최근에 생겨난 유전자 수준에 반영된 수준의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난독증은 이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뇌가 독서에 적합한 회로를 타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자의 발명과 독서의 시작은 인간 개인을 기억의 부담뿐만 아니라 시간에게서도 해방시켰다. 자동화 능력을 통해 초기 해독시간을 줄여 문자화된 생각을 보다 깊이 분석할수 있도록 인지적 시간과 이를 위한 물리적 피질공간이 더 많이 할당되었고 이는 문명을 발달시킨 혁신적 사고를 촉발시켰다. 독서를 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기초적인 연산 능력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이는 새로운 사고의 신경세포적 기초가 된다. 즉, 독서를 하기 위해 뇌가 만들어낸 새로운 회로와 경로들이 남다른 혁신적 사고의 물리적 기초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의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자의 진화는 인간의 지적 능력 중 매우 중요한 문서화 체계화 ,분류, 조직화, 언어의 내면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식, 의식 자체에 대한 의식등이 발현하는 인지적 발판을 제공했다. 문자의 발명을 통한 독서가 인간의 뇌를 바꾸고 이 바뀐 뇌가 다시 독서를 바꾸어 문명을 발달시키는 양의 되먹임 효과가 어쩌면 인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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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8-1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을 정독했습니다. 특히 오디오북과 관련된 설명에서는 설득력이 있으시다고 느꼈는데요. 현재의 출판시장이 오디오북과 같은 변화된 구성으로 이윤을 위해 다각화를 하는게 옳은건지 모르겠네요. 원래 독서라는 부분이 손쉽게 갈 수 있는 권도는 없는 것인데 아무래도 열악한 국내 출판시장과 관련이 있겠네요. 많은 걸 생각해하는 글을 써주신 것 같습니다. 하여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닷슈 2020-08-12 19:04   좋아요 1 | URL
긴 글을 정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디오 북 같은 경우는 의미있을 만한 책은 솔직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쓴 것처럼 독서란게 이해하고 내 생각과 경험등과 연결시키며 사유의 폭을 변화 및 확대해나가는데 멈춤없이 들리는 오디오 북이란게 그게 가능할리 없어 보입니다. 저는 동화들려주는거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낌니다. 말씀에 많이 공감합니다. 출판시장의 어려움때문에 생긴 새로운 시도겠죠. 그래서 좋게 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2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도 짤방 유투브 봤는데요, 긴호흡을 필요로 하는 독서는 재미있는 유투브와 경쟁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ㅠ 앞으로 어찌 변할지 더욱 관건입니다. ^^

닷슈 2020-08-13 09:04   좋아요 0 | URL
지금의 흐름으론 짧은게 대세죠. 저도 긴 독서가 알라딘의 길고 어려운 리뷰들이 유튜브를 이길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알라딘 tv를 만드건 같구요. 하지만 독서는 여전히 독서 나름의 기능을 하며 살아남지 않을까 합니다. 짤방은 글자그대로 짤은 정보와 짤은 감동과 얇음 밖에는 줄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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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21세기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렇다할 이익구조 없이 기대만으로 주식이 상장과 동시에 사나흘간 상한가를 치고, 현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한 것은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약산업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이런 약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의 역사는 매우 긴데 아마도 몸이 아픈 인간은 이것 저것을 먹어 보았을 것이고 거기서 효험을 본 것이 약으로 처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고 자체의 영양성분이 높거나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정도 또는 면역력에 의한 치료효과를 약효로 착각하는 것이 처음엔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액설에 기반한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하였기에 환자가 아픈 경우 문제가 되는 체액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체액이란것은 지금 의학에서는 오히려 아픈 경우 보충한다. 수혈이 그렇고 링겔을 맞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피를 빼내거나 체액을 고갈시켜니 이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액설 의학은 기독교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여 이에 반하는 의학적 사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처음 변화가 생긴건 파라겔수스의 의학이다. 그는 금속을 이용한 치료를 중시했는데 아메리카를 다녀온 선원들과 전쟁에 매춘부를 동원하며 당시 유럽엔 매독이 매우 크게 퍼진 상태였다. 매독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수은의 증기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았는데 수은의 증기를 환자에 몸에 쎄여 매독균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독한 수은은 정상적인 조직도 공격해 치료 환자들은 상처자체에서도 고통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무려 1.5L의 침을 쏟고, 간과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입고, 잇몸이 문드러져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지는등 치명적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런 외모의 변화는 매독감염의 증표로 작용해 또 다른 낙인효과를 낳았다. 

