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아빠, 나 왔어!" 봉안당에 들어설 때면 최대한 명랑하게 인사한다. 그날 밤 꿈에 아빠가 나왔다. "은아, 오늘은 아빠가 왔다."최대한이 터질 때 비어져 나오는 것이 있었다. 가마득한 그날을 향해 전속력으로 범람하는 명랑. - P9

그곳

그곳이라고 불리던 장소가 있었다. 누군가는 거기라고 했다가 혼쭐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진짜 거기로 가면 어쩌려고 그래? 뼈 있는 농담이 들리기도 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더라? 우리는 만났지, 인사했지, 함께 있었지. 어떤 날에는 죽기 살기로 싸우기도 했지. 죽자사자매달리기도 했지. 죽네 사네 울부짖었을 때, 삶보다 죽음이 앞에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

그곳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

너나없이 그곳을 찾던 때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너와 나는 선명해졌다. 다름 아닌 다르다는 사실이 같은 취향을 발견하고 환호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는 가까워졌다. 어쩜 잠버릇까지 일치하는지 몰라, 네가 말했을 때 너도 나도 흠칫 놀라고 말았지. 우리 사이에는 고작 그것만 남아 있었다. 내 앞에 네가 있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났다. 내남없이 갔어도 내가 남이 되어 돌아왔다. - P10

여기저기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져도 이냥저냥 살아갔다. 체면은 삶 앞에서 이만저만하게 구겨지기 일쑤였다. 이러저러한 사연은 이럭저럭 자취를 감추었다. 이러쿵저러쿵 뒷말만 많았다. 이심전심은 없고 돌부리 같은 감정만 웅긋중긋 솟아올랐다. 삶의ㅍ곁가지에 울레줄레 매달린 건 애지중지하는 미련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부르지 않아서
그곳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P11

그곳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 P12

그것

아무것도 안 해도
늘어나는 것이 있었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할 때면
심장이 뛰었다
살아 있다는 확신이
어느 날
살려고 애쓰는 감각이 되어 있었다

반환점이 없는데
자꾸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식물원에 박물관에 놀이동산에
첫걸음을 했을 때가 있었다
식물의 이름을 몰라도
역사의 흐름을 몰라도
놀이와 게임의 차이를 몰라도
웃음이 절로 났다 - P48

기쁨은 기꺼움이
기꺼움은 다시 메스꺼움이 되었다
결승점처럼 확고하게

학교에 가던 발이
회사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자국이 남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는 발가락을 잔뜩 오므렸다
골목에서조차 그림자에 걸리는 일이 잦았다

난생처음 가는 곳이 줄어들지 않았다
백 미터 안 곳곳에 요철이 있어서
픽픽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안 해도
늘어나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흘러내린 표정을 다시 세웠다 - P49

눈썹과 입꼬리를 추켜올리고
양 볼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백 미터의 끝이 보이지 않아서
오래달리기를 하는 중이었다.

웃으면서 발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사건은 미결 상태로 남을 것이다

선을 긋지 않으면
하늘에서 번개 같은 빗금이 쏟아졌다

몸을 사리고
마음을 가리고
가까스로
체면을 차리고 있었다 - P50



그의 이름은 김성진이다 누구나 휴대전화를 뒤져보면 한 명쯤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이 김이 아니라면 확률은 높아지겠지 그는 이룰 성에 참 진을 쓴다 아마도 성진의 대부분은 참을 이루기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다 이룬것은 없지만 김성진은 오늘 친구들을 만난다 벚꽃 피고 첫 점심 약속이다
만나는 친구 한 명의 성은 성이다 성이 성이다 다른 한명은 진이다 모임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김성진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친구들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만이다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우정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착각이다 애초에 이들 셋 사이에 우정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김성진 모임의 구성원들이 모였다 을지로입구역 6번출구였다

이쪽에 맛집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어
어디서?
블로그에서
그게 들은 거냐? 본거지 - P92

먹고 이야기하자
뭐 먹을까?
먹고 이야기하자
뭐 먹을지를?
아니, 뭐 먹지?
근데 여기 명동인데?
을지로 아니고?
을지로 입구가 명동인가 보지
그래서 맛집이 많나 보다
그럼 을지로가 명동보다 큰 거야?
골목이 더 많네
이러다 점심 먹겠어?
그나저나 점심 먹고 우리 뭐 해?

