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소설보다 : 2025>라는 책을 이야기할 것인데, 이 책은 아빠가 충동 구매로 산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눈에 띤 책이었어.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그려져 있었어. 아직 익지 않은 딸기와 잘 익은 딸기들아빠가 어렸을 때 텃밭에 딸기가 있어 봄이면 딸기밭에서 따먹던 딸기도 생각이 났단다. 요즘에야 비닐하우스에 기른 딸기 때문에 봄보다 겨울에 딸기를 더 많이 먹는 것 같지만, 딸기는 엄연한 봄을 대표하는 과일이란다.

그런 딸기 그림과 함께 적혀 있는 책의 제목은 <소설 보다 봄>. <소설 보다> 시리즈는 인터넷 서점에서 자주 보여서 알고 있던 계간지였지만 아빠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겉표지에 혹해서 클릭해 보았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 버튼을 눌렀단다. <소설 보다>는 일 년에 네 번 계절마다 출간되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들이 들려 있단다. 매 호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호에서는 단편 소설 세 편과 작가의 인터뷰가 실려 있더구나. 이번 <소설 보다 : 2025>에는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성해나 님의 <수무드>,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 실려 있었단다. 세 편 모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가볍지만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봄과 어울리는 소설들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세 작가 모두 아빠는 읽은 적이 없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재미있어서 작가들의 다른 책들도 함 살펴봐야겠구나.

 

1.

자 그럼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소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줄게. 강보라 님의 <바우어의 정원> 바우어라는 짙은 파란색을 띠는 새가 있단다. 구애를 위해서 자신의 둥지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다는구나. 자신의 몸 색깔과 마찬가지로 온통 파란색 물건으로 둥지를 장식하기도 한다는구나.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말 파란색 플라스틱 조각을 비롯하여 둥지를 파란색으로 꾸며 놓았더구나. 주인공 은화는 중년으로 접어드는 배우로 한때는 주인공도 하여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결혼 이후 세 번의 유산으로 3년 여 공백기간을 가졌고 다시 재기를 위해서 연극 오디션에 참가를 했단다. 그곳에서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 정림을 오랜만에 만났어. 정림은 은화만큼 뜨지 못했고 여전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워나갔어. 오디션을 마치고 은화는 정림이 연극 연습을 하는 극장까지 태워다 주며 오랜만에 안부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단다. 정림도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실에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했어. 얼마 후 은화는 연극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어. 앞서 이야기한 바우어 새와 주인공 은화의 연결점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은화가 아픔을 이겨내려는 희망이 보였단다. 작가의 의도는 어떤 줄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렇게 이해했어.

두 번째 소설은 성해나 님의 <스무드>. 듀이는 유명한 설치미술가 제프의 매니저였어. 듀이는 한국계 재미교포 3세로 외형적으로 한국인처럼 보였지만 한국말은 전혀 못하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도 전혀 모르는 완전 미국인이었어. 한국을 얼마나 모르냐면 동남아 국가와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했단다. 제프가 전시회 때문에 방한을 하게 되었는데, 듀이는 그 일로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되었단다. 전시회 때문에 한국인 스태프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한국 음식을 대접하자 듀이는 입맛이 맞지 않았어. 호텔에 머무르다 시간이 나서 듀이는 혼자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단다. 커다란 광장에서 축제 같은 것이 벌여져서 구경을 했는데,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이 축제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들의 선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었어. 읽는 이들은 그것이 축제가 아니고, 태극기 부대의 시위 현장이란 것을 알 거야. 하지만 듀이는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단다. 젊은이가 시위를 찾아주니 나이 든 시위 참가자들은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먹을 것도 주고 핸드폰 배터리 충전도 해주는 등 친절하게 대해 주었단다. 그러면서 짧은 영어이지만 어떤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지 듀이에게 알려주었고, 이 광장의 이름은 이승만 광장이라고 이야기해주었어. (태극기 부대는 정말 그곳을 이승만 광장이라고 부르나?) 듀이는 그들의 말에 철썩 같이 믿고 그들이 찬양하는 대통령이 새겨진 키링도 샀어. 듀이는 끝내 그들의 정체를 모르고 출국을 하게 되는데…. 지은이의 문체로 봐서는 풍자를 하는 듯 쓴 것 같은데, 어찌 보면 태극기 부대를 미화한 것 같기도 한, 애매한 느낌이 들었단다. 첫인상이 중요한데, 듀이의 잘못된 상식이 나중에 깨질 수 있을까?

