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숲의 수호신
4막 희곡
성숙한 극작가 체호프의 면모가 드러나지 않는, 화장기 없는 초창기 체호프를 볼수 있는 희곡이 <숲의 수호신>이다. 낭만성과 사실주의, 이상과 현실, 소설과 드라마의 요소가 상호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는 희곡이다. 죽을 때까지도 출간이나 공연을 고려하지 않았던 극작가의 완강한 태도가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입장을 웅변한다. 그럼에도 훗날 <바냐 외삼촌>의 골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작품이다. - P275

흐루쇼프 필요해서 벌목하는 건 가능하지만, 숲을 파괴하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모든 러시아의 숲은 도끼에 찢겨져나가고, 엄청난 수의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길짐승과 날짐승의 보금자리는 황폐화되고, 하천은 얕게 말라가고 있으며 기막힌 풍경은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게으른 인간이몸을 숙여 땅에서 땔감을 주워 올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보여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 난로에 태워버리고, 창조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분별한 야만인이나 하는짓이에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증가시키려고 인간은 이성과창조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창조가 아니라, 파괴만 일삼아 왔습니다. 숲은 점점 더 줄어들고, 강은 말라가고,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기후는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래서대지는 나날이 점점 더 빈곤하고 추해지고 있는 겁니다. 당신들은 나를 빈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은 낡고시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벌목으로부터 내가 구한 농부들의 숲을 지나갈 때나, 혹은 내 두 손으로 심은 어린 숲이 내는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기후도 어느 정도 내 수중에있으며, 만일 천년 뒤의 인간이 행복해진다면, 나도 거기에 다소기여할 것이란 사실을 의식하게 됩니다. 자작나무를 심고, 나중에 그것이 푸르러져서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볼 때면, 하느님이 유기체를 창조하시는 걸 내가 돕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으로 영혼이 충만해지곤 합니다.
표도르 이바노비치 (말을 가로채면서) 숲의 수호신, 자네의 건강을 위해! - P297

보이니쓰키 이제 비가 지나가면 자연의 모든 것은 원기를 되찾고 가볍게 숨을 쉴 테죠. 오직 나만 우레 비로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합니다. 내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낮이고 밤이고 간에 집 귀신처럼 나를 질식시키고 있어요. 과거는 없다. 그것은 하잘것없는 것들에 어리석게 소모되었고, 현재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무시무시합니다. 바로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사랑입니다. 그것들을 어디로 보내야 합니까? 그것들을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멍으로 떨어진 햇살처럼 나의 감정은 헛되이 죽어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당신이 사랑을 말하시면 난 어쩐지 둔해져서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안합니다만, 당신에게 드릴말씀이 없네요. (가려고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 P313

흐루쇼프 (얼굴을 붉히고서) 모든 이의 대부님! 이 세상에는 선량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언제나 제겐 미심쩍게 보였죠! 그들 모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선량한 겁니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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