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가족
근대사의 아버지 부재 현상
일본의 양처현모 -> 한국의 현모양처
잡초처럼 강한 한국 여성
쭉쭉 잘 읽힌다.

2장 한국의 가부장제에 관한 해석적 분석: 생활 세계를 중심으로

즉 남성들은 생물학적으로 ‘강한 성 stronger sex‘ 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정적으로 주변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가정 외적 활동을 창조. 확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가정/공공 영역의 분리와 체계적 성 역할 분업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성들은 출산과 수유의 임무를지지 않고 여성처럼 인내를 요구하고 감정에 이끌리는 ‘관계‘에 고착되지 않으므로 가정을 벗어난 영역에서의 활동에 몰두하게 되었으며이러한 활동이 소위 공적 조직으로 발전되어 남성 지배 체제의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Sandy, 1974: Ortner, 1974: Meillassoux, 1981). - P65

그러나 뱀버거Bamberger (1974)는 이런 유의 신화가 실은 남성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이데올로기였지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밝혀내고, 모권제 사회가 지구상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모권제설은흥미롭게도 모권제의 존재 가능성을 믿고 싶어하는 현대의 일부 급진적 여성 해방 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부권제로의 이행이 발전적 진행임을 주장하고자 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 내지 단선적 진화론자들에 의해 주창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P66

인류 역사가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의 역사로, 또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피지배의 역사로 전개되어온 것과 공공/가정 영역의 분리 및 공적 영역의 확대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 평등을 위한 대중적 사회 운동이 인류 사상 가장 공적 영역이확장된 산업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이 점은 새롭게 확인되며, 동시에 대립과 모순이 극대화된 상황에서만 새로운변혁이 가능하다는 역사적 법칙을 재확인하게 된다. - P68

실제로는 조선조 초기의 지배층 남성들의 기득권 투쟁의 와중에서 강조되었다. 물론 한 남성에대한 여성의 충절을 따지는 문화적 요인이 잠재해 있었을 것이나 1474년 경국대전에서 관직 등용에 있어 재혼 여성의 아들에 대한 차별을 법제화한 것은 관직 싸움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가문이 중시되는 사회로 갈수록 강화되며, 지방에서도 이는 똑같은 형태로 향권의 장악 내지 신분 상승을 위해서 이용된다. 구체적으로 특권층에게는 유교적 윤리 실천에 있어 그 집안에 실추자가 한 명이라도 생긴다는 것은 커다란 약점이 되므로 집안 부녀자의 행실을 극도로 통제하게 된다. 몰락 양반층에서는 열녀가 난다는것이 영락한 가문을 일으키는 길이 되기도 하였고, 양민층에서는 요역을 면제받는 혜택을, 천민층에서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열녀의 행태는 더욱 과격해지고 남편이 죽으면자살을 하거나 외방 남자에게 손을 잡혔다고 투신 자살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여성으로 하여금 살신케 하는 정절 이데올로기는 한편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지표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당시의여성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였음을 일러준다. "아들을 낳으면 충신, 딸을 낳으면 열녀"라는 속어에서 여성이 열녀가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크게 칭송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학자인 이수광이 수절을 "중화의 풍속이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미속" (이옥경, 1985: 49~51 재인용)으로 손꼽았다는 사실에서 조선조의 여성들이당시 중국의 여성들보다 유교적 정절 윤리에 투철하였음을 알게 된다. - P85

이런 점에서 여성들의 삶은 자신의 신분과 혈통 집단내의 위치가탄생과 더불어 이미 상당히 결정되어버리는 남성들의 귀속적 특성의삶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울프(1972)는 이러한 현상을 남성적 삶의 연속성과 여성적 삶의 단절성이란 점에 주목하여 풀이하였다. 우선 남성은 자신이 태어난 가족에서 자라고 활동하다 죽으며 죽은 후에도 그 집안의 조상이 되어 제사를 받게 된다. 그는 항상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친숙한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고 그 영구적인 집단내에서 보호를 받고 살아간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줄 사람이 늘 가까이 있으며 자신이 보지는 못했으나 피를 나누어준 조상들의 은덕 속에 안주한다. 반면 여성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집을결혼과 함께 떠나야 한다. 그는 자신을 이해하거나 감싸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시집에 들어가서 사는 단절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는오해와 불신 속에 불안정한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적 조건 때문에 심리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일찍 독립적이며 강해지고 성취 지향적으로된다. 조선조 가부장제가 지닌 또 다른 특성, 즉 극단적 명분 위주의남성적 삶을 보완해야 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더욱 진취적이며 성취적 기질을 살려왔을 가능성은 쉽게 유추할 수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은 자궁 가족을 통하여 딸들에게 이어지며, 여성을 심리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온 것이다. - P93

