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둘째 책 빌리러 도서관 갔다가 책이 얇아서 애들도 읽어보라고 해야지 하고 빌렸다. 아침에 가방이 무거워 넣었던 책 빼고^^ 얇은 이 책으로. 2020년 3월이면 꽤나 코로나 초기에 나온 책인데,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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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권력을 행정·입법·사법의 삼권으로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권력분립, 즉 부자와 빈자의 이해관계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가져올 것인가? 바로 이것을 무시한 결과, 우리는 하나의 계층이 우위를 점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버렸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중간계층은 (일반적으로는 부지불식간에) 자기들이 부자들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부자들은 재력을 통해서 어떻게든 권력을 갖기 마련이고, 중간층은 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 덕분에 언제나 힘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 민주주의란 사실상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빈자들을 권력구조 속에 포함시키는 것을 뜻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권력이 행정·입법·사법으로 분리될 때이 각각의 권력 내에 민주적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 P167

지역의 의회들은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표자들이 위에서 모든 것을 관리할 때에는 시민의 정치참여라는 것이 보통 투표라는 고독한 행위로 축소되어버린다. 공동체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다. 자치는 활발한 참여와 공동체를 낳는다. 루소가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을 대표하도록 허용하는 순간 자유를 잃게 된다. 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썼을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 P169

"스위스연방의 지방분권은 중앙정부가 칸톤에 권한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칸톤과 민중의 동의에 의해서 국가가 그 권력을 얻는 것이다." - P177

지난 두 세기 동안 선거대의제가 표준이 된 결과, 오늘날 전 세계가 처해 있는 위험한 상황은 과장해서 말하기 어렵다. 금융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권력은 (민중이 아니라) 정부들의 손에 있고, 통치자들은 자신들이 이성적이며 진보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쟁, 오염, 낭비, 환경파괴, 그리고 (국민에게) 설명책임이 없고 무책임한 소수 특권층에게 국가의 자산을 넘겨주는 일에 협력해왔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은 내동댕이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비밀리에 설계, 집행되는 시스템에 속박되어 있다. 농장, 주택, 사업체, 일자리, 소유물, 생계, 인간의 삶이 거대한 기생충 같은 금권정치의 손아귀로 넘어간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돌파구가 있을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도입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폭동, 반란을 통해 통치자가 각성하게 만드는 일) 혹은 헌법을 통해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실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도아니다. 문명이 생겨난 이래 계속되어온 일이다. - P186

그러나 민주주의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상황도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선거대의제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문가들에게 일임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로서의 낙수효과를 누리는 대가로, 정치적 자유와 책임을 양도하는 데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은 특권층의 탐욕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고 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에만 위협을 받을 것이다. - P189

소로에게 보내는 다섯 번째 편지

흑인과 여성의 자유를 위하여

당신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노력한 것은 존 브라운의 영향도 있었지만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신시아에게서 받은 교육의 힘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당신에게 어머니와 누이는 숨을 거둘 때까지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을 것입니다. 존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성장한 집 역시 ‘지하철도’의 중요한 정거장 중 하나였다고 하더군요. 당신의 어머니는 ‘콩코드 노예 반대 여성협회‘를 창립한 개혁주의자였고, 수많은 노예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지요. 평소에도 노예들이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나온 설탕을 저녁식탁에 올리지 않을 만큼 그녀는 철저한 노예제 폐지론자였습니다.
여권운동의 선구자인 마거릿 풀러가 말했던 것처럼 그 당시에 "여성 보호를 가장 뜨겁게 외친" 사람은 바로 "흑인 노예를 옹호한 사람들"이었지요. 당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실제로 도망노예들을 보이지 않게 돕고 노예제 폐지를 이루어내는 데 있어서 여성들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역사에 남아 있는 여성들의 이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위대한 아들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그 아들을 길러낸 어머니를 함께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 P199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당신을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당신의 책을 읽다가 여성과 관련된 부분이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곤 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때로는 여성혐오적인 성향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엘런 데버루 수얼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뒤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가졌으리라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루이자 메이 올컷, 마거릿 풀러 등 주관이 뚜렷하고 지적인 여성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던 걸 보면 당신의 여성관이 보수적이었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 P202

중독공화국

지은이는 중독을 "한편으로 현재의 느낌에 둔감하도록 하는 행위이자, 다른 편으로 본래적인 욕구 충족이 아닌 대리물을 통한 가짜 만족을 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모든 중독의 밑바탕에는 일종의 ‘심리적 허기’가 깔려" 있는데, 이 허기는 결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결국 "영원한 불만족의 상태"로서 중독이라는 문제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204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폭력의 과정을 통해 개인 차원에서나 집단 차원에서나 체계적으로 중독을 조장하고, 바로 그 중독을 먹고사는 시스템이다." - P206

