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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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개미 등허리를 타고 남도록 따갑다'는 문장을 만날 무렵 , '볕이 몹시 눈부셔서 도끼날이 미간에 꽂힌 것 같았다.(332쪽)'는 표현을 이 책에서 만났다.

따사로운 햇살이고 싶지만...개미 등허리를 태우고 남을 정도로 따가운 걸 수도, 미간에 꽃힌 도끼날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살다보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또는 나는 선의였지만...내가 상대를, 상대가 나를 해치고 잡아 먹는 무한경쟁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개중 남을 해칠 수 없어 제 스스로를 잡아 먹는...유래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책 '데몰리션 엔젤'에도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로버트 크레이스가 마이클 코넬리보다 좋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둘 다 외롭고 쓸쓸함을 마구 발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외롭고 쓸쓸함이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잡아먹도록 놔두는 사람들이라면,
로버트 크레이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남을 해칠 수 없어 제 스스로를 해치고 갉아먹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시켜 자체치유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감정을 뾰족하게 모두고 벼리었을 때는 흉기가 되지만,
가시가 뾰족한 고슴도치도 가시를 비껴가며 보금어 안을 수도, 체온을 나눠 가질 수도 있듯이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캐롤 스타키가 그런 존재다.
캐롤 스타키는 폭탄 수사관으로 폭탄 철거 작업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기 자신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 트라우마에 갇혀 자기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갉아먹는 듯 보였지만,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거울삼아 자신을 비추고 반영하여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면 좋은 점이 많다고 언젠가 다나에게 이야기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홀로 일어나 생활하는 게 더 편하기 때문에 고독을 즐겼다. 아무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쳐다보지 않았다. 폭탄에 나가 떨어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산산조각 난 상처를 도로 꿰맨 그 수사관이라고, 파트너를 잃은 그 사람이라고, 도망쳤던 그 사람이라고, 죽었던 그 사람이라고 하며 쳐다보지 않았다. 스타키는 이러한 문제를 다나와 상담한 적이 있었다. 다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거나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고 상상한 적이 있는지 물으면서 그녀에게 진실을 깨닫게 했다. 물론 스타키는 그 질문들을 모두 부정했다.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나가 꺠우쳐준 진실이 모두 옳았다. 고독은 그녀를 자유롭게 하는 '주문'이었다.(104쪽)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트라우마에 갇혀 혼자 안으로 움추리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그녀를 소외시키는 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를 사람들 속에서 분리해 내고는 고독은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는 주문이라는 말로 자위한다.
그 결핍을 술과 담배로 채운다.
그를 알게 되고...그가 그녀와 닮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걸 알고 다가가기 위해 더듬이를 그를 향하면서도,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는 더듬이를 잘릴까봐 두려워 하기도 한다.

스타키는 다급히 그를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을 깨닫고 놀랐다. 지난밤 늦게, 또 오늘 이른 아침에, 그를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고 신중하고 싶었다. 지난 3년의 세월은 그녀에게 채워지길 갈망하는 공허함을 남겼다.그녀는 그 갈망과 사랑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그 갈망 때문에 우정과 친절을 사랑으로 왜곡시켜선 안 된다고 혼잣말을 했다(304쪽) 

 

그의 호텔을 향해 차를 달리면서 스타키는 폭탄 해체 작업 중일 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일종의 분리를 겪는 것과 같았다. 안전하고 편안한 다른 차원의 공간에서 살과 뼈는 있지만 감정은 전혀 없는 로봇이 되어 폭탄을 처리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공간에 들어서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감정에서 분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369쪽)

 

그녀는 펠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하는 게 생각보다 꽤 힘들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과 논쟁을 벌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상처를 입은 것 같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난 모든 사람에게 비밀 심장이 있다고 믿어요. 비밀스런 자신을 보관하는 저 깊숙한 안쪽에 있는 심장이요. 난 우리의 눈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그 비밀 심장이 본다고 생각해요. 아마 내 심장은 내가 상처 받은 것처럼 당신이 상처받은 모습을 봤나 봐요. 우리가 영혼이 통하는 사람들인것처럼요. 아마 그런 이유에서 내가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거짓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 심장이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뿐이에요."(373쪽) 

캐롤 스타키를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씩씩하고 당찬 인물로 그려내는 반면,
잭 펠은 좀 유약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거짓말도 불사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는 그녀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녀를 안다는 것은 안 좋았다. 함께 있을 때마다 그는 그녀의 좀더 어두운 면을 발견하며 놀랐고, 그 때문에 죄책감이 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읽는데, 비밀스럽게 숨겨진 모든 사람의 진짜 얼굴을 보는 데 너무나 능숙했다. 펠은 아주 오래전에 모든 사람이 실제로는 각기 두 사람임을 알았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한 사람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또 한 사람이었다. 펠은 비밀스러운 사람을 언제나 읽을 수 있었다. 단단한 쿠키 같은 스타키의 외면 안에 있는 비밀스러운 사람은 애써 용감해지려는 작은 소녀였다. 작은 소녀는 전사의 심장이 있어서 자신의 삶과 경력을 새로 세우려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할 수 없어서 괴로웠고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240쪽) 

 

펠은 차에 앉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어린 상처 입은 표정에서 그는 자신이 개자식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녀가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미스터 레드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그 외에 다른 것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녀 이름이 새겨진 파편이 있었다. 그는 탁자 너머로 손을 뻗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진신을 말하고 싶었다. 마음을 터놓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마음을 닫고 지낸 지 오랜지라, 그녀가 유일하게 이해해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는 점점 커져만 가는 그녀에 대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녀와의 만남에는 오직 미스터 레드만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미스터 레드가 어디서 끝냈고 자신이 어디서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332쪽) 

실은, 이 책에 남을 해칠 수 없어 제 스스로를 해치고 갉아먹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시켜 자체치유에 들어가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이들과 대비되는 그릇된 사랑도 등장한다.
그래서 폭탄이 등장하는 다소 생소한 상황이지만, 우리 주변의 일처럼 낯설지 않다.
칼은 다른 사람을 찌르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찌른 칼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언젠가는 내 자신을 찌른다. 

오랫만에 여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해가며 읽었다.
과정의 생략이 빠른 전개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하게 느껴진다. 
숨막히고 긴박한 내용에 걸맞게 번역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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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8-12 02:38   좋아요 0 | URL
이런 귀여운 리뷰란... ^^
로버트 크레이스랑 소주라도 한 잔 해야겠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8-12 13:48   좋아요 0 | URL
ㅎ,ㅎ...쫌 귀여웠나요?
로버트 크레이스는 자기 관리에 엄청 철저해서 소주 같은 건 안 먹을 것 같아요.
여주인공 캐롤 스타키를 알아보심이...
안 되면 아쉬운대로 저라도 대작해 드릴 수 있는데...^^

2011-08-12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8-12 11:13   좋아요 0 | URL
로버트 크레이스는 긍정적인 힘을 갖게 하는 작가군요

양철나무꾼 2011-08-12 14:10   좋아요 0 | URL
네, 로버트 크레이스는 좀 멋진 것 같아요.
제 글에서 로버트 크레이스의 긍정적인 힘에 열 올리는 걸 읽어내신 님도 좀 멋지시구요~^^