친정에의 효심 외에 바리공주의 비극이 여성들에게 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고난을 극복하고 모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영웅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행복하게 끝난다. 심청전이나 춘향전, 그외 궁상굿, 도량선비 이야기 등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끝없는 고행을 견디어 영광을 차지하게 되는 포용력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이 모습은 ‘잠자는 공주‘의 수동성이나 ‘베아트리체‘의 순수함 등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은 강하며 끝내 승리한다는 주제가 일관되게 나타날 뿐이다. - P97

궁극적으로 혈통을 극도로 중시한 당시의 체제에서는 대가족내의 연장자이자 혈통 계승자의 어머니로서 여성의 지위와 활동에 상당한권한을 부여한 셈이며 여성들은 이 여자를 십분 활용하여 가부장제의 유지를 적극적으로 도와왔던 것이다. 여성이 인격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로서만 인정되었다는 점과 여성 자신들이 조선 중기 이후의 붕괴하여가는 체제를 강한 생활력으로 보완하며 적극적인 지탱자가 되어왔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가부장제의 현대적 변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 P100

문학평론가 최원식 (1987)은 근대사를 통해 소설가들이 아버지를 별로 다루고 있지 않으며 이광수. 염상섭 등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다수가 일종의 고아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버지‘ 부재의 현상을 분석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새로운 역사는 근대사의 격동 속에서 실종된 아버지, 즉 숨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 세대의 실패를 엄정하게 보고 극복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의 아버지의 부재는 실상 적극적인 여성들의 활약에 의하여 메워져왔으며, 부재한 남편의 자리를남겨두고 그의 실추된 권위를 세워주는 일이 여성 역할의 주요한 부분이 되어왔던 것이다. 남성의 ‘일시적인‘ 부재로 가족적 삶이 흔들릴 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가족의 주인공이 된 여성들은 더욱 가부장적 명분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없어도 굳건하게 부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경우 아버지라는 실제 인물이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상당히 모호한위치를 가진 가족 구성원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선 시대의 남성 지배가 실제적인 역할에 의하여 뒷받침되었다기보다는 상당히 이데올로기적 차원의 현상이었음을 앞에서 밝혔지만 그나마 그시대의 남성들은 글을 읽는 선비라든가 문중의 성원으로서, 또는 제사를 모시는 제관으로서 확고한 지위와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역할에 의해서보다는 순수한 정체성의 차원에서 강조된 혼란기의 남성 우월주의는 그 전시대의 것과 구별이 되어야 할 것이다. - P104

당시 여성 교육계는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주입한 현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계통의 학교는 기독교적인 시민을기를 것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나, 개화열에 자극을 받아 설립된 사설 여학교들의 교육 방침을 보면, 숙명여학교(1906년 설립)는 "인격 양성에 심심한 주의를 기울여 특히 여자에게 필요한 순결 · 동정 · 청결관 등의 제덕을 함양하고 실질을 존중하고 근로를 사랑하며 정숙한 품성을 힘써 기르고[・・・・・・] 기예의 숙달을 꾀하고건강의 유지·증진을 도모하여서 심신의 원만한 발달을 기하여 현사회에 적응하는 부인의 양성에 힘씀으로써 순량한 교풍의 등장에노력한다"고 하였다. 동덕여학교(1908년 설립) 역시 "여자 교육은 어디까지나 여자를 만드는 교육이요, 그것이 가정을 만들고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손인수, 1977: 253에서 재인용). 관립 - P112

학교 역시 여성 교육의 목표를 "부덕의 함양과 솔선수범"에 두어 당시 여학교의 상당수가 자립적인 인간 교육이기보다는 가정인으로서의 여성 사회화에 주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즉, 집안 전체가 기독교로 개종을 하거나 독립 운동에 뛰어드는 등, 혁신적인 환경 변화가 없는 한 당시의 근대적 교육만으로는 여성의 주체적 의식 개발과활동은 기대가 어려웠으며 일반적으로 신여성의 목표는 현모양처가되는 데 머물렀다 하겠다. - P113

