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거미의 이치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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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 안 읽은 작품도 많지만 교고쿠 나쓰히코의 전작주의(?)에 가깝다. 이 작가가 쓴 교고쿠도 시리즈가 워낙 인기가 많아 나보다 더 팬인 독자들이 많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처럼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민속학에 관심이 많은데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을 읽다보면 민속학에 조예가 깊은 듯하다. 요괴연구자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만큼 작품도 요괴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아직 백귀야행은 안 읽었네. 만화 백귀야행을 재미나게 읽어서 같은 작품이 아닌데도 미뤄두고 있다. 이마 이치코,『백귀야행』만화도 재미있다. 그림도 좋고.

 

계곡에서 텐트 치고 하루 이틀 묵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거미들의 빠름, 빠름(?)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규모도 굉장하고 거미줄을 치는 속도도 어찌나 빠른지 어느새 계곡 곳곳에 거미줄 투성이다. 심지어 물가 바위(물기가 많아 불안해 보이는데)를 걸쳐서도 친다. 캠핑하는 동안 우리가 움직이기 불편해 거미줄을 걷어낼 때도 뭔가 잘못한 일을 저지르는 듯해 죄책감이 든다. 거미는 영물처럼 인식돼 함부로 죽이지도 않아 집안에 어쩌다 들어와도 살짝 집어서 내보낸다.

 

그물에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으리라는 섬뜩한 기분이 드는 거.미.에게 놀아나는(?) 얘기다. 현명하기로 따를 자가 없는(교고쿠도 시리즈에서) 교고쿠도마저 스스로 농락당했다 인정할 정도이니. 장미십자탐정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붙인 에노키즈의 활약이 약해서 조금 아쉽다. 뻔뻔하고 제멋대로인데다 오만한 에노키즈가 좋아라.

 

연쇄 살인 사건 두 가지(?)가 겹쳐 집중력이 떨어졌다. 상권에서 중권까지 읽다 말기를 몇 번이나 했다. 꼭 책 내용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 중단한 거지만. 흑마술-등장인물이 흑마술로 믿은-까지 등장하다 보니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예상이 잘 안 됐다. 중반 이후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전형적이라 볼 수 있는 미션스쿨, 그것도 여학교. 여고괴담이 떠오를 만한 음침한 건물들이 공간적 배경이어서 벌써 오싹하다.

 

그보다 먼저 벌어진 살인이 더 엽기적이고 잔혹하다. 처음에 벌어진 사건이 더 궁금하고 끌려서 여학교 살인사건은 시시할 정도다. 엽기살인마의 정신분석도 나오고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게 여권신장에 힘쓰는 여주인공도 등장하는데 작가의 의식이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에 쏙 든다. 남성지배 세상을 뒤집고 모계를 지키려는 굳은 의지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거미의 입김(?)이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뒤틀린 음모이고 실패로 끝났지만 통쾌한 기분이 드네. 시도는 좋았어. 주류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비웃는(?) 작가의 의식에 끌리는 걸까. 작품 속에 녹아있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생각들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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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10-1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소설도 엽기적인가 보네요. 엽기하면 교고쿠죠 ^^

samadhi(眞我) 2016-10-11 09: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교고쿠가 좋아요♥
 

 

 

 

 

 

 

 

 

 

 

 

 

 

이 책은 내 제안으로 독서모임에서 8월에 읽기로 한 책이다. 그랬는데 정작 그날 감기 몸살로 모임에 가지 못 해 아쉬웠다. 오래 전에 읽은 이 책이 가끔씩 생각나는 것은 그만큼 '강렬하게 좋아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얼마 뒤 은평뉴타운 거주자에 한해서(?) 전교10등이었나? 아무튼 성적 우수학생 하나고 입학가능 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뉴타운이 아닌 은평구 다른 동네에 살던 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중3인 아들 때문에 뉴타운으로 이사 가버릴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뉴타운 아파트 평수가 너무 넓어 부담된다고 해서 '그럼 우리 식구랑 같이 살까' 이렇게 말을 던져보았다.

