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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 가려진 세상 - 생각실험으로 이해하는 양자역학
최강신 지음 / Mid(엠아이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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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파인만은 자신이 양자역학관련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 이 세상에 양자역할을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 이라고 했다. 그만큼 양자역학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것이다. 나도 양자역학에 대해서 다른 과학책에서 어렴풋이 관련 내용을 봤을 뿐 본격적으로 양자역할을 다룬 책은 본적이 없었다. 그러다 책' 우연에 가려진 세상'이 나와 한번 도전해봤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우연에 가려진 세상이라니. 웬지 양자역학의 속성을 잘 드러낸 제목같다. 

 근데 웬걸 책에서 양자의 정의부터 밝히질 않는다. 알거라 생각한건가? 그래서 친절한 네이버에 양자의 정의를 찾아봤더니

[ 어떤 물리량이 연속값을 취하지 않고 어떤 단위량의 정수배로 나타나는 비연속값을 취할 경우, 그 단위량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란다.(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그래서 광자와 전자가 양자가 되는 듯 하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서 에너지의 흡수 방출 여부에 따라 원자핵 중심과 주변으로 오르내리는데 희한하게도 이게 연속적인 아날로그 값이 아닌 디지털 정수배이다. 책에는 자연계에 은근히 디지털 처리가 많다고 한다. 디지털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것일까? 어쨌든.

 그래서 책은 그 유명한 전자 실틈 실험에서 시작한다. 전자 실틈 실험은 막에 전자가 통과할 수 있는 실틈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두개 만들어 놓은 후 실틈 뒤에는 전자가 부딪히면 흔적은 남기는 형과막을 설치한다. 그 후 전자를 발사해서 전자가 실틈을 통과하는지를 보는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실틈의 뒤에 두개의 실틈 모양 기둥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매우 달랐다. 마치 물결무늬처럼 전자가 흔적을 남겼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전자를 파동으로 해석했다. 왜냐하면 물결무늬는 파장을 가진 파동이 두 틈을 지나면서 서로 간섭이 일어나 생기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이 파동은 형광막에 닿는 순간 동그란 입자의 무늬를 남겼다. 

 이를 두고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은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며 파동의 형태로 이동하다가 형광막에 닿는 즉, 측정의 순간 이것이 무너지며 입자로 남는 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 해석이 보다 일반적인 것인줄 알았는데 책에서는 97년 있었던 회의에서 상당히 많은 학자들이 코펜하겐 해석을 따르고 있지 않았다.

 하나는 여러 세계 이론으로 두 개의 실틈 실험에서 형광막에 남겨진 파동무늬는 밝기가 다른데 이는 전자가 각 부분의 형광막으로 향해 부딪힐힐 확률이 각각 다름을 의미한다. 전자가 많이 부딪혀 밝은 빛을 띠는 부분일 수록 전자가 그리로 향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기묘하게도 이런 각 사건은 독립성을 띠며 서로 다른 세계를 구성해나간다는 것이다. 우주의 에너지가 보전되는 것처럼 이런 확률들의 총합도 보존된다고 본다. 잘 이해는 안가지만 일전에 다중우주 이론의 한가지로 거론된 것을 본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길잡이파 이론이다. 여기서는 사실상 전자를 입자로 본다. 그런데 자석의 전자기파나 행성주의의 중력파처럼 전자가 움직일때 어느 지점으로 경향성을 갖고 향하게 끔 하는 길잡이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중력이나 전자기력 같은 근본적인 힘으로보지는 않지만 그런 것이 작동하여 전자가 특정 부분으로 높은 확률로 향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이해가 잘가서인지 더욱 그럴듯했다. 

 책은 광자를 가지고 양자의 얽힘 현상도 다룬다. 얽힘은 두 광자가 얽힘이 일어나면 서로 멀리 떨어져있어도 상호작용을 주고 받는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따라서 두 얽힘 상태의 양자가 상당히 먼 공간을 떨어져있다면 원래 서로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하나가 영향을 받는 즉시 ,다른 하나도 영향을 받는다. 소위 국소성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런 얽힘 현상은 현대에 양자암호를 개발하는데도 사용되며 양자컴퓨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책에도 나오지만 사람은 양자를 관찰한적도 없고, 정체도 모르면서 이미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책은 양자역학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각 학파의 의견 그리고 여러 해석들을 파동과 편광등을 활용해 비교적 쉽게 설명한다. 하지만 결국 수식이란건 피할수 없는 부분이 있고, 모든 걸 다 세세히 설명할수는 없다보니 일반인이 교양서적으로 읽기엔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오일러의 공식, 자연로그, 벡터등이 나올땐 문과출신으로 절망했다. 이공계라면 쉬울수도 있겠다.) 솔직히 반정도도 이해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언제고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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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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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하면 쉽게 아이큐가 떠오른다. 지능지수에 대한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능지수는 아직도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서로에게 지능이 높으니 머리가 좋으니 마니 그렇게 쉽게 말하지만 학계에선 아직 지능을 엄밀히 말하는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지능을 보는 관점이라 할 수 있는 지능의 정의도 참 다양하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말했고, 스턴버그는 삼원지능이론을 말했다.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지능을 연구한 이론이 제법 될 것이다. 

 책 '지능의 탄생'에서는 지능이란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환경은 글자그대로 환경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섥힌 문제를 말하기도 한다. 책은 지능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 지능과 학습의 관계, 그리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신경학, 생물학, 경제학, 심리학등의 학문을 사용해가며 살펴나간다. 

