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사람들은 지금이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사실이 통하지 않는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럴 만하다. 비근한 예로, 현재 미국 대통령이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무엇이 사실인지 자기도 모르면서, 알아볼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별반 다를 게 없다. <워싱턴 포스트> 팩트체킹 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취임 이래 869일 동안 거짓이거나 오해를 유발하는 주장 10,796건 했다고 한다. 특히 2018년은 유례없는 기만의 해였다고 한다.

 

(26)

진실은 아버지를 하나만 두었으나 거짓말은 수천 명의 사내가 낳는 사생아로서 여기저기 곳곳에서 태어난다라고 1606년 앨리자베스 시대의 작가 토머스 데커는 한탄한 바 있다. 16세기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수필 <거짓말쟁이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짓의 얼굴이 진실의 얼굴처럼 하나뿐이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을 것이다. (…) 하지만 진실의 반대는 그 모습이 수십만 가지이며 펼쳐질 마당이 무한이니 거기엔 끝도 한계도 없다.”

 

(30-31)

그 밖의 종류로는 우선 여론몰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술책 중 하나다. 여론몰이의 교묘한 점은 꼭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도 많지만, 여론몰이 기술의 정점은 진실만 말하면서도 완전히 거짓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직의 벽돌을 가지고 허튼소리의 집을 짓는다고나 할까. 그 다음으로는 망상이라는 게 있다. 틀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철석같이 믿는 능력으로, 그 형태는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대세에 굴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가장 만연하게 퍼져 있고 피해도 가장 큰 형태가 되겠는데, ‘개소리라는 게 있다.

 

(46)

심지어는 거짓이 거짓으로 드러난 후에도 진실이 퍼지는 데는 걸림돌이 있어서, 이미 퍼져나간 거짓을 따라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 걸림돌이란 간단하다.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정말 싫어한다. 우리 뇌가 그걸 질색한다. 그리고 각종 인지 편향 때문에 자기가 잘못 짚었을 가능성을 좀처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거짓에 속았음을 용케 깨닫는다 해도 각종 사회적 압력 때문에 자신의 오류를 숨기고 싶어 한다. 구라의 마수에 일단 걸려들고 나면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잃기 쉽다.

 

(66)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68)

사실 악의적인 소책자에 대한 비판은 17세기에 흔했다. 소수의 엘리트 계급을 대상으로 했던 초창기 뉴스레터는 정보의 신뢰성에 근거한 평판으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당시 쏟아져 나오던 인쇄물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최신 뉴스에 중독된 사람도 많았지만, 그에 대한 불신 역시 만연했다. 인쇄물에 적힌 내용이라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일쑤였고, 여전히 손으로 쓴 편지가 근본적으로 더 믿을 만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77)

첫 사기 시도를 보란 듯이 성공시킨 프랭클린은 기분 좋게 그다음 행각을 이어나갔다. 1730년에는 자신이 필라델피아에서 간행하던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에 한 마녀재판에 관한 기사를 완전히 지어내서 실었다. 실제로는 당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이렇게 할 마녀재판이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런 다음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으로 옮겨가서-또다시 가상의 인물이 되어 글을 쓰면서-불쌍한 타이탄 리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97)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189)

정치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큰 거짓말도 하고, 작은 거짓말도 하고, 온갖 크기의 거짓말을 다 한다. 직업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정치인이 꼬박꼬박 꼴찌로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심지어 (믿기지 않지만) 언론인보다도 더 낮게 나온다.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을 것이다. 특히 작금의…… (막연히 세상에 대고 손짓하며) 이런저런 사태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믿어주기 바란다. 정치인들의 말을 팩트체킹하는 게 내 직업니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 활동에서 거짓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가 흔히 가진 통념보다 아주, 아주 적다.

 

(191)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268-269)

그런 노력이 통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은 진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그리 어른스럽다고 하기 어렵다. 인터넷은 개소리 생산 공장이고 아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역시 바람직하진 않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살펴봤지만,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루머의 난무, 신생 통신 기술에 대한 집단 공황, 가짜 뉴스에 대한 공포, 정보의 홍수에 대한 두려움, 전부 여러 세기 동안 있었던 현상이다. 과거에도 잘 넘겨냈고, 이번에는 잘 넘겨낼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하고 자포자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가짜 뉴스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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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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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기태 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으로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단다.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더구나. 소설이라는 것이 초반부에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데, 단편 소설집은 그런 소설마다 상황파악을 자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장편 소설은 책 한 권당 한번의 수고로움이 있으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책에 실린 모든 단편 소설들이 상황파악이 쉽고 명확했단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경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어. 이 책에서는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하여 총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단다, 작가 김기태 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2024년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1.

