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마음 -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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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이나 책에는 총론과 각론이 있다. 학문의 기저 배경이나 핵심원리를 담은 짤막한 원리가 총론이며 그 뼈대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나간 것이 각론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보면 이 학문의 배경이 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핵심원리를 다룬 진화론이고 다른 학문은 각론에 불과해진다. 물론 각론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생각을 담은 책이 사회생물학이었고, 이 책은 대충 40년 정도 전에 엄청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생각은 아직도 일부에겐 수용되고 일부에겐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진화심리학을 다루는 이 책도 방어적인 설명이 많았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공격은 우선 방법론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끼워맞추기 식이라는 점과,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 것들이 현대사회 민주주의나 성평등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공격에 대해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의 연구는 우선 독특한 인간의 한 심리적 특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이유로 인간의 적응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여러 문화권에서 실제로 그런 이유로 적응도를 높였는지 검증한다. 쉽게 말해 자식을 더 많이 낳고 생존도를 높였냐는 것이다. 그리고 가설이 맞는 것으로 판명되면 그것은 인정된다. 즉, 방식이 단순히 끼워맞추기 식이 아니라 결국 과학적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사실 과학조차도 완벽한 방법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다른 학문의 방법도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하다. 진화론만 비판할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화론이 그나마 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밝혀진 인간의 진화한 심리기제가 비민주적이거나 비도덕적 혹은 성평등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그저 인간이 이런 경향을 많이 갖게된 설명이며, 정당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폭력성이 적응도에 도움이 되었다는게 밝혀졌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설명을 통해 그 원인을 알게 되어 그런 것을 방지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책은 말한다.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다. 책은 인간의 성과 생존, 폭력성, 정신병, 교육, 우정, 가족, 정치성등 많은 재밌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전에 여러 책에서 접해서 익숙한 부분을 빼고 이번에 여러 재밌는 생각거리를 준  부분만 정리해보았다.

 

1. 폭력성

인간이 폭력적인 동물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상당히 폭력적인 영화와 스포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것도 모자라 꾸준히 직간접적으로 저지르며 그 대상이 자신과 혈연관계인 사람도 예외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는 무척 자명해보인다.

 책은 폭력이 인간의 본성임을 보이는 증거로 3가지를 든다. 일단 아기에게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통념과 다르게 상당히 폭력적이다. 그녀석들이 얼마나 물고 뜯고 할퀴고 때리는가! 폭력 빈도를 계산해본 결과 인간의 그 어느시기에 비해 아기 때가 가장 폭력빈도가 높으며 절정은 만2세시기다. 이후로 오히려 사회성과 교육으로 감소하는듯 보인다. 어릴때 폭력빈도가 높다는 것은 인간이 폭력적으로 태어났다는 증거가 된다.

 다음은 인간의 대다수가 자신을 괴롭히거나 싫어하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상상을 진지하게 여러번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제한된 자원과 성기회를 놓고 결국 경쟁해야한다는 면에서 동종끼리 실제로 폭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고 그렇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은 인간의 뇌와 신체가 타인을 공격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양성중 보다 공격적인 남성은 팔근육량이 여성에 비해 무려 75%가 높다. 다리 근육은 50%정도임에도 말이다. 상체는 공격을 하체는 주로 도망가는데 쓰인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차이는 유의미해 보인다. 실제로 헬스클럽에가면 많은 남성들이 상체위주의 운동을 하며 상체를 적극 드러낸다. 다리운동에 집중하거나 다리근육을 드러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tv에서도 남자 아이돌이 드러내는 근육은 주로 상체다. 어디 다리드러내는거 본적 있는가?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간은 폭력성이라는 심리기제를 진화시켰을까? 우선 도구적 폭력이다. 언급한 것처럼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해서 경쟁상태에서는 폭력은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였을 것이다. 다음은 복수다. 인간은 복수심이 상당하고 공감한다. 복수를 다룬 책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고 그것을 다루는 장면을 보았을때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상당하다. 복수는 얼핏 자신을 위험에 빠뜨려 적응도를 낮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빚진만큼 돌려준다는 행위는 남이 자신을 우습게 보이지 못하게 하여 상대의 선제공격효과를 낮춘다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은 지배다.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단순한 욕설이나 모함, 가벼운 신체적 부딪힘에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살인사건이나 우발적 폭행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모욕이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이는 폭력으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해 적응도를 높이려는 심리기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보수와 진보

인간의 보수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우선 일반성향모델을 거론한다. 이는 우리의 마음속에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스펙트럼에 속하는 하나의 성향이 있고, 이게 하나의 본성으로 진화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이 모든 사안에서 진보다 보수적 성향을 일관되게 보이지 않는 점에서, 그리고 이럴 경우 그것 자체가 복잡한 인간사회에서 오히려 적응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영역-특이적 모델이다. 이는 사람들이 일관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화적 이득에 따라 각 쟁점에 대해 견해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부딪히는 사회적 사안은 폭넓지만 위든가 커즈번은 세영역으로 단순화했다.

 경제영역과 사회집단적 영역, 성번식 생활영역이다. 경제영역은 소득 재분배나 사회복지에 관한 부분이며 사회집단적 영역이 다른 집단에 대한 수용성이나 배타성 여부, 성번식 생활영역은 성적인 개방성에 관한 것이다.

 경제영역에 대한 연구결과 저소득층은 당연히 진화적으로 적합도를 높이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복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들의 사회적 네트워크인 혈연이나 지연, 종교가 추가되면 입장은 다소 달라진다. 저소득층이라도 주류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으면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로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가 다소 낮아졌다. 반면 고소득층에 고학력자라도 이런 네트워크가 약하다면 경제영역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내었다.