 지능의 시작은 생물의 진화에서 시작한다. 초기 RNA로 추정되는 최초의 자기 복제자가 생겨났고, 세포막이 생겨나면서 외부와 구분되고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면서 한 개의 세포를 이루게 된다. 세포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는데 부피가 커질수록 표면적이 줄어들어 외부물질 교환을 통한 대사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세포는 자기 복제를 통해 분열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다세포 생물의 시작이다. 원래 하나의 세포가 생식. 대사, 면역, 순환등 모든 일을 다했었지만 세포가 많아지자 분업이 시작된다. 세포별로 맡는 전문적 기능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자연히 움직임을 맡는 근육세포들이 생겨났고, 이들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도 생겨났다.

 해파리 같은 생명체들의 신경망은 반지형인데, 이것을 보면 초기 생명체의 신경세포는 근육주위에 분산하여 각 근육세포를 제어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절지, 연체동물은 신경계가 여러개의 신경절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신경삭으로 구성된다. 각 신경절들이 본부역할을 하는 지방분권형 체제인 것이다. 이런 동물들이 머리 외의 다른 부분이 잘려나가도 꾸준히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척추동물로 이들은 신경세포가 등쪽에 집중되어 끈 모양을 형성한다. 그리고 각 감각기괸이 모인 머리부분에 신경세포가 집중화하는 대뇌화현상이 일어나 두뇌를 형성한다. 연체동물과는 다른 중앙집권형인 것이다. 

 이렇게 신경세포가 생기고 두뇌가 생겨나자 이들의 창조자인 유전자들은 자신의 성공적인 계속적 복제를 위해 생존기계들에 지령을 내린다. 두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쪽에는 반사와 본능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그리고 두뇌의 기능이 우수한 쪽에는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즉, 반사와 본능을 따르는 쪽은 행동자체가 보상물이라면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는 쪽은 행동자체가 아닌 행동의 결과에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두뇌가 우수한 생존기계들은 유전자로부터 지능이란 것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자가 부여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을 선택해야하며, 행동의 결과는 주변 환경에 따라 늘 바뀌게 되므로 지능에는 학습이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게 된다. 

 인간의 두뇌는 학습에 따라 그 형태와 기능이 바뀌게 되는데 이는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부위인 시냅스와 관련이 있다. 시냅스는 두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것으로 경험의 결과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여 연결을 빠르고 다양하게 하거나 줄인다. 최근 연구는 동물이 학습하는 정보의 내용에 따라 시냅스의 가중치가 특정한 방향으로 변한다는게 밝혀져 학습의 물리적 기반이 시냅스 가소성임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의 학습은 강화학습으로 설명할수 있는데 강화학습은 자신이 생각했던 행동선택결과의 가치가 기대와 다를 경우 그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방식이다.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무식한 강화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유식한 강화학습이다. 무식한 강화학습은 충분한 시간이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행하는 것으로 대개 시간이 없거나 자동화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사용된다. 반면 유식한 가강화학습은 심적시뮬레이션을 통해 행동가치값을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심적시뮬레이션은 동물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에 비추어 특정한 행동을 취했을때 나타날 가상의 보상에 기초에 행동가치값을 계속 수정해가나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두뇌의 이런 강화학습의 결과에 감정을 부여한다. 득의와 실망은 무식한 강화학습에 해당하는 감정으로 보상예측값이 양인지 음인지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후회와 안도는 유식한 강화학습에 대한 감정으로 역시 보상예측값이 양인지 음인지에 대한 감정이다. 사람이 지나간 일에대해서도 계속적인 후회를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유식한 강화학습이 쉬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정들은 결국 지능을 강화하여 생존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이런 높은 지능을 위한 뇌의 발달에는 진화과정에서 늘 발생하는 트레이드 오프 현상이 발생한다. 과다한 투자엔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일단 좋은 지능을 위해 두뇌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사용되며 태어난 상태에서 나약해 오랜 부모의 희생이 필요하다. 또한 출산의 고통과 위험도 수반한다. 거기에 좋은 지능을 유지하기 위한 감정의 부여로 부정적인 감정과다와 이로 인한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출처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망상증도 생겨난다. 

 다음은 인공지능으로 저자는 인공지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인간지능에 비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현재의 인공지능 대부분이 특정한 문제만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 대단한 알파고도 결국은 바둑만 둘 줄 안다는 것이며 왓슨 역시 진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공지능의 무문제해결능력이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생물의 지능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인공지능의 문제해결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인공지능 근원적 한계로 보는 편이다. 마지막은 아직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인공지능이 가능한데 회로가 단순하게 연결된 컴퓨터에 비해 인간은 시냅스의 연결과 작동원리가 가변적이고 복잡하다. 양자컴퓨터와는 비슷할까나? 그리고 컴퓨터가 하드와 소프트가 분리되는 반면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지능이 생겨난 진화상의 필요성과 이유, 그리고 지능의 정의와 학습, 감정의 역할과 그 부작용, 인공지능에 대해 잘 설명한 책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밝혔든 아직 인간의 두뇌에 대한 비밀이 많이 남아 있기에 책도 완결이 잘 안된 느낌이든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에 회의적이면서도 완전히 자신하지는 못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아직 인공지능은 먼미래의 이야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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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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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알라딘 북플러들의 리뷰가 무섭다. 새해라는 것이 주는 효과가 이런 것이다. 리뷰의 숫자도 늘어난 것 같고, 웬지 읽는 책들의 수준도 높아진 것 같다. 평소에 보지 않던 무거운 책을 새해라는 마음으로 잡은 것으로 지리짐작한다. 내가 잡은 이 책도 그렇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부터 북플러간에 비밀글이 좀 많아 진 것 같다. 사적인 것일수도 있고, 뭔가 다툼을 막기위함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느낌도 없지 않다.

