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놀랐다. 이 문장 뒤에,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주된 흐름인 사회라면, 결국 전체주의적 정치체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

인용 문장으로 끝이라면... 물론 저자는 책 속 다른 목소리를 통해 충분히 공동체적 가치관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민주적 가치를 드러내는 문장을 포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란스런 자율성’은 민주적 가치의 핵심요소이며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어느 순간 균형을 잃고 통제 불능에 빠졌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사회에는 언제나 소란스러운 자율성보다 질서정연한 침묵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죠.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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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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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빌 브라이슨의 [바디 ::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우리나라에도워낙 유명한 책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였습니다. 물리학부터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관련한 전 영역을 아우르며 종횡무진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그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는 것이었으며, 책을 쓴 이가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빌 브라이슨은, 기자 출신의 전업 작가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지식 소매상’의 칭호에 걸맞는 작가입니다. 즉, 과학자가 아니면서도, 과학적 현상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직접 발품팔아가면서 취재(혹은 공부?)하여 쓴 책이 바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아주 전문적인 영역까지 서술하는 책은 아니지만, 교양 과학 서적으로는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빌 브라이슨이 [바디]라는 제목으로 우리 몸과 관련한 이야기를 줄줄 써 내려갔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큰 줄기를 주욱 따라가다가 잠시 잠깐 곁길로 새는 그 이야기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디]에서는 주로 의사들 이야기가 그 역할을 합니다. 저자가 쓴 다른 책인 [여름, 1927, 미국]의 경우에는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사건을 중심으로 1927년 미국에서의 여름을 종횡무진하며 이야기를 옮겨 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또한 재미있고 즐거운 미국 여행이 되어 주었는데, [바디]의 경우에는 큰 줄기에서 아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의학적 업적을 남긴 유명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함으로써 독자의 긴장감을 적절히 유지시켜주고 있습니다.

만약 몸에 대한 이런저런 발견 또는 이론들만 줄줄이 썼다면 주제에 대한 밀도는 높아졌을지언정 이야기를 읽는 독자층은 한정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책은 적절한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그 인물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지시켜줍니다. 독자는, 의학 관련 종사자로써의 소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알고 있으면 좋은 상식이 필요한 사람일테니까요.

따라서 책은 아주 자세하진 않습니다. 적절한 수준까지 다루면서, 우리 몸에 대하여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할만한 소재를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넓지만 깊지는 않은.


그렇다고 그저 겉핥기 식의 몸 책은 아닙니다. 저널리스트답게 논란이 되는 지점에서는 그 논란을 비켜가지는 않습니다. 과잉 진료나 통계 상의 문제점들, 의학계의 해묵은 여러 논란들을 일반 독자의 수준에서 다루면서 저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습니다.

물론, 관련 종사자들은 그런 저자의 이야기들을 편항되었다, 이면을 보지 못한 표면적인 이야기이다, 로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더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필요로 하는 독자를 위한 책이아닙니다. 사실,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더 넓게 통찰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전문가라는 말 자체가, 자신의 분야만을 그저 들여다볼만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될테니까요. 이 책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의 겉과 속을 모두 다루려고 노력하는 책입니다. 그러니 그를 고려해서 읽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요즘 이상하게 독서가 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몰입해서 쭈욱 읽은 책입니다. 몸 이야기여서 가깝기도 하고,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것들도 (저자의 수준에서) 알게 된 부분도 있고, 더하여, 꾸준하게 운동을 - 걷기라도 -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내 몸을 나 스스로 조금 더 사랑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내 몸에 대한 이야기로 한 번 쯤 읽어볼만한, 흥미롭고 유쾌한 독서가 되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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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6학년쯤 되면, 이제 제 일은 제 스스로 해야지, 하면서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경우가 아주 그냥 비일비재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끊임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간을 향유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뇌는 완전히 형성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십대 청소년의 뇌 회로는 약 80퍼센트만 완성된 상태이다. (십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에게는 그리 놀랄 내용이 아닐 것이다.) 비록 뇌의 성장이 주로 생후 첫 2년 동안에 이루어지고 10세 무렵이면 95퍼센트까지 완료되지만, 시냅스의 배선은 20대 중반이나 후반이 되어서야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는 청소년기가 사실상 성년까지도 꽤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 기간에 청소년은 더 나이든 이들보다 더 충동적이고 덜 심사숙고한 행동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하며, 또 알코올의 효과에 더 민감할 것이다. 신경학 교수인 프랜시스 E. 젠슨은 2008년 「하버드 매거진(Harvard Magazine)」에 이렇게말했다. "십대의 뇌는 그저 조금 덜 성숙한 어른의 뇌가 아니다." 그보다는 전혀 다른 종류의 뇌이다. (9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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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간과 살면서 느끼는 시간 사이의 관계는 모래시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미래의 시간은 흘러내리면서 점점 짧아진다. 과거의 시간은 점점 불어나고 쌓인다. 미래는 비단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셀 수 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듯하다. 현재에서 실현되어 과거로 바뀌는 개별적인 미래의 시간 속에 많은 것들이 제외된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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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이상은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가다듬어진다. 프랑스 같은 나라가 백 년 가까이 가져왔던 민주주의의 실현. 1980년의 아픔과 1987년의 저항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민주주의가 실은, 그저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절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나면서부터 시민이 될 수는 없다. 시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시민은 ‘형성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돌과 화염병으로 민주주의를 일구어 냈던 사람들조차 저절로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꾸고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시민이 되지 못했음을 우리는 지난 몇십 년 동안 너무도 생생하게 확인해 왔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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