마지막 세 번째는 윤단 님의 <남은 여름>이란 소설이란다. 서현은 얼마 전 직장에서 정리해고로 잘리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어. 어느날 어느 양지 바른 길거리에 파란 소파가 나타났어. 잠시 앉아 있었는데 생각보다 편해서 매일 그곳에 와서 한동안 앉아 있었단다. 그런데 전에 다니던 회상의 상사 추 팀장이 와서 왜 이곳에 와서 시위하냐고 따져 물었어. 알고 보니 파란 소파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어. 서현은 그런 의도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추팀장은 믿지 않았고, 서현은 이후에도 계속 파란 소파에 왔단다. 추팀장도 가끔 그곳에 와서 서현에게 안부를 전하게 되는데 추팀장도 본래 마음이 약한 사람인지라 서현을 정리해고 한 것에 대한 미안함, 부채감 뭐 그런 걸 갖고 있었어. 서현은 파란 소파가 길거리에 며칠 동안 덩그러니 있는 것으로 보아 누가 버린 것이라 생각하여 집으로 가지고 올까 생각도 했는데, 자신의 집이 너무 작아서 소파를 놓을 곳이 없었어. 그런데 추팀장이 자신이 가져갔다는 거야? 그런데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헛갈리게 이야기를 했어. 추팀장은 서현과 식사를 하면서 끝내 미안하다는 말과 찐 옥수수 한아름 사서 건네주고 돌아갔단다. 서현은 해고 같은 충격적인 소식에 크게 놀라지 않는 사람 같았어. 지난 과거에 자신이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그 친구가 얼마 후 자살을 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들은 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지 여러 해가 지나도 죄책감을 지울 수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였단다.

….

이렇게 <소설 보다 : 2025>에 실린 세 편의 소설을 이야기해보았단다. 단편 소설이라서 그런지 툭 끊긴 기분이 드는데, 등장인물들의 그 뒷이야기들도 무척 궁금하구나. 지은이들이 뒷이야기를 쓰면 좋겠는데,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일 수도 있겠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눈은 갑자기 그쳤다.

책의 끝 문장: 마음만큼 부지런히 지내고 싶습니다. 마음만큼 부지런하게 지내지 못하더라도 덜 좌절하고 싶고요. 모쪼록 해야 할 일들에 몰두해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강 9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9권 차례구나. 독서 편지가 엄청 밀려서 바로 시작하고 되도록 요점만 이야기하고 마쳐야겠구나.

문태복은 베트남에서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귀국한 이후,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 가게 되었어. 당시 1970년대 중반에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 건설 현장에 갔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하기 정말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그곳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건설업과 도로 공사 등의 일을 했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도 국가로 술,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관리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사람들의 성실함과 작업 속도에 인정을 받아 좋은 이미지로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온통 사막천지인데, 그런 곳에서 고속도로 작업은 쉽지 않은데 이 책에는 그 방법을 상세하게 다 적어주었단다. 작가 조정래 님께서 취재한 내용을 적어주신 것 같은데, 그렇게 도로 작업 방법을 자세히 읽어보니 당시 노동자들의 고생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단다. 사우디아라비아 노동자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단다. 1년 동안 고생하고 귀국을 앞둔 사람들 중에 너무 기뻐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돌연사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대

 

1.

강기수 국회의원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탐욕은 끝이 없구나. 지역구에서 활동을 할 때 아들을 꼭 데리고 갔어. 1970년대 중반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라서, 시골 곳곳에서도 초가집을 없애고, 시멘트 길을 닦는 일들을 했단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초가집을 없애고 슬레이트 지붕집을 만드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어. 초가집이 생각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말이야.

