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내리기 귀찮을 때....
제인 에어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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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신부, 인생과 사랑에서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은 없다. 꽃들의 향기, 벌의 선물, 샘물의 첫 모금, 종달새의 서곡, 창조의 칵테일에 얹힌 레몬 껍질-신부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내는 신성하고, 어머니는 위대하고, 여름 여자는 눈부시다. 하지만 신부는 남자가 인간의 운명과 결혼할 때 신들에게 받는 결혼 선물 가운데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567)

나는 이 도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해.” 내가 말했다. “다른 도시들은 목소리가 있어. 이건 과제야. 나는 찾아야 해.” 내 목소리가 커졌다. “뉴욕은 내게 시가나 건네면서 친구, 나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어하면 안 돼. 다른 도시들은 그러지 않아. 시카고는 주저 없이 내가 하겠어. 필라델피아는 내가 해야 돼. 뉴올리언스는 나는 전에 했어. 루이빌은 해도 상관없어하지. 세인트루이스는 미안해하고 말해. 피츠버그는 다 말해라고. 그런데 뉴욕은……”


(614)

조용한 눈보라의 군대는 공기의 나룻배를 타고 음울한 이스트 강 너머에서 도시를 공격했다. 눈은 이미 도로를 30센티미터 두께로 덮었고, 눈 더미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기어오르는 접이사다리처럼 차곡차곡 쌓여 올라갔다. 대로는 폼페이 거리처럼 조용했다. 이따금 마차들이 흰 날개의 갈매기처럼 달빛 어린 대양을 스치고 날아갔다. 그보다 수가 적은 자동차들은 비유를 계속하자면- 유쾌하고 위험한 여행에 나선 잠수함처럼 거품 이는 물결을 헤치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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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5 - 제2부 유형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5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5권은 유일표의 친구 이상재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단다. 이상재는 통일혁명당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뜻밖에 소식을 듣는단다. 자신이 활동했던 통일혁명당이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불법정당 활동을 하고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 그는 충격을 받았어. 이것이 실제인지, 누명을 쓴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어.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에 있다면 감옥에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트남 참전을 신청하여 베트남에 가게 되었단다.

베트남에서 군생활을 하게 된 이상재는 친척의 빽으로 PX에서 일하게 되었어. PX는 군대 내에 매점이라고 할 수 있어. 아빠도 군대 있을 때 PX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아무튼, 이상재는 통혁당 간첩단 사건으로 배신감도 들었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일지도 의심을 했단다. 아빠도 통혁당 사건에 대해서 들어봤는데, 당시에 워낙 조작 사건이 많아서 이것도 그런 것인가, 검색해봤는데 이 사건은 실체가 있었던 사건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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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상층부 몇 명이 북쪽에 가고, 노동당에 입당을 하고, 거액의 돈을 받아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악명 높은 중정의 고문수사에 의한 조작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재판을 하게 되면 조작이 폭로되고 말 텐데 그럴 수가 있을까. 더구나 한두 명이 연루된 사건도 아니고 70명이 넘게 구속된 대사건을 가지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보다 더 어리석고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그런 행위가 온몸에 휘발유 뒤집어 쓰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위험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 자신들이 추구했던 운동이 김일성 정권을 편드는 것이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남쪽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동시에 직시하고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사회혁신이며, 진정한 통일운동의 길이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상층부에서는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가? 자금이 필요해서? 그건 전혀 말이 안 된다. 돈이 없으면 운동을 중단해야지 돈 때문에 운동의 순수한 목적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게 아니면 상층부에서는 처음부터 그런 의식과 목적을 가지고 조직원들을 속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악질적인 흉계고, 속은 자들의 순수한 무참하게 짓밟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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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베트남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여 많이들 갔단다. 그렇게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일반 노동자들도 베트남에 갔단다. 문태복이란 사람도 베트남에서 군수업을 하며 일했어. 베트남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귀국한 후 택시 회사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지. 그런데 그는 도박에 빠져서,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만 늘어가고 있었단다. 그 빚을 벌기 위해 베트남 근무를 계속 연장해야 했단다. 이런 사람이 비단 문태복만이 아니었을 거야.

 

1.

김명숙이란 사람 기억나니? 김선오의 둘째 동생으로 가출해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었어. 친구 박보금과 나복녀는 술집 웨이터를 한다면서 차장 일을 그만 두고 나서 한참 연락이 끊겨서 그들을 만나보려고 했어. 김명숙은 박보금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은 그냥 술집 웨이터가 아니고 2차까지 나가 몸까지 파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김명숙은 자신이 그런 일을 안하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김명숙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안 하기로 했었거든. 그런데 나복녀는 폐병 걸린 것이 확인되어 그곳에서도 쫓겨나게 되었대. 그 이후 연락이 안 된다고 했어. 나복녀는 술집에서 쫓겨난 이후 불쌍하게도 사창가에 팔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성병까지 얻게 되고 또 폐병이 도지게 되었어. 결구 나복녀는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여 자살 기도를 했단다.