 

이 책에 나온 대가족의 삶이 꽤 부러웠고 그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혹시 아이를 낳으면 여러 구성원들의 사랑을 받고 자랄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을 품어보았다. 대학 졸업 후 언니네에 꽤 오래 얹혀 살면서 아이들을 함께 키웠던 터라 언니는 좋다고 하는데 우리 남편이야 내 뜻을 늘 받아들여주고 문제는 형부가 제일 걸릴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거창한 대가족 계획은 뉴타운 하나고 입학 헛소문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같이 살며 겪을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펼쳐질 설렘. 사랑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왁자지껄, 알콩달콩, 변화무쌍한 삶이 펼쳐질 것 같은 환상. 며칠 동안 그런 꿈을 꾸게 해주었던 책이다.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봤더니 참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내게는 그저 밝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은 책이었는데 그렇구나, 삶과 죽음은 서로 맞닿아 있구나. 언제 어디서 죽게 될 지 알 수 없는걸. 어쩌면 잔인해 보이는 죽음도 별 것 아니네. 어떤 형태로 죽든 우리는 결국 죽게 되어 있는데 그걸 자주 잊고 지낸다.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 이 소풍같은 인생임을 기억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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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1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 - 십대가 알고 싶은 사랑과 성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2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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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진하게(?) 해 본 내게는 아주 익숙하고 어찌보면 뻔한 얘기들이었다. 우리 부부가 연애하며 부부로 지내면서 늘 나누었고 지금도 주고받는 이야기들이다.

 

연애 한번 못 해봐서 인지 내가 발정기(?)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길 가다가 눈에 띈 아무(녀석은 아니라고 뭔가 느낌이 통했다며) 여자만 보면 사귀는 사람 있어요 묻고 거절당하기를 여러 차례인 사랑에 서툰 조카녀석에게

얼마 전 빚없이 34평(이렇게 구체적인 평수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새로 지은 브랜드 아파트여야 한단다) 아파트를 구해줘야 혼례를 올려주겠다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이 혼례 반댈세!) 남편 회사 동료에게

뜨거운 연애를 하였으나 부부생활은 최악으로 치달아 1촌 관계를 끝낼까 고민하는, 아는 사람에게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정 따위 없이 오직 의리로 살아가는 숱한, 우리와 가까운 부부에게......

들려주는 우리의 사랑론이 이 책에 나왔다고 할 법하다. 저번달 독서모임 책이었는데 망설이다 이제야 서평을 적어본다.

 

하지만 10대에게는 꼭 필요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10대시절엔 뭐가 그리 답답했는지 세상일이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도 누구하나 속 시원히 얘기해 준 적이 없다.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고1 생물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그 전까지 받은 성교육은 막연하고 뭔가 확실히 말해주지 않아 정말이지 몸만 닿아도 아기가 생기는 줄 알았다. 중 1때 시작한 달거리가 중 2때 6개월 정도 멈췄는데 남자 손 한번 못 잡아본 내게 친구들이 임신했다고 놀려댔다. 정말일까 불안해했을 정도이니 내가 10대 시절 성교육이 얼마나 엉망이었나 새삼스럽다. 요즘처럼 지식인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대학 때 선배들이 새내기들을 데리고 문화비디오라는 것을 보여줬다 들었는데(그 새내기들도 나보다 한참 윗선배들이었고 우리 땐 그런 게 없었다.) 우린 그나마 고등학교 때 빨간비디오를 접했으니 선배들보다는 나아진 거지만.

 

10대에는 워낙 성에 관심이 많고 무지하기도 하니까 얘기가 길어졌지만 성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다시 써도 되는' 사랑이라는 얘기다. 책, 영화, 드라마... 온갖 매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고민하는 고것. "사랑이 변하니?" 라고 했던 광고 카피처럼 사랑은 변해야 제대로라는 얘기를 한다. 자꾸만 고여있고 똑같은 사랑만 바라다 보니 서로를 할퀴고 오해하고 힘겨워하는 것임을. 인간의 성장과 더불어 사랑도 똑같이 커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지낸다고 일깨운다.