<세상 모든 바다>

요즘은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잖니.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전지구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첫 번째 실린 <세상 모든 바다>라는 소설도 그런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하쿠라는 사람이야. 하쿠는 오랜 유학 생활으로 우리나라 말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 하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세상 모든 바다의 찐팬이었어. 세상 모든 바다(세모다)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하쿠는 밖에서도 보려고 콘서트장에 갔단다. 그리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콘서트가 끝나고 콘서트장 밖에서 추가로 공연한다는 소문이 있었어. 콘서트 밖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하쿠는 그곳에서 영록이란 소년을 만났어. 영록도 세모다의 팬으로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했어. 후쿠는 영록에게 그 소문을 이야기해주었어. 세모다가 공연을 마치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공연장 밖에서 공연한다는 소문. 그런데 비도 오고 해서 하쿠는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곳에서 테러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문대로 세모다가 밖에서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총을 꺼내 들고 서로 쏘는 장면을 연출했대. 나중에 알고 보니 세모다 팬들이 세모다인 척 공연을 하고 가짜 총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실제상황인줄 알고 도망가다가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9명이 죽었다는 거야. 그 중에는 후쿠가 만났던 영록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이태원 사건이 떠올랐는데 지은이는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기를...

<롤링 선더 러브>

이 소설은 짝짓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모방한 소설이었단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본적은 없어. 그래도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라서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어. 두 번째 소설 <롤링 선더 러브>솔로 농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맹희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프로그램 이름에 농장이 들어가 있어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채소의 이름으로 참가하는데, 맹희는 완두라고 불렸단다. 그런데 맹희는 참가자보다 자신을 담당하는 PD에 더 호감을 갖게 되었어.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단다.

<전조등>

어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돼. 그런데 그의 삶에서 단 한번 평범하지 않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어. 아내에게 청혼하려고 지방으로 여행을 갔고, 무엇인가 부딪힌 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갔더니 오른쪽 전조등이 깨지고, 여자 신발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어. 그 이후에도 그 일로 어디선가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감읽는 이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단다.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러시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교포 4.. 그러다가 부모님이 한국에 이주해서 살아서 한국에서 자라게 된 김 니콜라이. 김 니콜라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국적이 러시아인이다 보니 외국노동자 취급을 받았어. 한국 영주권을 따려고 알아보았는데, 36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했어. 외노자 신분으로 쉽지 않은 연봉이지. 애인이 자주 바뀌는 엄마랑 단 둘이 사는 권진주. 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지. 권진주와 김 니콜라이는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졸업 이후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그 이후 가끔씩 만나 밥을 먹고 그러다가 친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MZ 세대들의 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

<보편 교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던 것 같았어. 확신이 아니고 재미있던 것 같다고 한 이유는 읽은 지 좀 시간이 지났고, 비슷비슷한 재미 중에 이 소설이 살짝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그런 거야. 곽은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었어. 고등학교 3학년의 선택 과목으로 <고전 읽기>가 있어서 나름 아주 열심히 준비를 했단다. 그런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었어.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자고, 서너 명이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그런데 은재라는 학생만이 아주 열심히 들었단다. 은재가 자본론과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은재 아버지의 민원도 있었지만, 은재가 아버지를 잘 설득하여 큰 문제도 없었어. 3, 1년 내내 열심히 고전을 읽은 은재. 곽은 은재의 생기부에 아주 정성 들여 과목 활동한 것에 잘 써주었어. 그런데 은재가 서울대에 합격을 한 거야. 그 고등학교는 매년 한 명만 서울대에 합격하는데, 그 해에는 은재가 예상치 못하게 서울대에 합격하여 두 명이 합격한 거야. 학교는 난리가 났지. 교장도 기분이 좋아졌어. 다음 해는 <고전 읽기> 과목을 더 활성화해 달라는 말과 함께

<로나, 우리의 별>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월드 스타가 된 오로나에 관한 이야기란다.

