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편 스콜라 어린이문고 36
사토 마도카 지음,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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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은 초등학교 4학년.

우리나라 배경으로 바뀌었지만, 특유의 일본 이야기의 분위기가 번역 뒤편에서 느껴진다. 덕택의 이야기의 고조가 확 와 닿지는 않는다. 일본 이야기들이 그렇잖은가. 뭔가 느릿느릿 움찔움찔 여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듯한. 이 이야기도 그렇게 흘러간다. 그러나 의미는 명쾌하다.

일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들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둘 사이에 낀 어린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시니컬하게 보이지만, 실은 또 다른 의미의 ’호수’인 ‘희지’.

아닌 것을 아닌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기 시작하면, 계속 멈춰야 한다. 그리고 멈추어 선 이들은, 다시 말하는 것이 괜시리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머뭇거리곤 한다. 결국 폐를 당하는 것은 이들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곤 한다.

그러나, 위축된 것을 푸는 것도 순식간이다. 다만 용기가 필요할 뿐. 그리고 용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용기란 죽을 만큼 무서울 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항상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뒤늦은 용기를 결심하며 실행하는 것보다, 자신을 조금 더 아끼고 배려하는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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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
브렌던 오도너휴 지음, 허성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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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를 두고, 그 속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적 사유거리를 찾아 철학 이론과 철학자들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다만,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유거리들이, 철학 개론을 다루는 책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것과는 궤가 조금 다르다. 예컨대, 여성주의 ,자연주의, 채식주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노멀한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의 머리와 입에 회자되는 것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독서로 어올릴 듯 하다. 옛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으나, 모리아티라는 철학자에 깊이 의지한 듯 보인다. 그리고 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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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차일드 - 제1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4
이재문 지음, 김지인 그림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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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은 6학년.

많은 어린이 이야기책이 그렇지만, 이 책 또한 주요한 설정에 기대어 서사가 끌려가는 모양새이다. 인물의 변화는 너무 가파르고 인물 주변은 너무 적대적이며, 인물 간의 관계는 정형화되어 있는데다가, 변화 또한 없다.

설정의 짜임도 얼기설기 성근 탓에, 교조적인 모양새로 결말을 맺는다. 그래서, 오하늬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인가. 심지어는 부모마저도 적대적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배경 속에서, 스스로 각성한 슈퍼영웅일까? 그렇게 개인의 각성에 문제를 맡기더라도, 결국 사회가 개인을, 혹은 개인의 정체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이라면,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 봐야 뭐 하겠는가. 결국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괴물’들은 여전히 배척당하며 살아갈텐데.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산들이에게 하늬가 ‘나도 했으니까, 날 믿고 너도 해 봐.’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짜리에게, 명목은 초등학교 6학년 짜리의 격려이지만, 이는 어른의 화법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화법은 어른이 어린이에게 자행하는 강제 중 주요한 하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서사에 환타지가 잘못 들러붙으면 그저 독특한 모양새만 이미지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환타지가 가진 무한한 백지의 매력 때문에 많은 (습)작가들이 이를 부여잡고 놓질 못한다. 그러나,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서사이다. 그것이 없다면, 이야기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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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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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은 중학교 1학년.

책이 굉장히 재미있음을 첫머리에 밝혀야겠다. 정말 순식간에 책이 읽힌다. 아마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일개 독자가 내심 바라고 생각하는 공동체의 이상향이 어느 정도 구현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그 뒷면에 이 소설의 아쉬운 점이 있다. 오수림의 나머지 식구들, 그들이 살아가는(던) 원더 그랜디움애도 그런 이상향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이런 방식의 이분법적 구분은 별로 썩 좋진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옛 글이다. 이 책에서 변하는 인물은 오수림 엄마, 그 마저도 실은 모호하다. 모두가 착하게 살았더래요. 모두가 반듯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오수림의 편이래요. 따라서 소설은 재미있지만, 그 이상은 없다.

이야기가 가져야하는 미덕은 무엇일까.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진기행을 읽던 때가 생각난다. 윤희중은 무진으로 향하며, 다시 돌아옴을 선택하며 어떤 내심을 가졌을까. 왜 기껏 무진으로 향했으면서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나는. 나의. 나에게.

한 편의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읽었고, 일개 독자도 순례씨와 거북 마을 사람들의 그런 삶의 태도가 너무나도 좋지만, 한 편 오히려 의문이 생긴다. 오수림의 다른 가족은, 왜 이렇게 희화화되는가. 이것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염두에 두었는가. 그것을 알 도리가 없는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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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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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첫 순간.

엄마가 힐끔힐끔 순례씨를 봤다. 엄마는 길에서 뭘 먹는 걸 싫어한다. 비위생적이라고. 집에 가면 순례 씨가 비위생적이라고 흉을 볼 일이 남아 있을 것 같았는데…… 엄마가 장바구니를 나에게 넘겼다. 콘을 까서 입에 넣었다.
"맛있지? 맛있지?"
순례 씨가 물었다.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입술에 아이스크림을 묻혀가며 맛있게 먹었다.
‘헐.‘
나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혼자 들고, 엄마와 순례 씨를 따라갔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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