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책 누름은 어디 갔느냐??? 3월엔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읽느라 다른 책은 많이 읽지도 못하고... 그래도 4월은 희망의 기운이?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책도 얇고 글자도 크고 자간도 넓고. 얼마 남았나 페이지 넘겨볼 것도 없이 가볍게 한 권씩 쏙쏙 독파! 다락방님이 내용이 만만하진 않다고 경고했지. 그래도 과학, 철학 아니고 정치경제학이니. 아무렴 크리스테바나 해러웨이를 이길쏘냐! 책이 일단 너무 이쁘다. 빨리 읽고 싶지만 월요일까지 참겠다(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나 읽자!).


















<의미의 발명> 지인 분이 책을 쓰셔서 선물도 받고 사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책 쓰신다고 하셨는데 드디어 진짜 책이 나왔다. 복숭아가 너무 탐스런 표지. 이것도 빨리 읽어야지.















<녹색평론 185 2024 봄호> 오늘부터 한 꼭지씩 읽어야지.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24> 올해도 어김없이 스카우팅 리포트. 야구 시즌 개막하여 야구 하이라이트 보느라, MLB까지 챙겨보느라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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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3-30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얇고 예쁘나.. 합쳐놓으면 두께가!! 조금 걱정입니다 ㅎㅎ 햇살님 월요일부터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03-30 21:44   좋아요 2 | URL
큰글자도서만큼은 아니지만 글자가 커요! ㅎ

잠자냥 2024-03-30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로야구 구단주 같으십니다~!!

햇살과함께 2024-03-30 21:45   좋아요 0 | URL
ㅎㅎㅎ 김승연 구단주가 요즘 바쁘시죠

다락방 2024-04-0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어떤 책이든 나란히 꽂아놓으면 너무나 아름답군요!! ㅎㅎ
월요일입니다, 크리스틴 델피 시작하셨습니까?
저는 음.. 다음주에 시작할까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04-01 15:50   좋아요 0 | URL
그죠~ 시리즈, 세트의 매력. 모으는 재미 ㅎㅎ
출근 지하철에서 서문 좀 읽었어요~
크리스틴 델피도 역시 집중해야 합니다. 집중!
글자가 커서 빨리 읽으실 듯요~
 

30주년 기념판 서문

유전자는 ‘자기 복제자’ 의미로서의 단위이고, 개체는 ‘운반자‘ 의미로서의 단위이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어느 쪽도 경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은 완전히 종류가 별개인 단위이며,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하면 우리는 절망적인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 P11

그러한 주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나는 이 책에서 이름을 떨친 네 명의 지적영웅 중 한 명인 선배 대가 해밀턴W. D. Hamilton에게서 적지 않은 용기를 얻었다. 1972년의 논문에서(이 해에 나는 「이기적 유전자』를 쓰기 시작했다) 해밀턴은 다음과 같이 썼다.

"자연 선택에서 한 유전자가 유리해진다는 것은 그 유전자의 복제의 집합이 총유전자 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그 유전자들을지니고 있는 개체들의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되는 유전자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렇다면 이 논의가 보다 생동감을 갖도록 일시적으로나마 그 유전자들에게 지적 판단력과 일정한 선택의 자유를 부여해 보자. 어떤 한 유전자가 자신의복제의 수를 늘이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유전자가 유전자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바로 이 정신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 지녀야 할 올바른 정신이다. - P14

개정판 서문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다윈의 이론이지만 다윈이 택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다윈의 입장에서 볼 때 그가 즉시 이 방법을 알아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이론은 정설 신다윈주의의 논리적 연장선상에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개개의 생물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유전자의 눈으로 본 자연에 대한 견해를 택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관점이나 다른 이론이 아니다. 나의 책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의 첫머리에서 이것을 넥커의 정육면체의 은유를 이용해 설명했다. - P21

여기서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은 나의 미약한 공헌이 위에서 언급한 그러한 상태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과학과 과학의 대중화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 문헌에만 나타나 있는 관념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여기에는 통찰력 있는 언어 구사와 적절한 은유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참신한 언어와 은유들을 끝까지 파고든다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앞서 주장한 것처럼 새로운시각이야말로 과학 분야에 독창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별볼일 없는 대중화론자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대중화를 달성했다. 때때로 그의 생생한 은유들이 단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은유들은 그의 뛰어난 창조성과 천재성에 그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 P23