 수은은 중독성이 알려진 지금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여겨지지만 의학적 상식이 없던 과거는 아니었다. 수은은 진사화 같이 유명했는데 진사는 붉은 색으로 연소하면 수은으로 변한다. 진사의 붉은 색은 혈액처럼 여겨져 원기와 생명의 상징으로 수은의 회색은 정액을 연상시켜 생명의 씨앗과 부활로 여겨졌다. 때문에 둘은 생명과 부활, 즉 영생처럼 여겨졌기에 진시황은 이 무서운 두 물질을 같이 복용했다. 또한 수은은 피부에 잘 흡착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피부를 미백시키는 효과가 강하여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은 수은 화장을 하고 그린 것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제약산업이 시작된다. 약은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 황의 5가지 구조가 주 뼈대다. 약의 화학식은 이중 수소를 제외하고 표현되는데 수소는 기본 뼈대보다는 다른 뼈대에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정도기 때문이다. 나뭇잎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놀랍게도 화학회사로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바이엘과 화이자, 산도스로 염료공장이던 이들은 공정과정에서 찌꺼기인 대규모의 콜타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찌껴기에서 아닐린을 분리하고 아닐린에서 페놀이 분리되며 사정이 달라진다. 페놀은 약물을 대량합성하는데 필요한 시작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약회사들이 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생산한다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념하는 신약은 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이 어디 치료하는거 보았는가 그날그날 증상을 그저 완화해줄뿐이다. 이들이 이런 약에 천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때문이다. 질병 근원을 치료하는 약보다는 매일매일 자주 먹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수요가 작은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2003년엔 상당수 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제약회사들은 20세기 중반들어 위생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약 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들이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매우 창의적인데 바로 정신의학분야에 간섭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이 애매한 정신장애를 제약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로비하였고, 이후 수많은 정신의약품을 개발하여 이윤을 누리기 사작한다. 이 약 역시 정신질환을 전혀 치료하지는 못하며 꾸준히 복용하며 약간의 개선만을 시켜주는 정도다. 우울증 약으로 유명한 프로작은 4천만이 복용하여 4만이 자살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오늘날 유명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마약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류는 고통의 경감, 종교적 영성, 각성, 평안을 위해 각종 각성물질과 평온을 주는 물질을 찾아 활용해 왔다. 아편, 카페인, 알코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은 카페인과 술만이 허용되며 마약류는 모두 터부시되지만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폭넓게 허용되었다. 의외로 중독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거의 6천년간 마약을 복용해왔는데 중독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는 마약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쳐 양자체가 반감되고 독성도 상당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사로 혈액에 직접 공급하거나 흡입으로 폐를 통해 바로 혈관으로 도달하는 경우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약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대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양귀비이고 그 열매의 과즙을 굳혀 검고 딱딱하게 만든게 아편이다. 대마로 우리 조상들은 줄기와 꽃을 이용해 아편을 만들어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종이를 얻었고, 씨앗에서 기름을 얻었다. 씨앗을 그 유명한 헴프씨드다. 이 대마의 아편에서 모르핀이 추출되고 화학식을 약간 변화해 약효를 8배이상 높인게 헤로인이다. 마약류를 불법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던 70년대 반전운동에 앞장서던 히피와 흑인 집단을 공격한다. 흑인은 헤로인을 히피는 대마를 사용했는데 이를 불법화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타락하고 중독성을 강조하며 불법화한다.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마약을 불법화하였는데 이는 과거 알카포네같은 마피아를 키운 금주령처럼 마약을 고가화하였고 이로 인해 불법조직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지금의 작태를 낳게 만들게 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정권은 독재에 반대하는 이장희, 신중현등의 포크가수들에게 문화처럼 퍼지던 대마를 전격적으로 불법화하고 미국처럼 공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기르던 대마는 차차 사라지고 우리 인식속에서 모든 마약류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거대제약회사들은 세계적으로 마약류를 불법화해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약개발에 대마등을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대마는 상당히 효용이 높다.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는 강렬한 최음제나 환각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크며 실제로 외상후장애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된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LSD역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람에게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사유를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SD는 오히려 복용후 이런 강한 정신작용으로 피로감이 높아 불법화하기 전에도 예술가나 문인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마는 소아뇌전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책을 보며 마약류에 대한 오해, 거대 제약회사들의 태동과 못된 작태들, 약을 허용하고 하지 않는 모호성과 그것에 관여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민낯, 그리고 약의 발달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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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 지음 / 세로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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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누구나 태양계를 표현한 매체를 자주본다. 과학교과서나 과학교양도서에서 혹은 만화나 영화에서 태양계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태양계를 표현한 것은 아무도 본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태양이 다른 행성들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그러기엔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다른 행성들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때문에 대부분의 태양계 축소 모형은 지구와 비슷할 정도로 태양의 크기가 작게 묘사되거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형제마냥 옹기종이 모여있기 마련이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이는 아무래도 사람에게 오개념을 심어준다. 