 책 인포메이션은 글자그대로 정보라는 것을 인류가 다루고 발견해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찾는 역사를 다룬 책이다. 뭔가 커다란 결론을 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정리에 그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인류의 발전과정을 다룬 좋은 책들이 많다.  어떤 책은 지리적 우연에 어떤 책은 사고의 도구를 발전 시키는 과정, 어떤 책은 과학의 발전으로 어떤 책은 경제적 발전과정을 중심내용으론 잡곤한다. 이 책 인포메이션에게 인류와 세계의 발전과정의 중심에는 바로 정보가 자리한다. 의외로 정보가 세상을 구성한다는 생각은 오래되었고, 책이나 영화등에서 적잖게 구현되었다. 영화라면 13층과 매트릭스가 떠오르며 책은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그리고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유니버스가 생각난다. 

 인간에게 정보의 시작은 바로 '말'이었다. 하지만 말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바로 기록이 되지 않고(물론 오늘날에는 기록이 가능하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해 말을 통해 어떤 정보가 제대로 표상화되기 힘들었으며 인간의 사고 방식 역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책에는 아직 구술문화 수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연구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원이나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범주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삼단 논법의 예를 들어도 이를 논리연역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구어가 문어로 전환되어 문자인 기호가 논리적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 예이다. 

 이어 문어, 즉 문자가 등장한다. 말은 처음엔 상형문자로 그리고 표의문자에서 표어문자로 발전해나간다. 상형문자의 대표적 예가 한자이며, 표어 문자로는 알파벳과 한글이 있다. 기록이 가능한 문자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에 기대어 사고를 발전시켰고, 논리가 가능해졌다. 묘하게도 구어일 경우에는 직접 경험에만 의존하여 지식을 구축해나가다가 말이 등장하고 나선 이로부터 해방되 글 자체에서 새로운 지식을 쌓아나가는 방법이 발견된다. 형식논리학이 그것이다.

 하지만 논리가 개발되지마자 글을 가진 문화권에서는 역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손룡의 백마는 말이 아니다라는 역설과 삼단논법에 등장하는 크레타인의 거짓말 역설이 그런 것들이다. 이와 같은 역설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글이 의미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위에 제시된 역설들을 의미가 없는 다른 기호로 바꾼 경우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역설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매개체를 정화하는 것이고 이렇게 정화된 또다른 정보 표기 방법을 인류는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숫자다. 

 숫자에 의한 정보논리가 본격화 되기 이전 정보의 발전은 중간단계를 거치는데 바로 사전의 발명과 인쇄술의 등장이다. 놀랍게도 사전이 등장하기 전 영어권에서는 사람들이 쓰는 철자가 제 각각이었다. 영어의 발음과 표기가 분명히 일치하지 않으니 생긴 문제인데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해 보이는 철자를 썼다. 오늘날 한 영어단어에 여러 표기법이 있는 것은 이때의 흔적일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전의 등장은 이런 표기법을 일치시켜서 단어의 지속성을 보장하였고, 사전을 통해 다른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은 한 단어의 의미가 다른 단어로부터 나온다는 즉, 모든 단어가 총체적으로 맞물린 구조를 형성한다는 닫힌 계의 사고방식을 보여주었다. 목록화의 사고방식도 사전에서 촉발되었는데 두 가지 목록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단어의 주제별 목록화로 이는 사고를 자극하고, 불완전하며, 창의적인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알파벳 목록화로 이는 기계적이지만, 효율적이고 자동적인 방식이었다. 승자는 당연히 오늘날 채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정보에서 다룸에 있어 의미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초기 시도중 하나로 보인다.

 인쇄술을 통해서 인간은 언어를 세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언어를 독립적인 검토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고, 단어의 의미가 상호의존적이고 심지어 순환적이란 인식을 하게 되었다. 즉, 단어가 사물에서 분리되어 다른 단어를 표상하는 단계로 갔던 것이다. 문자언어를 통해 시작된 단어와 의미의 분리가 본격화 된 것이며 결국 사전과 인쇄술은 이러한 성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영국 찰스 베비지의 차분기관과 해석기계이다. 차분기관은 로그를 이용해 큰수의 곱셈을 덧셈으로 변환해주는 기계였고, 해석기계는 정보를 처리하는는 기계였다. 당시 둘다 기술적 한계로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베비지의 기계는 기호를 다른 기호로 표기하는 인코딩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또한 구체적 물질세계와 추상적인 기호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최초의 것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어 전기통신의 발달로 전신이 등장한다. 전신은 회로를 열고 닫는 즉 0과 1의 상태로 인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계였다. 전신은 통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정보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언어나 세계의 모습을 숫자라는 기호로 표현하려고 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철학자들은 논리학과 수학을 결합함으로써 일종의 완성된 체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괴델에 의하면 수학에서는 연산불가능한 수가 있으며 이때문에 수학이라는 체계는 불완전하다. 이러한 불완전성의 정리는 기호를 통한 온갖 방법으로 역설을 피하던 철학자, 논리학자들에게 절망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은 그 한계안에서 계속 발전해나간다. 