2011-08-12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8-12 11:22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제가 장르소설 구입하면 나무꾼님이 보신 책들을 무조건 구매 1순위예요. 건강하시죠?^^

양철나무꾼 2011-08-12 14:1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리시스 님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제가 있는 이곳은 오늘 비가 많이 내릴거래요?
님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

다시 독서 시작하시면 귀뜸해 주세요.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 있으심 몇 권 보내드릴 수 있어요~^^

미지 2011-08-13 00:22   좋아요 0 | URL
다녀가셨더군요. 아직 책을 찾아 읽을 여유까진 없지만 리뷰만으로도 감동이 됩니다.^^ 자해적 사랑은 언제나 찡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8-19 14:48   좋아요 0 | URL
그 시 참 좋았거든요.
댓글을 쓰는 데...종적을 감추어 버려서 깜짝 놀랐어요.
다시 보이네요.
좋아요, 참 좋아요~^^

자해와 사랑, 왠지 삐그덕거리는 조합 아녜요?^^

2011-08-16 00:44   좋아요 0 | URL
음. 마이클 코넬리의 주인공보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주인공이 더 멋지고, 한 수 위군요. 읽으면 왠지 힘이 날 것 같아요.^^ 잘 지내시죠? 저도 글이 매우 뜸한 편이지만, 양철나무꾼님도 바쁘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8-19 14:51   좋아요 0 | URL
마음이 좀 번거로웠었는데...그럭저럭 정리됐어요.

로버트 크레이스의 주인공이 좀 더 멋진 건 맞지만,
절망 속에서 샘 솟는 '힘'을 찾는 건, 읽는 섬님의 몫입니다요~^^

마녀고양이 2011-08-17 01:25   좋아요 0 | URL
여주인공이 얼마전 읽은 미로 탐정과 많이 비슷한걸.
세상에는 왜그리 결핍된 사람 투성이일까. 결핍된 사람이 아이를 낳으니 다시 결핍이 되는거고,
결핍된 사람이 사랑하면서 멀쩡한 사람도 결핍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고, 결핍된 사람이 주위의 에너지까지 빨아들여 타인도 결핍된 사람으로 전염시키기 때문일까.

참 알 수가 없어, 결핍은 칼이 되어 타인을 찌르고 다시 자기를 찌르고, 악순환인 것을..
왜 그리 자신의 결핍이 훈장인 것처럼 다들 당당하게 내세우는걸까. 봐봐, 나는 결핍이니 네가 알아서 행동해 이런거.

양철나무꾼 2011-08-19 14:54   좋아요 0 | URL
ㅋ,ㅋ...
마고님은 시를 써야 해.
정말 근사한 산문시 한편을 보는 것 같다니까...
잉여로 결핍을 채울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결핍이 넘쳐나 결핍이 잉여인 사람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2011-08-19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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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님,
그러니까 님께서 수면제 대용으로 해주신 시집 처방은 감사하지만 실패예요.
세권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이 그랬어요.

그제도 다른 날처럼 잘 준비를 하고 누웠어요.
에어컨을 틀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열대야의 밤이면 우리 가족은 모두 안방에 모여 복작거려요.
아들과 남편은 에어컨 바람을 직빵으로 맞는 침대 위에서,
전 에어컨 바람은 싫지만 누군가와 살이 닿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오는 관계로, 발가락이라도 닿기 위하여 침대 발치의 좁은 공간에 스폰지 요를 깔고 솜이불을 가슴까지 덮고 말이지요.

읽다가 잠 들 수 있도록 가벼운 시집 한 권을 골랐어요.
설렁설렁 넘기다가 소리 내어 읊기도 하고, 몇 편은 마음 속에 새기기도 할 요량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누워서 읽다가 이내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나와 비슷한 파장을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그동안 비슷한 파장을 만나면 자석의 같은 극처럼 밀어낸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던 더듬이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부르르 부르르 떨리는 거예요.
죄다 머릿속에 새겨넣고 싶었어요.
아니, 그동안 언어로 고착시킬 재주가 없어서 그랬지 이미 내 안에 내재되었던 감정들이라서 머릿속에 새겨넣고 말고 할것도 없었어요.

이쯤되자 유희경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찾아보고 싶었어요.
전에 글에서 상상했던 것과 영 딴판인 얼굴을 만난 적도 있는지라 조심스러웠어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아무도 여자라고 못 박아 얘기한 적이 없지만, 시집 겉표지의 펜화를 보고도...전 여자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오늘 아침 단어>란 시집 제목을 보곤 아침과 연결되는 희망이나 햇살 따위를 생각했었고 말이죠. 

 















아무래도 시인은 저처럼 움추러들고 숫기가 없는 사람인가 보아요.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한편)'고 얘기하는가 하면,
'당신 발밑으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당신의 자리)'라고 하기도 해요.
'그럴땐 몰래 아프기도 하다(버린 말)'고도 하고,
또, '아내가 왜 울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표현으로 소통을 거부하고 단절과 내통하고 있으니 말이예요.

이 시대는 어쩜 누구나 다 각자의 사정으로 아파하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다 아픈 이 시대에 필요한 건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라,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는 용기인지도 모르겠어요. 
환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편이 되고 다독임을 얻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젠 알겠어요.
 
저도 누군가를 애써 다독이고 위로하려 했으나 어긋나 본 경험이 있거든요.
내 자신을 그림자 속에 감추고,
우산 속에 젖어들지 않도록 가리우는 내가,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서도 마음이란 것이 전해질까봐 닫아거는 내가,
넘치거나 버거워하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그래서 시인의 '눈물, 비, 우산, 그림자'등 촉촉하고 습기를 머금은 단어들이 내게 달라붙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계속 젖지않을 것이고, 어둠에 물들지도 않을 거라는 걸 예감해요.
그리하여 못내 쓸쓸할 거예요.

다 좋아서 어떤 시를 골라야 할까 망설였어요.
그래도 이 시집을 선물해주신 ㄲ님과도 나누고 싶어 몇개 골라봤어요.
어쩜, 이 시집을 통째로 님께 선물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버린 말 

  버린 말 위에는 이파리 돋아나 흔들리고 꽃을 찾아내 피워 올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아래, 툭 던지기도 하다 바람이 불고 피가 놀고 거리에 찾아가 한없이 등지고 서 있다가 문득 돌아서는 버린 말 위에는 친구가 찾아오기도 하다 엿보는 사람들이 있고 애써 뒤적이는 사람들도 있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고 그림자를 날름대기도 하는 그럴 땐 몰래 아프기도 하다 아니오와 예 사이를 끈기 있게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를 툭 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무원처럼 춥기만 하기도 하다 꿈이 너무 많은 아이처럼 복도를 지나가며 어떤 소리를, 추억을 불러일으킬 괴음을, 그렇지만 쓸모없지만은 않은, 그런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있고 애써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지 않았는지 망설이는 버린 말은 인파를 향해 나 있는 테라스에도 앉아 있는 것이다

   