초판 권두사

양성의 유전학적 평등성은 피셔와 해밀턴에 의해 처음으로 명확히 확립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을 연구하여 얻은 풍부한 양적 자료와 이론은 부모가 일반적으로 자식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또는 그 역으로) 어떤 타고난 경향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리고 부모의 투자와 암컷의 수컷 고르기female choice의 개념은 성의 차이에 대한 객관적이고도편견 없는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양성을 생물학적 동일성이라는 수렁에서 여성의 힘과 권리의 근원을 찾으려는 대중적 노력에 비해 상당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다윈주의의 사회이론은 우리가 맺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관계 속의대칭성과 논리를 편견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우리가 이 관계를 보다 충분히 이해하면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고, 심리과학과 정신의학에 대한 지적인 기반도 마련해줄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고통의 뿌리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P29

초판 서문

이 책은 마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어야 한다. 그러나이 책은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 과학서이다. 사실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는 것이 진부한 표현인지는 몰라도 그것은 내가 진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 기계이다. 즉 우리는 로봇 운반자들이다.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아직도 나를 놀라게 하는 하나의 진실이다. 나는 이 같은 진실을 여러 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충분히 익숙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점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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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28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문이 끝이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예전판으로 앞쪽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햇살과함께님 완독 기원합니다! 뽜야!!

햇살과함께 2024-03-28 18:43   좋아요 1 | URL
그죠 ㅋㅋㅋ 저도 이제 1장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2012) 유전자와 개체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유전자를 의인화해서 마치 어떤 독립적인 생명체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 무척 낯설었고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리 속으로 나와 내 유전자를 분리하고, 분리하고.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조작되는 기계란 말인가. 또 하나 강력하게 남은 단어가 있으니 책 후반부에 나오는 밈(meme)이다. 그 당시 읽을 때는 도킨스가 뭔가 자기만의 용어를 창조하려 애썼네 좀 억지스럽네 이런 생각이었는데. ㅎㅎ 무례하다! 그 이후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그 밈이란 용어가 - 학문적 분석이나 위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이렇게 유명해지고 일상화 될 줄이야. 도킨스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이제 30주년 기념판 서문과 개정판 서문과 초판 권두사를 지나 초판 서문을 겨우 읽고 있지만, 해러웨이 책 읽고 나니 아주 술술 읽힌다(는 좀 거짓말).


해러웨이 책에서, 루시 쿡의 <암컷들>에서 많이 언급되는 도킨스. 처음과 달리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보일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계속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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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임진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준 도쿄 생활자인 작가와 함께 골목길을 따라 킷사텐과 노포식당을, 서점과 문구점을, 미술관과 공원을 산책하는 소소하고 다정한 여행이 귀여운 그림과 함께 한다. 그런 발길 닿는 여행이, 원하는 곳에 맘껏 머무는 여행이 좋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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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의 좋은 점이라면 어디에 머물거나 어디론가 향하더라도 그 지역 그 동네 그 골목만의 킷사텐을 만날 수있다는 점 아닐까. 넓은 도쿄에서 다종다양한 동네와 사람을 멀찍이 바라보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거리의 킷사텐에 앉아 있는 것. 부담 없이 슬며시 녹아드는 느낌을 고작 몇백 엔만으로 지닐 수 있다. 동네에 존재하는 대화들을 듣고있으면 그 동네의 표정이 그려진다.
게다가 커피뿐 아니라 각종 토스트며 나폴리탄 등 음식도 갖춰져 있으니, 배가 고파지면 곧장 식사 모드로 나를 고쳐 앉게 만들면 그만이다. 어느 킷사텐에서는 ‘졸음 금지‘ 메모를 보고 어떤 여유가 느껴져 오히려 꾸벅꾸벅 졸고 싶어진 적도 있다.
킷사텐이 갖추고 있는 매력이란 입장 전의 외관과 간판, 점내 분위기와 메뉴, 한 장소에 긴 시간을 담고 있는 점주, 그리고 어떤 그리움이 아닐까. 이방인이기 때문에 킷사텐이 이끌어온 그리움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킷사텐으로 향하게 만드는 매력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 P74