그의 이름은 김성진이다 참을 이뤄야 하는데 골목 어귀에서 점점 진실과 멀어지고 있었다 모임의 이름 또한 김성진이다 김이 새고 성이 나고 진이 빠지고 있었다 있지도 않은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가고 있었다 - P93



그는 웃음의 대명사로 불렸다 잘 웃어서였을까, 잘 웃겨서였을까 어느 순간, 그는 웃음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서글서글한 얼굴의 모공에서는 웃음이 흘러나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흘러나올 때는 차라리 다행이었다 한번 터져 나온 웃음은 삽시간에 좌중을 압도해버렸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웃다 보면 때가 아니었다 장소가 빗나갔다 경우에 맞지 않았다 장례식장이 일순 축제 현장이 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웃음의 대명사로 입장했지만, 번번이 민폐의 대명사로 퇴장했다

사람은 명사다 너는 대명사다
당연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큰 명사가 아니라 그저 대신하는 명사인데도, 사람들은 그를 질투하고 질타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웃는다는 이유로, 똥오줌 못 가리고 웃는다는 이유로 그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아무 데서나 물색없이 웃는 이를 발견하면 사람들은 즉각 그를 소환했다 평소와 같이 그가 웃을 때 - P97

면 이런 말이 날아들었다 좋아? 살 만해? 만족스러워? 그가 웃길 때면 이런 말이 메다꽂혔다 우스워? 웃음이나? 만족스러워? 평소와 다르게 물속에서도 만족은 녹지 않았다 불 속에서도 만족은 타지 않았다 오줌 앞에서도 똥 앞에서도 만족은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사람은 고유명사로 태어나 보통명사로 살아간다
제 이름을 대신하는 명사로 분해야 한다
그는 자신에게 분해서 허허 웃어버렸다

그의 이름은 눈치 없이 실실 웃는 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햇반처럼, 대일밴드처럼, 초코파이처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수중에 넣을수 있었다 서울처럼, 지프처럼, 스크루지처럼 친하지 않아도 친근하게 들렸다 갈 수 없어도, 가지거나 만나지 못해도 섭섭지 않았다 그저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되었다 명사는 대체되지 않았기에 그의 이름은 하염없이 낡아만 갔다 그는 보통명사에서 추상명사가 되었다 사랑처럼 흔하고 희망처럼 귀하지만 삶처럼 끝끝내 막연 - P98

했다 없음의 대명사처럼

물불 가리지 않았기에 그는 죽음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똥오줌을 못 가렸기에 아기처럼 자연히 의연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던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때 그는 웃음을 이해했다고 믿었다 웃느라 한 말에 감히 초상이 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 P99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화장실에 갔다

혼자는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었다가
사람들 앞에서는
왠지 부끄러운 것이었다가

혼자여도 괜찮은 것이
마침내
혼자여서 편한 것이 되었다

화장실 거울은 잘 닦여 있었다
손때가 묻는 것도 아닌데
쳐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 P134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볼꼴이 사나운 것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처럼
웃다가 그만 우스꽝스러워지는 표정처럼
웃기는 세상의
제일가는 코미디언처럼

혼자인데
화장실인데

내 앞에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웃을 수 없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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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6호 : 권위 인문 잡지 한편 6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한편 6호 <권위> 중 박유신의 [당신을 위한 문해력]
읽은 책.
디지털 시대 문해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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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3장 직장, 임금, 그리고 복지에서 언급된 루시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커리어 쪽으로 "달려들라(lean In)"고 지시한다. 이는 곧 자신의 직업 전문성 개발의 고삐를 잡는 것, 스타 멘토를 찾는 것, 제도적 장벽을 뛰어넘는 것, 그리고 가정에서 가사 역할을 재협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화 <피넛츠>에서의 루시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나댐"을 찬양해야 한다. - 하지만 이는 개인적 다짐을 알리고 모두가 이를 북돋아주는 방식으로 기분 좋게 이루어져야 한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참가자들이 매월 모여서 "함께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소모임인 "린 인" 모임을 통해 "린 인" 전략을 탐구하라고 권한다. - P127
















루시의 "나댐"을 보자마자 이 책 <루시, 그래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이 생각났다.

어릴 때 만화로 볼 땐 루시가 스누피나 찰리 브라운 등 친구를 괴롭히는 심술궂은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는데,

(심술궂은 면도 있지만^^) 이 책으로 루시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


루시는,

까다롭고, 고집이 세고대장 노릇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자주 괴롭히고, 잔소리를 즐기고, 말이 많다.