...

천두만의 딸 천말분은 가발 공장에서 가발 만드는 일을 했는데 손놀림이 좋고 빨라서 동료들보다 돈을 많이 받았어. 그들의 보수는 도급제, 그러니까 실적만큼 주는 것이어서 천말분은 화장실 가는 시간, 밥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열심히 가발을 만들었단다. 천두만은 가발공장에 다니는 큰딸의 소개로 가발 공장의 원자재인 머리카락을 사는 일을 했어. 미용사 두 명과 함께 시골을 돌면서 여자들의 긴 생머리를 사는 거야. 당시에는 화학섬유로 만드는 가발도 있었지만, 실제 머리로 만든 가발이 더 품질이 좋았단다. 천두만과 미용사들은 시골에 가서 공짜로 파마를 해주고 머리카락 사는 돈도 준다는 전략을 썼는데, 이것이 잘 먹혀 들어가 벌이가 심심치 않았어. 뿐만 아니라 시골의 아가씨들에게 가발공장의 일자리 알선도 해주어 부수입도 챙겼어. 그에게는 꿈이 생겼어. 자신과 큰딸이 버는 돈을 모아서 조그마한 하청공장을 차리겠다는 꿈이었어.

나복남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어. 스테인리스 기계에 그만 손가락 네 개가 잘려나가고 말았어. 순식간이었단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해고까지 당했단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사장 집까지 찾아갔지만 소란을 피웠다며 자신만 파출소에 끌려가고 말았어. 아무도 그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어. 그에게 그런 일자리를 주었던 천두만은 미안함 마음이 컸단다. 어떻게든 나복남의 생활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천두만은 나복남의 손이 다 나으면 자신과 함께 머리카락을 사러 다니는 일을 하자고 했어. 그리고 자신이 공장을 짓게 되면 그곳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면 된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했지만 잘려나간 손가락 네 개는 어디서 보상을 받겠니. 나복남은 계속 사장에게 복수를 계획했어. 그래서 자신처럼 공장에서 손가락을 잃고 일자리를 잃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연락했지만, 그들은 소극적이었단다. 하지만 그는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접을 수 없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하니 말이야.

김선오의 바로 밑 여동생, 김광자. 그녀는 선생님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다른 꿈이 생겨났단다. 서독에서 간호사로 일하러 간 다음에 그곳에서 틈틈이 공부하여 의대를 가겠다는 꿈이었어. 더욱이 서독은 공부만 잘하면 의대 비용은 무료라고 했어.

....

허미경은 박부길 사장에게 그만 겁탈을 당했어. 허미경은 자신을 좋아하는 오빠 허진의 친구 이상재의 마음을 알았기에 자신의 몸이 더럽혀진 이후 이상재에게 연락도 안 했어. 이런 소식을 모르는 이상재는 제대 후에 사라진 허미경을 찾아 다녔어. 6개월에 만에 허미경을 찾았지만, 허미경이 박부길의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단다.

....

이번 <한강> 5권에서는 전태일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태일이야 말로 용기 있고 진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도 오래 전에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전부 기억나질 않지만, 자신은 충분히 먹고 살고 살 수 있는 재단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 헌신했던 위대한 노동자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전태일 평전>을 너희들도 나중에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전태일이 노동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강> 5권에 실려 있는 그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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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전태일은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며 봉투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이야기 들을 자세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훅 내뿜으며 책상 옆구리에 붙여둔 빈 의자가 있는데도 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저어, 저희들이 일하는 봉제공장들은 작업환경부터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도록 형편없이 나쁩니다. 먼저, 천장 높이가 1.5미터밖에 안 되어 모두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합니다. 원래는 3미터 높이였는데 사장들이 임대료를 줄이고 돈을 많이 벌려고 절반을 막아 2층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장들은 대개 8평 정도고, 평균 32명씩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비좁은 공장이 복도로 통하는 문 외에는 세 벽이 모두 막혀 있어 통풍이 전혀 안 될 뿐만 아니라 환기장치도 일절 없다는 사실입니다. 감독관님, 봉제공장은 모두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통풍도 안 되고 환기장치도 전혀 없으니 원단에서 풍기는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며, 옷감을 재단하고 옷들을 만들면서 끝없이 일어나는 실밥먼지는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대로 공장 안에 갇혀 있어서 공장 안은 언제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침침합니다. 공원들은 그 먼지를 다 마시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먼지가 많이 나는 옷감일 때는 서너 시간만 일해도 먼지가 앉아 머리가 허옇게 되고, 도시락을 펴놓고 첫숟가락을 넘기기도 전에 밥에 먼지가 허옇게 내려앉아 먼지밥을 먹는 실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먼저구덩이에서 날마다 14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기관지염, 진폐증, 폐결핵, 각종 눈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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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자아, 그럼 내 말 똑똑히 들어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분명히 사람이야.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은 그 누구나 다 똑같이 평등해. 사람이면 모두가 다 공평하게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는 것처럼 말이야. 사람은 모두 평등하니까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말야. 우리 공원들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 여덟 시간 일하고 제대로 봉급받고, 야근을 하게 되면 야근수당을 따로 받고 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져 있어. 그건 나라가 만든 법인데, 그 법 이름이 바로 근로기준법이야. 그런데 그 법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공원들은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뼛골 빠지게 혹사당하면서도 거지꼴을 못 면하고 살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그 법이 안 지켜질까? 사장들이 돈 많이 벌 욕심으로 안 지키기 때문이라고? 그거 맞는 말이야. 그러나 그건 정확한 답이 아니야. 사장들의 잘못은 3분의 1밖에 없어. 그 법이 제대로 확실하게 지켜지게 하려면 사장들 말고 또 책임져야 할 데가 두 군데가 더 있다 그런 말이야. 자아, 이 대목에서 내 말 똑똑히 들어. 그 두 군데 중에 한 군데가 나라에서 만든 법을 제대로 잘 지키나, 안 지키나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들이야. 그럼 나머지 한 군데는 어디지?”

