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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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내내 눈에 파묻혀 있는 시골에서, 부모의 병 간호와 홀로됨이 두려워 사랑 없이 결혼한 아내의 병으로, 매티라는 사랑의 존재가 나타나지만, 눈에 갇힌 마을처럼 그 운명에 갇혀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이선 프롬. 눈 속에 포위된 마을과 이선의 심리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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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9 10: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너무 좋게 읽었어요. 눈 덮인 풍경묘사도 좋고^^ 자매품 <여름>도 읽어보세요~!!

햇살과함께 2022-03-19 11:16   좋아요 4 | URL
저도 눈에 대한 묘사가 너무 좋았어요~ 그렇지만 추운 거 엄청 싫어하는 저는 도망갈 겁니다 ㅎㅎ 저는 여름을 좋아하니, <여름>도 올해 읽어볼게요^^

mini74 2022-03-19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풍경묘사도 좋았지만 이선이 짠 하기도 했어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2-03-19 22:05   좋아요 0 | URL
이선 짠하기도 하고 무책임한 것 같기도 하고. 양가감정이라고 해야 하나. 지나도 짠하고 매티도 짠하고. 다들 각자 짠한 것 같아요:;;
 

그러나 고유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자어와 다른 외래어는 우리말 속에서 갖는 언어학적 가치가 다르다. ‘시인‘의 ‘시‘는 시정, 시집, 시심, 시문학, 서정시, 서사시와 연결되고, ‘시작‘의 ‘시‘는 시동, 시말, 시원, 시조, 시종, 시초, 개시와 연결되어 그물망을 형성하지만, 시니피앙, 시니피에‘의 ‘시‘는 우리말에서 무엇인가. ‘능기나 기표와 달리 ‘시니피앙‘은 우리말 속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으며, 고립된 말들은 그 수가 아무리 많아져도 한 언어 체계 전체에 깊이를 만들지 못한다. 그물망과 연결 고리를 갖는 낱말은 그 자체를 설명하는 힘도 그 그물망에서 얻지만 더 나아가서는 그 그물망을 풍요롭게도 한다. 한 낱말은 항상 다른 낱말에 의지하여 그 뜻을 드러낸다. (순우리말 학술 용어 다듬기가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도 한자어만큼 강한 그물망을 확보하지 못한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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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리한 설교자가 "악마의 가장 교묘한 술책은 그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라"고 말했을 때였다. 이 말은 악이 늘 평범한 얼굴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온갖 미명을 동원하여 받들고 있는 제도와 관습 속에 교묘하게 숨어들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 P72

교수들은 지금 내가 처음 교수 생활을 할 때보다 10배 정도 논문을 더 쓴다. 그래서 인문학이 그만큼 발전했는가. 양적으로는 그렇다. 다만이런 말을 덧붙여둘 필요가 있다. 옛날에는 연구자들이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는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열심히 읽었으며, 누가 어떤 논문을 썼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열심히 읽지 않는다. 논문을 읽는 사람은 쓴 사람 자신과 두세 명의 심사자뿐이라는 말도 있다. - P99

노래로 불러야 할 서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숫자도 그것이 섬의 수와 연결될 때는 시적 환기력을 지닌다. 캐나다와 미국 사이 세인트로렌스강과 온타리오호수가 만나는 지역의 1860여 개 섬을 가리키는 ‘사우전드 아일랜드‘는 샐러드 드레싱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사람들은 세상살이의 번뇌와 오욕으로부터 보호된 세계가 바다로 격리된 섬에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P102

사람은 산업 역군이기 전에 사람이고 국가의 간성이기 전에 사람이다. 어떤 정책이나 정치적 이념에 맞게 사람을 교양하려는 시도는 벌써 사람을 배반한다. 사람이 국가나 제도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제도가 사람을 위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명백한 진실이고, 그래서 잊어버리기 쉬운 진실이다.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혹시라도 부총리의 마음속에 있다면, 그는 자신의 인성부터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 P113