루시는,

사람들이 바라는 착한 표정, 다소곳한 표정이 아닌 만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 심술궂어 보이려고 하며,

야구를 못한다는 비난에도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굴복하지 않고 그만두지 않는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못될까 봐 화딱지를 내고,

지구가 자기 주위를 도는 줄 알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자신감을 가졌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친구들에게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쓴소리를 날린다.

짝사랑하는 슈뢰더에게 적극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한다.

한 마디로 "나댄다"


루시는 말한다.

I did It my way! 난 내 방식대로 했어!


루시는,

누구의 방식이 아닌, 사회와 가정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남들의 비난과 미움을 감수하더라도.

인간이, 여성이 완벽할 순 없지 않은가.


루시의 "나댐"을 찬양하자.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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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17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은데요? 전 루시 잘 몰랐는데 올려주신 장면 보니 너무 좋아서 저도 이 책 사고 싶어졌어요. 그냥 스누피를 살까요? ㅋㅋ

햇살과함께 2023-06-17 21:33   좋아요 1 | URL
루시로요 ㅋㅋ
스누피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ㅋㅋ
루시를 사랑합시다!!

잠자냥 2023-06-18 00:03   좋아요 1 | URL
또또 책 살 핑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8 00:31   좋아요 1 | URL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6-18 08: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6장 결혼과 가족
유부녀의 법리
동성결혼 합법화
리처드 포스너 판사 👍👍👍
동거 동반자 관계
이혼 혁명
재산 분할과 양육권

7장 섹스와 폭력
강간 신화
지인 강간
“no means no”
가정폭력
“폭력의 순환”과 “학습된 무기력”
마틴 샐리그먼의 철창 속의 개 실험
* <정희진의 공부> 6월호 듣는데 7장과 연결되는 부분!! - 학습된 무기력보다 학습된 희망이라는 의견
경찰 대응, 기소 의무 정책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세계화
다문화주의
인신매매
소녀들을 위한 교육
경제 발전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6장 결혼과 가족

철학자 오킨(Susan Moller Okin)은 책에서 "결혼의 역사는 매우 길고", "우리는 그 역사의 그늘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19세기 초반 영국 보통법은 싱글 여성에게 일반 남성과 동등하게 계약을 체결할 권리,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권리, 재판을 청구하고 재판의 상대방이 될 권리를 부여했다. 하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면 (1장에서 간단히 논의했던) 유부녀의 법리(Doctrine - P231

of Coverture)에 따라 이 권리는 모두 남편에게 귀속되었다. 남편은 부인의 대리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거의 제한 없이 부인의 모든 재산권, 계약권을행사할 수 있었다. 법적으로 결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하나가 되는데, 여기서 하나란 바로 남성이다. 결혼을 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일정한 의무를 지게 된다. 남편은 그의 부인(그리고 자식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부양의무를 진다. 부인은 가사를 책임지고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 보통법은 배우자가 사망한 자에게 사망한 배우자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질 이익을 부여한다. 남자에게는 환부산(鰥夫産, curtesy) 여자에게는 미망인 상속분(dower)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이익은 남성에게 대체로 유리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시대의 결혼법은 여성을 법인격보다 법적 소유물에 가깝게 취급했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가혹했다. 이러한 풍조는 당시에 너무 널리 퍼져 있어서 1808년 메사추세츠 법원은 "노예가 처한 상황은 남편에게 예속된 부인 그리고 아버지에게 의지하는 아이와 유사하다"라고 판결하면서 어색함조차 느끼지 않았다. - P232

현대에 가장 존경받는 법학자 중 한 사람이자 연방 제7항소법원 판사인 리처드 포스너는 이에 대해 매우 재치 있고 정곡을 찌르는 논평을 남겼다. Baskin v. Bogan(배스킨 대보건) 사건의 만장일치 판결문을 집필하면서 그 - P239

