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첫 페이지부터 비극적인 사고를 예고한다. 볼티모어에 거주하는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사고를 회상하는 식으로 시작하는데, 이 비극적인 사고를 알기 위해서 약 500페이지를 읽어야 한다. 그래도 문장들이 가독성이 높아서 읽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왜 소설의 주인공 직업은 작가가 많을까?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설정이 이유인 거 같지만, 회상이 아니더라도 소설에서 작가가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한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큰아버지 가족을 동경하며, 사촌과 주변 또래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낸다.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졌지만, 현재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면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적 지위, 경제력, 화목한 가족 관계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남들의 부러움을 샀던 큰아버지 가족은 하나의 감정 때문에 결국 몰락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하나의 감정은 바로 질투였다.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도 질투 때문에 배신을 하고, 그토록 서로 사랑했던 부부관계도 다른 가족에 대한 질투로 파탄 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되는데, 남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서로의 갈등은 시작되고, 서서히 커지고, 결국 폭발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뭔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질투 때문에 사건은 일어나지만, 결국 비극적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질투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우연히 만난 한 여자에 대한 동정, 번민, 집착 등으로 쉽게 전이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에는 많은 우연이 마치 필연적으로 나타나지만, 뭔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내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의 질투에 대해 공감을 가지만, 인간적인 성숙이 부족해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한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가 결국 어딘가에 부딪혀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비극적 사고의 결말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자가 비극적 사고를 너무 인위적으로 발생시켰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왜 굳이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서술했을까? 비극적 사고를 피한 주인공이 옛날을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결국, 이 소설에서 행복한 최종 승자는 명예, 부를 가진 가족이 아니고, 주인공이 속한 중산층 가족이다. 명예, 부를 가지면, 정말 저렇게 타락하는 것일까? 명예, 부를 안 가져보았으니 알 수가 없다.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질투에 눈이 먼 인물들의 비극적 사고와 결말을 500페이지를 넘게 읽고 나서야 알았다. 뭔가 기대를 한껏 심어 놓고,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로 끝나 버리니 허무했다.


2018.02.1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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