 사회집단적 영역에서는 자신의 소속집단과 자신의 실력에 따라 입장이 다양했다. 실력있는 비주류집단(고학력 비종교)의 경우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당연히 반대했으며 반대로 실력없는 주류진단은 경우(저학력 종교)의 경우에는 집단에 따른 차별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엿다.

 성번식 생활양식 영역에서는 우선 순정파전략 집단과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전략집단의 입장이 엇갈렸다. 순정파집단 전략은 한 배우자에 충성하므로 당연히 성적인 개방에 반대한다. 반면 바람둥이 잡단은 보다 많은 성기회를 위해 이런 개방성에 찬성한다. 묘하게 약물에 대한 개방성은 성적인 개방성에 대한 태도와 상당히 일치했는데 약물과 성이 상당히 연결되었다는 증거로 보이기도한다.(실제로 현실세계에선 그런일이 많이 일어난다)

 위의 예를 한국에 적용해보면 저소득이며 저학력이지만 조상대대로 살아 학연지연이 막강하고 교회를 다니며 이성애자이고 순정파인 영남의 서민을 생각해볼수 있다. 그는 가난하니 소득재분배에 찬성하지만 네트워크가 충실하여 경제적 진보정책엔 주로 반대한다. 저학력에 주류집단에 속하니 외국인아니 외부집단에 혐오감을 갖고 배타적이며, 순정파에 이성애자니이 마약등에 반대하고 성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성소수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3.교육

인간은 누구나 직관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빠른 판단을 욕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며 실제로 정확도도 의외로 상당하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하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직관 이론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현상에 대해 과학 이론을 배우기 전에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나름대로 품는 추측이다.

 직관은 단지 틀린 것 뿐만 아니라 논리적이고 일관된 체계를 갖는다. 또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모든 정상인의 마음에 어려서부터 자리하며, 매우 튼튼해 이를 반증하는 증거나 주장을 접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과거 수렵시대에는 이런 직관으로도 충분했지만 인간의 과학기술과 학문이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쌓이면서 인간의 직관은 문제를 맞이한다. 직관에 의해 얻는 인간의 지식이 1차지식이라면 인간의 문명이 이룩한 지식을 2차지식이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인간은 2차지식을 쌓는데 적합한 진화적 심리기제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되는 것이다.

 학교교육은 결국 이 1차와 2차지식 간의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가 되는 셈이며 모두가 알다시피 이는 매우 어려운 시도다. 실제로 심리학을 교육과 접목한 교육 심리학은 만은 편이지만  진화심리학과 교육을 연결하는 시도는 매우 미약하다. 물론 책에는 교육진화심리학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 내용도 빈약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2차지식의 습득에 약한 것은 아닌것 같다. 인간에게 매우 익숙치 않은 도구인 활자를 좋아하고, 이를 엮은 책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소수이지만 있다.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도 역시 존재한다.)

 

4. 성격

인간은 모두 제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5개의 특질로 개방성, 성실상, 외향성, 원만성, 신경성을 제안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을 상당히 파악하는게 가능해졌지만 왜 그런 성격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기술할 뿐이다.

 인간의 성격이 다양한 이유는 환경에 따라 최적의 형질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핵인싸라고(무척싫어하는 용어다)탁월한 개방성과 적극성으로 무리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성격이 주목받는다. 그리고 아싸인 우리들은 그런 인싸를 부러워한다. 인싸는 인기가 많고 주목받으며 성기회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싸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책은 난데없이 거피라는 물고기를 예로 든다. 인싸인 거피는 무척이나 대담하다. 반면 아싸들은 겁이 많고 소심하다. 이들은 강에 사는데 강의 중류는 무척 좁아 거피의 천적이 좀처럼 침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성격이 대담한 거피들이 적합도가 높았다. 반면 드넓은 하류에서는 천적을 겁내고 도망하는 소심한 거피가 오히려 적합도가 높았던 것이다. 인간사회도 비슷했을 것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인간은 전쟁이나 재난시 오히려 적합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반대의 성격은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이런 인해 인간의 성격은 다양해진다.

 다른 이유로는 한 행동전략이 드물수록 높은 성공을 거둔다는 점이다. 한 인간 무리의 성격이 모두 원만해 웬만한 배신자는 용납하고 있다. 이 경우 원만한 성격들은 자기들만 있으면 별 무리가 없지만 극악한 배신자나 사기꾼이 등장하며 적합도가 크게 떨어지며 사기꾼은 올라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균형은 맞춰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의 성격도 다양해지는 것이다.

 책에서 재밌는 점은 전염병과 성격도 관련지었다는 것이다. 책은 전염병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라면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사회적 접촉이 적고 보수적인 내향적 성격이 적합도가 높을 것으로 보았다. 아무래도 접촉이 적은 것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덥고 습하여 전염병이 잘 창궐하는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경우 내향적인 성격이 다수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권위적 문화가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내향적이고 순종적인 사람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었을까? 재밌는 추론이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내가 너무 길어서 정리하지 않은 도덕성이나 정신병 부분도 무척이나 재밌게 실려있다. 진화심리학과 진화론을 무척 좋아하고 믿는 편이이서 무척 재밌게 보았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역시 적응도를 높이는 심리기제가 진화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에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논쟁이 있는 만큼 생각해볼 부분이다. 물론 인위적인 것이 있긴 했지만 인간이 불과 일만년 정도 만에 동물을 가축화하고 식물을 식용작물화한 것을 보면 진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를수도 있다. 실제로 인간 역시 지난 일만년간 많이 변했다. 피부색이 다르게 변했고 체격들도 다양해졌다. 이것은 모두 농경과 더불어 일어난 일인데 문화적 폭발이 일어난 이 시기에 심리상의 진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해볼 부분같다. 몸보다 마음이 변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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