<태엽은 12 1/2바퀴>

은혜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남자. 20여 년 전부터 숙박업을 했어. 예전에는 은혜장이라는 여관을 운영했는데, 딸의 조언으로 은혜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을 해서 한때 번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숙소가 되어 버렸어. 은혜가 아홉 살 때 아내를 잃고 혼자 은혜를 키웠고, 은혜는 지금은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어. 손님이 거의 없는 숙소에 낯선 손님이 한 명 찾아오면서, 스릴러 소설의 냄새를 풍기면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무겁고 높은>

탄광이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카지노가 들어선 마을. 엄마는 도망하고, 아빠와 단 둘이 지내는 송희가 주인공이란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했어. 역도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무거운 것을 버리는 느낌이 좋아서 역도를 한 것이야. 3이 될 때까지 입상 한번 못했어. 송희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꿈인 100Kg을 들고 나면 역도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00Kg을 들지 못하고 역도를 그만 두었단다.

….

<팍스 아토미카>

팍스 아토미카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핵무기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는 뜻이란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소설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의심을 했어. 자신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 정신병자인지 병원에도 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란다.

이렇게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조금씩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몇몇 작품은 줄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길 바래. 아빠가 오늘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일상들을 소재로 해서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필력도 나쁘지 않아서 장편 소설도 잘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번 기대해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세상 모든 바다의 팬입니까.

책의 끝 문장: “확실히 그렇네요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P204

공항이란 무섭다. 들어가도 되는 곳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과 들어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들고 가도 되는 것과 들고 가면 안 되는 것과 들고 가야 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렇게나 엄격하면서 정작 중대한 사정들은 내게 알려주지 않는다. 작은 딱지를 붙인 내 가방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세상 저편이 갈 때까지 가방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내 손에 다시 쥐어질 수 있을까. 내 운명도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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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301)

몇몇 생애는 한 단 한 단 올라가는 층계와 같다. 매 시기마다 이전에 이룬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한 단을 더 높이 쌓아 올리는 식이다.

다른 생애들은 붕 하고 포물선을 그리는 날쌘 창의 궤적과 같다. 오직 한 가지에만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이다. 그 시작으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 얼마나 장려하게 집중되어 있는 인생행로인가. 그 날아간 길이 너무도 참되고 확실하여 숙명론의 증거가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생애들은 도리어 호숫가의 돌덩이를 넘어 앞으로 가는 있는 어린애의 걸음과 닮았다. 지금은 오르다가, 지금은 내리다가, 목적지는 항상 가려서 안 보이고. 이제 발목이 삐끗하고, 이제 샌드위치를 흘리고, 이제 낚싯바늘이 얼굴에 와 부딪히고.

 

(303)

목적지를 결정하면 항상 날씨가 나아지는 법이다. 아니면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라도 든다. 비록 태양은 여전히 거칠고 바람은 약했지만, 그리고 높은 습도 탓에 젖은 코트를 입은 것처럼 몸이 무거웠지만 한동아리 아닌 한동아리 일행들은 탄력 있는 걸음걸이로 걸어나갔다.

 

(538)

이해가 안 되는데. 먼치킨랜드인들은 네사로즈를 독재자로 여기지 않았나? 물론, 네사로즈가 분리 독립을 주창한 사람인 건 맞아요! 그러니까 그녀가 먼치킨랜드 자유령의 어머니인 거죠. 하지만 먼치킨랜드인들은 네사로즈의 독단적인 경건 때문에 나중엔 진절머리를 냈잖아요. 아무튼, 네사로즈를 동쪽 나라의 사악한 마녀라고 부른 장본인이 바로 그 사람들 아니냔 말이에요. 이제 와서 갑자기 그이들이 네사로즈를 그리워하게 됐단 말인가요? 운이 나빠서 네사로즈를 치어 버린 범인을 재판에 회부할 만큼?”

 

(572)

거기에 진전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더 많은 의미가 그 속에 깃들어 있는데,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더 적어질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욱 구체적으로 손 안에 잡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찰나 찰나가 아주 미세한 것들이 모두 소중해진다. 살아온 인생, 지내 온 시간들이 갈수록 모순에 차고 역설로 아로새겨지고 불가해한 것이 되어 가지만 그 때문에 의미가 없어지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아마도, 해명되는 것이 적을수록 더욱 의미 깊은 것이다. (총합이 문제되는) 수학 방정식과 같지 않을수록, (결정적인 비밀에 좌우되는) 음악과 더욱 유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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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8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8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7권에서 고시에 계속 떨어지던 김선태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었지. 8권의 시작은 김선태의 가족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김선태의 형 김선오는 김선태의 자살에 대해 조차 비꼬듯 이야기할 정도로 가족들을 점점 멀리하고 무시했단다. 돈에 쪄들어 버린 영혼이여김선태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선오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셨단다. 어머니를 누군가 모셔야 하는 상황인데, 김선오는 여동생에게 강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했어.