전태일은 두 공원 아가씨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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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은 근로감독관, 노동청 등에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서 이이기했지만 그들 모두 기업의 편에 서서 전태일의 의견을 묵살했어. 오히려 전태일은 회사에서 짤리게 되고, 다른 곳에도 취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단다.

 

2.

유일민은 임채옥이 준 돈으로 술 도매상 사업을 시작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단다. 서동철이 소개해준 남미미라는 전직 여배우가 운영하는 술집에 납품을 하기도 했어.

....

한정임은 복부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어. 강남 쪽에 새로운 개발이 있을 거라는 소문에,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남편으로부터 정보를 알아내어 강남땅을 사들이기 시작했지. 당시만 해도 강남은 허허벌판이었어.

...

독일에서 일하는 광부들 사이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는 유행이 번졌단다. 미국에는 일자리가 더 많고, 광부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한국에서는 미국 이민이 쉽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그것보다는 쉽게 이민을 갈 수 있었기 때문이야. 배상집은 광부 일을 하면서 틈틈이 공부를 했단다. 자신이 원래 목표로 했던 박사학위를 따려고 말이야.

...

이규백은 처가 등쌀에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어. 장인 어른은 검사인 이규백을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기에만 혈안이고, 아내는 시댁 식구들을 벌레 보듯 혐오하고 말이야. 이게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인지... 돈만 보고 결혼한 자신의 잘못도 적지 않지.

...

허미경은 박부길의 첩이 되었고, 박부길은 허미경의 가족들한테도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해 주었어. 그렇다고 허미경이 그에게 마음까지 준 것은 아니란다. 자신의 몸을 버려 체념을 한 것 뿐이지. 어느 날 허미경은 할머니와 가족들이 있는 아파트가 붕괴되어 무너졌다는 뉴스를 들었단다. 깜짝 놀라서 그곳에 갔는데 다행히 할머니가 사는 동은 아니고 옆 동이 무너졌단다. 이것은 실제 있었던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이란다. 15동이 그대로 주저앉아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사건이야. 날치기로 허술하게 지은 아파트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지. 당시 책임을 져야 할 부르도자(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서울 시장은 책임만 회피하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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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284)

원병균은 여러 가지 정황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말을 잃고 있었다. 산비탈은 45도가 족히 될 만큼 경사가 심했다. 그런 급경사에 단층짜리 주택도 아니고 5층이나 되는 아파트를 세운 것이다. 최신 장비나 최신 기술이 있더라도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난공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모든 자재들을 등짐으로 져올리고, 콘크리트 반죽도 삽으로 적당적당 해치우는 형편에 그런 난공사를 한 것이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평지보다 몇 배 더 강하고 튼튼하게 공사를 하도록 규정을 정하고, 감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산동네마다 솟아오르는 시민 아파트들이 너무 졸속이고 날림이라는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부르도자시장은 그런 우려와 비판을 그야말로 불도저처럼 깔아뭉개며 일을 몰아붙여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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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여기까지가 <한강> 5권의 이야기란다.., 해방과 전쟁 이후 나라의 시스템에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자본주의가 물밀듯이 들어오다 보니, 사람은 뒷전이 되고 돈이 우선인 세상이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나 월남 가기로 자원했다. 곧 떠나.”

책의 끝 문장: 박준서는 멀어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까라면 까야지하고 생각했다.