너가 오면 

 그렇게, 네가 있구나 하면 나는 빨래를 털어 널고 담배를 피우다 말고 이불 구석구석을 살펴본 그대로 나는 앉아 있고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모양으로라도 오면 나는 펼쳤다가 내려놓는 형편없는 독서 그때 나는 어떤 손짓으로 어떻게 웃어야 슬퍼야 가장 예쁠까 생각하고 그렇게 나, 나, 나를 날개처럼 접어놓는 너 너 너의 짓들 너머로 어깨가 쏟아질 듯 멈춰놓는 모습 그대로 아니 그대로, 멈춰서 멈추길 멈췄으면 다시처럼 떠올려 무수히 많은 다시 다시와 같이 나를 놓고 앉아 있었으면 나를 눕히고 누웠으면 그렇게 가만히 엿보고 만지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의 밋밋한 한 곳을 가리키듯 막막함이 그려져 손으로 따라 걸어 들어가면 그대로 너를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숨이 타오름이 재가 된 질식이 딱딱하게 그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그건 너가 아니고 기실, 나는 네 눈 뒤에 서 있어서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로를 폭우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기다려 이를 깨물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 그러므로, 너로부터 기어이 너가 오고

 

같은 사람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같은 사람이라서
수천 수백 수십의
같은 사람이 살짝
웃는 거라고
두 뺨에 손을
두 손을 이마에
번질 수 있도록
내어주는 거라고
같은 사람이라서
눈을 감는 거라고

 

닿지 않는 이야기
---L에게 

 달이 있더라니 구부러진 뒤에야 밝은 줄 알았다 귀를 대고 한참 서 있었다 그저 아득하기만 한 그런 밤이었다 누가 손등을 대고 까맣도록 칠해놓은 그런 

 앉았다가 떠난 자리를 꽃이라 부르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래, 누가 흔들고 지나간 것들을 모아 그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 꽃이 다 그늘일 수밖에 

 있었던 말들을 놓아주었더니 스르륵 눈이 감겼다 감고 싶었다 그랬다고 손목을 놓아주는 건 아니었을텐데 스르륵 소리가 나고 눈을 감았다 

 그것도 소원이라고 휘청거리는 바람이 피었다 아무리 잡아도 허공이었다 허공에 대고, 울어놓은 자리마다 흔적이 생겼다 그 자리는 건들지 않았다 꺾을 힘마저 놓아버렸다 

 
음, 쓰다보니 넋두리가 되었네요.
넋두리를 페이퍼도 아니고 리뷰로 올리려니 살짝 부끄러워 졌어요.
하지만 내가 이 시집의 평점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별 다섯개를 꾹꾹 눌러주고 싶었어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그대라면, 이 시집을 읽으셨던지 또는 읽게되실 그대라면 제 마음을 알아주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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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3 12:14   좋아요 0 | URL
넋두리 무지하게 이쁘네.... 글타고 계속 창문을 닫아건다는게 맘에 든다는건 아녜요, 홍홍.

양철나무꾼 2011-07-24 20:35   좋아요 0 | URL
무지하게 예쁜 댓글이네~^^
내 그대를 향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둡지요~!

세실 2011-07-23 14:20   좋아요 0 | URL
아 고와라...어쩜 글이 마고님 말처럼 이뻐요.
감성이 참 풍부한 시인이네요.

오늘 아이들은 해리포터 보고 전 마당을 나온 암탉 봤어요.
짠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에요~~~

양철나무꾼 2011-07-24 20:39   좋아요 0 | URL
전 며칠 전에 고지전 봤는데...참 좋았어요.

이 시인 참 멋져요.
나이 서른 넘은 남자의 앞날이 이처럼 궁금해져 보기는 처음이예요~^^

하늘바람 2011-07-24 10:58   좋아요 0 | URL
님 서평은 정말 멋있어요
저도 반하겠는걸요

양철나무꾼 2011-07-24 20:40   좋아요 0 | URL
아, 쑥스러워라~^^;;;
고맙습니다.

2011-07-24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7-25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유희경이 여자인 줄 알았다가, 사진 찾아보니 저 사진이 나오더군요. ㅎㅎ
이 시집을 이미 읽은 저로서도 꾹꾹 눌러 별을 주고 싶은 그 맘을 알죠. ^^
참 멋진 시집에 이쁜 넋두리입니다.

유희경의 앞날까지 궁금해 할 정도라면... 단단한 팬이 되셨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1-07-29 14:04   좋아요 0 | URL
유희경 제대로 비타령이어서 좋았는데...
서울은 큰비로 인한 타격이 커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이마저 조심스러워져요.

부산도 큰비가 내렸다던데, 어제는 김진숙님이 몹시 궁금하더군요~ㅠ.ㅠ

2011-07-27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22:28   좋아요 0 | URL
흠. 사진 보고 놀랐어요. 너무 명백히 여자 이름이었는데!!ㅎ

이 작가 나랑 비슷한 파장이다, 라고 느끼는 독서를 저도 좀 해 보고 싶어요~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에 똥그래미여요~.

* 댓글 보다가 결심했어요. 고지전하고 마당을 나온 암탉 볼 거에요!

양철나무꾼 2011-07-29 14:08   좋아요 0 | URL
ㅎ,ㅎ...섬님 고지전 강추예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저도 아직 못봤어요.
우리 손잡고 보러 갈까요?^^

2011-07-29 19:38   좋아요 0 | URL
후후 손이 아주 길어야 잡을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나무꾼님은 수도권에 계시죠? 전 그 대각선 반대편에 거주한답니다. ㅋㅋ

오늘 고지전 결국 못 보고 집에 왔어요. 좀 오래 했음 좋겠네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3박4일 출타 예정에 그 이후 상당히 바쁠 거라서요~)
엊그제 케이블티비로 의형제 봤는데, 영화 잘 만들더군요. 그 감독. 아마 더 세련되어진 의형제,거나 의영제 비슷하게 세련되거나, 그럴 거 같은 느낌..^^

양철나무꾼 2011-08-12 09:50   좋아요 0 | URL
그 대각선 반대라 하면 어디일까요?
부산?포항?일본?

3박4일 출타 후 무사귀환 하셨는지요?
남부 지방에 장난 아니게 비가 내렸다면서요~ㅠ.ㅠ

어떻게 고지전이랑 마당을 나온 암탉, 보셨어요?^^

무스탕 2011-07-29 14:35   좋아요 0 | URL
조금전에 고지전 보려고 예매했어요. 강추라는 말씀 읽으니 예매해갈 잘 했다는 생각이 또 드는군요 ^^

오늘은 슬쩍 더우려합니다 =.=

양철나무꾼 2011-07-29 14:38   좋아요 0 | URL
ㅎ,ㅎ...고수도 고수지만 전 신하균이 제대로 멋있었다는 거 아녜요.
예전에 웰컴투 동막골에서도 군인으로 나왔었는데 말이죠~^^

네, 넉넉한 햇살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순오기 2011-08-01 13:40   좋아요 0 | URL
별점 다섯 개를 꾹 눌러받은 시집이군요.
유희경 하면 매창의 연인이 떠오르네요.^^

양철나무꾼 2011-08-12 09:46   좋아요 0 | URL
아~조선 중기의 시인이요.
이 사람도 시인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걸 끄집어내 주시는 센스~^^

하늘바람 2011-08-04 12:15   좋아요 0 | URL
다시 와서 읽고 갑니다

2011-08-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풍산은 남자다.
인옥은 여자다.

