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는 왜? 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지? 어린시절, 텔레비젼 드라마를 보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랑이야기가 고리타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랑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이기에 사랑을 해야한다. 그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일수도 있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일 수도 있다. 그 사랑이 어떠한 형태이든, 그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한다.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4'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쉐량-쑹메이링-장제스의 삼각관계부터 시작해서 황푸군관학교 교장인 장제스와 그의 제자 린뱌오의 사랑,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와 리위친의 사랑이야기, 중국과 북한의 지도부간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이야기가 대하드라마 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랑의 끝에 신중국 탄생 이야기를 김명호는 배치했다. 어찌보면 수많은 사랑 덕분에 신중국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도 있다. 이들 사랑 이야기 중에서 쑹메이링을 중심으로한 삼각관계와 푸이와 리위친의 사랑이야기를 살펴보자. 


  중국 대륙을 뒤흔든 사랑이야기를 꼽으라면 쑹메이링을 중심으로한, 장쉐량과 장제스의 삼각관계일 것이다. 쑹메이링은 송자수의 3자매 중에서 막내이다. 첫째는 중국 최고의 부자와 결혼했고, 둘째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는 쑨원과 결혼했다. 셋째 쑹메이링은 한때 중국 대륙을 손아귀에 넣었던 장제스와 결혼했다. 송씨 세자매가 한명은 부를 선택했고, 한명은 명예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쑹메이링은 권력을 선택했다. 신은 한사람에게 모든 행복을 다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쑹메이링은 권력을 선택하기 보다는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아니, 운명이 그녀에게 권력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쑹메이링은 1925년 상하이에서 운명적 만남을 했다. 콧대가 높았던 쑹메이링은 중국 4공자 중에 한명인 장쉐량이 주는 술잔을 거부하지 않았다. 8일간의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둘을 헤어졌다. 장쉐량에게는 아버지가 맺어준 부인이 있었기에 쑹메이링과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는 없었다. 장셰량이 떠난 사이 황포군관학교 교장 장제스가 그녀에게 접근한다. 쑨원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요구하며 4차례에 걸쳐서 결혼요구를 한다. 심지어는 일본가지 쫓아가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한다. 장제스도 2명의 부인과 1명의 첩이 있었다. 장제스는 이들 여성과 이혼했고, 기독교로 개종한다는 약속을 하고 결혼 승락을 얻어낸다. 

  장제스가 쑹메이링에게 집요하게 접근한 것은 사랑이기 보다는 쑨원부인의 여동생과 결혼함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장제스에게는 황포군관학교를 통해서 배출된 군대는 있어도 정치적 자산은 없었다. 그 빈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쑨원의 후광이다. 반면, 쑹메이링도 장제스의 앞날을 예상하며 권력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장쉐량과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 장셰량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것은 101세의 장쉐량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104세의 쑹메이링이 통곡했다는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장쭤린이 일본군에 의해서 폭살당하고 나서, 장쉐량은 항일의 기치를 올리며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에 합류한다. 장제스도 장쉐량의 풍모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장제스와 장쉐량은 항일이 먼저냐, 공산당 토벌이 먼저냐를 두고 갈라선다. 1936년 그 유명한 시안사건이 발발한다.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려온 장제스를 장쉐량은 감금하며 국공합작을 종용한다. 장쉐량의 부하들은 장제스를 죽이자고 했다. 그런데 왜? 장쉐량은 장제스를 죽이지 않았을까?


  "나는 쑹메이링을 과부로 만들수는 없었다. 쑹메이링만 아니었다면 장제스는 그때 죽을 목숨이었다."-45쪽


  장쉐량이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지만,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은 단한사람, 바로 쑹메이링이었다. 장제스는 쑹메이링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장제스는 장쉐량을 죽이려 했으나, 쑹메이링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장쉐량을 죽이지 않았다. 쑹메이링이 장쉐량의 목숨을 살린 것이다. 장제스를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쑹메이링이 시안에 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시안에서 자신의 남편을 감금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시안 공항에 내려 장쉐량을 만난 쑹메이링의 얼굴은 공포보다는 옛 애인을 만난듯이 활짝 웃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시안에서 풀려난 장제스는 장쉐량을 가택연금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공산당에 밀려 타이완으로 갈 때도 그를 끌고갔다. 쑹메이링은 자신의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를 합친 것보다 많은 편지를 가택연금 되어 있는 장쉐량과 주고 받았다. 운명이 장쉐량과 쑹메이링의 결합을 이루지 못하게 했지만, 둘 사이의 사랑마져 갈라 놓지는 못했다.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제간의 사랑도 있다. 황포군관학교 4기생 중에서 가장 탁월한 학생으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린뱌오이다. 장제스는 린뱌오를 가까이에 두고 싶었다. 린뱌오가 편지를 두고 떠나고 나서도 장제스는 린뱌오를 잊지 못했다. 린뱌오가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장제스는 상당한 걱정을 했다. 그런데, 그의 애제자 린뱌오는 장제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제스의 사랑의 경쟁자 장쉐량의 평가에 정답이 있다. 


