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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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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이라고 하니 문득 밥상이 그리워진다. 옛날에는 밥상에 빙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그게 언제 이야기인지 까마득하게 생각된다. 우리집은 대가족이어서 저녁 때가 되면 큰상을 두명이서 양쪽 끝을 잡고 안방으로 옮겨 빙 둘러앉아 먹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설거지 거리도 엄청났을 것이다. 지금 셋이 먹는 설거지거리도 귀찮아 마누라하고 가위바위보를 하니 주사위를 굴리니 어쩌고 하는데 당시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누나들도 공부한답시고 도와주지 않은 설거지를 엄마 혼자 다 할려면 참 많기도 많았을 것이다. ) 당근 아버지가 먼저 한 술 뜨셔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때는 뭐 유전자 변이 식품도 없었고, 유기농업이니 공정무역이니 그게 뭐 밥달라고 개가 짓는 소린지 등가렵다고 소가 우는 소린지 그런 단어도 아마 없었던 시절이라 속시끄러운 콩가루 집안에서는 혹간 밥상이 전복되는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밥상이 혁명하는 사건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무슨 소린지.   

 

말도 안되는 소리는 이만 각설하고, 항상 그렇듯이 듣거나 읽어 아는 것 하고 실천궁행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자식 두엇 키우면서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고 부모 봉양이다 주택 마련이다 노후 준비다 이래저래 분주하기는 되게 분주한 게 쥐꼬리 선낯곱쟁이 월급받으며 광역시의 변두리에서 그럭저럭 근근히 먹고싸는 소시민으로 말하자면, 이 물건(먹을거리)이 몇만 마일을 날아왔든 몇십만백만 마일을 뛰어왔든 값싸면 최고다. 거기다가 맛도 좋으면 금상첨화 왠떡이냐다. 웰빙은 다음이고 세계화와 농업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더더 다음이다. 하물며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환경문제는 말해 무엇하리오다. 광우병 파동으로 반짝이며 흔들리고 넘실대던 촛불의 물결이 서울광장을 꽉꽉 채워 광장이 미어터질 듯 하던게 언제였던가. 미국산 쇠고기 지금 잘팔리고 또 잘들 자시고 계신다. 한우는 귀족들이나 먹는 음식이다. 상것들 먹는게 양반들과 같을 수가 없다. 그저 배 부르면 그만이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말이다. 피부에 직접 접촉되면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데(뾰족한 바늘로 몰래 옆에 있는 사람을 살짝만 찔러 봐라 아마 깜짝 놀래 자빠질 것이다) 그때는 이미 대책을 세우기에는 너무 늦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생 생각이 먹거리 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고, 비록 소생이 근근히 먹고싸는 소시민이지만 우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로컬푸드나 유기농산품에 조금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세계화니 환경문제니 농민을 죽이는 농업정책이니 하는 조금 심각스러운 것들은 일단 차치하고 말이다.  

 