8권의 이야기는 1970년대 유신 개헌이 일어난 이후에 시점으로 전국적으로 유신 반대 데모가 점점 격렬해지고 있던 시기란다. 김선오의 또 다른 남동생 김선진은 대학생이었는데,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을 했단다. 당시 대학생들은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하는 것이 일종의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을 것이야. 참석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는

정동진은 동업자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하고 나서 삶의 밑바닥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어. 군대 후배의 회사에서 책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어. 거기에 아내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큰 돈도 필요했단다. 아내가 위암에 걸린 것도 자신의 일로 신경을 많이 써서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책감도 컸단다. 정동진은 군대 후배이자 사장한테 월급을 가불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업무 실적에 대한 질책만 받다가 해고당하고 말았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것이 임상천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정동진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아내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단다. 임상천의 딸 임채옥의 아이를 유괴할 생각까지 했어. 그러다가도 그러면 안되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단다. 결국 자신이 예전에 모질게 굴어 연락하지 못했던 한인곤에게 연락을 했단다. 이제 더 이상 연락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어. 한인곤은 정동진의 과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현재 처한 정동진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여 도와주겠다고 했어. 한인곤은 임채옥을 찾아가 정동진이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했어. 임채옥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을 만큼 돈도 드렸단다. 임채옥이라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로구나.

 

1.

유일표는 여전히 재건대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재건대로 야학 선생을 했던 서경혜라는 사람이 찾아왔단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데 숨겨달라는 것이었어. 유신으로 장기집권을 하려는 박정희는 계엄령을 선포하였단다. 책을 읽을 때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구나. 이 과거 속의 단어가 오늘날에도 자주 들리니 말이야. 아무튼 그 유신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반체제 세력으로 몰아 구속한 용공조작 사건이란다. 이 사건으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소속의 학생 180명이 구속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당시 계엄령 포고령 긴급조치 1호를 보고 있자니,  작년 12월 내란수괴가 내린 포고령과 비슷하여 더욱 섬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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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서경혜가 말하는 것은 긴급조치 1호의 5항과 6항이었다.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전체 7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1, 2, 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원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위반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7. 이 조치는 1974 1 8 17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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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도 이런 사실들을 알아서 재건대장인 이용진과 함께 서경혜를 숨겨주었단다. 그런데 오랫동안 재건대에서 숨을 수가 없어서 유일표는 서경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숨겨주었단다. 이웃들에게 시골에서 올라온 친척이라고 했어. 유일표의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서경혜의 은거생활을 도와주었단다. 그렇게 유일표의 집에서 지내다가 서경혜와 유일표는 애틋한 마음이 생겨났단다. 정말 잘 된 일이로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말이야. 민청학련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서야 서경혜는 집으로 돌아갔단다.

유신 반대 시위는 멀리 독일의 광부들과 유학생들도 동참했단다. 그만큼 유신으로 인한 종신정권은 말이 안 되는 조처였단 거야. 그런데 드디어 박사학위를 딴 배상집은 시위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단다. 자신도 마음으로는 유신을 반대하지만, 괜한 트집이 잡혔다가는 그 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을 준비했단다. 경제학 박사로 그것도 독일에서 취득한 경제학 박사로 귀국하면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같이 일했던 광부들도 배상집의 박사학위 축하연 겸 송별회를 거창하게 해주었단다.

한편 독일에서 의사의 꿈을 갖고 간호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열심히 공부하던 김광자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진료를 받았는데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단다. 독일에 건너간 우리나라 간호사가 많이 걸리는 병 중에 하나가 허리디스크였대. 왜냐하면 자신보다 덩치가 엄청 큰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니 허리를 많이 다친다는 거야. 오늘날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 낫는 병이지만, 당시 허리디스크 수술은 무척 어렵고 위한한 수술이었단다. 그래서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대부분 귀국을 했어. 누구보다 김광자에게 귀국은 커다란 좌절이었단다. 의대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실감김광자를 아무리 울어도 좌절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단다. 결국 김광자는 귀국하기로 결정했단다.