 그런 아쉬움을 누구나 갖고 있었을텐데 저자는 책장이 넘어간다는 책의 물성을 이용해 태양계를 200쪽의 책에 표현해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태양계지만 너무나도 멀어 표현할수 없는 오르트구름대나 가이퍼대는 표현하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설명만 있을뿐이지만 그외에 나머진 충실히 잘 재현되었다. 다만 항성과 행성간의 거리는 1000억분의 1로 축소한 반면 행성과 항성의 크기는 같은 비율로 축소하면 너무나도 작게되어 10억분의 1로 묘사했다. 

 첫장을 넘기면 태양계의 시작점인 태양이 광활히 무려 4쪽정도에 걸쳐 펼쳐진다. 넘겨도 넘겨도 이글이글한 태양이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나 차지하니 이는 당연하기도 하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무려 5500도에 달하고 초당 4*10의 26승 J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다. 

 좀 더 가보면 화성이 나온다. 화성은 지구나 금성보다 작고 질량도 적은데 이는 아무래도 목성에 의해 질량을 많이 빼앗겨 충분히 성장할 만한 물질이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목성은 과거 화성근어체 있었던 것 같다. 화성엔 남극의 극관에 물이 있는데 이게 다 녹으면 무려 화성을 11km 깊이로 덮어버릴 정도의 물이다. 화성이 지구보다 작아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구만큼의 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는데 화성과 목성의 중력에 궤도공명을 일으켜 틈새를 갖고 있다. 이 소행성대는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붙잡혀 있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지구방향으로 소행성이 침투하는걸 막아준다. 

 목성은 매우 큰 행성인데 태양계에서 상당히 떨어진 이곳에 이리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이 있는게 다소 의외다. 이는 동결선때문인데 동결선은 글자그대로 물질이 태양의 에너지로인해 액체가 기체상태로 존재가능한 지점이다. 대충 태양계에선 5AU정도의 거리인데 동결선 안의 물질은 기화되어 태양풍에 의해 동결선 밖으로 점차 이동하게 된다. 동결선 안엔 이안에서도 고체로 존재하는 무거운 물질들이 남게되고 암성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형성한다. 기체들은 동결선 밖에 모여 뭉치는데 이게 목성이다. 그래서 목성의 위치는 거의 동결선 바로 바깥이다. 목성 근처엔 라그랑주 지점이란게 있다. 이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물체들이 잡혀있는 부분인데 총 5개지점이 있어 소행성대를 형성한다. 목성의 위성중 하나인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이가 깊은 액체의 바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역시 옅은 산소이고 바다가 깊어 지구보다 물의 양이 많다. 목성의 기조력에 의해 지열작용이 활발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화 마션을 보면 멧데이먼의 생존을 알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대원들이 우주선을 돌리기로 결정한다. 이때 한 젊은 청년의 아이디어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스윙 바이'의 원리다. 스윙바이의 원리는 물체가 a라는 속도로 가만히 있는 다른 물체에 충돌하면 반작용으로 같은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물체가 a라는 속도로 반대방향으로b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충돌하면 가만히 있는 관찰자가 보기엔 무려 a+2b의 속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태양의 중력에 의해 공전하는 행성의 진행방향 뒤로 접근해서 나아가면 이 중력에 의해 속도가 증폭된다. 실제 보이저1,2,호는 목성과 토성의 중력을 이용해 태양계 탈출속도를 얻어 내었으며 수성을 관찰하는 우주선은 태양으로 빨려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수성의 공전진행방향 앞으로 접근해 속력을 줄였다. 