위 두 문장을 화학 반응식으로 정리해 보자면, 둘은 사랑에 빠진다...일테고,
옛날 이야기 식으로 정리해 보자면,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일 것이다.
영화 '풍산개'버젼으로 얘기하자면, '음, 음, 음 ,음, 음, 음~'인데...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 

잔뜩 습기를 머금은 날들의 연속이다.
내가  마치 비가 새는 천장처럼 느껴져 그대로 있다가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푸~욱'하고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천장에 비가 샐때는 한쪽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물길을 내주면 된다고 누가 가르쳐 주었건만,
난 비가 새는 천장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지 않았는지,
'물 먹는 하마'라는 전혀 되지도 않는 처방을 했고,
그도 여의치 않아 택한 영화였다.

누군가 이 영화를 '레옹'같은 영화라며 two thumb up 했었는데,
글쎄, 그렇게 아슴아슴 눈물나는 영화는 아니었다. 
가슴에 구멍을 숭숭 뚫어 바람이 거리낌없이 드나들도록 하는 쓸쓸한 영화였다. 
결국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파리라도 잡은 격이다.
하지만, 사람이 쓸쓸하다고 해서 울고 싶어지지는 않더라...
 
오히려 '김훈'의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가 생각났다.

"정부에 섭섭한 북파공작원이냐, 공작금이 끊긴 남파간첩이냐?"
"넌 어디야? 북조선이야 남조선이야? "
하고 물어대는 이들에게 김훈의 이 문장을 들이대고 싶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묻는다면 나는 우습고 꼴같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한다.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지성이다. 제발 이러지들 말라."


이 영화를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로맨스영화에다, 19 금 빨간 딱지가 붙고, 노출...뭐, 이쯤 되면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난 '19금' 딱지가 왜 붙었는지 모르겠고,
진흙덤벅을 한 그것은 노출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누군가는 로맨스 영화로 분류했던데, 나는 판타지 영화로 분류하고 싶다.
로맨스 영화가 되려면 둘의 사랑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텐데...
여자 인옥은  "동무 피에선 이상하게 피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가 고작이고,
남자 풍산은 그것도 못해 짐승처럼 포효하며 피눈물을 흘리는게 전부이다. 
 

이들의 로맨스라인 보다는 풍산의 서울과 평양을 3시간만에 주파하는 축지법이 맘에 들었다.
풍산은 인옥을 만나기 전까진 남과 북을 넘나들며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회한을 배달하는 배달부에 지나지 않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다 보니, 촌각을 다투어야 할테고, 그래서 그의 배달은 3시간만에 이루어진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낮은 목소리로,'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하는데...
내가 본 현실에서의 죽음은 긴 혼수상태와 의식불명 끝에 맞닥들이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판타지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말하지 않고 말을 하는 풍산을 빼놓을 수 없다.
김기덕의 전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나도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한 날은 조가비처럼 입을 닫아 거니, 낯설지 않은 설정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 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김훈의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의 이런 구절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면 나는 그래도 이 영화를 봤을까는 미지수이다.
그걸 전재홍 감독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건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해요. 우리는 살면서 타협하게 마련이잖아요. 타협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외톨이가 되거나 뒤처지는데, 그걸 다 감수하고라도 표현하려는 분이니까. 그 분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영광입니다. 

말이 아니어도, 말하지 않고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부처님이 웃으면 가섭이 웃는다는 염화시중까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처음의 두문장을 염화시중 버젼으로 옮겨보자면,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영화 <풍산개>버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김기덕 버젼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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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7-14 14:14   좋아요 0 | URL
저는 관람전인데 부모님에게 추천을 했었습니다~~
엄마랑 아빠의 감상평도 절대 액션물은 아니며 로맨스도 아니고, 판타지라고 하시더군요ㅋ

전 귀퉁이말고도 사방에 구멍투성이 입니다만-_-; 기냥 천장이 막혀있는거에 감사?하면서 비새는걸 감수하고 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7-18 02:11   좋아요 0 | URL
이쁜 샌들에, 영화 관람에 제대로 효녀이신걸요~^^

천장이 한껏 물기를 머금어 한번에 '푸욱~'만 아니면 그럭저럭이요~^^

마녀고양이 2011-07-14 16:30   좋아요 0 | URL
양철댁은 바쁜 와중에서 이 영화를 봤네?
나는 결국 놓쳤소... 비가 오니까 집 쇼파에 궁둥이 붙이고 꼼짝도 하기 싫어서
모든 약속 펑크내고 들어앉아 있는 중이거든. 이런지 얼마나 됐을까.

여러가지로 너무나 바쁜 자기에게 이런 투정은 정말 미안. 그리고... 천장에 물길 내자. 그게 좋겠어.
받칠 양동이 사줄까?

양철나무꾼 2011-07-18 02:12   좋아요 0 | URL
천장에 물길 내는 의미를 알다니...

양동이, 그거 요즘 팔기나 할까?^^

프레이야 2011-07-14 18:38   좋아요 0 | URL
한쪽을 뚫어주는 방법, 좋으네요.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 너무 멋진 리뷰에요.
마지막 장면처럼 님의 리뷰로 가슴에 창공이 확~~ 들어안기는 느낌이에요.
쓸쓸하지만 기분 괜찮은 바람도 같이 확~
풍산도 인옥도 모두이자 아무도 아닐까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16   좋아요 0 | URL
님도 보셨군요?^^

실은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도 좀 길죠.
'와락'어떨까요?

님의 해석이 더 멋진걸요~^^
모두이자 아무도 아닌...

2011-07-14 23:41   좋아요 0 | URL
김기덕 영화는 말 없는 주인공이 참 많더군요. 그게 굉장히, 늘 효과적이었어요. 시적이거나, 서정적이거나, 더 깊이있는 언어(말없음의 강력한 말)이거나 그랬지요. -한 네 편 정도 봤는데 말입니다.
하긴 말은 늘 너무 가벼워요. 그리고 뭐든 덜어내는 게 늘 더 힘들고요.. 사실 나무들도 풀들도 말이 없어서 더 멋있어요.

인용하신 김훈의 두 문장은 완전 매력적이에요. 왜 김훈, 김훈 하는지 알겠군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최승자님은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그랬나 봐요~^^
전 김훈은 소설도 좋지만, 저런 글이 더 좋아요.

gimssim 2011-07-15 08:28   좋아요 0 | URL
천장에 비가 샐 때, 저도 한 번 써먹어봐야겠어요.
제가 필이 꽂힌 김훈의 일성은요,
"아들아 정당하게 돈을 벌어라. 그리고 써라.
아버지는 아버지가 벌어 쓰겠다."
너무가 김훈다운 문장 아닌가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답다'는 말을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김훈에게만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것 같아요.
김훈스러운 문체, 김훈다운 문체요~

전 중전님다운 사진을 이젠 알 것 같아요.
오다가다 중전님을 닮은 사진을 만나게 되면 생각이 나던걸요~^^

꿈꾸는섬 2011-07-15 22:40   좋아요 0 | URL
김기덕 영화는 제 정서에 맞질 않아 늘 보면 후회하게 되어 이번 영화도 안 보기로 했어요.
근데 양철나무꾼님 리뷰는 정말 좋으네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24   좋아요 0 | URL
ㅎ,ㅎ...리뷰가 좋다고 해주셔서 좋아요~^^

저도 이 영화가 그렇게 제 정서에 맞진 않았어요~'속닥'

무스탕 2011-07-16 14:08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 반, 관둘까 하는 마음 반, 그래요 :)

지금 김훈의 '개'를 거의 다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몇 권과 비슷것 같으면서도 특이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30   좋아요 0 | URL
아직 상영하고 있는데가 있을까요?
이걸 보면 왠지 '고지전'을 짝으로 봐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었는데, 님의 표현 참 적절하네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게 김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세실 2011-07-16 15:40   좋아요 0 | URL
이곳 청주엔 모처럼 맑게 개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참 반가웠습니다.
맑은 햇살덕에 통통한 다육이 잎이 빠알갛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또한 좋았습니다.