는 인디애나와 위스콘신 주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률을 정당화할 "그럴듯한" 설명조차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스너 판사는 예기치 못한 임신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 두 사람을 법적으로 결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성애자 커플은 동성 커플과 구별된다는주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되받아쳤다. "이성애자는 술기운에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하고 그 보상으로 결혼을 허락받는다. 동성애 커플은원치 않은 아이가 생길 수 없고, 그 대가로 결혼을 할 권리를 부정당한다. 이것이 납득이 되는가?"
주 변호인단은 수 세기를 이어온 전통에 호소했지만 이 주장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포스너는 "좋은 전통도 있고, 식인 문화, 전족, 순장 등 나쁜 전통도 있으며, 좋고 나쁨과 관계가 없는 전통(핼러윈에 사탕을 얻으러 장난을 치며다니는 풍습)도 있다. 전통이 제아무리 오래되었건 그 자체로는 차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연방법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기관의 결정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포스너는 또 한 번 명언을 남긴다. "민주적인 의사 과정에서 상처 입은 소수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Baskin v. Bogan 판결의 내용은, 포스너 판사가 약 20여 년 전 한 학술지에 "사법부가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예로 결혼을 재정의하는 것을 들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 포스터 판사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일을 해오면서 그의 견해가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덧붙이기를 "당신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입장을 정하면 무조건 관철하는 판사로부터 재판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 P240

Tobergefell 결정에서 대법원은 평등보호 및 적법절차를 선언하는 수정헌법 제14조에 의해, 법적 관할이 다른 주에서 두 사람의 결혼이 적법하게 성립되었음을 확인한 주는 동성 커플에게 혼인 허가서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5인의 다수 의견을 작성한 케네디 대법관은 "그 속에서 살고 있으면 둔감해지는 것이 바로 부정의의 본질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게이와 레즈비언에게도 평등한 권리와 존엄을 인정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 P241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 간 동등한 대우를 강조하는 동성 결혼 옹호 캠페인은 1970년대의 여권신장운동, 1950, 1960년대의 시민권 운동의 연장이라고볼 수 있다. 캠페인 지지자들은 평등원칙을 강조하며 동성과 이성 커플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춘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안정성, 가족, 반려 관계 등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원한다면 결혼이란 울타리 안에 동성커플이 포함된다고 해서 이성애자들에게 어떤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인종 간 결혼을 허용했지만 결혼 제도에 큰 변화가 없었듯 동성 결혼을 허용해도 결혼 제도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초기 고용 차별 사건에서 여성은 그 직업의 본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직업을 얻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 P242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대중이 늘 사법부의 생각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로 뽑지는 않지만 대체로 존경받는 연방 판사가 최전선에서 사회를 선도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는 늘 존재한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2012년 한 강연에서 1973년 Roe v. Wade 판결에 대해 "시대를 너무앞질렀고, 정도도 지나쳤다45 한 발언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다. 긴즈버그는 만약 대법원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조금씩 낙태권을 확장해왔다면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지 재생산권이 논쟁거리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대중의 생각이 동성결혼 문제의 근저에까지 깊숙이 미쳤다는 점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결혼보호법에 서명한 1996년에는 인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27%만이 동성결혼에 찬성했다. 반면 2011년에는 과반수를 넘는 53%가 이에 찬성했다. 15년 동안 이 정도로 변한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법률 및 소송이 문화를 바꾸는 엔진이라고 믿으며, 동성 결혼을 위해 분투해온 자들은 그 공을 치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중의 우호적인 여론에 크게 힘입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자들은 자신들에게도 동성 결혼에서처럼 행운의 여신이 도와주기를 기도할 것이다. - P243

이런 관계의 양상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이를 묘사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동거인(cohabitants)"은 너무 광범위하고 "소중한 이(significant others)"는 너무 모호하다. "합가(live-ins)"란 단어는 다행히도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영어에는 아직도 단어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신의를 지키며 생계를 같이 꾸려나가고,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이성/동성 커플을 이제 "동거 동반자 관계"라고 부르는 경향이 정착되었다. - P244

1969년 캘리포니아는 최초로 이혼하기 위해 어떤 문제가 있음을 증명할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결혼을 종료시킬 수 있는 "무책‘ 이혼 제도를 도입했고, 곧 다른 주에도 무책 이혼 제도가 널리 퍼져 나갔다. 이후 이혼율이 전국적으로 상승하여 거의 50%에 육박하게 되었다. 무책 이혼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다양하다. 통계적으로 남편이 "유책" 배우자일 확률이 높으므로 유책이 이혼은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사 - P247

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불행한 관계를 스스로 끝낼 권한을 여성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무책주의를 도입하면 더 이상 이혼을 위해 법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재판이 더 말끔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지지하기도 한다. - P248

