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경숙의 소설을 처음 읽은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십년도 훌쩍 넘은 거 같다. <빈집>, <깊은 슬픔> 같은 것들을 읽었나 보다. 아..<풍금이 있던 자리> 도 기억난다. 우리 동네에 같은 이름의 커피숍이 있었고 비슷한 제목의 영화도 있었던 것 같다. 씨의 소설은 대체로 슬펐던 것 같고, 당근 재미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약간 감상적 소녀취향도 감지되곤 했다.  

 

전에도 몇 번 언급했듯이 본인 한국소설에서 손 놓은지 한참 지나 두서너참은 되었다. 한국소설이라고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만, 그것도 대상수상작만 간신히 읽어내고 있는 형편인데 지금 왜 이 책을 읽었는가 그 까닭을 밝혀 알리자면 이렇다. 본인에게 호구의 책을 마련해 주고 있는 황송한 우리 공장에서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사업중 하나가 바로 독서운동이다. 전직원이 한달동안 같은 책을 읽고 저자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 그런 내용인데 무척 유익하다는 생각이고 나아가 감사하는 마음도 품고 있다.   

 

언젠가 어디선가 주워 읽기로 신경숙의 유년시절 무척 곤궁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일전에 또 어디선가 그녀의 멋진 서재를 보고는 아~ 돈 많이 벌었구나. 부러움에 더하여 약간 의 실망감도 느꼈던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성공했으면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지 왜 실망감 같은 걸 느끼는지 생각혀 보면 부끄럽다. 아! 그리고 신경숙의 부군이 시인 남진우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았다. 내한테 연락도 없이 언제?   

 

이건 여담이지만 이문열은 인세만 1년에 5억정도라고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봉 수억 수십억 받는 프로 운동선수들에 비하자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인세라는 것은 방구석에 가만히 들눕어 코만 후비고 있더라도 꼬박 꼬박 나오는 것이니 참 좋기는 좋다는 생각도 하고 그러다가 전에 또 가수 아무개씨는 가요방을 통한 저작권료만 일년에 수천만원이라는 기사를 읽은게 또 문득 떠오르고.... 

 

책으로 돌아가서, 내용은 역시 슬프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 앉아 읽는데 눈물이 날뻔한 대목이 여러 군데 있었다. 눈물은 날랑말랑 했지 안타깝게도 흘러내리지는 못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글썽인 적은 최근에도 여러번이지만 책을 읽다가 울랑말랑 한 적은 정말 몇 백년만인 것 같다. 용서와 희생과 인내로 점철된 삶. TV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매달 45만원씩 고아원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는 거의 성자의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런 엄마가 혹 있을 수는 있어도 지난날 한국 엄마의 전형이라고 하기에 다소 무리라는 생각. 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너무 강조하다가 약간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등등이 든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다가는 재미있게 읽었고, 약간의 감동과 눈물 찔끔도 있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특히 효에 대하여. 수욕정이풍부지 라 했던가. 논어에 나오는 한밤중에 밭에 나가 하늘을 우러러 울며 탄식했다는 순임금(우임금인가?)의 이야기라든지, 나이 칠십이 되어서도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다는 노래자의 고사는 새삼 생각해 보면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참고로 신경숙 작가의 특강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으로서 당일 있었던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 의원님의 심도있는 질의 및 요구사항을 주의깊게 경청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해야 했던 것인데, 특강에 참석했던 인사의 전언에 의하면 뭐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앉아서 졸았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인 것 같다. 다시한번 그러니까 그게 20년이 조금 넘었다. 생각해 보면 세월 참 빨리 지나갔다. 세월유수란 말이 옛시인의 허사는 진정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그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아 풀숲을 뒤적여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때 고등학교 시절엔 라디오도 꽤 듣고 그랬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매일 저녁 10시쯤 되면 무슨 공익광고협의회 같은 데서 청소년 선도 광고 같은 것을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바로 본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 것이다. 고때의 방송내용을 오랜 옛기억을 더듬더듬어 생각나는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틀린지도 모른다. 여하튼 내 기억에는 요렇게 남아있는 것이다. 

 “…… 여러분은 헤르만 헷세의 소설 ‘크눌프- 삶으로부터의 세이야기’를 읽어보셨습니까?……어쩌고 저쩌고(크눌프가 젊음을 낭비하며 호랑방탕하게 살았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나옴)…크눌프는 눈덮인 산속에서 젊음은 결코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라고 절규하며 죽어갑니다……어쩌고 저쩌고(그러니까 청소년 여러분도 젊을 때 되나마나 놀지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요지의 이야기가 이어짐. 그리고 시간이 늦었으니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빨리 집으로 귀가하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음)……”  

이 방송을 수십번 아니 - 총명하지 못한 내 머리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 수백번쯤은 들은 것 같다. 그래서 그때도 혼자서 나름 독서인이었던 나는 냉큼 크눌프를 사서 읽었는데 이게 뭔가 방송멘트하고 책 내용은 조금 틀려먹었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각설하고, 요 며칠 감기로 좀 아팠다. 지난 토요일 일요일 계속 누워있었는데, 그래도 좀 살만은 했는지 가만히 누워있기가 심심해서 뭐 쉽게 읽을 만한게 없을까 책장을 뒤적이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크눌프를 잡았다. 책도 얇고 행간도 넉넉하고 위에서 말한 그 옛날 방송멘트도 불현듯 생각나고 해서 읽어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건 여담인데, 본인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미스터노 페이퍼백 시리즈를 좋아한다. 책이 표지 디자인도 멋지구리 예쁘고 또 가볍고 작아서 좋은데 - 책정리나 이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책이 가벼운 건 무척 중요하다 - 다만 행간이 너무 좁아 읽기에 눈알이 다소 아프다는 단점이 있다. 미스타노 세계문학전집에 비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행간이 시원시원하고 목록이 다양해서 좋은 것 같다. 말인즉슨 둘다 좋다는 이야기)  

