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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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잡문(잡문이라고 하니 조금 송구스럽다. 저 높으신 곳의 노벨문학상에 거론되시고 전세계적으로 양명하신 작가의 글에 ‘잡’ 자를 붙인다는 것이 조금 거시기하다.)의 특징은 말하자면 가벼움이다. 가벼움이라고 하니 또 송구스런 마음이 슬그머니 든다. 그렇다면 경쾌함, 발랄함이라고 할까 그것도 조금 아닌 것 같고, 뭐랄까 촐싹촐싹이 아니라 사뿐사뿐 같은 느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하루키의 잡문은 쉽고 잘 읽힌다. 재미도 있고 유머도 있다. 사뿐사뿐 룰루랄라 피크닉이라도 가는 즐거운 기분으로 펼쳐 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 책은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언뜻보기에는 서점에서 선 채로 잠깐만에 읽을만한 분량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역시 달리기는 걷기보다는 진지하고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  

 

1. 《1Q84》 아오마메의 실제 모델
“도쿄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체육관엑 가서 근육 스트레칭을 받는다. (중략) 스트레칭을 해주는 트레이너는 젊은 여성이지만 힘이 세다. 즉 그녀가 주는 타력은 뭐랄까 강력한 아픔을 동반한다. (p128)” 부분을 읽다가 문득 아~아! 《1Q84》의 여주인공 아오마메의 모델이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쓰기란 상상만으로는 역시 어려운 법. 비슷한 경험이라도 일단 해보면 살 붙이기가 훨씬 수월한 법.  

 

2.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경외감
“그것은 진짜 대단한 소설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학으로서의 깊은 자양분이 넘친다. 29세의 약관의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고세상의 실상을 읽어낼수 있을까”(p199~p200) 본인도 물론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봤고  다른 역자의 번역본으로 두권을 가지고 있지만 무라카미씨의 말대로 진짜 대단한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하나 어쩌나. 다른 읽을 책도 많은데 


3. 무라카미씨의 묘비명
"무라키미 하루키/ 작가(러너) / 1949~20**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p259)
버나드쇼 만큼 정곡을 찌르면서도 유머가 있는 묘비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멋있다. 너무 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4. 책의 제목
무라카미씨는 이 책의 타이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를 씨의 ‘경애하는 작가’인 레인먼드 카버의 단편집 제목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씨가 카버의 미망인 테스 갤러거 부인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p267)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왠지 어디선가 듣고 또 본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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