 책을 넘기다보면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태양의 크기, 그리고 열장 가까이를 넘겨서야 다음 행성이 나오는 태양계의 텅빔. 그리고 빈 페이지를 과학적 상식으로 알차게 채워주는 태양계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멀고 신비롭고 말도 안되는 우주를 아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속해있는 태양계부터 제대로 아는게 맞는 것 같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도 무려 4광년이나 떨어져있고, 우리가 40여년전에 쏘아보낸 보이저들도 아직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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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 불, 요리, 폭력, 패션 그리고 섹스를 통해 본 인류 진화에 대한 색다른 탐험
애덤 러더퍼드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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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은 대체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서 쓴 책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무척 다르기에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많은 개체를 유지하고, 지구의 다른 좀을 쥐락펴락 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공통점도 많다. 우선 다른 생물들처럼 동일한 유전암호를 쓴다. 이 암호는 딱 네글자인 A,C,T,G다. 별개의 세포조직에서 생명체를 이룬다는 사실도 같으며, 많은 세포들이 공통의 매커니즘으로 환경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점도 같다.  

 인간의 독특한 점으로 우선 도구에 주목한다. 도구의 정의는 좀 복잡하다. 동물이 자신의 힘을 연장해서 물리적 작용을 가하는데 사용하는 동물의 몸 외부에 작용하는 사물이란다. 주먹도끼부터 최신 스마폰까지 도구에 들어간다. 인간의 주요 특징으로 도구에 주목 할 만한 것이 동물중 도구를 사용하는 종이 겨우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구를 만들려면 예지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또 그것일 정교하게 운동제어 행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복잡한 도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그로 인해 다시 영향을 받는 인간을 생각하면 도구는 인간의 주요 특징중 하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하다.

 다음은 큰 뇌다. 그런데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진 동물은 생각보다 좀 된다. 특히 대왕고래는 뇌무게만 8kg에 달한다. 그래서 체중 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비교해본다. 이러면 좀 상위권으로 가긴 하지만 여기서도 돌고래들에 밀란다. 거기에 체중대비 뇌의 중량비유로 본다면 그 수치가 보다 나은 남성이 여성들보다 똑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면 뇌의 밀도나 뉴런의 수다. 이것도 좀 낫긴 하지만 몇몇 미생물은 뉴런의 수가 인간보다 많으며 새의 경우 작은 뇌에도 엄청나게 밀집해있다. 이것이 새가 작은 뇌의 크기에도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간의 뇌는 제법크지만 그것만으로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단 결론이 나온다. 뇌의 크기와 밀도, 체중대비 상대적 비중, 뉴런의 수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간은 최고는 아니지만 이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이다. 거기에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이 용이한 손의 형태와 이것을 가능하게 한 직립보행, 거기에 문명을 전달하는 말을 할수 있는 능력,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간의 뇌를 최고로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만일 돌고래에게 말을 할수 있는 능력과 손이 주어졌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독특하게도 성행위다. 모두 동물이 다하는 것이지만 인간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인간의 경우 성행위가 지나친 낭비라는 점이다. 성행위의 목적은 마땅히 번식이다. 그런데 인간의 경우 성행위 대비 번식 성공률이 고작 0.1%에 불과하다. 1000번의 성행위에서 단 한명의 아이만 태어나는 셈이니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따로 없다.

  인간의 성행위가 독특한 점은 스스로 하는 자위행위와 동성애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의외로 이는 동물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 영장류중 80종의 수컷에게서 그리고 50종의 암컷에게서 자위행위가 관찰되었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기가막힌다. 한 수컷 돌고래는 바다장어를 자신의 성기에 감아서 자위를 한다고 한다. 손이 없으니 별짓을 다한다. 돌고래의 성행위는 더 경악스러운데 수컷의 무리들이 암컷 하나를 몰아넣고 집단 강간을 한다. 동물에게 이 표현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저자도 의문을 제기했지만 하여튼 그렇다.