===================

(51)

지붕 갈면 참새고 구렝이고 굼벵이고 노래기 웂어지는 것만 알았제 그놈으 스레튼지 신식 양철인지 허는 지붕이 삼동에는 사람 고드름 맹글게 외풍이 일어 춥고, 삼복에는 사람 숨맥히고 찜쪄죽이게 후꾼후꾼 더운 것 워째 몰르시오. 고것이 보기만 뺀드르르혔제 사람 잡는단 말이오. 사람이 삼동에는 뜨뜻허니, 삼복에는 시언허게 살아야 몸도 풀리고 일도 지대로 되고 허는 법인데, 공연시 그 존 초가지붕 걷어내고 쌩돈 딜여감시 그 못쓸 스레트로 바꾸라고 물이 못 나게 잡져대니 요것이 무신 얄랑궂인 일인다요? 글고, 저 생생헌 탱자나무 울타리가 우리 실림을 가난허게 맹그는 것도 아니겄고, 무신 손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디 워째 싹 쳐내뿔고 그 멋대가리 웂는 쎄멘트 담으로 바꾸라고 욱대기고 그래 싼다요. 저것도 다 살아 있는 목심인디. 워디 그뿐이당게라? 철 따라 잎 피고 꽃피고 탱자 익어가는 운치가 꽃밭이 따로 웂고, 잘 익은 탱자는 아그덜 입맛 돌게도 허고 한약방에 약재로 폴기도 안 허요. 근디 쎄멘트 담은 주는 것이 머시가 있소.

===================

...

해직 기자인 원병균과 이상재는 출판사 일을 하려고 했어. 유일표의 아내 서경혜가 출판사 일을 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등 사업수완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었으나 그들의 신원조회가 문제가 되어 출판사를 차리기가 어려웠어. 이상재는 허미경에게 부탁하여 출판사 명의는 허미경으로 해서 개업할 수 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재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단다.

...

이규백 검사의 동생 이규동은 유신 반대 주동자로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어. 이규백은 동생을 빼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방법을 찾아내서 동생을 찾아갔는데, 이규동은 동지들을 배신하지 못한다며, 형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10년형을 받았단다. 이규백은 사실 동생을 위해 방법을 찾았던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까지 해가 미칠까 봐 방법을 찾았던 거야. 이규백은 동생일 때문에 몇 달 뒤 강릉으로 발령을 받았단다.

...

유일표는 어느날 이상재를 찾아와 고민거리를 이야기했어. 재건대 출신 아이들이 회사에 취직을 내서 노조 결성을 준비하다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거야. 그런데 그것을 주도한 이가 다름아닌 친구 허진이었어. 허진 기억나지? 고등학교 때 낮에는 일하고 야학을 공부하고, 그를 유일표가 앞장서서 도와주고 그랬잖아. 그런 허진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로 밤낮으로 일했는데, 그런 허진이 노조를 만들려 하는 노동자를 해고시키다니... 친구 유일표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던 거야. 이상재도 그 이야기를 듣고 허진을 만나러 갔어. 유일표가 찾아왔던 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 허진은 사장의 꼬붕 자본주의자가 된 것 같았어. 허진은 노조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어. 유일표는 허진과 거리감을 느끼고 이후 연락도 거의 안 했단다. 둘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렸어. 유일표 자신도 노동 운동을 계속 하지만, 아버지 이력 때문에 불안했어.

집을 나간 유선희로부터 편지가 왔어.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편지였어. 유일민과 유일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스님이 될 수밖에 없는 동생의 형편에 가슴 아파했단다. 유일민은 플라스틱 공장이 잘되어 돈도 많이 벌었어. 시장 조사를 하고, 기계를 사기 위해 일본 출장을 가려고 했지만, 동생 유일표가 말렸단다. 일본에 가면 재일교포와 접촉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고, 그러면 다시 갇혀 들어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일민도 일표의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본 출장 계획은 철회했단다.

....

쌀가게에서 잘린 천두만은 돈이 떨어져서 서울을 떠나 성남으로 이사를 갔단다. 다행히 첫아들 천칠성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했어. 천두만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밀려 일자리 찾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어. 결국 서해안 간척지로 농사지내러 가기로 했단다.

...

 

2.

최혜경에게 배신당한 한정임. 그 보석밀수사건으로 남편 양용식도 강제 예편 당하고 2년째 백수로 있었어. 한정임은 최혜경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계속 전화했지만 연락이 안되었어. 남편은 포기하라고 한 마디 했어.

...