 



미군들은 월남사람들을 ‘국’이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차별했다. 그러나 ‘국’이라는 비칭은 월남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국’은 원래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천시해 생겨난 것이었고, 그 비하의 지칭에는 아시아 황색인종 전체를 업신여기는 의미가 포괄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군들은 한국군은 연합군으로 자기네와 같다고 애써 구분하면서 월남인들만 ‘국’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이상재는 그 얍삽한 수작이 오히려 역겹고 기분 상했다. 그건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백인들은 아시아인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간주한다는 글을 일찍이 읽었기 때문이다. 황인종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취급해 버리는 백인들의 그 대책 없는 오만과 우월감, 그에 대한 반감이 이상재는 월남에 와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미군들이 더럽고 냄새난다고 해서 월남사람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6.25 때 한국사람들을 그렇게 취급했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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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16)

그리고 여자 애들한테는 차가운 분노가 있어야 해요. 여자 아이들은 싸늘하지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 사그라지지 않는 원한, 용서하지 않는 재능과 협상을 회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무슨 얘기를 할 때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그건 세상에서 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살아야 하는 데 대한 보상이에요. 남자에게 맞서 싸움을 해 이기면 자기 방식대로 계속 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거죠. 여자한테 맞서면 온 우주가 다시 한번 다 바뀌어요. 왜냐하면 차가운 분노는 멸시와 모욕에 관한 한 어떤 문제에서든 언제까지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를 풀지 않는 법이니까요.” 사리마는 피예로에 대해, 리르에 대해 입 밖에 내지 않는 비난을 던지며 엘파바를 쏘아보았다.

 

(257)

약에 대한 진실은 여러분이 말한 것 중 그 어느 것도 아니야. 당신들은 악의 한쪽 면, 즉 인간적인 면만 발견했어. 영속적인 면은 그늘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니면 그 반대이든가. 옛날 속담 같은 거지. 껍데기 속의 용이 어떻게 생겼을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 보려고 껍데기를 깨는 순간 용은 더 이상 껍데기 속에 없을 테니까. 악의 본질은 비밀스러움이기 때문에, 이 질문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어.”

 

(283)

종교라는 꼬챙이가 몸 전체를 꿰뚫고 있다면, 움직일 때마다 의식할 것이다. 그런 사람의 정신적, 도덕적 체계에서 종교라는 언월도를 뽑아낸다면 제대로 서 있기나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초원의 하마가 섬유질의 소화를 돕는 유독한 작은 미생물들을 몸속에 품어야 하듯이 인간도 종교를 품어야 하는 것일까? 종교를 벗어 버린 사람들의 역사는 종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그 진부하고 아이러니한 종교란 그 자체로 필요악인가?

 

(284)

이름 없는 신에게서 인격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다 쳐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거세게 몰아치는 한 줄기 공허한 바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 바람은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강풍일 수도 있지만, 도덕적인 힘은 없을지 모른다. 회오리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육제의 호객꾼이 손님을 끄는 외침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번만큼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교의 관념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요정 마차를 타고 구름 속 보이지 않는 곳을 맴도는 럴라이나라면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천년왕국이든 어디든 언제고 하늘에서 내려와 덮칠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신이 갑자기 들이닥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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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너는 왜 구레나룻을 기르고, 통바지를 입고, 그렇게 요란한 신발을 신는 거야?”

글쎄, 멋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일종의 저항이라고나 할까. 그래, 멋으로 저항을 하는 거지. 이 재미없고 감옥 같은 학교를 향해서.”

 

(186)

이곳처럼 야생적이지 않았어. 이미 학생들도 학교를 초월한 어른들의 가치가 물들어 있었거든. 권력지향적이고 자본주의적이었다고 할까. 부모님이 어떤 직업이고 알만큼의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과 부를 소유했는지가 중요했어. 보다 중요한 건 권력을 세습하고 부를 상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지.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무언가를 성취한 거나 다름없었거든. 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갖고 있으며 어떤 학교를 갈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인이었지. 이러한 잣대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애들끼리 몰려다니며 어른들과 유사한 권력 놀이를 했어. 오히려 물리적인 힘에서 오는 권력은 야만스러운 것에 불과했지.

 

(245)

그를 따라 절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하나, 둘 숫자를 세어 나갔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갖다 대며 절을 하니 마음 한편이 경건해지는 것만 같았다. 백 번을 하니 이마와 콧등에 땀이 맺히고 몸이 후끈후끈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그와 속도도 달라졌다. 이백 번, 삼백 번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반복하니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아버지, 어머니, 상민이와의 우정, 지민이와의 사랑, 곁에 있는 민재 그리고 나에 대해서 말이다. 복잡했다. 모든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내가 두 명이 된 것 같았다. 절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나와,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나로 말이다. 오백 번, 육백 번어떤 정의도, 결론도 내리지 않기도 했다. 그저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고, 몸은 지쳐갔다. 그럼에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묘한 오기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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