이러한 혼란기를 통하여 남성에 대한 여성의 실제적 기대치는 더욱 낮아졌다. 피난살이에서는 남성은 성적 상대 이상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은 그것으로 족했다(김주연, 1985:180~83). 살아 있어만 주면 족한 존재였던 것이다. 박완서 소설에 나타나는 "배경 어딘가에 비껴서 있는 듯한 남편상" (박완서, 1985), 또는 김원일의 가족소설 (1985)의 여주인공들은 여전히 당시의 가족에서 어머니가 중요했던 반면 아버지가 부재하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이후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지속된다. 한층 높은 생활층을 향해 돌진해가는 가족의 중심 인물로서 여성들은자신의 가족이 남의 가족에 뒤떨어질세라 그들이 길러온 저력을 한껏 발휘해갔던 것이다. 여성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남편을출세시키고 자녀를 ‘일류 학교‘에 입학시키며 집을 마련하고 재산을늘려왔다. 이러한 여성의 지위 재생산적 활동은 후발 공업국에서대체적으로 나타나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확실히 구분이 되어있지 않은 사회 구조적 여건에서 자극되어온 활동 영역이다 (Papanek, 1985). 특히 한국의 여성이 어느 나라 여성 못지않게 이에 전력 투구해온 것은 전통적인 부덕을 내면화시킨 가족의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수행의 지속성의 면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 당시의 가족은 태너(Tanner, 1974: 131~32)가 정의한 대로 "어머니가 제도적·구조적·정서적으로 중심이 되는" 모중심 matrifocal 가족으로 내외 구분이 엄격했던 전시대의 ‘자궁 가족‘ 적 형태나, 이후에 대두되는 정서적 역할에 치중하는 ‘엄마주의 momism‘ 가족의 행태와는 현격히 구분된다. - P115

부부간의 상호 보완적 역할 분담과 결혼으로 완결되는 낭만적 사랑에의 기대는 이성간의 매력에 대해 개인적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에 따라 남녀의 태도 및 외모상의 차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다. 현대적 성 역할 분업에 맞추어, 즉 경쟁적인 일터에서 일을 해야하는 남성은 그러한 일에 맞는 성품을 갖추어야 했고, 따라서 남성은그 기질이 "지배적이고 강하며 박력있고 이지적이어야 한다는 가치규정적인 제한을 받게 된다. 반면에 보조적이고 정서적인 역할을 주로 수행할 여성은 ‘여성적‘ 이어야 하는데, ‘여성성‘에 관한 규정 역시 그러한 역할에 맞도록 "유순하고 연약하며 민감하고 감성적인 것으로 내려졌다. 매력적 인간이란 자신의 성에 규정된 대로의 특성을많이 가진 사람이며, 이에 따라 남성의 ‘남성다움‘ 여성의 ‘여성다움‘의 정도가 개인의 정체성 확립의 본질적인 내용처럼 간주되었다. 이러한 성에 따른 차이에 대한 전제는 행위자들에 의해 자연적 사실내지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여져서 기존의 성 역할 분업을 유지시키는 핵심적 기제가 된다(정대현, 1985). 실제로 조선조를 포함한 다수의 비산업 사회에서는 남성·여성의 기질적 구분은 별로 중요하지않았으며, 그러한 사회에서 남성의 지배는 특권에 대한 접근의 면에서 이념적·제도적으로 규정되어왔을 뿐인 데 반해 산업 사회는 전혀 다른 보다 포괄적 지배 기제를 발전시킨 것이다(미드, 1935). - P119

이러한 역사적 및 이론적 전망에서 볼 때 한국 사회에서의 가부장제 극복의 과제가 무엇인지는 매우 분명해진다. 첫째는 조선 시대로부터 사회 구성의 이념적 기본이 되어온 엄격한 공공/가정 그리고공/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런 인식을 토대로 형성되고 재형성되어온 사회적 관계 구조, 특히 성과 부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산업 자본주의적 여성 통제의 기제즉, 미시적으로는 낭만적 사랑에 근거한 핵가족 이데올로기와 거시적으로는 국가 및 기업 등 조직의 확대에 따라 더욱 강화되는 인간의도구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문제가 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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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숲의 수호신
4막 희곡
성숙한 극작가 체호프의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 화장기 없는 초창기 체호프를 볼수 있는 희곡이 <숲의 수호신>이다. 낭만성과 사실주의, 이상과 현실, 소설과 드라마의 요소가 상호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희곡이다. 죽을 때까지도 출간이나 공연을 고려하지 않았던 극작가의 완강한 태도가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입장을 웅변한다. 그럼에도 훗날 <바냐 외삼촌>의 골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작품이다. - P275