전 과속스캔들 같은 코믹 로맨스물 보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33   좋아요 0 | URL
서울도 오늘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어요.
잔뜩 찌푸리기만 한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지만요~

저도 배꼽 잡고 웃을만한 거요~^^

루쉰P 2011-07-16 16:04   좋아요 0 | URL
김훈과 풍산개라 ^^ 어떤 대상을 떠 올리며 거기에 맞는 문장을 쓰는 것은 고수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라 사료됩니다.

그나저나 양철댁님이 양철나무꾼으로 바뀌셨어요. ^^ 대문의 글도 바뀌시구요. 그림도 바뀌시고 근데 원래 양철댁님은 그대로시죠. ^^??

양철나무꾼 2011-07-18 02:38   좋아요 0 | URL
교주님은 신도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저, 원래 양철나무꾼이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그 양철나무꾼이요.
그러니 양철댁이 그대로가 아니라, 양철나무꾼이 그대로인거죠.

양철나무꾼이던지 양철댁이던지...제 본성이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닐테죠.

저 대문 사진은 전주의 혼불 최명희 문학관 앞뜰에서 업어온 거예요~^^

순오기 2011-07-16 17:05   좋아요 0 | URL
오, 김훈의 문장과 졀묘하게 어우러지는 영화였는데 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역시 고수는 달라요!!
말없는 풍산이 좋았고, 3시간의 환상은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어요.

양철나무꾼 2011-07-18 02:41   좋아요 0 | URL
오늘 아니다, 어제...바람 쐬러 임진각에 다녀왔어요.
임진각, 영화에서 본 풍경은 전혀 볼 수도 없는 것이 놀이동산인 줄 알았다니까요.
소리 지르면서 바이킹도 타고 말이죠~^^

잘 지내시죠? 아프지 마세요~^^

2011-07-17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8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참 좋은 책 한권을 읽었어요.
장르소설을 늘상 읽기는 하지만, 장르소설이야말로 기호를 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에게 권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침을 튀겨가며 이 책을 들이대요.
별 다섯개로 부족해요.
수려한 번역에 별 하나를 더해야 하고, 오탈자가가 반을 덜어내서 별 다섯개 반이예요.
오탈자까지 들먹인다는 얘기는 책이 다른 걸로는 흠 잡을 것 없이 훌륭하다는 얘기도 돼요.
(엊그제 출간된 책이 발행일 2010년 6월 30일은 좀 그래요, 뭐...그렇다구요.)

아, 이 책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긴장해서 말을 더듬게 될까봐, 감탄사를 빙자하여 생각을 정리해 봐요.
그래요, 반전은 뛰어나지만 화려한 액션이나 불현듯 공포감을 조장하지는 않아요.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지도 않아요.
얘기가 어떻게 펼쳐져도 좋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스트레스로 돌아가시게 생겼을때, 사망을 면할 수 있는 치료약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속에는 그런 것들이 들어있어요.

참 멋진 여자들과 남자들이 나와요.
작가 루이즈 페니는 이 멋진 여자들에게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려넣었고,
멋진 남자들에게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들을 그려넣었다네요.
특히 아르망 가마슈 경감에게 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성품을 부여했대요. 

그런데 읽다보니 처음에 들었던 멋지다는 생각을 잠깐 보류시켜야 할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산다는 마을 스리 파인즈가 꼭 고인 물처럼 느껴졌달까요.
<스몰플레인즈의 성녀>의 '스몰플레인즈'라는 마을이, 영화 <도그빌>에 등장했던 마을 '도그빌'이 생각나지 뭐예요.
참, 얼마전 읽었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등장하는 그 마을도 있구나.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적어도 한때는 선한 사람들이 사는 천국이나 다를 것 없는 마을이었다는 거지만,
여지없이 고인 물처럼 썪고 곪아 버려요.
전에도 말했지만 고여서 미동도 않는 물이 있다면 에너지 이동의 차원에서라도 한번씩 건드려 보기예요. 

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상처가 두려워서 또는 아파서 모여든 사람들은 맞지만, 
이들이 상처를 치료했는지는 의문이예요.
상처를 감추거나 비껴가려고 하진 않았는지 되짚어 봤어요. 
상처를 긍정적인 에너지나 옹이로 만들던 제인 닐이 이제 없으니, 누가 그 역할을 할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제인이 했던 역할을, 제인의 자리를 이제는 누군가가 대신 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런 사람이 그대여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제인이라면 울라고, 실컷 울라고 내버려두겠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접시라도 던져서 속을 풀라고 했을거야. 제인이라면 달아나지 않을거야. 제인이라면 큰 소용돌이 앞에서도 꿈적하지 않을거야. 그러고는 나를 안고 위로하고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해줄 거야.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하여 클라라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았다. 서서히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클라라는 애써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클라라가 품에 안자 제인이 삐걱거리는 늙은 몸을 바로 세웠다. 클라라는 은총을 베풀어준 신에게 짧은 감사 기도를 올렸다. 우는 은총과 지켜보는 은총에 대해.(14쪽)

'...그녀는 제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녀에게 가면 다 해결되리라. 그 부드러운 가슴을 활짝 열어 그녀를 포옹하고 그 마법의 주문을 외리라. '괜찮아, 괜찮아.'(158쪽)

내가 이 책에 멋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건 이런 이유에서예요.

"...제인을 좋아했고, 아마 사랑하기도 했을 거요. 하지만 미치진 않았지. 우리도 더러 사랑의 아픔을 겪지만 그런다고 자살을 하진 않아요. 아니, 그건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라오."(85쪽)

 이렇게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올리비에는 또 어떻구요.

"우리 모두 대외용 이미지가 있다는 겁니다."
올리비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게이들 사이에서 특히 그렇지 않은가. 그 세계에서는 재미있고, 영리하고, 냉소적이고, 무엇보다 매력적이어야 하니까. 늘 그렇게 보이려다가는 심신이 지치고 만다. 그것도 그가 시골로 달아나고 싶었던 한 가지 이유가 아니었던가. 스리 파인스에서는 자신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었다.(94쪽)

멋진 사람하면 아무래도 가마슈 경감님을 빼놓을 수 없죠.
그를 쫒다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향하여 두런두런거리는 게 아니라...
우리는 누군가가 하는 얘기들을 가만히 들어주는(들어야 하는),
제인 닐이나 아르망 가마슈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만으로도 좀 숨막히는 거라서, 엉뚱한 일탈을 꿈꾸게도 하지만 말예요.
뭐, 가마슈가 싫은 건 아녜요.
이런 섬세함을 가진 남자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그는 주검을 이렇게 관찰해요.