 기술적 한계와 시대적 한계로 의미를 찾지 못했떤 베비지의 기계는 튜링의 사고안에서 튜링기계로 창안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안긴다. 튜링기계는 긴 직사각형으로 기호를 표기하기 위한 테이프를 갖고 있으며 그 테이프에 0과 1로 기호를 표기하는 것이다. 이 기계는 논리연산자와 전기회로를 대수함수의 관계지시서처럼 엮었으며 최초로 자기 자신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호, 즉 정보의 표현방법으로써 인간 언어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었다. 섀넌은 언어에서 본질적인 것은 단순한 말소리가 아니라 범주화와 형식적 패턴화라 보았다. 언어에는 패턴에 따른 잉여성이 따른다고 보았는데 잉여성이란 굳이 없어도 의미 파악, 즉 정보전달에 문제가 없는 것을 말한다. 가령 영어의 q뒤에는 거의 u가 따라오며 t의 뒤에는 상당한 확률로 h가 붙는다. 실제 언어의 잉여성은 무려 75%정도에 달한다. 

 섀년은 이런 잉여성에서 정보량의 측정 개념으로 엔트로피를 도입한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우주의 엔트로피는 질서정연한 매우 작은 상태에서 가장 무질서한 큰 상태로 나아간다. 이는 거스를수 없는 것으로 결국 우주의 끝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낳기도 했다. 섀넌에게는 무작위적 정보는 엔트로피가 큰 정보량의 큰 것으로 불확실 한 것이며 언어처럼 의미가 있는 패턴화된 정보는 잉여적인 것으로 엔트로피가 작은 정보량이 작고 비교적 확실한 것이다. 

 섀넌은 또한 게놈이 비트로 측정할 수 있는 정보저장소를 사상 처음으로 제시하여 정보의 개념을 생물학에도 적용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사람의 유전자는 유전 정보가 AGCT네가지의 염기로 인코딩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물의 기원이나 형성방식을 정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후성 유전학에 의하면 생물체는 발생과정에서 유전자를 켜고 끄는등의 단계적 연산을 실행한다. 이에 브렌레너는 새로운 분자생물학은 고도의 논리적 컴퓨터,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보는 밈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킨스에 의해 주창된 밈에게 인간은 조력자이자 운반자이다. 밈은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입을 통해서만 전달되었기에 아주 잠시만 존재했었으나 글이 등장하고, 이를 기록하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그 생명력을 달리 하게 된다. 정보의 발전과 밈은 매우 밀접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밈은 정보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밈은 언어(정보의 표기방법)의 등장이전에도 있었다. 정보는 태초에 존재한 것이다. 하지만 밈의 경우처럼 인간이라는 즉,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 우주에 널린 이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유기체가 발생하면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마지막은 정보의 복잡성이다. 메시지의 규칙성이 클수록,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 예측가능성이 높을 수록, 잉여성이 커지며, 그럴 수록 정보는 줄어든다. 무작위적인 영어단어 한 글자와 완전 무작위적인 영어단어 하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체이틴은 이러한 패턴과 질서를 갖춘 것 자체가 연산가능성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연산가능성이 무작위성의 기준이라고 했다. 콜모고로프는 복잡성은 그 대상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가장 짧은 알고리즘의 비트단위 크기로 보았다. 

 또한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우주 전체의 정보는 보존된다. 이는 양자역학에 의한 것으로 호킹이 블랙홀에 의해 정보가 소실된다고 보았으나 현재 이는 그 자신에 의해 철회된 상태다. 책 인포메이션이 갈수록 결론이 확실해지지 못하고 두루뭉실 서술 된 것도 바로 이 양자역학과 카오스 이론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거지로 정리한다고 하긴 했지만 책은 사실 많이 어려웠다. 반 정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약간 감을 잡을 듯 말듯한 정도로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몇가지 생각은 든다.


1. 세계는 정말 정보로 구성되었을까?

 책 인포메이션은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생겨나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의미하는 정보를 발견하고 역설적이게도 이 정보에서 의미를 제거해나가면서 정보이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과연 세계가 정보로 구성되었다는 의문을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이미 인간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중 강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 약한 핵력 등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생명에 있어서도 유전자와 진화론을 통해 그 근원을 알아가고 있는 상태다.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 즉 알고리즘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2. 정보에 있어서 의미란?

 인포메이션에서 정보의 발전과정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언어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그 발전과정에서 의미는 버려졌다. 하지만 의미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잉여성과 패턴성을 갖춘 것으로 정보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압축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결국 의미를 가진 정보는 서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데 있어 큰 경제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우리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는 결국 정보수신 쌍방간에 정보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있어 의미 있는 정보라는 것이 다른 외계 생명체에겐 아무것도 아닌 정보량만 많은 것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턴과 잉여성이 있으니 결국 알수 있을 것같기도 하다. 

 한편으론 의미는 세계를 구성하는 알고리즘과 정보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의미있는 정보를 인간이 구성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이미 상당히 잉여적이고 패턴화된 정보로 구성된 존재라 그런것이 아닐런지.


3. 정보는 물질적인 것인가?

아인슈타인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는 근원적으로 하나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정보는? 책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정보 역시 물질적인 것으로 보는 뉘앙스가 다분하다. 에너지와 물질처럼 그것의 구성원리이자 표현 방법인 정보역시 보존된다면 역시 깊은 관련이 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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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모두가 쉬쉬하던 똥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존스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인간이 똥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상당한 거부감과 혐오감이다. 이런 혐오감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익했기에 생겨난 것인데 똥에는 엄청난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데다가 기생충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똥을 혐오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지극히 유익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똥을 비교적 혐오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구의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동물 전체를 보고 굳이 호불호를 가린다면 오히려 똥은 선호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똥떵어리가 갖는 하나의 엄청난 매력 덕분인데 바로 똥이 영양분 덩어리라는 점이다. 그 오랜 진화와 상상초월의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소화능력은 아직 다른 이웃들을 식량으로 삼아 다시 자신의 몸과 에너지로 재구성하는데 익숙치 않다. 그러기에 똥에는 아직 본래 에너지의 70-80%가량이 잔존해있다. 충분히 노려볼만 한 것이다. 