지은이에게 영향을 준 심리학자 앤 윌슨 섀프는 《중독사회》에서 중독의 핵심적인 문제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새로운 깨달음 같은 것을 가로막는 것을 꼽는다. "중독시스템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 핏기 없이 살아가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도록, 아니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중독에 빠진 인간과 사회는 스스로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으며, 오히려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중독 그 자체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내가 이 세계를 통제하고 있다는 거짓된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중독시스템이다. - P209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교통정책

지방 중소도시가 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이다. 시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중소도시 상점가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모빌리티’(이동수단)다. 사람들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해주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재생의 핵심이다. 사람 몸 안에 맑은 피가 구석구석 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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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흥미나 과장된 희망보다 행복의 적나라한, 사실적인 측면에 더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해 쓰게 되었다.

마치 하나의 세포나 행성처럼 행복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행복에 대한 우리의 많은 직관은 사실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행복의 가장 큰 결정변인이 ‘유전‘이라는 점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 P8

첫째,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how‘를 묻고 있다. 반면 이 책의 핵심 질문은 ‘why‘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이 중요한 행복의 속성을 이해하기 전에 행복의 비결이나 기술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역으로, 이 본질적 모습을 이해하면 행복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단순한 현상임을 알게 된다. 너무나 똑똑한 현대인들의 실수는 그 단순성을 외면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고 출세하는 데 삶을 바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이 어제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행복의 본성과 궁합이 맞지 않는 삶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 책은 행복의 이성적인 면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 P9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 P10

특히 지금까지의 행복 연구는 인간의 ‘의식‘ 수준에서 진행되는 상당히 합리적인 모습에만 너무 몰두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관점으로 그려진 행복의 청사진에는 정작 결정적인 것들이 빠져 있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생각을 고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식의 행복 지침서를 읽고 행복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P16

어쨌든 행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경험이 왜, 언제 뇌에서 발생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뇌의 주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의 유전자에 박힌 가장 큰 욕망은 무엇인지, 그의 뇌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된 생물학적 연장인지. - P19

요약하자면 의식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생존에 절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상의 경험들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도 아니다. 최근 많은 학자가 의식적 사고의 중요성이 과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Gigerenzer, 2007). - P20

우리는 의식적인 부분이 자기 행동의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 큰 오해다. 사실 일상의 수많은 선택과 행동은 의식의 손길이 닿지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 P21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은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도 ‘이방인‘ 같은 낯선 존재라고 했다(Wilson, 2002).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말 모르는 게 자기자신이라는 것이다. 멍청해서가 아니고, 우리의 많은 선택과 결정은 의식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식은 아주 한정된 용량의 값비싼 자원이다. - P23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이성적 사고를 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탁월한 능력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모습도 아니고, 그 역할이 생각만큼 절대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의식만이 우리의 눈에 보이기 때문에 생각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항상 좌우한다고 착각한다. - P27

생각은 그의 모습 중 아주 작은 일부다. 그는 보면 볼수록 동물스럽다. - P28

막연한 숫자다. 이렇게 바꿔보자.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 정도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동물이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1년 중 고작 2시간에 불과한 이 모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줄 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과연 600만 년간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버릇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인간은 여전히 100% 동물이다. 바로 이것이 최근 심리학계를 뒤흔드는 연구들의 공통점이다(Kenrick & Griskevicius,
2013; Lieberman, 2013; Sapolsky, 2006). - P37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관 또한 다분히 목적론적이다. 그에게 삶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아침 식사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summum bonum‘이라고 단정했다.
라틴어로 ‘summum‘은 ‘최고‘라는 뜻이고 bonum‘은 ‘좋다‘
라는 의미다. 즉, 행복은 최고의 선이 되는 것이다(McMahon,
2006). - P46

인간이 우주뿐 아니라 지구에서조차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준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 존재하게 된 하나의 생명체, 인간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며, 모든 생각과 행위의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함이다. - P48

동물의 모든 특성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뚜렷한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특히 ‘모든‘이란 단어에 주목하자. - P55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인간은 생존 확률을 최대화하도록 설계된 ‘생물학적 기계’고, 행복은 이 청사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64

하지만 이것을 행복과 연결시키면 당연하지 않은 결론이 나온다. 이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행복은 삶의 최종적인 이유도 목적도 아니고, 다만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 P71

행복의 핵심은 부정적 정서에 비해 긍정적 정서 경험을 일상에서 더 자주 느끼는 것이다. 이 쾌락의 빈도가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 P76

미국 다트머트 대학의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뇌과학자로 꼽힌다. 최근 그는 자신의 책에서 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인간의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설계되었을까?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다 (Gazzaniga, 2008).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다 social to the core‘라는 표현을 썼다. 남을 설득하고, 속이고, 속마음을 이해하고…. 뇌의 최우선적 과제는 사람 간의 이런 복잡 미묘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 P85