그의 깊은 갈색 눈이 그녀의 적갈색 점이 있는 갈색 손에 머물렀다. 정원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서 거칠고 햇볕에 탄 손. 손가락에는 반지도 없었고, 반지를 낀 흔적도 없었다. 그는 갓 죽은 사람의 손을 볼 때면 언제나 아픔을 느꼈다. 그 손이 잡았을 온갖 사물과 사람들이 상상이 되는 것이다. 음식, 얼굴들, 문손잡이들. 기쁨이나 슬픔을 표하기 위해 취했을 온갖 손짓. 그리고 마지막 손짓은 틀림없이 자신을 죽인 그 타격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자기 눈을 가리는 흰머리를 무심결에 쓸어내 본 적이 없을 젊은이들의 손이었다.(54쪽)

 
숨막힘은 어쩜 지나치게 매력적이란 말과 동의어인지도 몰라요.

가마슈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지켜보는 것, 사람들, 그들의 얼굴, 행동을 빨아들이고, 가능하면 그들이 하는 말도 빨아들이려 했으나 사람들이 그가 앉아있는 잔디 위 나무 벤치에서 너무 멀어 많은 걸 듣지는 못했다.(70쪽) 
사냥에 대해서는 가마슈도 벤과 같은 감정이었지만 사람들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었고, 그게 그의 일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77쪽) 

가마슈는 또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첫 대목이 생각났다. 올랜도가 몇 세기에 걸쳐 추구한 것은 부나 명예나 지위가 아니었다. 그렇다, 올랜도가 원한 건 단 하나, 진정한 사귐이었다.(112쪽) 

가마슈 경감은 자신의 장점, 이른바 매력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자신의 훈련생, 즉 경찰이 사건 해결을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쯤으로 생각하고 조언하고 있어요.
근데 글쎄요, 경감님의 그것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훈련생이 지켜보고 관찰하되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좀 그럴 것 같아요.
훈련생이니까 시행착오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그대를 만났을때...날 당황시켰어요.
나는 여지껏 하고 있는게 '지켜보고 관찰하되, 행동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내 직업을 가진 이후로 누구를 향해서든 그랬죠.

다른 사람 어느 누구도 내가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대는 내가 말을 아끼는 것을 갖고 불공평하다고까지 했었으니 말예요.
생각해보니, 내가 그대를 직업적으로 만난게 아닌데...전혀 무장해제를 하지 못했었던 거죠.
그걸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요. 

"나는 지켜보네. 관찰해서 뭔가 알아차리는 걸 아주 잘하지. 그리고 들어. 귀담아듣는 거야. 사람들이 어떤 낱말과 어떤 목소리를 택해서 무얼 말하는지, 혹은 무얼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이게 핵심이야, 니콜 형사. 바로, 선택이지.
...
배울 수 있지. 보고 들을 수 있고, 지시받은 대로 행할 수 있어. 자넨 훈련생이야. 자네가 뭔가 알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뭔가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돼.
...하지만 귀 기울여 듣기도 해야 해. 마을 사람들의 말, 용의자들의말, 소문, 자네 자신의 본능이 하는 말, 동료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 "(121~122쪽 발췌인용)

가마슈는 돈주고도 얻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몇가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어요.
지켜보는 것, 귀담아 듣는 법, 그리고 배우는 법.
특히 배우는 건 달라지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몸에 밴 걸 버려야 해요.

"...나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인성문제죠. 그녀는 노력하지 않는다면 쉰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을거고, 오히려 더 나빠질 걸요. 그녀가 배울 수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녀가 그동안 배운걸 잊을 수 있느냐는 거예요. 몸에 밴 태도를 버릴 수 있느냐."(161쪽)
"하지만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걸 써야지. 그런데 자넨 쓰질 않아. 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고 듣지만 귀 기울여 듣질 않아."(235쪽)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더 많은 팀원들을 만나면서 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뿐이야. 그런 사람들이 있지. 일대일일 때 아주 잘 하는 사람들. 스포츠로 치면 개인종목 선수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을 팀에 집어넣으면 끔찍하지. 니콜이 딱 그 꼴인 것 같아. 협력해야 할 때 경쟁을 하거든."(263쪽)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헛소리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은 그 사람이 원할 때만 치유하는 거지. 나는 아픈 사람의 경우에 시간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보았어. 그들은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사소한 일을 되새기고 곰곰 따져서 결국 재앙으로 만들어 버리지."(349쪽)

이 책에 나오는 심리상담사도 비슷한 얘길 해요.

"저는 환자들과 공감을 상실했어요. 스물다섯 해 동안 그들의 불평을 듣다가 마침내 꺾인 거죠.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었는데 한 내담자 때문에 몹시 속이 뒤틀리는 거예요. 마흔셋인데도 열여섯 살 짜리처럼 행동하는 사람이었는데, 매주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왔어요. '어떤 사람 때문에 속상하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삼년 동안 이것저것 권해 보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다시 그 소리를 듣고는 퍼뜩 깨달은 겁니다. 그가 변하지 않는 건 그 자신이 변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는 변하려는 마음이 없다. 이후로 이십 년이 흘러도 우리는 똑같은 헛수고를 하고 있을 거다. 그때 내담자들 대다수가 그와 똑같다는 걸 깨달았죠."(205쪽) 

한때는 나도 선한 사람들이 사는 스리 파인즈를 꿈꿨던 적이 있어요.
외로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제인 닐이 되고도 싶고,
가마슈 경감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지켜보고 관찰하고도 싶었어요. 
선한 사람들끼리 모여살면 악이 물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악은 특별하지 않고 언제나 인간적이어서, 우리와 함께 자고 우리와 함께 먹는다."
오든을 깜박했었던 거죠. 

실행불가능한 상상들을 혼자 하지만,
혼자 상상하는 것만으론 죄가 되지도 않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고 자위하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갔었던 거죠, 뭐. 

이제는 알겠어요.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내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그 사이의 여백과 여운들도 중요하다는 걸 말예요. 
그걸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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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6-28 09:08   좋아요 0 | URL
네 양철댁님 저도 아주 즐겁게 읽었어요. 인성이 정말 모든 것이죠.

느티나무 2011-06-28 09:1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심미안을 믿으니까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며칠 전에 도그빌-세 번째-을 봤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6-28 12:31   좋아요 0 | URL
네, 알았어요. 다음 주문 때 꼭 사서 볼께요. 잘 계시죠?^^

하늘바람 2011-06-28 13:17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아주 궁금해졌어요

비로그인 2011-06-29 09:3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봐야겠군요. 안그래도 양철댁님과 좀 더 독서 목록이 겹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

마녀고양이 2011-06-29 09:59   좋아요 0 | URL
아이고, 완전 지름신 서재구나, 양철댁님....
그냥 빠져드네.. ^^

항상 건강 챙기라고 잔소리하는거 알죠. 요즘 그대, 감탄스럽고 멋지더라. 원하는대로 잘 되어가길.

프레이야 2011-06-29 19:04   좋아요 0 | URL
여기서 스틸은 '여전히'의 그 스틸인가요?
여전함,이란 말이 새삼 다가왔더랬어요.
여전한 삶, 그것의 소중함, 그것의 행복을 미처 몰랐더랬어요.^^
오늘 어떤 분,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져서 공중에 들어올려져 매달려있어도
그렇게 아파도 죽어지지가 않더란 말이 맴돌아요. 그래서 아파죽겠단,말을 그 이후론 절대 안 쓴대요.
사랑의 아픔으로도 죽지는 않지요. 그냥 교통사고 정도일 뿐이겠지요.