 책 '버려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에는 이런 똥을 식량이자, 새끼의 둥지, 자신의 짝짓기 장소, 혹은  삶의 터전,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먹을 것들이 많이 모이는 사냥터로 삼는 녀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똥을 사랑하는 녀석들은 주로 절지동물들인데 똥딱정벌레, 파리들,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나비까지 있다. 


1. 여러 초식동물들의 똥

 우선 책은 현 지구상의 주요 똥 공급원들의 똥의 특징에 대해 언급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소인데 소똥은 수분이 75%정도로 사람의 대변과 거의 수분함량이 유사하다. 그럼에도 소의 섬유질 소화능력이 워낙 강해 변에 섬유질이 거의 남지 않다보니 형태가 잘 유지되지 않고 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이후에도 약간의 덩어리진 웅덩이 같은 느낌을 준다.

 다음은 말의 변이다. 말은 소정도의 섬유질 소화능력을 갖추지 못해 변이 덩어리져 나온다. 수분함량은 소와 비슷함에도 말이다. 말은 소와 달리 되새김질도 없고 소화능력도 떨어지다 보니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보다 풀을 믾이 뜯게 된다.

 다음은 양의 변인데 양은 건조지역에서 진화한 동물이다 보니 몸의 수분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건조한 65%수분 함량의 변을 만든다. 이 같은 변은 배변시 몸에 변이 묻지 않아 위생적이고 다리에 구더기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마지막은 토끼인데 이 녀석들은 소장과 대장 사이의 맹장에서 섬유질을 흡수한다. 하지만 맹장의 크기가 충분치 않다보니 영양소 흡수가 부족해 토끼는 자신이 초변을 배변과 동시에 바로 입으로 흡수해 재소화한다. 우리가 보는 소위 토끼똥은 이미 초변이 아닌 재변인 셈이다.(집에서 키우는 토끼에 함부로 뽀뽀하지 말자.)


2.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우린 우리 자신들의 대변이 갈색이다보니 당연히 변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의 똥은 파란색에서 초록색, 흰색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가끔 봉변을 당하는 새똥만해도 흰색에 검은색이지 않은가.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소화과정에서 밝혀진다. 사람의 소화과정에서 음식물은 위를 지난 후 소장에 들어가면서 쓸개즙에 노출된다. 쓸개즙의 역할은 녹지 않는 지방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동그란 덩어리의 유화액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 쓸개즙은 노란색이다.

 그 이유는 오래된 적혈구가 간에서 파괴되는 과정에서 헤모글로빈에서 빌리루빈이란 노란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화기관에서 이 빌리루빈은 스테르코빌린이라는 짙은 갈색의 물질로 변화하는데 이 색이 우리의 똥색이다. 이 어두운 갈색 색소로 인해 포유류의 똥색은 우리가 아는 똥색이 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사향고향이의 변을 이용한 루왁커피에 대한 설명도 짧게 나온다. 18-19세기 자바, 수마트라 섬 등지에서는 커피재배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커피가 워낙 고가의 사치품이다 보니 정작 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커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당시 그 지역엔 야생 사향고양이드링 제법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간혹 커피를 따먹은 모양이다.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몸속에서 제대로 소화되진 않았지만 커피의 단백질이 변성되어 기존에 쓴맛은 사라지고 은은한 향이나게 되었다. 커피에 굶주린 인부들이 먹기 시작한 고양이 똥 속의 커피가 지금의 루왁커피다. 워낙 귀해 kg당 700$선이라고 한다. 이러니 인간이 사향고향이, 그리고 코끼리한테까지 커피를 강제로 먹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3. 똥딱정벌레의 진화

명확하진 않지만 학자들은 똥딱정벌레의 이름에 똥이 붙게된 시점을 6천만년정도 전으로 본다. 이 시기는 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풀의 등장과 이의 섭취를 통해 초식포유류는 충분한 영양을 갖추고 딱정벌레가 좋아할만한 성분과 독성이 적은 똥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똥딱정벌레는 이에 걸맞추어 공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룡시대에도 딱정벌레가 진화했을 거란 의견도 있긴하다. 하지만 현대의 똥딱정벌레들이 파충류와 조류의 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조류와 파충류는 포유류와는 달리 소변과 대변을 구분하지 않고 배설강이란 곳에서 똥을 만들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독성물질인 암모니아, 인산염, 탄산등의 물질이 생기게 되며 똥딱정벌레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초식공룡의 경우 거대한 섬유질이 가득한 똥을 만들었을게 분명하며 이것은 덩어리졌을 것이고 똥딱정벌레에게 큰 요기거리였을 것이다. 또한 겉씨식물에서 속씨식물로 식물이 진화하며 이들 초식공룡들은 더 높은 영양분을 얻었을 터인데, 이는 그들의 똥 역시 더욱 영양가가 있어질 거란 의미다. 똥딱정벌레가 이를 높치지 않았을 거란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4. 똥과 똥딱정벌레

 똥이 들판에 나타나면 가까운 시간내에 이 향기를 맡고 똥딱정벌레를 비롯한 여러동물들이 몰려온다. 똥딱정벌레는 후각기관이 따로 없고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데 그 감각의 정도가 10억분의 1수준을 탐지하는 정도다. 이들의 감각기관이 이리도 민감한 것은 서둘러야 하기 때문인데 막 생성된 촉촉한 똥은 곧 마르기 시작하고 냄새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똥이 마르면 이를 섭취하는데 큰 장애가 생기며 냄새가 사리자면 똥 자체를 찾지 못하게 된다. 