법원마다 이 문제를 다르게 취급한다. 법원은 대부분의 전문 학위 또는 자격증을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주는 법원에게 학비 및 이에 관련된 비용을 마련한 배우자의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에서 당신은 학비 정도는물어줘야 할지 모르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반 원칙과는 다르게 뉴욕 주 법은 전문 학위를 분할 대상이 되는진짜(bona fide) 재산으로 본다. O‘Brienv. O‘Brien(오브라이언 대 오브라이언)사건에서 주 고등법원은 남편의 의사 면허는 그가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서 공부할 때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와의 관계에서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그는 자격증을 따고 2개월 뒤에 이혼을 신청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고등법원이 학비만을 배상하겠다는 남편의 주장을 배척하고 현시점에서 평가한 자격증의 가치액인 50만 달러 중 일부를 지급하도록 명한 것이다. 법원은 아내의 기여가 "부동산 구매할 때의 계약금 또는 주식 매수할 때의 분담금"과 유사하다고 보고, 단순히 그 액수만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결과를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연금이나 무형의 경영 자산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제기된다. - P250

7장 섹스와 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특히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저질러지는 행위)와 형사처벌 사이의 놀라운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회적 고정관념에서부터성의 없는 기소까지, 많은 요소들이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기초를 마련한것은 역사다. 초기 영미법은 여성을 아버지나 남편의 재산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이방인에 의한 강간은 여성에 대한 범죄라기보다는 "남성의 남성에 대한 재산죄로 간주되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강간당하면, 그 행위는 그녀의 장래 결혼 가치를 파괴한 것이었고, 결혼한 여성이 강간당하면, 그것은 - P256

그녀의 남편에게 불명예를 가져다주었다. 강간 법률에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제3자였다. - P257

도대체 무엇이 입법자들이 "No"를 그토록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다르게 말하면, 왜 형법은 비동의와 삽입만으로는 강간에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강간 조항이 여성의 침묵은 곧 동의라고 남성들이 오해하게끔 하는 이유에 관한 한가지 설명은, 강간이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남성은그들의 성적 접근이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고지받을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다른 설명은, 남성은 성행위를 추구하고 여성은 반복하여 저항하면서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해묵은 구애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오직 소수의 주들 - 현재 8개현재 8개 - 만이 강간을 넓게 정의하여, 성교가 시작된 후에 여성이 동의를 철회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이 그들을 굴복시키도록 강제하기에 충분한 폭력 또는 폭력의 위협을 증명해야 한다는 요건에관한 세 번째 설명은, 그저 고소인에 대한 불신이다. "강간법은 여성이 성행위에 관한 그들의 비동의에 관해서 다양한 이유로, 예컨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 의한 발각이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욕망 등 때문에거짓말을 한다고 추정해왔다." 네 번째 설명은, 관련자가 서로 아는 사이일 - P261

경우 성행위 동안 어떤 의도와 신뢰, 이해, 소통이 있었는지를 수사기관이 알아내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증명 요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P262

젠더 관계에 대한 이런 어느 정도 과격한 버전은 페미니스트 이론에 관한 대중의 이해를 형성해왔다. 그들은 또한 구체적인 이슈, 예컨대 지인 강간 위기가 현실인지 아니면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대중적 믿음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지인 강간을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에 의해 날조된 어떤 것으로 보는 이러한 대중화된 묘사는 다양한 페미니스트 조직들과 이론가들이 지인에 의한 강간도 강간이라는 대중적 이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을 약화시킨다. 심지어 "데이트" 강간이라는 용어는 그 범죄를 "진짜" 강간보다 어느 정도 덜 심각한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파워" 페미니스트들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완전히 거부될 필요는 없는데, 한편으로 그들은 같은 것, 즉 여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파워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짐으로써 법적 개혁의 도움 없이도 그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덜 자극적인 옷을 입을 수 있고, 남학생 사교 클럽 하우스에서 술을 덜 마실 수 있으며, 어두운 조깅 코스를 피할 수 있다. 강단 페미니스트들은 성폭력이 전국적이고 공공적 문제이며, 따라서 여자의 개인적 선택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여자가 자신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자신을 성폭력으로부터 방어할수 있다고 해도, 강단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의상, 사회 교류, 취미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한 부분이 아닌가? - P269

가정폭력은 특히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학제 간 협력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그것은 또한 (전통적인 "정당방위" 규칙 방식의) 젠더 중립성이 과연평등을 촉진시키는지에 관한 질문을 법리적 형태로 직접 제기한다. 매 맞는여성들의 경험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구타 관계에서 폭력의 방식은 지속적인 친밀한 폭력 상황에서는 급박성(폭력이 즉시 위협적이지 않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저항, 합리성의 개념이 달리 평가되어야 함을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 P272