루쉰P 2011-06-30 09:49   좋아요 0 | URL
힘든 날 어떤 것을 털어버릴 수 있는 책을 만나셔서 다행이에요. ^^ 그 어떤 고통도 고난도 숨 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버틸 수 있겠죠. 이 책 극찬을 하시다니 안 볼 수가 없네요. 미친듯한 비에요. ^^ 비 조심하세요.

2011-07-01 20:16   좋아요 0 | URL
안 읽을 수 없겠네요. 알라딘의 매출은 이렇게 오르는 것이 아닐깡. 올 여름에 꼭 읽겠다고 결심했어요. (여름엔 좀 한가해지리라 기대하며~)

2011-07-0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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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ㅁ양이 '자긴 사랑을 해야 해..드라마도 보고..^^' 이런 문자를 보내왔을 때만 해도,
'ㅋ,ㅋ...점심시간에 잤어.  드라마 볼 시간 있음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할 시간 있음 잠을 자겠어. 상태가 메롱이야'
하는 답 문자를 보냈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또 얼마전 '지인과 도인' 얘기를 들은 몸도, 마음도, 직업도 자유분망한 내 오랜 친구는, 
말 안해도 뭐든 다 안다는 듯,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사람이고, 그런 사람의 빈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사람 뿐이라며...
1,2,3...리스트를 뽑아 내 코 앞에 " 입맛 맞춰 골라봐~"하며 들이댔었다.

"또 다른 사람이라니, 친구야..."
말 안해도 다 알아주는, 한참을 어긋나 앞서 나가는 이 친구의 자유분망한 사고에 속으론 경악을 했었는데,
(당근,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오늘은  이 친구에게도, 내게 땡큐한 문자를 보내준 ㅁ양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기실,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뛴다는 소리를 듣는 나는...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말해주는 사람에게 홀릭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이 사람이 건네는 시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뚫고 들어와 심장에 콕 하고 박혔고, 나를 어루만졌으며, 나를 울고 헤헤거리고 의기소침하고 지분거리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쓴 산문들은 다소 헐거워 내 손가락이나 마음 한자락을 집어 넣어 그를 만지고 쓰다듬고 침 발라 넘길 수도 있겠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작정한 것이,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123쪽)
라는 구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 사람도 '내키는 대로 아무 네나 펼쳐 읽다가 '이것이 날개다'라는 제목의 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시를 읽는데, 기습처럼 눈물이 고여들어, 그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도사려야 했다.'고 하고 있으니, 나의 눈물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제대로 '비틀리고  구겨지고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는 몸부림 따위는 헛되이 느껴지던 터였다.
'파시즘의 시대에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를 내 삶에 대입시켜 보자면, '희망'이나 '행복'따위를 얘기하는 게 가혹한 형벌 같았으니 말이다.

   
 

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첫째 연이다.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을 제외한다면 (이 구절, 참 야속하고 절묘하다) 죄다 덤덤한 진술로만 돼 있다. 시인이 이런 식으로 시치미 떼면 읽는 쪽이 외려 조마조마해진다.(121쪽) 

      (...중략...)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 나왔다, 다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마지막 연이다. 이제야 시인이 끼어든다. 정식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겨우 말했다.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몸부림쳤던 일생이었는가. 그리되어서 라정식 씨의 얼굴은 이제 이토록 고요한가......시인은 이렇게 이해해버렸고, 읽는 나도 수긍해버렸다. 그래야 망자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까.(122쪽)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골랐다면 이런 류의  시는 안 읽었을 것이다.
읽다보면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마련인데...
(나는) 너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일상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부러 재현하고 동정의 눈물을 흘리듯 여겨져서이다.
나는 '부러' 재현하는 그것을 막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인은 "좋겠다. 죽어서......"라는 아픈 말을 모질게 옮겨놓는 것으로 진심을 얘기했고,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발휘하여,
시인이 끝내 절제한 그 문장을 경박한 내가 대신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시 쓰는 마음이 나온다.
당연히 시를 읽는 마음도 나온다.
시를 쓰는 마음에 시를 읽는 마음이 널을 뛰듯 화답을 하고 있는데,
나는 시 대신 사람 또는 사랑을 대입시켜 보기도 했다. 

김경주의 몽상가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 '몽상가' 중에서 

그의 첫 시집에서 이보다 더 잘 만들어진 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장들 앞에서 유독 서성거리게 된다.
...우리를 사로잡아 사유를 강제하는 것은 절차탁마된 노회한 시들이 아니라 온몸이 악기인 자가 연주하는 이와 같은 혼신의 노래들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때로 난해하지만 그 난해함은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고 외려 빨아들이는 이상한 난해함이다. 이모든 것이 다 '사유하는 감각'의 권능일 것이다.(29쪽)

 
   

시 쓰는 마음 하나를 배웠다,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는 마음.  

문태준을 두곤 이렇게 얘기한다.

   
  부럽다. 자신의 마음을 '뒤란에서 수런거리는' 것들에게 몽땅 주는 방심(放心)이 먼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그런 것들의 존재를 혼신으로 호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떤 것들이 단지 '있다'는 사실만을 지극하게 기록한다.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하고, 감탄문이나 느낌표를 아낀다. 혹은 그럴 때 아름다워진다.출석을 부르는 시간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평등해지듯, 그가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고 그 존재를 호명해줄 때 만물은 서정적 사해동포주의로 느릿느릿 물든다.(38쪽)  
   

시 쓰는 마음 또 하나, 그런 것들의 존재는 혼신으로 호명하되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한다.

이 사람의 문태준을 향한 마음을 옮겨보면 이렇다.

   
  몰인정의 시대에 그의 시는 갸륵하다. 그의 다정(多情) 때문이다. 이조년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 했다. 병 맞다. 이를 다정증이라 부르려 한다. 문태준은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다정증 환자다. 이 환자가 우리 딱한 '정상인'들의 가슴을 찌른다. 저 환자의 눈에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휑하고 뻔한 인생일까 싶어진다. 그래서 돌연 아연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는 것이다. 서정시란 그런 것이다. 언제 그 맥이 끊어질지 모를 이 소중한 환후(患候)를 우리는 아껴 기린다. 그는 낫지 마라. 그래야 우리가 산다.(39쪽)  
   

손택수를 향해선 이렇게 얘기한다.

   
  앞뒤 문을 다 열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마음을 놓아 버리고 드러누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결심'이 아니라 '방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아야 그 틈으로 시도 찭아들어오곤 하는 거이다.
그 방심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속으로 타인들의 곡절이 흘러들어온다. 그의 시들은 사연을 품고 있을 때 특히 아름다워진다.(42쪽)
 
   

시를 쓰는 마음 또 하나, 마음을 편히 내려놓기. 

이 사람의 사랑법, 연애하는 방식은 덤으로 얻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너의 사연을 받아 안지 않으면 내 말이 둥글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손택수는 문태준과 더불어 1970년대산 서정시의 본령이다. 방심한 자가 뜨는 사랑의 눈 덕분에 얻은 성취라고 믿는다.(43쪽)  
   

내가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구절이 있는데,
지금 내가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상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 충분히 지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47쪽)
나는 충분히 지극했고... 고로, 나는 지금 떠나야 한다. 