김광자의 친구 주선녀도 같이 귀국했단다. 자신이 보내준 돈으로 가족들이 어느 정도 다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귀국한 후 가족들의 반응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거리가 멀었어. 식구들은 주선녀를 외면했어. 주선녀는 너무 서운했단다. 주말에 쉬지도 않고 일하여 식구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대주었고, 자신은 저축한 돈은 하나도 없는데 짐이 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야. 그것도 엄마한테 말이야. 딸사랑은 아버지라고 아버지만 주선녀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심한 배신감은 지울 수 없었어. 주선녀는 김광자를 찾아갔어. 김광자는 다행히 몸이 많이 좋아졌어. 귀국한 이후 한의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아직 허리에 무리를 주면 안되지만 수술을 하지도 않고 많이 좋아졌다는구나. 김광자는 주선녀의 이야기를 받고 선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단다. 주선녀는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독일로 가기로 했단다. 이제는 돈을 가족에 주지 말고 자신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과 함께

 

2.

신문기자 이상재는 신인 탈렌트 민다리 스캔들을 취재하게 되었어. 장주호라는 재벌사장이 민다리를 첩으로 두었다가 아기를 낳자 아기만 빼앗고 민다리를 버린 것이야. 그 사건을 민다리의 오빠들이 신문사에 제보를 한 것이란다. 이 사연은 이상재 자신이 사랑했던 허미경이 당한 것과 거의 비슷한 사건이었단다. 허미경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이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생각했어. 민다리의 오빠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보다 동생을 이용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 보였어. 그리고 장주호 사장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당당했단다. 신문사에 바로 전화해서 광고를 끊는다는 협박을 해서 신문기사를 내지 못하게 했단다. 그렇게 이 스캔들은 신문에 실리지 못한 채 잊혀졌단다. 유전무죄의 세상은 그때는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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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이상재는 자꾸 눈앞에 떠오르는 허미경의 모습을 지우려고 애썼다. 허미경은 그렇게 짓밟히고 얼마나 받았을까. 양품점 차린 돈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결혼을 단념한 눈치였는데,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 놓은 보상이 그 양품점이라면 말이 되는가. 그 두 배를 받았다 해도 그건 말이 안 된다. 강제로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놓은 것은 범죄다. 분명 사회적 범죄다. 그런데 그게 다 돈으로 해결이 된다. 도대체 그자가 지금까지 망쳐온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망쳐놓을까. 그런데도 그자는 돈의 힘으로 죽는 날까지 건재할 것이다. , 돈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 세상에 진실이란 있는 것인가…… 내일 아침 신문들을 본 민다리의 오빠들은 어찌 될까. 자기네 편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러다가 끝내 체념하고 그자가 조금 낮게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재벌은 거대한 산이다. 아니, 산맥이다. 돈으로 덮이지 않을 사회악은 없고, 그들은 그 무기로 완전무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잉태해 낸 공룡이고 악마들이다. 노동 착취를 일삼으면서 그 따위 짓들을 하는 한 그들은 분명 사회의 악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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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권에서 딸을 잃어 세상을 버리고 싶었지만, 아들 생각에 다시 마음을 먹은 천두만 생각나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지게꾼 일을 다시 하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서동철을 만났단다. 서동철은 천두만 아저씨의 성실함을 알고 있어서 자신의 동생 서수철의 쌀가게의 배달 일을 주선해 주었단다. 그렇게 천두만은 아파트 단지의 쌀가게에서 쌀 배달일을 시작했어. 지게 일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벌었단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보니 좀더 욕심이 생긴 천두만. 쌀가게의 쌀을 몰래 훔치는 버릇이 생겼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사장에게 그만 현장에서 걸려서 그날로 잘리고 말았단다. 소탐대실이로구나.

박정희가 유신으로 종신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시 헌법으로는 불가능했어. 그래서 법을 바꾸는 개헌을 해야 했고 이것의 찬반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단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어. 정부는 찬성표를 얻기 위해 돈선거를 하기 시작했단다. 결국 79.8%의 투표율에 73.1% 찬성으로 유신 헌법은 통과되었단다. 이제 박정희가 마음만 먹으면 종신대통령이 될 수 있었어.

….