김명숙도 보석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잖아. 김명숙은 최혜경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겠다며 오빠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김선오가 보기에 이렇게 해도 돈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까지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김선오는 자신의 돈으로 김명숙이 원한 500만원을 건네주었단다. 자신이 최혜경으로부터 받아온 돈이라면서... 김명숙은 이 돈으로 명동에서 양장점에 차렸단다.

....

임채옥의 남편은 결국 간암 말기 시한부를 선언 받았단다.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일 걱정만 했어. 임채옥은 남편의 수술비와 병원비가 없어 결국 집까지 내놓았지만 그래도 돈은 부족했어. 임채옥은 유일민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유일민은 당연히 흔쾌히 거금을 주었단다.

...

유신 반대 대학생 시위가 격해졌어. 유일표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그 시위를 보고 동참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아버지 때문에 꾹 참았단다. 우연히 이규백을 만났는데, 변호사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강릉 발령에 따르지 않고 검사 사표를 썼나 보구나.

...

<한강> 9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 하면 될 것 같구나. 이제 한 권 남았구나. 그것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마칠게.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문태복은 또 설핏 들었던 풋잠을 깼다.

책의 끝 문장: 그러다가 허둥지둥 돌아서 투위 회원들의 연락처를 펼쳤다.

 



"더 이상 개발독재에 순응해선 안 돼. 정치와 경제가 결탁해서 전체 민중들을 갈취하는 이런 구조는 하루빨리 부셔야 해. 신흥 재벌들이 생겨나는 걸 경제 기적이라고 떠들어대는데 그거야말로 고등사기 선전술이야. 그건 권력의 비호와 노동자 착취가 얼마나 극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단 몇 년 사이에 신흥 재벌들이 생겨나는 일이란 없어. 지금부터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서 개발독재의 구조를 깨고, 노동자의 몫을 제대로 찾아야 할 때야." - P217

한국사람들이 쇠로 만들어졌을 리 만무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뚜렷한 땅에서 나고 자랐으니 더위에 강할 수 있는 체질도 아니었다. 더위에 강하기로는 더운 나라 태국이나 필리핀사람들일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 구덩이를 서너 개 팔 때 태국사람은 구덩이를 한 개밖에 파지 못하고, 한국사람들이 일하는 식으로 필리핀사람들에게 시키면 하루 일하고 사흘을 앓아눕는다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태국이나 필리핀사람들은 대개 대만 회사들에 고용되어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오로지 가난을 면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우디사람들조차 피하는 살인적인 더위를 무릅써가며 사생결단 일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몸이 허약해져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비행기에 실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석회 성분 많은 물 때문에 담석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70)

그런데 말이야, 태곳적부터 사람은 그놈의 답답증 때문에 말을 내지르다 보니 문자가 생겨났고 답답증 때문에 소리를 내지르다 보니 음악이 생겨났고 모양을 나타내어 보고 싶은 답답증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 같은 게 생겨났을 성싶은데, 그래서 그놈의 답답증 때문에 종교니 철학이니 윤리 도덕이니, 그게 다 춥고 배가 고파서 생겨난 게 아니란 말이야. 답답증, 다시 말하면 마음이 춥고 배고파서 생겨난 건데 그래서 인간은 동물보다 복잡해졌단 말이야.

 

(588-589)

여덟이에요. 나인 그렇다 치고, 난 엉큼하질 못해서 탁 털어놓는 거예요. 마음은 간절하면서 안 그런 체하는, 소위 그 숙녀라는 물건들을 보면 메스꺼워서 원, 나같이 솔직만 하다면 세상은 아주 살기 좋고 밝아질 거예요. 한국 사람들의 병이 바로 그거 아니에요? 남이 갖다주어서, 그래야 겨우 먹고 싶지도 않지만 권하니까 먹는다는 식으로 말에요. 배 속은 비어서 꾸럭꾸럭 소리가 나는데 한 푼어치 가치도 없는 체면치레는 사실 치사한 거예요. , 결혼 문제에도 그래요. 따지고 보면 목적은 간단한 데 공연한 사탕발림을 한단 말예요. 결혼이라는 것도 수지계산의 범주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627-628)