<읽어야 할 것 투성이>는 내 직업과 관련하여 몰입하여 읽었으며,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을 굳힌 건 <여인숙으로 오라>이다.
제대로 남자이다.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옮기기에 길기도 하지만, 너무 좋아서 나눠 갖기 아깝다. 

시에 노이즈를 도입하는법(136쪽)도 나오고,
시인을 향하여 '낫지 마라'라고 모질게 말해 놓고, 시인의 직업은 문병(137쪽)이라고 얘기한다.
또 어디서는 시인의 직업은 발굴(154쪽)이라고 얘기한다.

존 버거를 인용하지 않아도 될 뻔했다.
시의 일은 부상당한 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위에 시 쓰는마음, 시 읽는 마음을 살짝 바꾸기만 하면...시란 마음의 빨간 약임을 알겠다.

좋은 시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할 때, 그것은 지금 이 세계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계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196쪽) 이란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가 들려주는 사랑론을 귀담아 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 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12쪽)   
   

나는 내 자신에게 백전백패할 것이다.
no woman, no love 
제목을 신형철 식으로 옮겨보자면 이렇다. 

마오, 여인아, 사랑하지를 마오......땡! 
여자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땡! 
여자가 없으니 사랑도 못하겠네......땡!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딩동댕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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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6 07:59   좋아요 0 | URL
양철님 흐리고 눅눅한 아침이에요.
아침부터 사랑스러운 페이퍼에 복작대는 마음 한켠 다듬어봅니다.
밑줄긋기한 문장 일부는 제가 안아서 가요~
어떤 것일까요? 너무 좋으네요.
황인숙 시인의 "사랑은 그 사람의 생을 한번더 사는 것이다"와 일맥상통하는...
지치지 마시고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하루 되길 바래요.^^

양철나무꾼 2011-06-19 16:48   좋아요 0 | URL
서울은 흐리고 눅눅하지는 않은데,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요.

님이 사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참 좋아요.
실은 페이퍼를 쓸때만 해도 복작대는 마음을 어떻게 눌러 감춰야 하나 했었거든요.
요즘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하는 가시나무가 제 주제곡 같다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6-16 11:18   좋아요 0 | URL
이거야 원, 책을 통해서 저자와 사랑에 빠졌단 말이지....
음, 안 돼 안 돼, 그건 내 처방이 아니란 말이야. 아하하.

자신을 사랑해야쥐........ 난 그거였어! 본인을 혹사 좀 시키지말란 말이야!!!!!!!! (고래고래~ 악 쓰는 중. 흐흐)

그런데, 자기 넘 바빠서 여름 번개 못 하겠지?

양철나무꾼 2011-06-19 16:54   좋아요 0 | URL
그거였군, 내 자신을 사랑해라~
난 다요트해서 바람 피우자...뭐, 그렇게 알아들었지=3=3=3

여름 번개라...이제 여름 시작이잖아.
여러 명이 만나는 번개는 시간 조율이 그래서 힘들것 같고,
어떻게 울 둘이라도 한번 보자, 여름 가기 전에~^^

루쉰P 2011-06-16 12:5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과 같은 사랑에 빠져야 진정한 독서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 전 나름 독서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 있게 사랑을 하지 못하거든요. 무어랄까? 양철댁님은 진짜 책을 사랑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전 항상 겉으로 또 겉으로 도는 것은 아닌지하고 생각을 해요. 아주 극심하게 사랑에 빠질 정도의 책에 대한 몰입이 저에게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기분이 우울하고 무거울 때..그럴 때 특히나 필요한 듯 싶어요. 그래도 사랑할 것을 만나 그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강함을 보여주시는 면에서 대단하십니다!! 흠...전 항상 배웁니다.

양철나무꾼 2011-06-19 17:07   좋아요 0 | URL
저, 교주님과 같은 AB형이예요.
변덕이 죽 끓듯 한걸 AB형의 전형으로들 생각하지만,
전 한번 제 안에 들여 놓으면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할 자신 있어요, 들이기 전에 한눈을 좀 팔아서 그렇지...ㅋ~.

사람이랑은 사랑하다가 어긋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그래 봤는데,
책이랑은 아직 없어요.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쉰P 2011-06-22 20:48   좋아요 0 | URL
오우 역시 어쩐지 양철댁님과 뇌파가 맞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같은 혈액형이셨군요. ㅋ 양철댁님의 지적처럼 AB형의 특징 중에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미칠듯한 스토커성 기질도 있다고 보거든요. 풉!
저도 책은 영원히 사랑할거에요. 헤헤헤

글샘 2011-06-16 14:38   좋아요 0 | URL
신형철이 힘드신 양철댁님을 잘 잡아주고 있군요.
책 참 좋죠?
매력적인 글로 가득한 책, 만나기 힘든 세상인데 말입니다.
상태가 메롱일수록 마음을 기댈 데가 있어야 돼요.
이렇게 양철댁님이 알라딘에라도 기대고 계신 거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
힘내세요~~(비록 이런 말이 힘은 안 될지라도 말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1-06-19 17:11   좋아요 0 | URL
그냥 알라딘이 아니고 샘도 계신 알라딘이라고 해야 겠죠~^^
때론 알라딘 때문이기도 하고, 때론 알라딘 덕분이 될 때도 있어요.

샘도 제가 개떡같이 하는 말,콩떡이나 찰떡 같이 알아듣는 재주 있으시잖아요.
문제는 샘이 하시는 콩떡이나 찰떡 같은 말들을 제가 개떡 같이 못 알아 들어서 그렇지...
늘,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6 18: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어제 샀어요. 그런데 왜 이 사람이예요? 저도 있는데, 아하하하. 그냥 저를 사랑해요. 요즘 어때요, 좀 쉬고 계세요? 아, 이 책 실물로 만나고도 펼쳐보기 전에 양철댁님 리뷰 보게 되어서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1-06-19 17:13   좋아요 0 | URL
지금쯤 읽고 계실까?
좋죠, 좋죠?^^

님도 읽고 나시면 저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 사람과 연애하겠다고 하실걸요~^^
저, 님의 리뷰 기다리고 있어도 되는거죠?^^

2011-06-16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6-18 00:39   좋아요 0 | URL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 아 사랑스러워라~~~~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이란 표현은 남용해도 좋을꺼 같아요. 불륜만 아니라면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6-19 17:18   좋아요 0 | URL
'아 사랑스러워라~~~~'라고 표현하실 수 있는 님도 '쫌' 사랑스러우세요~^^

전 정신건강에 '사랑만큼'좋은게 없다고 생각해요.
간혹 그 사랑이 길을 잃기도 하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서 그렇지~

2011-06-18 22:19   좋아요 0 | URL
음. 'ㅁ'은 역시 마녀고냥님이신거죠~
전 진짜 좋아하게 될까봐 좋아한다고 못해요.ㅎㅎ 그나저나 글 참 맛있게 쓰시옵니다요.

양철나무꾼 2011-06-19 17:21   좋아요 0 | URL
헤,헤...들켰네.

전 넷상에서랑 책이랑을 향해선 좀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맛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섬님의 맛있고 멋있는 글들에 비하면 저야...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