안경자의 남편은 결국 미국에서 딴살림을 차리고 돌아오지 않았어. 안경자는 홀로 아들을 키워야 했어. 안경자는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여 일하고 있었어. 어느날 친구 강숙자가 찾아와서 중절 수술을 부탁했단다. 강숙자는 아이 셋을 키울 자신이 없었거든.. 강숙자는 안경자의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김에 유일표를 만났단다. 유일표가 고등학생부터 든든한 후원자 같은 역할을 했었잖니. 유일표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서경혜와 결혼을 하게 된 거야. 강숙자는 왠지 모를 섭섭함도 있었지만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단다.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유일표와 서경혜의 결혼식 준비를 정성껏 했단다. 유일표의 결혼식이 끝나고 동생 유선희는 편지만 남기고 사라졌단다.

임채옥의 남편은 대기업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데 영업을 하다 보니 늘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게 탈이 나고 말았단다. 간경화로 입원하고 말았어.

….

이상재와 원병균은 신문기자로 유신정권에 저항하는 기사를 썼다가 그만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다른 곳의 취직도 막혀 7개월째 백수로 지내야했어. 이상재와 원병균은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단다. 이상재는 친구 유일표에게 부탁하여 먼저 출판사 일을 하고 있는 유일표의 아내의 도움도 받았단다. 한편 이상재는 허미경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계속 연락을 했고, 허미경도 그런 이상재에게 차갑게 굴지 못하고 선을 지키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어.

..

이규백 검사의 막냇동생 이규동은 유신정권 반대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고 말았어. 검사의 동생이 유신 정권 반대 주동자로 체포되었으니 이규백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단다. 동료 검사의 도움으로 이규동을 감옥에서 빼내어 군대를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이규동은 단칼에 거절했단다.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형보다 멋진 동생이구나.

김선오 검사도 식구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어. 양장점에서 일하던 동생 김명숙이 보석 밀수 사건에 휘말려 체포된 거야. 단순 가담자였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단다. 그 보석 밀수 사건에 한정임도 연루되어 있었는데, 한정임은 진짜 주동자인 최혜경을 대신하여 자신이 희생하여 체포되었단다. 나중에 다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국내로 돌아온 경제학 박사 배상집은 일년째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단다. 인맥이 없던 그에게 교수 자리는 쉽지 않았어. 국내 대학의 교수 자리는 실력보다 학연, 지연이 더 중요했던 거야.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필 논문도 써주고 궂은 일도 알아도 알아서 했지만 전임강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어. 신문사에 연재하는 글을 쓰면서 인지도 높아지고 나서야 드디어 시간 강사 딱지를 떼고 전임 강사가 되었어. 그런데 갑자기 당시 정부에서 이상한 발표를 했어. 교수재임명 정책으로 임명된 교수들의 임명이 취소되었다는 소식…. 배상집의 인생도 계속 꼬이네.

….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여기까지가 여기까지 8권의 이야기란다. 1970년대의 계엄령은 성공하여 국민들이 악몽 속에서 살았단다. 오늘날 계엄령이 실패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계엄령과 내란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구나. 그런데 아직도 내란 수괴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구나. 얼른 정리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를 잘 해야 하는데 아직도 불안하긴 하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이봐, 학생들! 꼼짝 말고 이리 와.”

책의 끝 문장: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 앞에서 당장 꺼져버려!

 



그게 바로 독재자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야. 팔십 넘은 나이에 이승만도 나 아니면 이 나라는 안 된다는 했거든.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른 게 바로 경제문제야. 박 통이 경제개발을 추진했고, 그 덕에 이만큼 잘살게 됐다. 앞으로 계속 더 잘살게 되려면 박 통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아주 그럴듯한 감언이설이고, 판단력이 약하거나 가난한 일부 국민들은 속아넘어 가기 딱 좋은 괴변이야. 그러나,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박 통이 아니라 하루 14시간이 넘는 중노동, 그러면서도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 저임금,건강을 해치는 형편없는 작업환경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해 온 국민들의 노력과 힘이라는 것을 이번 데모에서 동시에 일깨워야 해. 국민 여러분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이 진실을 밝혀 박 정권이 유포해 온 최면에서 국민들을 깨어나게 하는 게 우리들의 또다른 임무야.국민들이 그 최면에서 깨어나는 건 바로 박 정권이 안주하고 있는 성벽을 무너뜨리는 거니까. - P16