운명이라든가 행운이라든가 혹은 부조리라든가 막연한 말인데 한편 근본적인 것일 수도 있고…… 한데 그런 것 밀쳐놓고, 아득바득 애쓰는 그 껍데기만 살짝 벗겨본다면? 역시, 역시 그렇거든. 의리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현상이 쌓이고 무너지고 한단 말이야. 마치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리고 떠밀리다가는 큰길로 나와 있었다는 것과 비슷하게……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의 의사하고는 상관이 없이 천재가 되어 있기도 하고 천치가 되어 있기도 하고, 그게 운명이라든가 행운이랄 수 없는 게 오늘이거든. 역학적인 것이란 말일세. 사람의 의사와는 무관한, 저절로 움직이는 역학적 현상이란 말일세. 사람의 의사와는 무관한, 저절로 움직이는 역학적 현상이란 말일세. 운명과 마찬가지로 자연도 물러나 버린 빈터에서 인간이 주인만 되었더라면…… 망상이지 망상일세. 어디 본인의 의사만의 부재한가? 그 타의라는 것도 타인의 의사가 아니란 말이야. ()자를 빼어버린 타, 다만 타, 그것뿐이지. 홍수를 이루며 떠내려가는 사물의 의사가 아니겠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전히 내란이 제대로 해결이 안된 시국이란다. 우두머리만 탄핵이 되었지, 곳곳에 내란 세력들이 포진하여 불안함이 가지실 않는구나. 그들이 또 어떤 짓을 할지 예상이 안 되거든.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런 요즘의 정치 시국과 약간은 관련이 있는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이영채라는 분과 한홍구 님의 공저란다. 한홍구 님은 <대한민국사>를 비롯하여 아빠가 예전에 그 분의 책들을 많이 읽었단다. 이번에 오랜만에 한홍구 님의 책을 읽는 것 같구나. 이영채 님은 처음 알게 분 작가인데, 일본에서 박사를 수료하고 국제사회학과 교수를 하는 분으로 일본 전문가란다.

이 책은 최근에 우경화되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판의 우익의 뿌리부터 현 시점까지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이 책이 출간한 것은 2020년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까지 교체한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나 싶구나. 하기만 그 당시에도 한 켠에는 우익 세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세력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민주주의 전성기를 짧게 끝내고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냈단다. 그런 우익 세력에, 최근에는 오른쪽으로 더더더 치우친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으로 보수 정당으로 자칭하는 정당은 이제 극우 정당이 되어가고 있단다. 가끔 책에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출간 된 2020년 정치 상황의 시의성을 조금은 고려해서 읽으면 좋겠구나.

 

1.

일본은 점점 우경화가 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단다. 최근의 이런 우경화는 고이즈미 총리에서 시작된다고 하는구나. 고이즈미에서 아베로 이어지면서 일본 정치판은 우익이 주류가 되어 버렸단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인 2022년 아베 신조는 암살되었지만, 그 뒤를 이은 총리들도 우경화 성향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한편 한국의 우익 세력의 뿌리는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라고 볼 수 있단다. 그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한국사회의 우익의 중심이 되었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관계는 해방 이후 세 번의 국면이 있다고 했어. 먼저 1945년 해방 이후 단절이 이어졌고, 1965년 한일수교 이후의 관계. 이때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수교를 맺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 협력 형식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했어. 세 번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IMF 극복수단의 하나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것이야.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단다. 일본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단다. <겨울 연가> 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일본에 대거 들어가면서 한류의 시작을 알렸단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60~70%까지 치솟았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되고 MB가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8.4%로 급감하게 되었어.

이후 2019년까지 10%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혐한주의까지 유행하게 되었단다. 2010년대 아베 내각은 노골적인 극우보수의 역사 정신을 가지고 있단다. 북한이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북한위협론과 한반도 위기론을 이용하여 정치 기반을 유지했단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거부감을 가졌어. 괴물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일본이 얼마나 좋아했겠냐. 그리고 알아서 친일을 해주는데 또 얼마나 고마워했겠어.