이건 사족지나 오족쯤 되는 이야긴데(말하자면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로컬푸드 영수증에 온실가스 줄인 양이 표시되어 있는 사진을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 지난주 목요일에 서울 출장을 다녀왔는데 저녁에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보니 나가는 출구 벽면에 크게 쓰여져 있었다. “당신은 오늘 소나무 여덟 그루를 심으셨습니다”. 승용차로 서울 가는 것 보다 열차타고 가는 것이 당근 편하고 돈도 적게 들고 또 시간도 빨라서 열차를 이용했을 뿐이고 열차안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잠을 잤을 뿐인데, 소생이 혹시 꿈에라도 소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면 모를까 동대구역에 내려서 저런 문구를 떡 보니 뭔가 소홀찮게 켕기는 기분이다. 주말에 어디 산에라도 가든지 해서 아니면 아파트 단지내 화단에라도 작은 묘목 하나쯤 심어야 할 것만 같다. 잘 한 일도 없는데 과분한 칭찬을 받으면 이거 이넘이 나를 놀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법이다. 온실가스 줄인 양’이나 ‘소나무 여덟 그루’는 허수고 뭔가 속임수라는 생각이 든다. 소생이 너무 민감 과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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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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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벽한 향촌의 미관말직이 왕세자의 입학례에 참례하게 되니 실로 황공하여 몸둘 곳을 알지 못하겠거니와 성은이 참으로 지극망극하다. 오호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강다롱디리....그건 그런데 아무튼간에 예로부터 학문을 지극히 숭상했던 나라 조선이고 왕권 못지 않은 신권이 행사되었던 성리학자 사대부들의 나라 조선으로서 왕세자의 성균관 입학식이 뭐 대수로울 것도 없고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른다. 또 미루어 짐작해 보면 예식을 무척 중시했던 성리학의 나라 조선이니 왕세자로서 치루어야 할 의식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왕세자의 입학은 보통 8세쯤에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으로 보자면 초등학교 입학연령으로 그 나이에 한 의식을 주관하기에는 왕세자나 스탭들이나 모두 애로가 많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백성을 다스릴 군주가 되자면 그 정도야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국의 왕자들도 전쟁통에는 전투기 조종사로 출전해 장렬히 죽기도 하고 했던 것이니 권력에는 당연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다.   

이 책은 <왕세자입학도첩>에 나오는 6장의 그림으로 왕세자의 입학식을 설명하고 있다. 역시 그림으로 설명하니 이해가 쉽고 빠르다. 세자가 여러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궁을 나서는 <출궁도>, 성균관에 도착한 세자가 공자 등 성현들에게 절을 하고 잔을 올리는 <작헌도>, 작헌을 마친 세자가 대성전에서 스승이 있는 명륜당으로 나아가 배움을 청하는 <왕복도>, 세자가 스승에게 예물을 올리는 <수폐도>, 세자가 제자로서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며 문답이 오고가는 <입학도>, 입학례를 마친 세자가 궁으로 돌아와 백관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수하도>. 참고로 그림에 왕세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장차 지엄하신 지존이 될 몸으로 옥체를 직접 그리지는 않고 다만 그 자리만 표시한다.  

문학동네에서 야심찬 기획으로 <키워드 한국문화>라는 제하의 문고판 출간을 시작했으니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몇가지 문고판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가지고 문고판은 <살림지식총서>,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창해ABC문고>, <빛깔있는 책들> 4종이다.  

<살림지식총서>는 근400권 가까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찾아보니 368권까지 나왔다). 위 열거한 것들중 크기도 제일 작고 분량도 제일 얇지 싶다. 진정한 의미의 포켓 문고판에 가장 접근하는 듯하다. 그러나(역시 그러나가 중요하다) 내용이 너무 소략이고 사진이나 그림이 전혀 없어 무미건조하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129권까지 나와 있다)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시리즈의 한국어판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을 총 망라한다는 방대한 기획이다. 사진이나 그림, 기타 기록과 증언 등 다양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본문에 사진이나 그림이 너무 많아 읽기에 몹시 산만하다. 본문을 읽다가 사진을 보다가 본문 읽다가 그림 보다가 하다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헷갈린다. 맥을 놓치기 십상이다.   

<창해 ABC 문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고판이다. 하지만 50권까지 나오고는 감감 무소식이다. 안타깝다.  프랑스 플라마리옹에서 발행한 'ABCdaire'의 한국어판이라고 한다. 시공디스커버리와 비슷한 기획인 것 같다. 표지나 내용이 형형색색 화려하고 보기에 좋다. 재질이나 구성 편집도 마음에 든다. 내용이 가나다라마바사아 사전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빨리 재간되기를 바란다.  