 동성애의 경우 인간만의 특징으로 착각하지만 동성애는 자연에도 만연하다. 동성과 성관계를 오히려 더 많이 하는 경우도 쉽게 관찰된다. 번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성애가 자연계에 만연한 것에 대해 진화학자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는데 몇가지 단서가 있다. 우선 완전한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개체는 드물다는 것이다. 동물의 성적 성향은 완전한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어느 한점에 위치하고 그렇다보니 동성애적 성향이 강한 개체도 이성애를 완전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어 자손이 남겨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게이삼촌가설과 할머니가설이다. 벌이나 개미처럼 자신이 번식을 하지 않더라도 유전적 유사도가 높은 형제자매의 번식을 돕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과 유사한 생각이다. 실제로 동성애 남성의 할머니, 고모, 이모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동성행위가 유전적 적합도를 높이는 행위라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동성애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한다. 애초에 진화엔 목적이 없기에 그냥 생겨난 것이 위와 같은 요인으로 유지되었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지니치게 높은 번식 의지에 비해 교미 기회가 적어서, 혹은 암수의 형태적 구분이 아주 극단적으로 완벽하진 않으므로 외모적 유사성에 의한 착각? 일 지도 모를일이겠다.

 마지막은 인간의 진화과정이다. 진화엔 목적이 없고, 방향도 없기에 인간의 진화만이 특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만들어진 면에는 독특한 우연과 특별한 면이 있다. 우선 우리 유전체의 8%는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다. 놀라운 점인데 바이러스는 DNA없이 RNA만으로 자신의 유전체를 다른 생물세포를 통해 복제한다. 이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리 유전자체 다른 생물이 꾸준히 침투해온 것이다. 실제로 태반은 4500만년전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태반은 그 이전부터 있었는데 이 기능의 획득으로 더 잘 기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놀랍게도 생쥐는 우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는 다른 바이러스로부터 다르게 얻은 것이다. 또한 인간은 염색체가 23쌍인데 다른 영장류들은 대개 24쌍이다. 60-70만년전 아마도 과거 2-3번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선조가 생겨났는데 그래서 지금 인간의2번 염색체는 유독크다. 전체 DNA의 8%나 되고 12개의 유전자가 있다.

 말을 하게하는 FOXP2유전자도 그렇다. 유전자는 복제를 여러개 해두는 경향이 있는데 영장류에서 이 유전체 복제가 유독 쉽게 일어난다. 실제 우리 유전체중 5%가 복제본이며 그 중 무려 삼분의 일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여기서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게 되어 진화가 촉발되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FOXP2 유전자가 다른 생물에 비해 많다. FOXP2유전자는 오래된 것으로 다른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연관한다. 인간은 여기에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나 말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이 말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목뿔뼈란 다양한 근육과 인대를 연결하는 독특한 뼈가 필요하고 혀가 필요하며 인지, 추상, 묘사능력을 갖춘 섬세한 심리적 기반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말을 듣고 해석할 청각적 장치와 두뇌 장치 말이 전달될 공기가 필요하다. 유전자 하나만으론 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책은 다양한 인간의 독특성에 주목한다. 분명 인간이 독특한 것은 분명하나 인간을 그렇게 만든 많은 변화는 진화과정속에서의 우연과 그것을 촉발한 환경, 그리고 여러개가 서로 이를 뒷받침하며 일어났다. 도구는 분명 독특하지만 직립보행으로 인한 손의 독립, 그리고 도구를 쥐고 개발할수 있는 엄지방향의 변화가 필요했다. 거기에 큰 뇌와 도구 발달을 가속화하고 전달할 언어도 필요했다. 이 모든게 생물학적 우연으로 인한 진화기반과 문화가 갖이 작용하여 일어난 셈인 거시다. 결국 인간은 매우 특별하면서도 전혀 특별하지 않은게 책의 결론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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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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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는 재밌으면서도 유익하다. 한권이고 만화이기에 부담없고 재밌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알찬 지식거리로 충만한 편이다. 만화로 배우는 공룡과 곤충 시리즈를 보았고 이번엔 의학이었다. 다른 시리즈도 아마 많을듯 싶다. 이러다 why시리즈 처럼 되는거 아닐런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의학시리즈는 앞선 공룡이나 곤충편보다 재미면에서 많이 떨어졌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다. 장들이 좀 많고, 불과 2-3쪽에 이런걸 모두 담으려하니 큰 줄기가 느껴지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지식만 많았다. 아쉬웠다.