"맞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오. 그러나 그런 인식을 하는 건 극소수 지식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한 문제요. 참 불행하게도, 박 정권은 그동안 경제발전을 자기네 업적으로 선전하는 데 크게 성공했고, 현명하지 못한 대중들은 정치선전에 최면되면서 대중들의 약점인 영웅주의에 빠져들어 박정희를 경제를 일으킨 영웅으로 믿고 받들게 되었소. 대중들이 그렇게 된 데는 그동안 그 영웅주의를 깨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야당, 언론, 지식인들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소. 다시 말하면 정치, 사회적 투쟁이란 폭넓은 대중들이 호응과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데, 오늘의 현실에서 그게 과연 얼마나 가능할 것이냐 하는 것이오." - P75

"물론 싫어하지요. 그렇지만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착취만 당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GNP 80불에서 시작한 경제개발이 15년이 된 지금 600불이 넘었어요. 이렇게 경제가 발전한 건 누구 때문인가요? 박 통 때문인가요? 기업주들 때문인가요? 그게 아니지요. 그건 그동안 모든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과 형편없이 적은 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뼛골 빠지게 일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업주들은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정당한 보수를 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들 배만 더 불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정부는 또 아직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자본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기업들 편만 들고 있어요.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돼요.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공장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싸워야 해요. - P221

유일민은 곰탕집으로 걸어가며, 술이나마 없었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았으랴, 하고 생각했다. 술은 세상사의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망각제나 도피처 역할은 해주었다. 특히 악몽을 피할 수 있는 수면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것도 괴로움과 고통이 덜어지는 것 같은 착각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묘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끼리 술잔을 나무며 속 깊은 하소연을 하고 나면, 실제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마음은 다소 편해지고 또 하루를 살 수 있는 위인을 얻기도 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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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19)

포오셔 :

자비의 본질은 강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대지 위로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습니다. 이것은 이중의 축복으로

베푸는 자와 받는 자를 동시에 축복해줍니다.

이것은 가장 위력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있습니다.

이것은 왕좌에 오른 임금을 왕관보다 더욱

임금답게 해줍니다. 임금의 홀은

지상 권력의 상징이며 위풍과 존엄의 표지로

거기에는 임금의 위엄과 황공함이 깃들어 있지만

자비는 그 홀이 상징하는 위력을 초월하여

임금의 가슴속 옥좌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친히 지니신 덕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자비심을 발휘하여 처벌을 완화시킬 때에

지상의 권세는 비로소 하느님의 권세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이여, 비록 당신이 요구하는

심판이 정당한 것이기는 하나, 이 점을 고려해보시오.

, 심판하여 처벌하는 것만을 고집한다면

누구도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도 자비를 위하여 기도드리며, 이 기도는

또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것은 당신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처벌에 대한 주장을 완화시키는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당신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엄격한 베니스 법정은 필연적으로 저 상인에게는

불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2-123)

앤토니오 :

별로요. 마음의 무장이, 그것도 단단히 되어 있습니다.

비싸니오, 자네의 손을 한번 만져보세. 잘 있게.

내가 자네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고 슬퍼하지는 말게.

이번 일에서 행운의 여신이 관례를 벗어나 내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으니 말일세. 그 여신의 변합없는 습관은

파산 후에도 그 비참한 사람의 목숨을 부지시켜서

움푹 들어간 눈과 주름살이 진 이마를 하고 빈곤한 노년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지만 그와 같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참한 고행으로부터 나를 끊어냈네.

존경하는 자네의 아내에게 안부 전해주게.

그리고 엔토니오의 최후의 과정도 얘기해주게.

내가 자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얘기하고 죽음에 임하여

내가 어떻게 했는가도 잘 말해주기 바라네.

이 이야기를 다 해준 후에 부인에게 판단을 부탁해보게.

바싸니오에게 한때 진정한 친구가 있었는지 여부를.

만약 자네가 친구를 잃게 된 것을 서러워해주기만 한다면

그대의 빚을 갚은 그 사람도 결코 후회가 없을 걸세.

이 유대인이 칼을 깊숙이 넣어서 살을 베기만 하면

나는 곧 내 심장 전부로 빚을 갚게 될 테니 말일세.

 

(141)

포오셔 :

경쟁자가 없을 때는 까마귀의 소리도

종달새 소리만큼 아름다운 법이며,

두견새라 할지라도 거위들이 제각기

꽥꽥거리는 대낮에 운다면 굴뚝새보다

훌륭한 음악가라고 생각되지 않을 거야.

세상만사는 적당한 때와 장소가 조화를 이룰 때 행해져야

비로서 정당한 칭찬을 받으며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달님이 엔디미온과 함께 잠들어

깨려고도 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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