한 시절의 감성을 충분히 담아낸 음악가는 훗날에도 끊임없이들려지며 존재한다. 지난 시절을 한 곡의 노래로 기억하기도 하니까. 서니 데이 서비스가 96년도에 발표한 노래 「동경(東京)」을듣고 있자면 내가 모르던 90년대의 도쿄를, 그것도 벚꽃이 피는시기의 도쿄를 마치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슬로우 라이더」를 들을 때면 서니 데이 서비스 노래 중에는 역시 이 곡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다. 초등학교 정문을통해 등·하교 하며 가끔 딴 길로 새고 싶을 때면 후문으로 나가는 게 전부였던 삶을 살 때에 이런 노래도 존재했구나 싶은 음악의 힘은 강하다. 노래가 존재했을 당시의 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시티 컨트리 시티에 처음 방문한 때는 200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회사에서 입사 두 달 만에 떠난 도쿄 출장이었다. 당시의 대표와 나는 비슷한 음악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취향의 시작이 나보다는 훨씬 이르게 시작된 사람이었기에 부러 출장중에 시티 컨트리 시티를 찾아간 것이었고, 나는 그저 그 곁에 있었을 뿐이었다. - P159

"그렇네요. 내 삶은 요즘 파도 같다고나 할까."
마키짱은 파스타를 먹던 손으로 파도의 물결을 그렸다. 웃으면서 말이다.
거절하면 일이 줄어들까 봐 무리해서 수락한 탓에 바쁠 때에는힘들도록 바쁘고, 일이 없을 때는 바다 밑바닥까지 주저앉는 생계의 파도. 그 말에 슬프게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나도 나도. 파도입니다."
오랜만의 시티 컨트리 시티였기에 맥주를 마시고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마키짱이 먼저 맥주 이야기를 꺼냈다. 파스타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며칠 전에 치과 치료를 해서 마실 수 없다고.
"하지만 너무 마시고 싶어."
"그럼, 우리 다음에 만나면 술 마셔요."
인사치레를 싫어하는 자의 용기 낸 한마디. 이 말을 인사치레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듯 상체를 앞으로 내밀고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언어의 다름은 상관이 없구나. 그 어디라 해도, 나의말과 상대의 말이 같은 박자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P163

신주쿠의 베르크.
커피를 파는 카페이기도, 끼니가 해결되는 메뉴가 있는 식당이기도, 술과 함께 안주가 될 만한 메뉴도 갖춰져 있으니 술집이기도 한 가게. 너무 소중하다. 가보기 전부터 좋아하게 될 거라는 환상만으로 완벽한 곳.
와세다대학에서 신주쿠까지 걷자고 한 건 홍구 씨였다. 역시나좋은 선택의 일인자다. 어두운 길거리에서 타이야키(붕어빵)를으며, 크레페가 나오면 크레페를 사서 입에 넣으면서 걸었다. 난생처음 걷는 도쿄의 길을, 도쿄의 저녁을 걸으며 캐치볼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주쿠로 향하는 길은 신주쿠 같지 않았다. 신주쿠 같은 건 대체 무얼까. 어쩌면 내가 마주했던 신주쿠역의 모습은 신주쿠답지않을지도 모른다. 지하철로 도착하지 않으니 또 다른 곳이다. 그동안 역 안에서 늘 헤매던 내 탓이 컸다. 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정도였다. - P172

미술관은 이와사키 치히로가 생의 마지막 22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던 집 겸 아틀리에의 터에 세워졌다. 『창가의 토토 표지 그림은 ‘아! 이 그림!‘ 할 만한 유명 작품이지만 치히로 미술관은 이전시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와사키 치히로가 그린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날 미술관에서 불어오는 그의 기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 P231

"왜 하필 비가 오는 거야"가 아닌 "비가 와서 더 좋다"라는 말.
서로의 입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흘러나왔다. 비가 와서인지 동네는 유난히 더 고요했다. 사람 없는 미술관에 단둘이 앉아있으니 왠지 우리가 작은 벌레가 되어 큰 나뭇잎 아래에서 쉬는느낌이랄까. - P239

영화 「카페 뤼미에르」는 아주 쉽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영화로,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했다. 좋아서 몇 번이나보았다. 가장 처음 본 건 개봉했을 당시 대학생 시절, 아마도 혜화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그 이후에도 작은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면 반드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제는 없어진 아트 선재 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다. - P245