일본의 정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뿌리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이것을 일반 신사처럼 생각한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지. 야스쿠니 신사의 말뜻은 국가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말이래. 하지만 본질은 메이지유신 이후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합사해 놓은 곳이란다. 합사한다고 실제 시신을 가져도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적으면 끝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합사된 사람이 246 6000명이고, 이들을 모두 신격화했어. 그런데 이 중에는 그곳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 대만 국적의 사람들도 있다는구나. 유가족들이 취소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일본정부는 일본을 위해 죽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들이 보살펴주겠다는 의미인데,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그곳에 합사하고 싶겠니.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전범들도 그곳에 합사하게 되었단다. 천황도 이들의 합사를 반대했대. 그래서 천황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총리들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다가 1984년에 총리가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갔는데, 그때는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신사인지 잘 모르고 갔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는 또 안 갔대. 그러다가 고이즈미가 총리가 된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공식화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것 같더구나. 미안함을 모르는 족속들

일본 우익의 뿌리는 아베의 정신적 스승인 조슈번에 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때 정한론을 주장하던 극우단체인 일본의회 소속의 사람이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이 역사수정주의를 주장하면서 우익세력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런 책으로 배운 이들이 자라서 우익의 지지세력이 된단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와 사쓰마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 인간들로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이 있단다. 이것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 이야기할 때도 했던 것 같구나. 그래서 조슈 출신들의 우익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지. 전쟁후 보수의 본류는 요시다 시게루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일본은 한국전쟁을 이용하여 손쉽게 전후에서 회복할 수 있었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만, 이렇게 사악한 일본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다니

 

2.

이제 한국 우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제 시대 친일파들은 돈 또는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되었단다. 대부분이 돈을 위해 친일파가 되었고,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된 이는 이광수와 윤치호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단다. 그럼 진정한 친일파의 시작은 누구부터인가? 을사늑약 전에 일본과 친했던 인사로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예를 들어 갑신정변의 주역들도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친일파는 맞지만 이완용, 송병준 같은 친일파와 같은 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은이의 의견에 아빠도 동의한단다.

==================

(123-124)

갑신정변(1884)의 주역은 김옥균, 서재필, 서광범, 박영효입니다. 이 사람들 친일파일까요? , 친일파 맞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친일은 지금 이야기하는 친일과 아주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그때는 아직 일본의 침략적 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전이었습니다. 구한말 우리가 보는 일본에는 분명 두 가지 성격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모델로서의 일본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침략해오는 일본이지요. 적어도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후에는 침략성이 아주 확고하게 드러났지만, 그 전에는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많이 배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영효나 김옥균이 취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을 이완용, 송병준과 같이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

진정한 친일파는 일진회를 조직했던 송병준 때부터라고 하는구나. 송병준은 친일을 하는데 있어 이완용과 대립과 경쟁까지 했다는구나. 김가진이라는 사람도 친일을 했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망명을 했고, 그의 후세들도 독립운동을 했다는구나. 친일로 변절한 자들만 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친일했다가 독립운동으로 전향한 이들도 있었구나. 일제 시대에 수 많은 친일파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해방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란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로 이어지면서 친일파의 청산 기회는 더 멀어져만 갔고 오늘날에 이른 거야. 분하기 짝이 없구나.

이렇게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니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도 버젓이 출판되는 거야. 당시 이 책은 논란이 많은 책이었단다. 우리나라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일본 극우 입장에서 책을 썼으니 말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되어 공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대. 이 책의 저자 이영훈과 그의 스승 안병직은 유명한 경제학자였다고 하는구나. 이영훈의 경우 대학 때 학생 운동도 하다가 잡혀서 군대로 끌려가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이 어찌 그리 변했는지.. 일제 시대 친일파로 변절한 이들과 같은 부류로구나. 2005년 이영훈의 스승 안병직이 이사장을 맡은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등장한단다. 이놈들은 역사교과서까지 냈는데, 다행히 채택율이 0%를 기록하고 있단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은 오늘날 친일파의 주요세력이 되어 활동하고 있단다.

…            

그럼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방 후 400만 해외동포가 있었는데, 그 중에 200만명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대. 해방 후 귀국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는 등 제한 사항이 많아서 일본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이 60만 정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란다. 그들은 재일조선연맹,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 등을 만들어 활동을 했대. 재일조선연맹은 좌익이 주도로 해서 만들어 일본경찰에 의해 해체되었다가 나중에 조총련으로 다시 만들어졌으나 오늘날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고, 민단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대. 재일조선인의 처우는 오늘날까지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어. 그들은 한동안 무국적자로 지내다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어.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적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했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는데 관심이 없는 반면에 북한에서는 적극적으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어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행을 선택했다고 하는구나. 초기에는 잘 대우해 주었지만, 나중에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다시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대.

