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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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플을 통해서 이 책의 존재를 비로소 알았다. 나에게 낯선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탈리아 문학을 처음 접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두 소녀의 성장 소설 정도로 치부했지만, 읽으면서 두 소녀의 내면세계, 그들을 둘러싼 환경 변화, 나폴리의 조그만 동네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갈등, 다툼, 반목 등이 어울려진 소설 속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매일 밤 나폴리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릴라와 레누를 찾아가서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환호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워도 하고, 때로는 분노를 느꼈다.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속으로 전달이 잘 되었고, 글을 읽는 것이 수월했다. 
레누와 릴라, 두 여자아이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한창 민감한 시기인 16살이 될 때까지 여자아이들의 심적 변화가 얼마나 많겠는가?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가 뛰어나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친구와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로 인해 고통을 받는 한 여자아이의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친구와 경쟁하면서, 친구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증오하다가도 친구를 다시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자신의 능력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환경을 탓하기도 하지만, 다시 도움을 받으러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가진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렸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어른이 된 후 찾아가 보면 실제는 엄청 작지만, 어렸던 그 시절에는 엄청 커다란 세상으로 기억나는 동네가 있다. 그 동네에는 만두가게, 시계방, 약국, 안경 가게, 오락실, 서예학원, 중국집, 가구점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대형 마트가 없던 시절이니 필요한 것은 모두 그 동네 안에서 구해야 했다.
그리고,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성장하면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동네 사람들은 시계방 첫째 딸, 가구점 둘째 아들, 만두가게 첫째 아들 등으로 부르면서 한껏 친밀한 관계를 표현했다. 하지만, 경제적 논리, 업종별 차이로 인한 미묘한 경쟁 심리가 숨겨져 있기도 했다. 나에게 릴라같은 친구는 없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돈 아킬레 가족, 솔라라 집안, 사라토레 집안 등과 비슷한 동네 이웃들이 있었다. 풍족하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하고, 나의 존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힘들게 공부하며 노력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나폴리 4부작 제1권인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2권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녀들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사건들이 그녀들의 운명에 영향을 끼칠지, 두 소녀의 우정이 어떤 위험을 맞이할지 궁금해서 빨리 2권을 구해서 그녀들를 만나기 위해 매일밤 나폴리로 여행을 가야 할거 같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가명을 쓰는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필요할 때 서면 인터뷰만 진행한다고 한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그녀가 뛰어난 작가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03.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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