역시 헤세의 소설은 뭐랄까 아늑하고 포근하고 또 쓸쓸하고 슬프다. 깊이가 없다는 비평도 있는 듯 하지만 편안하고 감흥도 있다. 어쨌든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며 재독한 결과, 크눌프가 눈덮인 산속에서 죽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 삶을 후회하고 절규하며 죽어간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듯한 자유롭고도 쓸쓸한 크눌프의 삶도 의미있는 삶이었다는 하느님의 이야기를 듣고 편안하게 두눈을 감은 것이다. 절규하며 죽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말하자면 노장의 무위사상과도 일맥이 서로 통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때 그 방송원고를 쓴 사람은 과연 책을 읽어보고 쓴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누구 아는 사람없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종경 2010-04-2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로 위의 글... 저와 (너무나도) 똑같은 경험이신 것 같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옛날 그 유명한(?) 멘트 "젊음은 충동적인 낭만만은 아니라고 절규하며 죽어갑니다..."를 찾아 보다가 우연히 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은 모르오나 동시대인으로 생각되어 몇 자 남기고 갑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의 책은 처음이다. 그 유명한, 표지에 커다란 곰얼굴이 나오는 <나를 부르는 숲>도 미안하지만 읽어보질 못했다. 사실은 책을 사긴 샀는데, 표지를 봐서는 숲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곰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혹은 곰이 길을 떡하니 막고 있는 것 같아서 선뜻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갈 용기가 안나더라는 가당찮은 이유로 일독을 미루고 있다가 서재용량 초과 도서 수만권(?)을 알라딘 고물상에 초특가 대바겐세일로 팔아치울 때 아무 생각없이 처분하고 말았던 것인데, 이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 읽은 작금에 이르러 어느 시인의 싯구 비슷한 것이 내 입에서 무심코 터져나오고 말았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던가.  

 

 대광활광대한 우주에서부터 초극미세한 분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그 위에 살았던 혹은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생물과 존재했던 혹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모든 무생물들에 대한, 말인즉슨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책이다. 대단하고 신기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하기야 생각하기는 쉽겠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지난했을 것인데, 가만히 누워서 읽기에도 코막히고 숨찬데 거의 600쪽에 이르는 이책을 쓸려고 한다면(그것도 영어로 말이다) 과연 얼마만한 수고를 퍼부어야 하는 것일까. 문득 브라이슨씨에 대한 존경의 념이 무슨 오월의 분수처럼 솟아올라 무지개를 피운다. 호킹씨의 <시간의 역사>, 세이건씨의 <코스모스>와 더불어 과학 교양서로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입으로 처넣고 코로 숨쉬며 대충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를 포함한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도 어마어마하고 신비하고 알 수 없는 비밀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나름 독서인을 자처하는 본인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분야에서 이상한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았던 인사들이 또 그렇게 많았다는 것 역시 정말 놀라운 일이다. 혹은 살아 생전에 노벨상을 받거나 빛나는 명성을 얻기도 했지만 혹은 죽은 뒤에도 몰이해와 무관심속에 잊혀지기도 했던 것이니 생각해보면 아무런 보상도 없는 그 삶이 몹시 가슴이 아프다. 과학자들에 대한 가쉽적인 묘사가 재미있고 흥미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쉬운 책은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의 어마어마한 비밀과 역사를 조금이라도 맛볼라치면 약간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라퓨타가 도착했다. 몇 백년 만에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일본만화영화 애호가로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봤고 지금은 태교라는 대의명분아래 정신 가다듬고 똥 터래기 세우고 아내랑 같이 봤다.

 

 

투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만화가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슬프다. 흔히 길이 인생에 비유되듯이 비행(飛行) 혹은 비상(飛翔)은 꿈이나 이상, 희망, 동경 같은 것들, 이루기 어려운 것들과 닿아 있다. 미야자키씨의 애니가 매력있는 까닭이다.

 

 

그림은 <하울>이나 <센과 치히로>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고 <코난>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하울>이나 <센>이 세련되었다면 라퓨타는 소박하다. 파즈는 코난, 시타는 라나...그리고 파즈가 대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아들은 어린 포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ppy Relax - Pig(Large)
(주)베스트에버
평점 :
절판


어린이날 조카 선물로 사줬다. 참고로 본인의 조카는 초등5년 여아다. 5학년에게 어울릴까 조금 염려도 했지만 작은 형(그러니까 본인 조카의 아버지 되겠다)의 전언에 의하면 좋아라 한다고 한다. 다시한번 전언을 인용하자면 잠잘 때도 끼고 자는 데 그 형상이 보기에 몹시 귀엽다고 한다.

본인 지척에서 목도한 바 없어도 여하튼 일말 보람을 느낀다. 자고로 선물은 주는 기쁨이지만 수령인이 만족해 한다면 금상첨화 될것이다. 연즉 혹시라도 누가 당신에게 선물을 건넨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뛸듯이 혹은 날아갈듯이 기뻐하며 받아야 할 것이다. 그 물건이 아니라 그 마음을 받는 까닭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