대원사의 <빛깔있는 책들>은 우리 전통문화와 민속에서부터 생활, 건강, 음식 등 우리 것에 대하여 폭넓게 다루고 있어 한국문화키워드와 취지에서 가장 비슷한 것 같다. 크기도 비슷한 것 같다. 아마도 열거한 문고판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지 싶다. 현재 273권정도 나와 있다. 내용은 알차고 읽을 만 한 것 같은데 표지 디자인이나 재질(다소 두꺼운 모조지) 판형 등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키워드 한국문화>는 그 기획 의도나 표지 디자인, 편집 등은 마음에 드는데 책 크기가 별로 인 것 같다. 좀더 길쭉했으면 좋을 것 같다.(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어쨌든 목록을 훑어 보면 흥미진진할 것 같은 제목들도 더러 보이고 앞으로 어떤 책들이 더 나올지 기대도 된다. 끊이지 않고 계속 줄기차게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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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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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 규모가 얼마얼마로 어마어마 엄마아빠하고, 사교육비 부담에 부모들 등골이 휘고 뼈골이 빠지고, 자식에게 올인하다 늙어 쪽박찬 기막힌 사연도 텔레비전에 나오고 한다. 이래저래 주워듣고 또 보고 하지만 나에게는 딴나라 달나라 이야기였다. 왜냐? 당근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불혹 넘어 작년에 간신히 후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 문제는 관심밖이다. 왜냐?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슬슬 본인도 교육이란 것에 대해 관심을 좀 가져봐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아버지 엄마는 7남매 키워 다 대학 보냈는데 사교육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옛날엔 다 그랬다. 나도 그럴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는 보내주고 대학부터는 알아서 하라고 할 작정이다. 애 처음 낳고 마누라하고 둘이서 2인 정상회담을 열어 당내 서열을 정했다. 서열 1위는 자기자신, 2위는 배우자, 자식은 3위, 당내 구성원이 3인이라 금은동메달 하나씩은 차지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자식에게 올인하지 않고 우리 부부 노후에 올인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썩 잘한 결정인것 같다. 가족내 올바른 서열 책정이 사교육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 하면 주위에서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런다. ‘어디 키워봐라~ 그리 되는가’  

본인이 철들고 어느 한 순간인들 아국 교육이 백척간두 풍전등화의 위기가 아닌 상황이 있었던가 모르겠다. 4000년전 애급의 파피루스 두루마리에도 적혀 있었다고 한다. “요즘 애들은 정말 큰일이야” 건국 60년 역사의 아국으로서는 교육백년대계란 참으로 아득한 이야기다. 정치인, 학부모, 교수, 무슨무슨 교육단체 등이 한 목소리로 이러다가는 필경 교육이 절딴날 것이라고 가래침을 사방으로 튀기며 핏대를 세운 것도 60년쯤 되지 싶으다. 돌이켜보면 번갯불에 콩을 뽁는지 후라이판에 깨를 뽁는지 조변석개 조령모개의 교육정책으로 지난 세월이 얼마나 분주하고 황망했던가. 이상한 건 그래도 아국은 꾸역꾸역 발전을 하는지 어쨋는지 OECD에도 가입하고 G20이니 어쩌니 나름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혹자는 또 말하길 어쩐다 저쩐다 해도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건 다 교육의 힘이다 라고 한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수다하시리라 생각한다.)  

본인의 일천한 생각으로는 사교육 문제를 포함하여 교육 전반에 대한 변화와 개혁은 정책 제도적인 측면에서보다는 결국 학부모의 의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부모의 의식이 바뀔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어본다면 말이다. 1교시(이범), 3교시(이수광), 5교시(조기숙), 7교시(송인수) 강의는 현 입시체제와 교육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은 하고 있지만 뭐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 반면에 2교시(이남수), 4교시(신을진), 6교시(허아람) 강의는 어떻게 영어공부를 시키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독서교육을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하는지, 자녀를 교육하고 상담하는 보다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 개인적으로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 혜림씨(본인의 어화둥둥 금지옥엽 딸내미 이름이다)를 위해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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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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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잡문(잡문이라고 하니 조금 송구스럽다. 저 높으신 곳의 노벨문학상에 거론되시고 전세계적으로 양명하신 작가의 글에 ‘잡’ 자를 붙인다는 것이 조금 거시기하다.)의 특징은 말하자면 가벼움이다. 가벼움이라고 하니 또 송구스런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그렇다면 경쾌함, 발랄함이라고 할까 그것도 조금 아닌 것 같고, 뭐랄까 촐싹촐싹이 아니라 사뿐사뿐 같은 느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하루키의 잡문은 쉽고 잘 읽힌다. 재미도 있고 유머도 있다. 사뿐사뿐 룰루랄라 피크닉이라도 가는 즐거운 기분으로 펼쳐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 책은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언뜻보기에는 서점에서 선 채로 잠깐만에 읽을만한 분량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역시 달리기는 걷기보다는 진지하고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  