 똥이 촉촉할때 모인 동물들은 영양분이 가득하고 박테리아 건더기 까지 가득한 이 똥즙을 빨아먹는다. 똥 딱정벌레는 물론, 똥파리 거기에 아름다운 몇몇 나비종까지 이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몇몇 포식자들은 이 똥의 유혹에 빠진 이들을 사냥한다.

 똥딱정벌레는 똥을 잘게 잘라 둥글둥글한 경단을 만드는데 이러한 경단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한 것이다. 똥딱정벌레는 경단을 만들자마자 종에 따라 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전략을 택하기도 하며 땅으로 굴을 파서 경단을 옮기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식량인 똥을 경쟁자들로부터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함이다. 

 똥딱정벌레는 수컷의 경우 뿔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덩치가 크다고 해서 뿔도 큰 것은 아니란점이 독특하다.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태할 시기에 애벌레는 뿔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자원배분의 한계때문인데 큰 뿔을 갖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뿔이 머리에 위치하는 종의 경우 눈과 더듬이가 작아지며, 가슴에 위치하는 경우는 작은 고환과 날개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뿔을 없애거나 작게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큰 뿔을 갖으면 똥자원의 확보 및 암컷차지의 용이성으로 똥자원의 탐색과 강한 생식력이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 반대로 뿔이없다면 똥자원과 암컷차지의 확보에서 밀리게 되지만 뛰어난 똥 탐색능력과 잦은 교미로 이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전략을 똥딱정벌레는 번데기시절 선택해야 한다. 이는 애벌레시절 환경압박에 따른 후성유전학의 결과가 아닐런지.

 똥딱정벌레는 대량의 알을 낳아 새끼를 대량으로 번식하는 다른 곤충들과는 다르게 적은 새끼를 낳아 심지어 양육한다. 이는 이들이 똥을 경단으로 만들고 둥지까지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끼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새끼를 소수정예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똥딱정벌레는 경단하나에 대개 알하나를 낳는데, 이 알은 경단안에서부터 똥을 먹어치우고 자라나며 마지막엔 거의 껍데기만 남은 경단을 부수고 나온다. 이 안에서 자기 똥까지 먹었음이 분명하다. 

 

5. 만약에 똥딱정벌레가 없었다면

가장 대표적인 똥인 소똥의 붕괴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생물학적으로 활발한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20kg짜리 코끼리 똥마져 2-3시간 내에 사라지는 반면, 추운 캐나다에선 소똥이 처리되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모두 똥딱정벌레와 똥을 먹는 동물들로 인해 가능한 일인데, 이들이 없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호주다. 

 호주는 오랜 격리의 역사로 개척시기에 이민자들이 함부로 도입한 생물종으로 오늘날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 역시 마찬가지 였는데, 소의 문제라기 보단 바로 소똥문제였다. 유럽에선 쌓다하면 조만간 사라졌던 똥이 호주에선 이상하게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호주가 오래 따로 격리되 생물군이 진화하다보니 호주의 딱정벌레가 건조형 똥에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캥거루를 포함한 호주의 유대류들은 이미 구대륙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들의 똥은 건조 기후에 적응한 결과 매우 수분함량이 낮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똥에 적응한 호주의 오리지널 똥딱정벌레에게 소의 설사와도 갖은 똥은 처치불능이었다. 

 소의 똥양은 생각보다 엄청나서 고작 5마리가 연간 1에이커의 토지를 오염시켰고, 매년 소똥으로 인해 2000km2 의 목초지가 오염되었다. 이 때문에 호주정보는 조심스레 구대륙의 똥딱정벌레의 도입을 시작했고, 오늘날엔 성공적으로 도입종의 54%생존하여 정착하였다. 이들은 4가지 역할을 하였는데 소똥을 제거하였고, 영양분을 순환시켜 풀의 성장을 도왔고, 이는 자연스레 소와 우유의 생산을 증가시켰다. 또한 소가 자신의 변을 다시 먹을 경우 기생충에 재감염되는데 똥을 처리하여 이를 줄이고, 똥을 매개로 번식하는 덤불파리의 개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책은 똥을 통한 공진화를 다루고 있으며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뒤 100쪽 정도는 여러 동물의 똥의 모양과 특징, 그리고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도감이 수록되어 있어 볼거리 역시 많다. 주로 초식동물의 똥에 대하여 다루었는데 육식동물의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생태계 역시 다루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책의 원제는 'call of nature'인데 아무 생각없이 직역하면 자연의 부름이다. 도무지 한국제목과 연상이 안이루어져 찾아보니 call of nature는 똥이 마렵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영어로 I answer the call of nature 라고 말하면 화장실 가고 싶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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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진화론과 관련한 생명과학 책을 간혹 보는 편인데 책마다 항상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다윈이다. 그리고 다윈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제법 언급되는 사람이 리처드 도킨스다. 그리고 그 인물보다 더 자주 거론되는 단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다. 이리 언급이 되니 책 '이기적 유전자'는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막상 무서워서 겁나는 책. 그리고 실제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거의 15년정도 전에 감히 보려고 도전했다 포기하고 접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막상 원전의 공포로 인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책만 엄청나게 보곤 한다. 대표적인게 '자본론'이 아닐런지. 나도 당연히 그런 부류인데, 적절한 타의로 인해 이 책을 마침내 보게 되었다. 

 1970년대에 나와 고작 40년정도의 역사를 가진 이 책을 감히 고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난 솔직히 고전이라 생각한다. 고전이란 오랜 역사동안 살아남은 생명력과 후대에 강한 파급력을 가진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40년이란 긴 역사란 많은 논란을 제공한 시각과 밈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덕에 마땅히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다. 