그런 만화 생활 중 ‘대단하다‘라는 감상 끝에 ‘나도‘ 하며 작은욕구가 마음 언저리에 걸터앉은 적이 있다. 국내에는 지금까지네 권의 만화책(놀랍게도 2019년 3월에 두 권이 출간되었다)과 단 한권의 어린이책만이 번역된 타카노 후미코의 만화를 봤을 때 이세상에서 그린 그림이 아닌 듯한 그림체와 이 세상을 겪고 나서삼켜버린 듯한 세계관을 지구라는 배경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방식에 마음을 뺏겼다. 분명히 지구에 살며 만화책을 읽고 있는데, 지구를 벗어나 옛 별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 감상의끝에서 알 수 없는 응원이 돋아나 ‘어쩌면 나도 하며 슬며시 만화를 그리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내민 것이다.
2016년 타카노 후미코의 『막대가 하나』가 번역 출간되었을 때, 어느 심야에 만화책을 넘기던 나는 점점 몸을 웅크렸다. 그 안에그려진 어린아이, 만화 속 작은 말풍선에 점점 가까워지고 싶었다. 한 컷 한 컷이 나의 각기 다른 모든 인생을 대변할 것만 같은, 타카노 후미코만의 우주 같은 맥락들이 내 삶에 퍼즐처럼 다가왔다. - P267

그리고 돌아서는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방금까지 내가 앉아있던 담화실에,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인 에머슨 키타무라 씨가있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과 취향이 맞다니 달려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나를 꽉 잡았다. ‘개인의 시 - P274

간을 지켜주자‘라는 내 캠페인을 실천했다. 멀리서 손을 모으고살짝 인사를 건네며 그렇게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한 달 뒤 홍대 공중캠프에서 그의 공연이 있었고, 당연히 그를보러 갔다. 공연 후 바리바리 가져간 CD에 사인을 받으며 그제야말을 건넸다. 타카노 후미코의 전시를 보러 갔다가 당신을 보았고,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났기에 혼자서만 기뻤다고. 한 달만의 늦은 주절거림에 신이 났다.
돌아온 건 서니 보이 북스의 타카하시 씨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타카노 후미코 씨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 도쿄에 간겁니까?" - P275

또 하나의 다정한 기억이 있다.
전시 소식을 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킷사 퍼블리크 팔러 SAMPO의 점주분께서 부러 전시를 보기 위해 서니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이런 후기를 남겨주었다.
이전에 카페에 내점했을 때, 기회가 있다면 꼭 작품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씨의 개인전에.
진아 씨의 언어와 일러스트는, 마치 통풍이 잘되는 곳에 몸을 두고 있는 것같아서 참으로 상쾌해집니다.
다른 도시에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 그림이 액자 안에 담 - P369

기고, 그 액자가 창문이 되어서 어떤 기운을 전하고 전해 받는다는 것.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처럼 혹은 장난 같은 마법처럼, 도쿄의 작은 마을에 작은 비밀의 문이 창문처럼 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발을 담그고 싶은 비밀의 문.
전시를 보는 사람과 책을 넘기는 사람이 잠시나마 작은 숨을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을 선명히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누군가는 그런 시간을 가진 것이니, 정말 기뻤다. 통풍이 잘되는곳에 몸을 두고 있다는 표현을 어찌 할 수 있었을까. 과연 명언의나라, 후기의 나라라는 생각을 지나며 강한 감동을 받았다. 분명, 일상에서 때때로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닐까. 아, 정말좋은 일상이 아닐 수 없다. - P370

나는 더 이상 나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남겨질 만한 자국들을 신경 쓰자고 다짐할 수 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 예술 혹은 일러스트? 스스로던진 질문에 울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자국을 남기는 사람이야. 나로부터 생기게 되는 모든 자국들. 지금이기에 가능한, 나를 써서 없어지지 않게 된 자국을 기분 좋게 표현하고 싶은 것뿐이야." - P371

그리고 끝까지 다정한 언어를 선물받았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타카하시 씨가 마음을 써주어 기간 한정으로 서니 홈페이지 온라인 스토어에서 그림 몇 점을 판매했다. 멀리서 전시를 보러 오지못한 이들을 위함이었다. 게시한 이튿날 타카하시 씨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자기 전에(그림 제목)」가 조금 전 온라인으로 여정을 떠났습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건강에 좋은 웃음과 동시에 눈가에 물이 가득 찼다. 답장을 하기 전에 한강을 잠시 바라보았다. 성산대교 밑 한강에 비친 각종 빛들이 울렁였다. 이 명언의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사사로운 태도를 끝없이 배우며 서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세상의 보이지 않는 어떤 길을 따라, 서니에서부터 출발해 누군가의 장소에 다다르는 내 그림을 상상해본다. 가방을메고 신칸센을 타는 상상까지.
부디, 무사히 도착하길.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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