 

1. 《1Q84》 아오마메의 실제 모델
“도쿄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체육관엑 가서 근육 스트레칭을 받는다. (중략) 스트레칭을 해주는 트레이너는 젊은 여성이지만 힘이 세다. 즉 그녀가 주는 타력은 뭐랄까 강력한 아픔을 동반한다. (p128)” 부분을 읽다가 문득 아~아! 《1Q84》의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모델이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쓰기란 상상만으로는 역시 어려운 법. 비슷한 경험이라도 일단 해보면 살 붙이기가 훨씬 수월한 법.  

 

2.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외감
“그것은 진짜 대단한 소설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학으로서의 깊은 자양분이 넘친다. 29세의 약관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고세상의 실상을 읽어낼수 있을까”(p199~p200) 본인도 물론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봤고  다른 역자의 번역본으로 두권을 가지고 있지만 무라카미씨의 말대로 진짜 대단한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하나 어쩌나. 다른 읽을 책도 많은데 


3. 무라카미씨의 묘비명
"무라키미 하루키/ 작가(러너) / 1949~20**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p259)
버나드쇼 만큼 정곡을 찌르면서도 유머가 있는 묘비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멋있다. 너무 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4. 책의 제목
무라카미씨는 이 책의 타이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를 씨의 ‘경애하는 작가’인 레인먼드 카버의 단편집 제목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씨가 카버의 미망인 테스 갤러거 부인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p267)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왠지 어디선가 듣고 또 본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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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대사전 - 색인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엮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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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인에 대한 리뷰를 써 보기는 처음이다. 사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일종의 다짐이고 선언이다. 무슨 독립선언은 아니고 일테면 도서구입선언문 비스무리 한 것이다. 작년 10월 28일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에서 한한대사전(색인포함 전16권)을 30년만에 완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본인은 얼마전에 알았다. 글하는 선비로서 몹시 부끄럽고 변명이 궁하다. 대만의 <중문대사전>이 5만자, 40만 단어, 일본의 <대한화사전>이 4만9천자, 39만단어를 수록한데 비해 한한대사전은 5만5천자, 45만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록 한자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흘리고 쏟았을 그 피땀과 그 노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언론에 소개된 출간의 배경과 경과는 대충 이러저러하다. 

수천년간 축적된 조상들의 한자문화 유산을 해독할 사전이 없었고, 일본의 사전으로 연구하다보면 일본어를 중역해야 하고, 그나마 한자 어휘의 한국식 용례나 풀이가 없거나 중국 원전과 다른 해석 등으로 연구에 어려움이 컸다. 장충식 당시 총장은 스스로 동양문화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한국적 기준으로 풍부한 어휘가 실린 한자사전을 펴내겠다고 결심하여 1970년 동양학연구소를 설립한 뒤 초대 소장으로 일석 이희승 박사님을 초빙하여 산하에 편찬실을 구성, 1978년 6월 편찬원 선발을 마치고 공식 실무에 착수해 1996년 한국한자어 사전(전 4권)을 펴내고 1999년 한한대사전 제 1권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전 16권의 완간에 이르게 되었다. 숫자로 본 한한대사전이라는 자료도 있어 옮겨본다.   