어떤 여성들은 고립되고, 직무 능력이나 피난처, 선택 가능한 정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머무른다. 몇몇은 문맹이거나 약물 남용 문제가 있거나 이전에 피해자였지만 스스로를 탓하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남는다. 그들은 학대자들이 힘과 돈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집이나 음식 또는 옷을 마련할 자원이 없기 때문에 남아 있다. (구타자를 떠나온 매 맞는 여자들 중 약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다.) 그들은 죄책감, 앞선 도움에 대한 감사, 또는 절망 때문에헤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이나 종교적인 압력 때문에 남으며, "아이들을 위해" 또는 불명예가 싫어서 남는다. 그들은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 이 공포는 합리적이다 - 떠나지 않는다. "매 맞는 여자는 남아 있을 때보다 도망을 시도했거나 달아난 경우에 살해될 확률이 75% 높다." 그들은 구타한 사람을사랑하거나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하는 그를 믿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다. - P273

그의 이론의 두 번째 부분은 학습된 무력감이고, 그것은 왜 어떤 여자들이 학대 관계에 남아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워커는 그 이론을 개발하면서, 전기 충격을 받았던 철장 속의 개들에 관한 마틴 셀리그먼(MartinSeligman)의 연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P274

워커가 이제는 "매 맞는 친밀한 파트너 증후군"으로 알려진 매 맞는 여자증후군의 개념을 개발하고 10년 후, 다른 연구자들은 수많은 여자들이 그저학습된 무력감으로 마비되는 것보다 더욱 복잡한 대응 기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곤돌프(Edward Gondolf)와 엘렌 피셔(Ellen Fisher)는 "생존자 이론"이라는 대안적인 가설을 주장했는데, 여자들은 수동성과 무력 - P274

감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친구와 가족, 법 집행기관, 사회적 서비스 센터에 도움을 구하려는 반복적이고 증가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가용한 피난 공간과 같은 외부 자원이 불충분하다거나, 그 여자가 아이를 가지고 있거나 그 관계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거나, 그녀의 배경 때문에 학대를 감수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도움 요청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녀들은 학대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생존자 이론은 매 맞는 여자가 무력하거나 의존적이라는 생각을 거부하지만, 매 맞는여자 증후군 이론은 법정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 P275

살인한 여성은 강력한 사회적 금기를 위반한 것이고 극도로 엄격한 선고를 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살인한 매 맞는 여자들은 아내나 연인을 살해한 남자들보다 종종 더 무거운 형을 받는다. ‘아내나 여자 친구를 살해한 남자의 평균 형량은 2년에서 6년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15년을 선고받는다". 실제로, 학대자를 살해한 여성들은, 친밀한 파트너를 살해했을 때 격정적 분노와 같은 감경 주장을 한 남자들에 비해 더 긴형을 받는다.
궁극적으로 매 맞는 여자 증후군은 학대받은 여자들이 살인한 사건에서 법정의 결과를 극적으로 바꿔오지는 못했지만, 그 증후군의 도입 가능성에관한 논쟁은 만연한 친밀한 폭력과 그 피해자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 P278

가정폭력이 형사 사법제도에 의해 이질적으로 처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개혁 운동가들은 가정폭력 범죄를 심각하게 다루는 정책의 개발을 모색했고, 경찰의 재량권을 배제했으며, 폭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 가해자들에게 가정폭력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1980년대 중반 몇몇 사회과학 연구는 경찰의 체포 입건이 향후 친밀한 폭력 발생에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의 개입 정책은 필수적으로 신고 의무, 체포 의무, 기소 의무(즉, "기소 불포기 정책")의 세 가지 주요 형태를 취하고 있다. - P283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세계 여성들의 곤경은 충격적이다. 여성은 전 세계 13억 명의 절대 빈곤층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은 세계 노동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세계 소득의 10분의 1밖에 벌지 못하고 세계 재산의 10분의 1도 소유하지 못한다. 여성이 음식, 의학, 또는 교육(세계의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맹이다)에 있어서도 그들이 비례적으로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간복지의 다른 측면들 역시 불이익에 처해진다. 여기에 중국 시골에서의 성별에 근거한 유아 살해, 인도에서의 지참금 관련 죽음, 어디에서나 있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 사건들을 더하고 나면, 여성이라는 것 그 자체가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을 위협하는 요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전 세계 남성 대 여성 인구의 비율이 생물학적으로 예상되는 비율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한다. 센에 따르면, 1억 명 - P296