소포클레스는 이 전설로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만들었다. 내용은 동일하나 이야기하는 방법이 같지는 않다. 물론 비극의 삼단일법칙, 단일한 장소에서, 하루 이내의 단일한 시간에, 단일한 사건을다뤄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연극은 가뭄과 역병에시달리는 나라 테베의 궁정에서, 오이디푸스 왕이 백성들의 탄원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하며, ‘제 아버지를 죽이고 제 어머니와결혼‘하여 나라에 재난을 불러온 추악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과정을 거쳐, 왕이 바로 저 자신인 범인을 색출하여 처단하는 것으로 끝난다. - P115

이렇게 말하니 모파상이 전하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플로베르는 제자 모파상에게 "온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두 알의 모래나, 두마리 파리나, 두 개의 손이나, 두개의 코가 없다"는 진실을 말하고 나서 "어떤 인물이나 사물을 단 몇줄의 문장으로 뚜렷이 개별화하고 다른 모든 인물이나 사물과 구별될 수 있도록 표현하라"고 했다. - P118

예술가는 남이 가지 않는 다른 길을 간다는 말이 있다. 그 다른 길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추상적인 것도 아니다. 당신이 저 상투적인 ‘살랑살랑’ 대신 다른 말을 써 넣는다면 당신은 벌써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벌써 예술가다. - P119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은 도끼라고 니체는 말했다. 도끼는 우리를 찍어 넘어뜨린다. 이미 눈앞에 책을 펼쳤으면 그 주위를 돌며 눈치를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우리를 다 바쳐야 한다. 그때 넘어진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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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3-18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는데 아직 읽지 않았어요. 살 때는 당장 읽을 것처럼 샀는데,,, 다른 사람 글 보며 반성;;;;;

햇살과함께 2022-03-19 09: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공감합니다. 살 때는 당장 읽고 싶은 마음으로 사지만, 사고 나면 새로운 책들이 더 재밌어 보인다는.. 잡아 논 물고기 같은 거죠~
원래 이 책을 지금 읽을 계획이 아니었는데, 책상 위에 읽으려고 쌓아둔 책보다 좀 나중에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둔 책에 또 흥미가 생겨서...ㅎㅎ 맘 가는 데로 읽는 거죠~
 

우리가 반대파를 용인하게 되는 저 민주주의의 핵심적 단계는 우리가반대파를 용인함으로써 오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민주 발전의 결정적인 순간을 통과했기 때문에 반대파를 용인하고 관용할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 단계들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동시적 관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때에도 최소한 쌍방이 모두 민주 발전을 염원하고 민주화의 온갖 노력을 존중한다는 전제나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관용과 용인이 무엇을 위한 용인이고 무엇을 위한 관용인지 모호해질 것이며, 끝내는 그 노력이 딛고 설 바탕 자체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 P25

잔칫상에 반드시 홍어가 놓여야 하는 것은 막걸리 안주로 홍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삭힌 홍어 한 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어금니와 볼 사이에 그것을 밀어넣고 제대로 빚은 막걸리를 마시면 무어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맛이 난다. 그래서 ‘홍탁‘이라는 말이 생겼다. 막걸리 없는 홍어회는 완전한 홍어회가 아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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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원궤도를 도는 행성의 움직임, 역행과 순행을 꽤 잘 설명할 수 있다. 당대에는 현명한 제안이었겠지만, 오늘날 ‘프톨레마이오스의 주전원‘은 복잡한 가정을 억지로 끼워 맞춰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비유할 때 언급되는 슬픈 운명을 맞이했다. 설명은 간단할수록 좋다는 ‘오컴의 면도날’ 개념의 대척점이라고나 할까. 태양을 중심에 두고, 행성의 공전 궤도로 원이 아니라 타원을 도입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얘기지만 말이다. - P200

별들은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 28수로 묶어두었고, 동방의 청룡, 서방의 백호, 북방의 현무, 남방의 주작이 각각 7수씩을 맡고 있다. 28수는 윷놀이 말판에서도 볼 수 있다. 말판을 잘 보면 한가운데 칸 주위로 28개의 칸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이 북극성과 28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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