1. 자기 복제자의 탄생 

 책은 우선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늘 말하듯 무척이나 결핍된 지구지만 생물이 없을 땐 뭐든지 나름 풍요로웠다. 자연계의 원자들은 상황에 따라 불안정하기도 안정하기도 한데, 당연히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고,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킨스는 최초의 자연선택은 안정한 원자들이 선택되고 불안정한 것은 배제된 것이었을 것으로 본다. 안정된 무리들이 차츰 결합해 제법 커졌고, 어쩌다 보니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 등장했다. 이미 만들어진걸 복제하다보니 계속 새로 시작하는 녀석들보다 훨씬 바르게 수가 증가했다. 

 그리고 자기 복제자들끼리의 경쟁이 시작되어 안정성이 더욱 높은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었고,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슬슬 결핍환경이 다가오니 경쟁복제자의 구조를 파괴하는 화학적 물질을 어쩌다 양산하여 그들의 구성요소를 자기복제에 활용하는 원시적 포식능력 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방어하는 입장에선 화학적 방어막이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단백질 벽을 구축하는 군비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도킨스는 이것이 최초의 살아있는 세포의 탄생일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 이기적 유전자와 생존기계

도킨스는 이런 자기복제자를 이기적 유전자라고 부른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의 단위는 앞서말한 것처럼 시작부터 이들이었으며 지금도 이들 유전자 수준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이 유전자들은 자신들의 무한한 복제를 위해 여럿이 뭉쳐 서로 협력하여 생존기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생존기계란 바로 지구상의 DNA를 가진 모든 생물을 말한다. 도킨스는 책 내내 동물이나 식물, 생물이란 표현보다는 압도적으로 생존기계란 용어를 고집한다. 자기 복제자들은 이 생존기계의 구축이란 방식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번영해왔는데 진화한 자신의 가장 최근 버전으로 이 생존기계의 몸과 마음을 구축한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발생하는데 자기복제자들은 도킨스의 비유를 들자면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의 구동방식을 설계해서 짜지만 이후에는 몸안에만 갇혀 아무것도 할수 없게되므로  실제 프로그램인 생존기계들은 이후 상황에 따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자기복제자들은 하는수 없이 이 생존기계들에게 기억과 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짜넣는다. 기억을 통해서 생존기계는 무엇을 하는게 생존에 이득이고 무엇을 하지 않는게 생존에 불리한지를 학습해 나가며 기계안의 유전자들을 보호하고 복제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마치 독이 있는 풀을 매번 먹어보고 결정하는 무식한 방법은 한계가 있기에 자기복제자들은 목적성을 갖는 의식을 부여한다. 이 의식을 통해 고도로 발달한 생존기계들은 기억에만 의존해 직접 문제를 시행착오를 거쳐 해결해나가는 방식보다는 시뮬레이션 방식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해나간다.

 이런 시뮬레이션 시행을 위해서는 고도로 발달한 뇌가 필요하며 그 정점에 속한 인간은 적어도 다른 생존기계들과는 다르게 감히 자신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될 정도로 발달한다. 도킨스가 말한 것처럼 자위를 하거나 아이를 감히 낳지 않는 생존기계의 행동과 의식을 분명 유전자의 의도 밖의 것이었을 것이다.  


3. 이타성의 발달

책 제목과는 다르게 도킨스는 책의 상당부분을 이타성을 위해 할애한다. 이타성은 기본적으로 유전적 근연도를 갖는 혈연집단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만을 생각하기에 유전적 근연도가 있는 혈연집단의 다른 생존기계에 대해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는 당연히 초기부터 주변의 다른 경쟁복제자들과의 관계에서 시작했기에 그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공진화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타성을 유전적 근연도가 부족한 집단과도 상당히 일찍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도킨스는 유전적 근연도를 갖는 혈연집단에서 이타성이 발휘되는 조건으로 당연히 서로간의 유전적 근연도와 상대방의 기대수명, 근연도의 확실함을 꼽는다. 유전적 근연도는 당연한 전제조건이며 아무리 근연도가 높아도 상대방의 수명이 내일모래라면 그들을 위한 이타성은 낭비가 된다. 또한 근연도의 확실함 역시 필수적이다. 이타성엔 나의 시간과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이타성을 발달하여 어느덧 근연도가 낮은 다른 개체로도 향한다. 이런 호혜적 관계가 서로 즉각 주고 받는 경우라면 상관이 없지만 실제 자연세계에서 즉각적 주고 받기는 거의 이루어질수 없다. 당연히 호혜적 관계는 지연성이 되는데 이런일이 발생하면 소위 말하는 '먹튀' 배신자가 나타난다. 즉 도움만 받고 자신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연성 호혜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런 배신자를 식별하고 응징하기 위해 서로를 개체로서 식별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지연성 호혜주의는 이런 능력을 갖춘 종에서만 발달한다.

 도킨스는 이타성의 발달이 이기적 유전자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제시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서로 협력하면 대충 3점 정도를 얻게 되며 양자중 하나가 배신하면 배신자만이 5점 정도의 큰 점수를 얻고 속은 자는 마이너스의 점수를 얻게 된다. 또한 둘다 배신하면 당연히 둘다 마이너스의 점수를 얻게 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단 한번만 이루어진다면 어떤 경우든 당연히 배신하는 쪽이 가장 이득이 크다. 하지만 게임이 계속된다면 배신은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당연히 협력이 생존가능성을 높이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전환이 되는데 도킨스는 여러전략을 사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마음씨 좋고 관대하면서도 분개할줄 아는 전략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게 됨을 보여준다.