이상의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이들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록되기조차도 전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 P297

국제적으로 보았을 때, 다양성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관심은 더 클 뿐만아니라, 종종 강조점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미국에서 다문화주의자들은 종종 페미니즘이 외부 여성을 배제하고 무시한다고 불평한다.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의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연설은 다양한 이유로 그 시대의 주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있었던 여성들이 세대에 걸쳐 느꼈을 감정을묘사한다. 제3세계 여성들 또한 서구 페미니즘이 그들의 상황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논쟁은 서구페미니스트들이 제3세계 여성들을 후진적이고, 폭력적이며, 가부장적인 문화의 희생자로 취급하고 그 사회를 갱생시켜야, 즉 "서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제3세계 여성들이 제기하는 불만과 관련이 있다. 이 관점은 많은 경우제3세계에서 온 이민자 여성들이 그들의 남편으로부터 문화적 전통이라고여겨지는 것들을 통해 학대를 당한다는 이야기들을 서구 언론이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보편화된다.
제3세계 페미니스트들은 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을 포함해 성차별주의가 개발도상국들에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부정의가 그들의 문화 전체를 간단히 정의해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개발도상국들에서의 관행과 신념 체계는 이 지역들과 그 너머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노골적인 성차별과 문화적억압은 서구와도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어쨌든 서구는 보톡스, 유방 확대술, 그리고 스틸레토 힐이 태어난 곳이 아니던가 - P300

그런 혁명적인 힘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은 비열한 방법으로 이에 맹렬히 저항해왔다. 2012년 탈레반의한 무장 괴한은 당시 14세의 파키스탄 소녀로 여성 교육을 강력히 지지하여알려진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를 공격했다. 유사프자이는 머리와 목에 총을 맞았지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운동을 이어갔고, 업적을 인정받아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P306

그러나 세계화 논쟁에서 나온 가장 매혹적인 페미니즘 프로젝트들 중 하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이론에 의존한다. 포스트모던 이론이 보편적 원칙보다는 지역적 맥락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강조한다는 점을 상기하라. 이러한 관점은 이미 보편적 인권침해 이슈에서 여성들의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좀 더 광범위하고도 기본적인 도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이동시켰다. 보편적 권리 접근법을 실질적인 복리 접근법과 비교함에 있어서 우리는 공식적인 권리(official rights)에만 의존하는 것의 중요한 약점을 확인했다. 공식적인 권리들은 늘 집행되지는 않으며, 진지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페미니즘은 비공식 경제로 권리 보호를 확대하고 비공식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국제 지원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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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7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엄지척을 좌르르 달아 놓으셨나 궁금했는데

˝전통이 제아무리 오래되었건 그 자체로는 차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저도 엄지척!!!

햇살과함께 2023-06-17 16:07   좋아요 0 | URL
이 분 찾아 보니 법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여러 분야의 책도 여러 권 쓰신, 유명한 분이시네요.
명언 제조기~!

“민주적인 의사 과정에서 상처 입은 소수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그는 일을 해오면서 그의 견해가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덧붙이기를 ˝당신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입장을 정하면 무조건 관철하는 판사로부터 재판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안톤 체호프 단편선 민음북클럽 에디션으로 다시 읽기
10편 중 6편이 실려있다.

드라마

어떤 면에서는 저 자신도 나름대로 문필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물론…… 그렇다고 자신을 작가라고 부를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학이라는 벌통 속에는 제가 짜낸 꿀 한방울도 들어있지요……. 저는 세 편의 동화를 이런저런 기회에 펴냈던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야 물론 못 읽으셨겠지만……… - P11

무라슈키나는 또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파벨바실리치는 난폭하게 눈을 희번덕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슴속으로부터 치솟아 나오는 듯한 괴기스런 비명을 지르더니 묵직한 문진을 집어들고 그것으로 무라슈키나의 머리통을 힘껏 내리쳤다.
"날 잡아가라. 내가 그녀를 죽였다!"
잠시 후 뛰어 들어온 하인에게 그가 말했다.

