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대사전 - 색인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엮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색인에 대한 리뷰를 써 보기는 처음이다. 사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일종의 다짐이고 선언이다. 무슨 독립선언은 아니고 일테면 도서구입선언문 비스무리 한 것이다. 작년 10월 28일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에서 한한대사전(색인포함 전16권)을 30년만에 완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본인은 얼마전에 알았다. 글하는 선비로서 몹시 부끄럽고 변명이 궁하다. 대만의 <중문대사전>이 5만자, 40만 단어, 일본의 <대한화사전>이 4만9천자, 39만단어를 수록한데 비해 한한대사전은 5만5천자, 45만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록 한자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흘리고 쏟았을 그 피땀과 그 노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언론에 소개된 출간의 배경과 경과는 대충 이러저러하다. 

수천년간 축적된 조상들의 한자문화 유산을 해독할 사전이 없었고, 일본의 사전으로 연구하다보면 일본어를 중역해야 하고, 그나마 한자 어휘의 한국식 용례나 풀이가 없거나 중국 원전과 다른 해석 등으로 연구에 어려움이 컸다. 장충식 당시 총장은 스스로 동양문화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한국적 기준으로 풍부한 어휘가 실린 한자사전을 펴내겠다고 결심하여 1970년 동양학연구소를 설립한 뒤 초대 소장으로 일석 이희승 박사님을 초빙하여 산하에 편찬실을 구성, 1978년 6월 편찬원 선발을 마치고 공식 실무에 착수해 1996년 한국한자어 사전(전 4권)을 펴내고 1999년 한한대사전 제 1권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전 16권의 완간에 이르게 되었다. 숫자로 본 한한대사전이라는 자료도 있어 옮겨본다.   

 

 

11,680
1978년 6월 제1기 편찬원을 구성, 투입하여 완간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사업기간의 일수(日數). 만으로는 총 30년 4개월이 걸렸다. 사립대학의 힘으로 감당하기 벅찬 인고의 대장정을 상징하는 수치이다.  

 

21,254
한한대사전은 총 16권으로 1권 당 1,250면 정도로 편집했으며 총 면수(面數)는 21,254면이다. 이처럼 사전의 부피가 큰 것은 종교, 정치행정제도, 건축, 지명 등 한자어로 표기된 전문용어까지 망라한 백과사전식 편집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55,000 & 450,000
한한대사전에 실린 한자는 총 5만 5천자, 각 글자 별로 구분된 수록 어휘는 45만 단어이다.  단국대학교版 <한한대사전>은 글자와 어휘를 모두 수록하고 있는 사전으로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한자사전이 되는 셈이다.

200,000
사업 기간 중 1일 평균 약 25명의 전문가가 상근을 했으며 이를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총 20만 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셈이다. 초기에는 서당에서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전통적인 한학 전문가로 편찬실을 구성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원에서 한학, 고전문학을 전공한 연구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2,120,000
한한대사전을 위해 작성한 원고를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약 212만 매에 달한다. 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면 높이는 159m에 이르고 빌딩으로 비유하면 53층 높이와 맞먹는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바로 이같은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일 듯.

31,000,000,000
국내에 없었던 한자 서체의 디지털 폰트개발에 필요한 사업비를 포함해 연평균 10억 여 원이 소요되었다. 완간에 이르기 까지 대학 자체 예산 285억 원, 국가보조금 25억 2천 여 만원, 총 31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었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김훈 편을 보면 김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제가 읽은 책의 거의 대부분은 버립니다. 자료나 도구가 될만한 책만 가지고 있지요. 내가 필요한 책은 자료나 사전이에요. 일종의 공구죠.… 이 방(서재)에는 나의 도구가 있는 공간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이죠. 각종 언어 영어, 독일어, 한문, 국어사전과 우리나라의 여러 법전을 가지고 있지요. 한문 사전을 주로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여가가 있을 때는 한자의 글자를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일도 있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책과 밀착됨으로써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이 있겠지만, 나는 한국어로 문장을 쓰려면 외국어, 특히 한문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동영상으로 봐서는 김훈의 서재 어디쯤에 한한대사전이 꽂혀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김훈의 서재사진 옆에 한한대사전만 별도 뽑아 찍은 사진을 실어 놓았다. 16권이 나란히 나란히 줄루래기 늘어서 있는 모습이 몹시도 당당하고 또 예쁘다. 지름신 고공 수직낙하 강림하사 본인 큰 결심을 했다. 16권 155만원이란다. 30년 걸려 완성되었으니 구입에도 몇 개년 계획쯤은 잡아줘야 예의다. 310억짜리 물건을 155만원에 살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원래 글하는 선비들이란 이재에 어두운 법이니 이 산식이 맞는지 틀린지는 차치하고라도 가정경제에 찬서리 나리는데 거금 155만원이 어데 있을 것이며 이것을 장만하다고 해서 밥이 나올 것이냐 떡이 나올 것이냐 이런 일말의 근심도 있다. 또 전공자도 아닌 마당에 호기로 산 책을 몇 번이나 들춰 볼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저러나 어쨋거나 설령 그것이 자랑이나 과시를 위한 경망스런 현학취미라 하더라도 한한대사전 16권을 서재에 꽂아 놓고 보면 흐믓하기는 몹시도 흐믓할 것이다. 먼지만 덮어쓴 채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코피 좀 터졌다고 죽지는 않을 것이다. 옛 선인들은 초근목피로도 잘 버티셨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이제 색인은 구입했으니 다음달에는 1권을 구입할 것이다. 나중에 16권을 모두 모으게 되면 반드시 사진찍어 올릴란다. 기대하시라~ 해 놓고 보니....아무도 기대하시는 분이 없는 것 같다. 그럼 뭐 어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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