 

우리 부부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다른 부부나 연인에게 하는 말이 그거다. 언젠가 죽을 때가 되어서 "수십억 인구가 사는 지구에서 우리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이 있을까?" 하고 말할 수 있게 죽도록(?) 정말로 혼신을(?) 다해 사랑하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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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어찌 지내셨습니까. 내일 모래인가요? 엘지랑 가을 야구 하죠 ? ㅎㅎㅎ.
재미있게 관람합시다요... 오늘 다저스 대 워싱턴 경기 있는 거 아시나요..
저 이거 보려고 대기중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5:17   좋아요 0 | URL
네 월요일 화요일인데요. 기아 사랑을 배신한(?) 엘지에게 기아가 한방에 나가떨어질 듯합니다. 5위로 올라간 것도 운빨이죠. 결정적일 때 쪼그라드는 애증의 호랭이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이 팬심.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바 !!!!!!!!!!!!!!!!!


경기 할 때가 되었는데 안하길래 메저리그 홈피 갔더니 허리케인으로 경기가 취소됬다고....
아...

samadhi(眞我) 2016-10-09 05: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얼른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수마에 붙들리시길 바라나이다.

samadhi(眞我) 2016-10-09 05:04   좋아요 0 | URL
아까 여기도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더니 미쿡도 그렇군요. 바람이 너무나 씨게 불어서 현관 밖 복도 창문을 열고 얼굴에 바람을 쐬었습니다. 기분 째지게 좋더라구요. 이렇게 바람부는 뭔가 일어날 듯한 어두운 날이 좋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5: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뚜껑 열리네요. 2시일 줄 알았더니 5시였고, 5시까지 기다렸더니 느닷없이 태풍 불어서 경기 취소라니... 무지 서운하네요.. 개 데리고 산책이나 다녀와야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5:16   좋아요 0 | URL
아니, 그 녀석까지 덩달아 잠 못 자게 하는 겁니까? 아님 개들은 늘 주인의 생리대로 움직이는 건지. 개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네요. ㅋㅋ 언제든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곰발님 절친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10   좋아요 0 | URL
새벽에도 개 데리고 나가면 든든합니다. 덩치가 소만해서 사람들이 무서워합니다..
방금 갔다 왔는데 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가을이 아닌가 싶네요.

samadhi(眞我) 2016-10-09 06:21   좋아요 0 | URL
거의 한 시간을 다녀오셨네요. 그 개 한번 안아보고 싶어요. ㅋㅋㅋ 꽉 찬 느낌, 포근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윗녘이라 더 춥겠네요. 여기도 추워서 슬리퍼 신은 맨발이 시렵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가 사나워서 아마 진아 님 물거임.. ㅋㅋ

samadhi(眞我) 2016-10-09 06:28   좋아요 0 | URL
뜨허. 근데 제가 개를 안 무서워해요. 아기들이나 짐승들은 저 알아보는데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물어뜯을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6-10-09 07:03   좋아요 0 | URL
무서븐 놈이네요, 거 참. 방금 남편이랑 컵라면 먹고 남편은 식후땡 하러 갔어요. 목발 짚고. 발목 인대 끊어지면 재활 참 오래 걸리네요. 뜻하지 않게 환자, 보호자 둘이 폐인생활을 아주 길게 하고 있답니다. 둘 다 백수가 체질이라 잘 지내 탈이지만.