 즉, 초기에 협력적으로 나가다가 상대방의 배신을 발견하면 응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응징은 서로간의 영원한 복수를 부르므로 적절한 응징후 다시 협력적 관계 회복을 위해 관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데 이건 한두번 정도로 족하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개체군의 대부분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선택하면 다른 대체전략이 좀처럼 그 전략의 효용성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전략이다. 즉, 초기에 이타성을 갖춘 전략이 환경의 불리함에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 되면 이는 곧 일반적인 전략이 된다는 셈이다. 이는 자연계의 상당수 생존기계들이 이타성을 그들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잘 뒷받침하는 나름의 근거가 된다.


4. 성의 분화

생존기계들 중 수컷과 암컷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도킨스는 생식세포가 그 수가 매우 많고 작은 것이 수컷이고 그 반대 성향을 가진 것을 암컷으로 제시한다. 최초에는 성구분이 없는 동형배우자끼리 상호간에 접합으로 번식이 이루어졌는데 한 동형배우자가 어느날 양분을 더 많이 갖고 덩치를 키우자 자녀 발생에 유리해졌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자 동형배우자들은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난자의 시작이다. 또한 이런 난자를 겨냥하여 이들의 영양분을 착취하고 자신의 유전자만을 결합시키고자하여 영양분을 몽땅 털어내고 운동성만을 갖는 동형배우자가 탄생했는데 이것이 정자의 탄생이다.

 이런 성향의 차이로 인해 기본적으로 암컷은 자식부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이로 인해 상대방의 선택에 상당히 신중해지는 경향을 갖게 된다. 반면 수컷은 자식부양을 거의 하지 않고 상대방의 선택에 당연히 신중하지 않고 많은 상대방을 만나고자 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

 때문에 상당수의 암컷들은 자식부양에 대한 착취를 피하고자 가정적이고 성실한 수컷을 고르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데 생존기계들중 일부는 이를 위해 오랫동안 접촉을 거부하고 수줍어하는 행동을 보이거나, 둥지를 짓게하는등의 에너지를 쓰게하는 행위, 먹이를 요구하는 행위등을 전략으로 구사한다.

 재밌는 부분은 포유류, 파충류, 조류는 대개 헌신적 수컷이 극도로 부족한 반면 어류에 있어서는 가시고기처럼 상당히 헌신적인 수컷들이 많은 편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정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전자들은 암컷의 체내수정을 통해 번식하며 수컷이 정자를 뿌린후 암컷이 자식을 가진상태에서 먼저 달아나는게 가능하다. 하지만 어류는 물속에서 암컷의 난자와 수컷의 정자가 방사를 통해서 번식하는데 암컷의 난자는 영양분으로 무거워 물속에서 어느정도 시간동안 고착이 가능한 반면 수컷의 정자는 바로 물속으로 흩어진다. 때문에 입장은 정확히 반대가 된다. 수정을 위해선 수컷이 정자를 먼저 방사한 후 도망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망이 가능한 것은 오히려 암컷이기에 어류에 있어서는 헌신적 수컷이 나타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밌는 부분은 대개의 동물들이 성적인 선전을 수컷들이 하는 반면 인간은 여성들이 그것을 한다는 점이다. 도킨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지만 자연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 


5. 병목형 생활사

병목형 생활사는 다음 세대로 넘어감에 있어 몸이 일부분에서 자라서 떨어져나가거나 분리되서 자라는 것이 아닌 다시 하나의 세포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로운 개체로 다시 발생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 번식방법에 대해 도킨스는 이것들이 진화상의 장점이 있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몸의 일부가 상당히 자란 상태에서 떨어져나가 그대로 다시 자라는 것이 훨씬 에너지도 덜 들고 위험부담이 적다. 하지만 생존기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힘든 방법을 택하는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우선 진화상의 돌연변이 발생시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형태는 그 반영이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유전자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를 다시 하나의 세포수준에서 반영할 경우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것 같은 효과로 돌연변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둘째로는 처음부터 발생하는 것이 시기에 맞는 기관의 발달을 위한 최적의 생장주기를 정형화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떨어져나가는 형태의 경우 유익한 돌연변이가 발생시 그 부분만 돌연변이되 떨어지기전 다른 유전자들과 협력적 관계가 잘 구축되지 않을 염려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발생하는 경우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모든 세포가 공유하므로 당연히 불협화음이 생길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려 40여년 전에 나온 책이란 점이 다소 놀랍다. 다 읽고나니 내가 나름 읽어온 진화와 관련한 생명과학 책들은 도킨스의 영향력을 많이 받은게 틀림 없어보인다. 사실 몇몇 저자들은 도킨스가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진화론을 잘 종합하고 이기적 유전자란 관점의 제시와 밈의 제시정도를 업적으로 보는데 그것 역시 맞는 것 같다. 이 역시 상당한 능력이다. 밈의 경우 밈학을 탄생시킨 책 치곤 다루는 분량이 의외로 상당히 적으로 도킨스 역시 당시엔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열어놓고 큰 가능성만을 보았을 뿐 던져놓은 듯한 느낌이 많이든다. 밈이 이정도로 발전하고 다른 학문을 자극할지 본인은 과연 그당시 알았을지. 우수한 책이지만 오래전의 책이다보니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며 아직 젊고 패기있을 당시의 도킨스라 말도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도킨스는 이타적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시뮬레이션을 채택했는데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기위한 작위적이란 느낌이 좀 들고, 의식과 관련한 설명에서는 70년대의 한계가 느껴지기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40년의 세월을 충분히 많이 뛰어넘고 충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책 말미에 자신의 새로운 책 확장된 표현형을 무척 광고하는데 짐을 하나 덜었더니 또하나의 짐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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