 지금 우리의 의학은 상당히 서구에 의존하고 있다. 동양의학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나 신뢰도 면에서 서구의학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실제 기능도 그정도 인지 모른다. 그렇다보니 이 책도 서구의학의 발달만을 다룬다.

 서구의 과학이 그렇게 발달한 것처럼 의학도 사람의 몸, 동물, 식물등을 연구하면서 발전해온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의학은 발전했는데 알렉산드리아의 대 도서관이 불타고, 로마인은 의외로 의학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이윽고 중세암흑기로 이어지며 서구의 의학발전은 정체기에 머무른다. 이때 중요한 발전을 이룬게 이슬람세력에서의 의학이다. 이때 나온 선구자들이 그리스 시대의 의학과 이집트 의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그리스, 로마시대의 의학이 명맥을 유지한다.

 서구의학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종교적 터부와 보수적 생각때문이었다. 둘은 같이 결합하기도 했는데 한 학자의 이론이 종교적으로 인정받으면 이를 반박하는 것은 굳어진 신앙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예로 갈레노스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의학이 그러했는데 이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지는 혈액의 순환론이 받아들여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 사이 많은 이가 화형당하기도 했다.) 종교는 환자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콜레라나 흑사병, 천연두, 나병환자들은 처음엔 종교에서 치료의 대상이었지만 차차 악마에 씌인 사람이너 저주 받은 사람,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정신병자도 대개 마찬가지.

 보수적 의사들은 새로운 생각을 가로막기도 하였는데 하비의 혈액순환론은 그래서 받아들여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수술기구 및 손을 소독해야한다는 당연한 생각, 맨델의 유전법칙등도 마찬가지였다. 감염부분은 다소 놀라운데, 중세나 근대의 의사들은 수술기구 및 자신의 손을 전혀 닦지 않았고, 심지어 전날 시체 해부 연습을 한 손으로 다음날 아이를 받곤 했다. 그러다보니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가 무려 40%에 달했다고 한다. 기가막히는데 한 의사는 시체를 해부하다 메스로 자신의 손을 감염시키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음날 사망했다.

 이처럼 감염은 인간을 오래 괴롭혔는데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감염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지 못해서였다. 현미경의 발달과 백신의 발달, 그리고 철저한 방역과 소독은 이런 감염으로부터 인간을 상당히 해방시키게 된다. 수술장갑은 꽤 오랜 후에나 만들어졌는데 한 의사가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독한 약물에 소독해 망가지는 것을 보고 만들어냈다.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심장의 바이패스 수술이나 장기이식 등의 역사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모두 20세기 후반에나 가능해졌으며 면역억제제를 발견하고, 심장을 잠시 멈추고도 수술이 가능한 순환기 등이 개발되고 나서였다.

 마취제의 개발도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0년 정도인데 그 이전엔 짜르고 베고, 가르는 외과수술이 모두 마취없이 이루어졌단 이야기다. 마취약은 세가지가 같이 쓰이는데 프로포폴로 수면은 유도하고 모르핀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쿠라레로 근육을 이완시킨다. 이로써 환자가 고통없이 수술을 받고 의사도 안정적으로 외과수술을 하는게 가능해졌는데 쿠라레의 경우 근육을 이완시키므로 호흡기 계통도 마비시켜, 환자가 숨을 제대로 못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인공호흡기의 개발이 이루어진다.

 책을 보면서 지금껏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현대의학의 발전이 얼마나 더디고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상당성과가 극히 최근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놀랐다. 유전공학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개발로 의학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책이 좀 소홀했던게 미래 의학의 방향인데, 그부분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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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9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