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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그런 세상이 있을까. 요즘같은 자본 만능 세상에서 옛 사람들이 꿈꾸었던 공산사회는 점점 더 요원해 보인다. 날마다 약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같은 약자들만이 소리 높여 함께 살자 외치니 달라질 리 없지 않은가. 같이 좀 잘 살면 안 되겠어?
우리 현실과 너무나 닮은 포르투갈의 사회를 그려낸 소설이다. 처음엔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의 "머리"를 "거리"로 읽었다. 익숙지 않은 외국어 발음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다마세누 몬테이루가 포르투갈에 있는 거리 이름이라고 한다. 외국문학이라고 하면 거의 미국이나 일본 것만 읽어대서 포르투갈의 지명이나 인명을 읽는 것이 어색하다. 그러다보니 책 속에 나온 이름들을 몇 번씩 되뇌며 읽었다.
고등학교 때 에스빠냐어를 배워서 스페인에 대한 갈망(?) 같은 게 있어서 언젠가 알람브라(에스빠냐어로 H는 소리가 안 나니까. 영어로는 알함브라지만.) 궁전도 가보고 해바라기 가득하다는 곳도 가 보고 싶었지만 이웃나라 포르투갈은 언어도 다르고 스페인과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인지 관심이 없었다. 포르투갈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축구선수 호날두(이 이름조차 정확한 발음인지 잘 모르겠다) 뿐이었는데 이렇게 낯선 나라의 소설은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인 포르투의 이국적인 풍경을 상상해 보고 그 곳에 무척 가보고 싶어졌다. 소 내장 요리가 유명하다는데 우리 정서랑 비슷한 면도 있나 보다.
제목만 봤을 땐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줄 알았는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회적 처지에 대한 얘기이다. 달걀로 바위 치는 일 쯤 될 만한 일을, 그래도 옳기 때문에 하는 독특한-자라난 환경을 보면-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사람은 그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주인공은 그 변호사다. 단순한 추리소설이었다면 재미있는가 아닌가만 신경 쓰고 금방 잊혀지고 말 텐데 이 소설은 잔잔한 수면에 돌멩이 하나를 던져놓은 듯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부와 결탁한 공권력을 그려낸 것이 한국사회를 거울로 비춰본 듯하다. 백남기씨 사건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권력과 싸워 한번이라도 이겨낸 경험을 지닌 사회가 성숙하고 온전한 세상이 아닐까. 끝내 지고 말더라도 우리가 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