한일수교 이후 재일조선인들 중에 남한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대. 그런데 박정희 정권을 이들을 간첩으로 누명 씌워버렸다고 하는구나. , 사악한 사람이구나. 재일조선인들의 삶은 참 고들프구나. 일본에 있으면 차별 받고, 북한에 가도 홀대 받고, 남한에 가면 간첩 취급하고재일조선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정체성은 점점 일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구나. 대한민국정부는 재일조선인 문제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으니 이 또한 큰 잘못이 아닌가 싶구나.

..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 그러나 그것을 청산할 것 같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일본시민사회의 역사관은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인식하는 등 선명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일본시민사회와 협력을 해야 하지만, 일본사회가 보수극우화 된 이후에는 일본시민사회는 많이 쇠퇴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일본시민사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일본과 한국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을 바에는 서로 공존 협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구나.

==================

(272)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를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동아시아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역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지요. 물론 한국에는 북한이라는 동족이 있지만 이미 70년이나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장래 북한과 공존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당장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지요. 또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는 큰 나라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일본을 포기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대립 사이에 끼어서 한반도는 영원히 분단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싫든 좋든 실리적으로 이웃인 일본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

과거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우경화된 일본 정부가 있는 한또라이 친일 대통령이 하던, 과거 청산 없는 협력은 공존이 아니라 그냥 친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다. 앞으로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지 모르겠으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우경화된 일본이 계속 오른쪽만 쳐다보는 한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선거를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요즘이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일본에서 생활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책의 끝 문장: 새로운 한국,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아시아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인의 집이라 긴장하며 잘하지도 못하는 서투른 일본말로 첫인사를 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 하타케야마 부부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사죄한다"라고 인사를 했다. 처음 받는 인사 치고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의 가족 중에는 강제 연행을 당한 사람도 일본군 ‘위안부’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젊은 부부를 일으켜 세웠지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생생히 남아 있다. - P8

일본 극우보수세력의 실체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사회에도 그 잔영이 남아 있다. 이른바 친일 부일세력으로 불렸던 이들은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변모해 해방 후 우리 사회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유지시켜왔다. 한국사회는 한국전쟁 후 반공 및 한미일 안전보장의 틀 속에서 이른바 안보경제의 의존관계를 맺으며 일본사회와 공존해왔기 때문에 친일 부일세력들의 실체를 해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장기간에 걸쳐 군사정권을 민주정권으로 바꾸고 과거사 청산을 위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국가폭력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 속에서 청산되지 않은 일본 식민지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 P17

우리가 일제 청산을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결국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에 권세를 누리던 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았지요.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 군대를 운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군을 해체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육성한 일본군과 만주군의 조선인 장교들을 그대로 쓴 겁니다. 그들이 위안대를 만들었고, 그 규모와 위치를 <6.25사변 후방전사>에 자랑스럽게 실적이라고 써놓았습니다.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아니 박정희식 군국주의에 빠진 ‘그 식구’들을 반대하는 겁니다. - P80

이토 히로부미는 쇼카손주쿠에서 공부한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습니다. 한미한 가문의 하급 사무라이로, 처음에는 존왕양이적 입장에서 각종 테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죠. 그러다가 1863년 조슈번에서 선발한 영국 유학생의 한 사람으로 외국 생활을 하며 영국의 선진문물에 압도되어 존왕양이론자에서 개국론자로 근본적인 사상 전환을 하게 됩니다. 존왕양이파는 원래 한국의 위정척사파와 크게 바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위정척사파들이 내 목은 잘라도 상투는 못 자른다고 버틸 때 이토 등 존왕양이파들은 서구 문물을 접하고 스스로 상투를 잘라버린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 P100

그런데 일본에서 외국인 학교를 각종학교로 취급하는 것은 조선학교 때문입니다.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규정하는 순간 조선학교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제도로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조선학교만 각종학교로 취급하면 너무나 노골적인 차별 정책이 되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아예 모든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입니다. - 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5)

내 부모는 늙었다고,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지. 그들은 앞으로 우리는 말을 타듯이 날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여자들은 수염을 달고 남자들은 보석으로 치장하리라는 걸. 내 부모의 세계는 죽었어. 넌 좀비를 무서워하지만 네가 무서워해야 할 건 바로 그 세계라고. 그 세계는 죽었는데도 여전히 움직이거든. 누구도 그것을 보고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런 까닭에 그건 위험한 세계야. 그 세계는 저절로 무너져.”