  "지도자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한다. 장제스는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항상 노예를 구하느라 혈안이 돼있다."-43쪽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린뱌오는 장제스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했다. 그러나, 린뱌오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목숨바칠 가치가 있는 존재를 선택했다. 내가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말하기 이전에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쑹메이링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가 혁명기 중국을 뒤흔든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면, 아이쉰져러 푸이와 리위친의 사랑 이야기는 진정한 부부관계는 어떠해야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괴뢰 만주국의 황제 푸이는 일본의 강요로 새로운 여자를 선택하게 된다. 일본여자를 싫어했던 그는 여학교 교장이 보내온 사진 속에서 리위친이라는 여학생을 자신의 신부로 선택했다. 그 이유는 신분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신분이 낮기에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여성이어서 리위친을 선택했다. 리위친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푸이의 부인이 되어야했다. 푸이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담은 문서에 서명을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하면 푸이의 몽둥이질을 당해야했다. 푸이와 리위친의 관계는 사랑하는 부부의 관계가 아니었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였다. 

  일본이 패망하자, 푸이는 부인을 내팽개 치고 도망치다가 소련군에 넘겨진다. 신중국이 세워지고 나서 전범관리소에서 리위친은 푸이를 다시 만난다. 푸이는 리위친이 가져온 사탕과 과자를 허겁지겁먹는다. 자신의 부인 리위친에게 먹어보라는 말도 하지 않은채 말이다. 청나라와 만주국이 멸망했음에도 푸이는 아직까지 리위친을 노예로 보고 있었다. 리위친은 신중국에서 각성한다. 당당히 황제였던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낸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되어 방송국 녹음 기술자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노예의 삶을 청산하고 자유인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어느 CF광고에 "저렇게 많은 아파트 중에서 왜? 내 아파트는 없을까?"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총각이었던 나는 '저렇게 많은 여성들 중에서 왜? 내 여자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총각들과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하던 중에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외모기) 김태희 정도는 되어야하는데, 눈을 낮춰야하겠다. 조건을 낮춰 결혼하면 (상대는) 열쇠를 많이 가져와야해" 

  글쎄, 그 친구가 듣기 싫어할까봐, 아무말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평등한 부부의 관계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원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황제이니 가난한 국수집 딸 리위친의 관계처럼 말이다. 똑똑하고 미남인 그 친구도 결혼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연예인 수준의 미모를 가진 여성인지는 모르지만, 부디 노예와 주인의 관계가 아닌,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인연을 맺길 바란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다보면, "혁명"이니, "민족주의", "항일",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거창한 용어를 자주 듣는다. 나도 모르게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시대적 소명을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았던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역사가 그러한 거창한 명분하에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거창한 이념과 명분 이면에는 인간의 사랑이 있었다. 송씨 3자매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서 혁명시기 중국에서 청춘남녀가 자유로우면서도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를 통해서 확인했다. 어떤이는 사랑 이야기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을 "야사"로 비하하기도한다. 특히 근대에는 인간의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시하고, 이성의 무한한 진보를 확신했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통해서 인간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상황은 반전했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서 움직이는 존재였다. 특정 이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 보다는 사랑으로 역사를 재해석 하는 것이 역사가 움직인 근본적 이유를 밝혀내는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1-08-11 1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요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라.ㅋ

강나루 2021-08-11 21:04   좋아요 4 | URL
쑹메이링을 중심으로한 사랑이 압권이지요.
2010년 선양에서 열린 국제 학술회의에서도 가장 주목을 끈 것도 이들의 삼각 관계였다고 합니다.

레삭매냐 2021-08-14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중국사 관련 컨텐츠를
검색하면 신문 기사로 나오더라구요.

1권인가는 읽었는데 그 다음에도 계속
해서 나오는 줄 몰랐네요.

강나루 2021-08-14 10:37   좋아요 1 | URL
지금 8권까지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