흐루쇼프 필요해서 벌목하는 건 가능하지만, 숲을 파괴하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모든 러시아의 숲은 도끼에 찢겨져나가고, 엄청난 수의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길짐승과 날짐승의 보금자리는 황폐화되고, 하천은 얕게 말라가고 있으며 기막힌 풍경은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게으른 인간이몸을 숙여 땅에서 땔감을 주워 올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보여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난로에 태워버리고, 창조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분별한 야만인이나 하는짓이에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증가시키려고 인간은 이성과창조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창조가 아니라, 파괴만 일삼아 왔습니다. 숲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강은 말라가고,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기후는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래서대지는 나날이 점점 더 빈곤하고 추해지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은 나를 빈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은 낡고시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벌목으로부터 내가 구한 농부들의 숲을 지나갈 때나, 혹은 내 두 손으로 심은 어린 숲이 내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후도 어느 정도 내 수중에있으며, 만일 천년 뒤의 인간이 행복해진다면, 나도 거기에 다소기여할 것이란 사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자작나무를 심고, 나중에 그것이 푸르러져서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볼 때면, 하느님이 유기체를 창조하시는 걸 내가 돕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으로 영혼이 충만해지곤 합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 (말을 가로채면서) 숲의 수호신, 자네의 건강을 위해! - P297

보이니쓰키 이제 비가 지나가면 자연의 모든 것은 원기를 되찾고 가볍게 숨을 쉴 테죠. 오직 나만 우레 비로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내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낮이고 밤이고 간에 집 귀신처럼 나를 질식시키고 있어요. 과거는 없다. 그것은 하잘것없는 것들에 어리석게 소모되었고, 현재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무시무시합니다. 바로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사랑입니다. 그것들을 어디로 보내야 합니까? 그것들을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멍으로 떨어진 햇살처럼 나의 감정은 헛되이 죽어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당신이 사랑을 말하시면 난 어쩐지 둔해져서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안합니다만, 당신에게 드릴말씀이 없네요. (가려고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 P313

흐루쇼프 (얼굴을 붉히고서) 모든 이의 대부님! 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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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무적인 반응 운운하면서 그녀가 자기 속마음을 안다고, 그의 관심을 받아들이고 (한마디로) 결혼할 뜻이 있다고 생각했다니! 가문에서나 정신에서 그녀와 대등하다고 생각했다니! 그녀의 친구를 얕잡아 보고,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경우에는 소소한 차이에도 그렇게 훤하면서 자기보다 높은 신분의경우에는 분수도 모르고 그녀를 넘봐 놓고 주제넘은 짓이라 생각도 안 드는 지경이라니! 정말 언짢았다.
재능과 정신의 품격에서 자기가 그녀보다 엄청나게 열등한 것을 깨닫기를 그에게 기대한다면 아마도 부당한 처사일 것이다. 바로 대등하지 않다 보니까 차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재산과 지위에서만큼은 그녀가 훨씬 월등함을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은가. 우드하우스 집안은 유서 깊은 가문의 방계로 여러 세대에 걸쳐 하트필드에 거주해 왔다는 사실, 이에 비해 엘튼 집안은 그 존재가 없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야 했다. 하트필드 소유의 토지는 나머지 하이베리 전부가 속한 돈웰애비의 부동산에 대면 한 모퉁이에 불과할 만큼 얼마 안 됐지만, 토지 이외 자산에서 나오는 재산은 상당해서 다른 모든 중요한 점에서는 돈웰애비에 처진다고 하면 섭섭할 정도였다. 우드하우스 집안은 오래전부터 이웃들의 높은 평판을 얻었지만, 엘튼 씨가 여기 온 지는 불과 이태도 되지않았다. - P200