2016-10-09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10-09 08:1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덴마크인가? 거긴 음란물이라 부르는 영상을 보는게 불법이 아니라더군요. 그래서 성범죄가 줄었다고 해요.
그런게 차라리 나은 듯해요. 못 보게 하고 안 알려주니까 더 궁금해하고 이상하고 나쁘게 생각하지요.
그렇죠. 주고 받는 거지만 주고도 주었는지 까먹는 마음.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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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상이 있을까. 요즘같은 자본 만능 세상에서 옛 사람들이 꿈꾸었던 공산사회는 점점 더 요원해 보인다. 날마다 약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같은 약자들만이 소리 높여 함께 살자 외치니 달라질 리 없지 않은가. 같이 좀 잘 살면 안 되겠어?

 

우리 현실과 너무나 닮은 포르투갈의 사회를 그려낸 소설이다. 처음엔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의 "머리"를 "거리"로 읽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 발음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다마세누 몬테이루가 포르투갈에 있는 거리 이름이라고 한다. 외국문학이라고 하면 거의 미국이나 일본 것만 읽어대서 포르투갈의 지명이나 인명을 읽는 것이 어색하다. 그러다보니 책 속에 나온 이름들을 몇 번씩 되뇌며 읽었다.

 

고등학교 때 에스빠냐어를 배워서 스페인에 대한 갈망(?) 같은 게 있어서 언젠가 알람브라(에스빠냐어로 H는 소리가 안 나니까. 영어로는 알함브라지만.) 궁전도 가보고 해바라기 가득하다는 곳도 가 보고 싶었지만 이웃나라 포르투갈은 언어도 다르고 스페인과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인지 관심이 없었다. 포르투갈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축구선수 호날두(이 이름조차 정확한 발음인지 잘 모르겠다) 뿐이었는데 이렇게 낯선 나라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인 포르투의 이국적인 풍경을 상상해 보고 그 곳에 무척 가보고 싶어졌다. 소 내장 요리가 유명하다는데 우리 정서랑 비슷한 면도 있나 보다.

 

제목만 봤을 땐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줄 알았는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회적 처지에 대한 얘기이다. 달걀로 바위 치는 일 쯤 될 만한 일을, 그래도 옳기 때문에 하는 독특한-자라난 환경을 보면-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사람은 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주인공은 그 변호사다. 단순한 추리소설이었다면 재미있는가 아닌가만 신경 쓰고 금방 잊혀지고 말 텐데 이 소설은 잔잔한 수면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놓은 듯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부와 결탁한 공권력을 그려낸 것이 한국사회를 거울로 비춰본 듯하다. 백남기씨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권력과 싸워 한번이라도 이겨낸 경험을 지닌 사회가 성숙하고 온전한 세상이 아닐까. 끝내 지고 말더라도 우리가 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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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먼가 기똥차게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제목 읽다가 문득 영화한편 생각나는데요...
샘파킨파의 <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 인가. 하튼 그런 영화가 있었습니다...현상금 타기 위해 죽은 가르시아 목을 가방에 넣고 두목에게 가는 과정... 이 과정에서 양아치들이 현상금 노리고 그 목을 노리죠..

samadhi(眞我) 2016-10-09 05:01   좋아요 0 | URL
그 영화 재미나겠네요. 찾아봐야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5:03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컬트 영화인데..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만 재미있슴.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거든요. 파킨파 감독을워낙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ㅎㅎ

samadhi(眞我) 2016-10-09 05: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B급 영화도 즐기시는 곰발님 취향이 제게 맞을 지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9 05:12   좋아요 0 | URL
안 맞을겁니다...ㅎㅎㅎ.. 보지 마세요..

samadhi(眞我) 2016-10-09 05:14   좋아요 0 | URL
특수(?) 잔인물이 제 취향이긴 하지만. 볼 자신은 없네요^^ 참 이 소설 엄청 재미난 건 아니고 오래 남더라구요. 참 좋다는 느낌.
 