 

 

11,680
1978년 6월 제1기 편찬원을 구성, 투입하여 완간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사업기간의 일수(日數). 만으로는 총 30년 4개월이 걸렸다. 사립대학의 힘으로 감당하기 벅찬 인고의 대장정을 상징하는 수치이다.  

 

21,254
한한대사전은 총 16권으로 1권 당 1,250면 정도로 편집했으며 총 면수(面數)는 21,254면이다. 이처럼 사전의 부피가 큰 것은 종교, 정치행정제도, 건축, 지명 등 한자어로 표기된 전문용어까지 망라한 백과사전식 편집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55,000 & 450,000
한한대사전에 실린 한자는 총 5만 5천자, 각 글자 별로 구분된 수록 어휘는 45만 단어이다.  단국대학교版 <한한대사전>은 글자와 어휘를 모두 수록하고 있는 사전으로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한자사전이 되는 셈이다.

200,000
사업 기간 중 1일 평균 약 25명의 전문가가 상근을 했으며 이를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총 20만 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셈이다. 초기에는 서당에서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전통적인 한학 전문가로 편찬실을 구성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원에서 한학, 고전문학을 전공한 연구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2,120,000
한한대사전을 위해 작성한 원고를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약 212만 매에 달한다.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면 높이는 159m에 이르고 빌딩으로 비유하면 53층 높이와 맞먹는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바로 이같은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일 듯.

31,000,000,000
국내에 없었던 한자 서체의 디지털 폰트개발에 필요한 사업비를 포함해 연평균 10억 여 원이 소요되었다. 완간에 이르기 까지 대학 자체 예산 285억 원, 국가보조금 25억 2천 여 만원, 총 31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김훈 편을 보면 김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읽은 책의 거의 대부분은 버립니다. 자료나 도구가 될만한 책만 가지고 있지요. 내가 필요한 책은 자료나 사전이에요. 일종의 공구죠.… 이 방(서재)에는 나의 도구가 있는 공간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이죠. 각종 언어 영어, 독일어, 한문, 국어사전과 우리나라의 여러 법전을 가지고 있지요. 한문 사전을 주로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여가가 있을 때는 한자의 글자를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일도 있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책과 밀착됨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이 있겠지만, 나는 한국어로 문장을 쓰려면 외국어, 특히 한문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동영상으로 봐서는 김훈의 서재 어디쯤에 한한대사전이 꽂혀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김훈의 서재사진 옆에 한한대사전만 별도 뽑아 찍은 사진을 실어 놓았다. 16권이 나란히 나란히 줄루래기 늘어서 있는 모습이 몹시도 당당하고 또 예쁘다. 지름신 고공 수직낙하 강림하사 본인 큰 결심을 했다. 16권 155만원이란다. 30년 걸려 완성되었으니 구입에도 몇 개년 계획쯤은 잡아줘야 예의다. 310억짜리 물건을 155만원에 살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원래 글하는 선비들이란 이재에 어두운 법이니 이 산식이 맞는지 틀린지는 차치하고라도 가정경제에 찬서리 나리는데 거금 155만원이 어데 있을 것이며 이것을 장만하다고 해서 밥이 나올 것이냐 떡이 나올 것이냐 이런 일말의 근심도 있다. 또 전공자도 아닌 마당에 호기로 산 책을 몇 번이나 들춰 볼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저러나 어쨋거나 설령 그것이 자랑이나 과시를 위한 경망스런 현학취미라 하더라도 한한대사전 16권을 서재에 꽂아 놓고 보면 흐믓하기는 몹시도 흐믓할 것이다. 먼지만 덮어쓴 채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코피 좀 터졌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옛 선인들은 초근목피로도 잘 버티셨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이제 색인은 구입했으니 다음달에는 1권을 구입할 것이다. 나중에 16권을 모두 모으게 되면 반드시 사진찍어 올릴란다. 기대하시라~ 해 놓고 보니....아무도 기대하시는 분이 없는 것 같다. 그럼 뭐 어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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