배심원들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P19

관리의 죽음

공연을 보면서 그는 행복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설에서는 이 ‘그런데 갑자기‘와 자주 마주치게 마련인데, 작가들이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 인생이란 그처럼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숨을 멈추었다………. - P24

베짱이

그는 창가에 앉아 우울한 표정으로 볼가강을 바라보았다. 볼가강은 이미 광채를 잃어 희끄무레하고 차가워 보였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우울하고 나른한 가을이 다가올 징조를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자연은 강변의 사치스런 초록빛 융단과 금강석 같은 광채와 투명한 푸른 하늘을, 그 밖의 모든 멋지고 화려한 것들을 볼가강으로부터 거두어들여 다음 봄까지 궤짝 속에 챙겨넣은 듯했다. 까마귀들은 볼가강 주변을 날아다니며 강을 놀리는 것 같았다. "골라야! 골라야!" 라보프스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은 이미 한물 갔고 재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조건이 붙어있고, 상대적이고, 어리석어. 이 여자와 관계를 맺지말았어야 했어.……….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몹시 언짢고 우울했다. - P55

그는 마치 차가운 물건이라도 닿은 것처럼 진저리를 치더니 눈을 떴다.
"무슨 일이오?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요."
랴보프스키는 그녀의 손을 밀치며 비켜났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혐오감과 분노 같았다. 그때 주인여자가 양배춧국이 담긴 접시를 양손에 들고 그에게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올가 이바노브나는 여자의 커다란 손가락이 국 속에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배가 옷밖으로 비어져 나올 듯한 지저분한 여자, 랴보프스키가 걸신들린 듯이 먹고 있는 양배춧국. 처음에는 바로 그소박함과 예술적인 무질서 때문에 사랑했던 이 모든생활이 지금은 그녀에게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느끼며 차갑게 말했다.
"우린 당분간 헤어져야 되겠어요. 안 그러면 권태에 지쳐서 대판 싸우게 될 것 같아요. 이제 신물이 나요. 난 오늘 가겠어요." - P60

티푸스

칼날처럼 날카롭고도 우아한 빛줄기가 물병 위에서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다.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거리의 눈은 이미 녹은 모양이었다. 햇살과낯익은 가구들과 문을 보고 중위가 맨 처음 한 일은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그의 가슴과 배는 달콤하고 행복한, 간지럼 태우는 듯한 웃음으로 떨려 왔다. 아마도 최초의 인간이 창조되어 처음으로 세상을 보았을 때 느꼈음직한 끝없는 행복감과 생명의 환희가 그의 온존재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충만하게 채웠다. 클리모프는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애가 탔다. 그의 몸은 꼼짝없이 납작하게 눕혀 있었으며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고는 손밖에 없었지만 그는 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온통 사소한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자신의 호흡과 웃음소리에 기뻐했으며 물병과 천장과 햇살과 커튼에 달린 끈에도 기뻐했다. 신의 세상은 이런 침실 같은 구석진 곳에서도 아름답고 다채롭고 위대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의사가 나타났을 때, 중위는 의학이야말로 얼마나 훌륭한 일이며 의사는 또한 얼마나 친절하고 멋진분인가, 그리고 사람들 모두가 얼마나 착하고 흥미로운 존재들인가 하고 생각했다. - P109

내기

그리고 지금 은행가는 방을 이리저리 오가며 이 모든 것을 돌이켜 보고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내기를 했을까? 변호사가 인생의 십오 년을 잃고 내가 200만 루블을 얻는 것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 일인가? 그것으로 사형이 종신형보다 낫거나 나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까? 아니야, - P118

아니야. 정신 나간 짓이야. 나로 말하면 권태에 지친 인간의 변덕이었고 그 변호사로 말하면 순전히 돈에 대한 갈망이었을 뿐이지………." - P119

유폐되고 나서 마지막 이 년 동안 수인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읽었다. 자연 과학을 공부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바이런과 셰익스피어를 요구했다. 종종 그로부터 화학, 의학 교과서, 장편 소설, 철학이나 신학 논문 따위를 동시에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메모가 오기도 했다. 그의 독서열은, 바다 위에 널린 난파선의 잔해들 속에서 헤엄치면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아무것에나 무턱대고 매달리는 한 인간을 연상시켰다! - P122

편집자 레터

체호프의 총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가차 없이버려야 한다. 1장에서 총이 언급됐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 버려야 한다."

‘체호프의 총‘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작품 속에서 부각된 소재는 반드시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그의 이론을 보여 주는 문장입니다. 어쩌면 그의 이름보다 더 유명할지도 모를 개념입니다. 장황한 설정을 늘어놓지 말고 꼭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선보여야 한다는그의 이론은 훗날 서머싯 몸, 제임스 조이스, 레이먼드 카버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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