10대를 위한 빨간책 목수정 셀렉션 2
소렌 한센 외 지음, 목수정 옮김, 공현 해설 / 레디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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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거리에 나섰을 거다. 요즘은 1인 시위도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늘 가슴 속 가득 분노만 켜켜이 쌓아두고 부글부글 끓는 것을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고 3때 같은 반 친구가 내게 그랬다. 너는 어떻게 아직도 날을 세우고 사냐고. 이제 무뎌질 때도 되지 않았니? 하고. 그 친구는 자연계열 대학을 거쳐 재수해서 의대를 갔으니 지금쯤 어디선가 잘 나가는(?) 의사 노릇을 하고 있을테지. 나는 여전히 주위사람들이 못 미더워하는 찌질한 인생을 살고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고. 그래도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 위로가 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밤이 깊을 수록 별이 빛난다는 것. 그냥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꼴통 인생인 걸.

 

요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내가 자꾸만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을 통제하려 들고 이른바 잡으려(?) 드는 자신이 무섭고 한심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실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이 다 그래. 라고들 한다. 사실 조금 심한 아이들이 많긴 하다. 자율성은 좋지만 예의없는 것들은 딱 질색인데, 예의를 모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문제일 텐데, 날마다 버럭버럭버럭버럭 거리고 있다. 그러고는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그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해 스텐(트)레스 폭발 직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교사의 할 일, 10명 중 8명이 아닌 2명의 다른(제대로 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을 얘기한다. 학교와 달리(물론 사립은 비슷하겠지만) 자기가 주인인 원장이 있고, 여러가지 환경이나 여건을 조율할 수 없어서 뒤집어질 것 같은데 나더러 어쩌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머리를 쥐어 뜯어보지만 별 수가 없다. 당장 아쉬워서 버티고 있는데 그러자고 저 초롱초롱한 눈을 한 어린 생명들을 못 본 체 해야하는 것인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 어느 일터이건 노동자가 감내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고용주의 전횡(?)에 휘둘려 "예" 라고 할 수밖에 없고 더러우면 나가라는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 얘기를 하려는데 자꾸 울컥하고 마네.

 

꼰대 만큼은 되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그때 그 선생들처럼 행동하는 내 자신을 인식하고 잠시 멈추기도 한다. 애들이 "선생님, 얘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라고 하면 일단 화부터 나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세상 이라고 했잖아요! 이르는 짓. 하지 말라고. 어른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아이들이 배우기 쉬운 못 된 것부터 익히나 보다. 이 책에서 교사가 부당한 행동을 할 때,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70년대 유럽에서 금서가 되었다고 하니, 보수의 정점에 서 있는(?) 학교에서 난리가 났던게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솔직하게 까발려보자고. 뭐 이런 얘기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란 말이야.

 

옹알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말을 전혀 하지 못 하는 아기들을 볼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면서 단지"미숙" 이라는 인간의 발달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고 능청을 떠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은 것 뿐인데. 자, 기억해 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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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꼰대가 되지 않으면 살기 힘든 구조를 꼰대가 만들어놯죠..
봐봐 너희들도 꼰대면서 꼰대 욕하니, 이런 구조를 꼰대가 만들어버린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samadhi(眞我) 2016-07-15 10:37   좋아요 0 | URL
끔찍하네요. 꼰대의 재생산. 학원을 박차고 나가라! 고 소리치고 싶지만. 악덕고용주에게 죽도록 당한 남편이 곧 실직자가 될 거라, 아이들을 볼모(?)로 얼마동안은 꼰대짓을 해야한다는 것이 서글프네요.

소망 2016-09-2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생으로서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꼰대를 만들면서 선생님들은 정말 학생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닌가 한 번 더 느꼈습니다.
그야말로 교사(분)들을 샅샅히 파헤치고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도 않던 것을 이 책에서 모두 알려줍니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면서 어른들도, 특히 10대는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역가의 부연 설명으로 냉철하게 학교를 바라본 책인 것 같네요.

samadhi(眞我) 2016-09-23 17:45   좋아요 0 | URL
지하철 가는 길에 만난 대학생에게도 권해주었습니다. 지하철역 가는 길이 유난히 길어서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얘기까지 하고 그 학생이 청소년복지쪽 일을 하고 싶대서 이 책 얘기도 들려주었지요.
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니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