 

(199-200)

나의 표정에 별항은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입을 헤벌리고 나를 응시했으니까.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리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대리석은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의 평행 육면체였다. 나의 구상을 실현하기에 완벽했다. 하지만 비올라의 생일은 11 22일까지는 고작 열흘이 남았다. 나는 제일 좋은 도구를, 치오가 날은 닳고 자루는 갈라져서 손가락에 가시만 남기는 도구들을 쓰게 하고는 만져 보는 것조차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던 도구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야만 할 바로 그 장소를 쪼았다. 별항이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258)

중요한 건 네가 무엇을 조각하는가가 아니야. 왜 그것을 하는가이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봤니? 그게 뭘까, 조각한다는 게? <형체를 부여하기 위해 돌을 쫀다>라는 답은 하지 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잖니.”

스스로에게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었고, 나는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 메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조각을 한다는 게 뭔지 깨닫는 날, 넌 단순한 분수대만으로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게 할 거다. 그동안, 미모, 충고 하나 하지. 인내하라. 이 강, 변함없이 고요한 이 강처럼 말이야. 이 강, 아르노강이 화를 낸다는 생각하니?”

 

(357)

많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만든 피에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려고 옷 주름의 완벽함, 해부학적 정확성, 몸짓의 우아함, 그 밖의 이런저런 것들을 강조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전문가들이야 불쾌하든 말든,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은 얼굴에 있다. 성모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한, 그는 자신의 성모를 곱사등이로 만들어도 괜찮았을 거다. 거의 패배한, 피로가 포기의 순간, 영혼을 내맡긴 그 순간에 포착된 여인의 얼굴. <포착된>이라는 말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조각가가 그 모습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미켈란젤로는 스냅 사진을 찍은 거였다. 단순한 끌과 대리석 덩어리만으로 무장하고 전투를 치러 낸 3.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 얼굴의 전부는 아니다. 그 얼굴에는 자신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이, 앞으로 곧 일어나려고 하는 모든 일이 담겨 있다. 그 지점으로 데리고 온 시간과 다가옴을 예고하는 시간이, 수백만 초의 죽음과 또 다른 수백만 초의 약속이.

 

(376-377)

비올라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바람이 일면서 마지막이 남아있던 몇 조각의 안개들을 몰고 갔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지? 시로코인가? 포넨테인가, 미스트랄인가, 그레크인가? 혹은 비올라가 말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바람일 수도? 나는 비올라를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보다 단수해지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바람에도 수도 없이 많은 이름을 붙이는 세상에 단순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422)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미모.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네게 품은 그 모든 사랑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신을 낳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428)

나는 정치를 하지 않았고 종교에 귀의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종교는 피하는 게 가능하다면, 정치는 퇴폐적인 애인이라 그 열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493)

나는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 한복판에 우뚝 선 여자다 / 나는 당신들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당신들이 부르는 여자다 / 하지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자마자 당신들이 불태울 여자이며 혹시라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내가 보게 될까 봐 / 당신들은 나를 재로 만들어 사방에 뿌려 버리리라, 아니, 당신들의 불은 뜨겁지 않고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니 당신들은 그저 그런다고 생각할 뿐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 당신들만큼이나 귀하다.”

 

(546-547)

비올라는 단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점이 고마웠다. 비올라가 입원해 있으면서 왜 나를 멀리했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이제 그 시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련다. 모든 감옥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까. 수감자들 역시 동일한 죄를 저질렀다. ,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믿었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를 냈다는 죄.

 

(595)

떠나자, 비올라. 난 이런 폭력에 신물이 나.”

떠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최악의 폭력, 그건 관습이지. 나 같은 여자, 똑똑한 여자, 난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런 여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습. 그런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그들은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뭔가 비밀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어. 그 유일한 비밀이라는 건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더라. 내 오빠들, 그리고 감발레네 사람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이 보호하려고 앴는 건 바로 그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