최초의 잘못이자 최악의 잘못은 바로 그녀 자신의 몫이었다. 애당초 멀쩡한 두 사람을 엮어 주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어리석고 잘못된 일이었다. 그것은 너무 무모한 처사, 지나친 참견이고, 심각하게 대해야 할 일을 가볍게 여기고 담박해야 마땅한 일을 잔꾀로 어찌해 보려 한 처사였다. 그녀는 근심과 부끄러움에 휩싸이며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실제로 내가 자꾸 뭐라고 하는 바람에 불쌍한 해리엇이 이 남자한테 마음을 많이 주게 된 거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나만 아니었으면 그 사람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지도 몰라. 그리고 상대방도 마음이 있다고 내가 장담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두고 희망을 품는 일은 분명 없었을 거야. 내가 생각한 것과 달리 소박하고 겸손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애니까 말이야.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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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런 생각이 불현듯 스치던데, 에마. 그리고 처제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 이제는 한 번쯤 고려해 보는편이 좋을 거야."
"엘튼 씨가 저를 사랑한다고요! 말도 안 돼요!"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그렇지만 그런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고 그에 따라 처신을 해야 할 듯한데. 처제의 태도가 그 사람한테는 고무적으로 여겨질 거야. 친구로서 하는 말이야, 에마. 한번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의 행동과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완전히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엘튼 씨와 저는 아주 좋은 친구 사이고 그 이상은 아니에요." 그러고는 계속 걸어갔는데,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아는 탓에 빚어지는 착각과 판단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늘저지르게 마련인 엉뚱한 실수를 생각하니 우습기도 했고, 자기를 눈이 멀어 아무것도 몰라서 조언이 필요한 사람처럼 치부하는 형부한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은 말이 없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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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녀는 소리쳤다. "그 사람, 어찌되든 일단 한번 찔러는 보자고 작심했나 보군. 할 수만 있다면 결혼으로 격을 높여 볼 작정인 게야."
"편지 읽어 보실래요?" 해리엇이 소리쳤다. "그러세요. 아가씨도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에마는 불감청고소원이었다. 편지를 읽으며 그녀는 놀랐다. 편지의 문체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문법적 오류가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그만한 문장이라면 신사라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을 정도였다. 언어는 소박하긴 하지만 탄탄하고 가식이 없고, 거기 담긴 감정도 글쓴이의 품격을 말해 주기에 충분했다. 짧은 편지지만, 양식과 따뜻한 애정과 너그러운 마음씨와 반듯한 예의와 심지어는 섬세한 감정까지 담겨있었다. 에마가 편지를 앞에 놓고 잠시 침묵하는 사이 해리엇은 옆에 지키고 서서 "저, 저." 해 대며 에마의 의견을 조바심치며 기다리다가 결국은 "그만하면 잘 쓴 건가요? 아님 너무 짧은가요?" 하는 말을 덧붙이고 말았다. - P76

그때는 우월감 따위는 전혀 없었소. 이제 우월감이 생겼다면, 당신이 만들어준 거요. 당신은 해리엇 스미스에게 전혀 친구가 아니었소,
에마. 로버트 마틴은 그 아가씨가 자기한테 마음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절대 그렇게까지 나가지는 않았을 거요. 내가그 사람을 잘 알아요. 정말 진솔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이기적인 열정만 믿고 여자한테 청혼할 남자가 아니오. 그리고 자만심이라면, 내가 아는 어떤 남자보다도 거리가 멀어요. 상대도 고무적으로 나온 것이 틀림없소."
에마로서는 이런 주장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 편이 가장 편했고, 그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다시 내세우는 쪽을 택했다. - P95

에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렇지도 않고 평온한 척하려 했지만, 사실은 마음이 정말로 불편해져 그가 어서가 주기를 무척 바랐다. 그녀는 자기가 한 일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여성의 권리와 세련된 매너라는 문제에선 자기의 판단이 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그렇지만 또 그의 판단 - P98

력 일반에 대한 존중심이 습관처럼 되어 있는 터에 이렇게 대놓고 질책을 받기는 싫었다. 화가 난 그를 마주보고 앉아 있는것도 매우 불편했다. 이렇게 불쾌한 침묵 속에 몇 분이 흘렀다. 단 한 번 에마 편에서 날씨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는 생각에 골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마침내 이런 말로 나타났다.
"로버트 마틴은 잃은 것이 크게 없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말이오. 그리고 머지않아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 해리엇에 대해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혼자 아는 게 좋겠지. 그렇지만 당신이 인연을 맺어 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당신도 공공연히 인정하는 바이니까, 당신한테 어떤 생각과 계획, 전망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고. 친구로서 하나만 귀띔해 주겠는데, 만일 염두에 둔 상대가 엘튼이라면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 거요."
에마는 웃으며 부인했다. 그가 계속 말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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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1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감청고소원이었다.... 번역이 참 예스럽네요. 영국 소설에 저런 한자성어라니... @_@

햇살과함께 2024-07-11 22:52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저도 이 생뚱맞음은 뭐지 하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