고통의 역할은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다. 뇌의 입장에서는 그 위협이 신체적인지 사회적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뇌는 비슷한 방식으로 두 종류의 고통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다. 혼자가 되는 것이 생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다. - P91

우리는 이런 사회적 쾌감을 예민하게 느꼈던 자들의 유전자를 지니고 산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절실히 찾는 것이고, 가장 강렬한 기쁨과 즐거움을 사람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사람과 무관해 보이는 감정들도 사실 대부분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P93

행복감을 발생시키는 우리 뇌는 이처럼 사람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 P97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 P98

우선 감정이라는 것은 어떤 자극에도 지속적인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계속 반응을 해서도 안 된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어쨌든 이 ‘적응adaptation‘이라는 강력한 현상 때문에 아무리 감격스러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일부가 되어 희미해진다. - P109

하지만 초콜릿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될 사실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Diener, Sandvik, & Pavot, 1991).
행복은 복권 같은 큰 사건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초콜릿 같은 소소한 즐거움의 가랑비에 젖는 것이다. - P111

영어로 표현한다면, ‘becoming(~이 되는 것)‘과 ‘being(~으로 사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것(becoming)과 그 집안 며느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은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지리라는 기대를 하지만, 실상 큰 행복에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그제야 당황한다. 축하 잔치의 짧은 여흥만을 생각했지, 잔치 뒤의 긴 시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를 통해 생기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행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17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고, 그것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적응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생물학적 이유다. 그리고 수십 년의 연구에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행복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단한 조건을 갖게 되어도, 여기에 딸려왔던 행복감은 생존을 위해 곧 초기화돼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행복 연구에서 아직까지도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간명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유학 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 P123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 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좇는 이유다.
하지만 행복 공화국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없다. 남는 옵션은 하나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 - P125

최근 등장하는 행복 지침들은 이런 식으로 행복의 증상을 원인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긍정성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어느 정도 ‘이미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 부분 타고난 기질이다(Archontaki, Lewis, & Bates, 2013). - P137

첫째, 성격. 행복한 사람들은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성이 높았다. 둘째, 대인관계, 행복지수 상위 그룹의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사실 두 가지 특징의 공통분모는 ‘사회성‘이다. 그래서 이 논문의 저자들은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사회적 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 P140

행복 연구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다.(Suh & Koo, 2008).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행복도는 낮기 때문이다. - P158

이런 획일적인 사고는 행복에 큰 타격을 준다. 마치 행복에도 정답이 있고, 이는 몇 개의 잣대로 압축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좋은 대학 간판, 대기업 명함, 높은 연봉,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인생은 왠지 ‘행복 시험‘에서 낙제한 것 같은, 그래서 불행한 삶이라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 P166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는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이 과정에서 행복의 또 하나의 적이 탄생한다. 과도한 물질주의적 가치. 저 사람 "행복할 만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 P171

두 가지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였다. 우선,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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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기념 책 구매^^

행복의 기원은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샀고, 해리포터와 미괴오똑은 오늘 교보 바로드림!

행복의 기원은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서 추천 많이 해서 찜해두고, 좋아할 책일지 확신이 없어서 안샀는데,, 몇 페이지 읽었는데 내가 “행복” 관련 책에 갖는 거부감을 명확하게 지적해준다. 기대된다~
미괴오똑은 시사인 행복한 책꽂이에서 겨울 언니(?)가 추천한 책. 오전에 읽고 바로 샀다.
해리포터는 둘째가 산 책, 이쁜 빗자루 많네 ㅋㅋ

남은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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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5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크리스마스날 알찬 책 구매!
[행복의 기원] 이 책 재밌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약! 타이레놀 처방까지 ㅎㅎ
이 책 찜!👆^^

햇살과함께 2021-12-25 21:20   좋아요 2 | URL
절반 정도 읽었는데 재밌네요~ 소소한 농담까지 제 취향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2-25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님부스 곧 날아오를 것 같아 보이네요?ㅋㅋㅋ

햇살과함께 2021-12-25 21:23   좋아요 2 | URL
책읽는나무님 해리포터 좀 아시는군요 ㅎㅎ 전 책 찾아보고 빗자루 이름인 거 알았네요 해리포터 책도 안읽고 영화도 1편만 보다 만 1인입니다:;;;

얄라알라 2021-12-26 13:00   좋아요 1 | URL
아, 님부스라고 하는 거군요;;

프레이야 2021-12-25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 나들이 넘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1-12-25 21:28   좋아요 3 | URL
네~ 오프라인 중고서점 가서 책 한권씩 사오면 득템한 것 같아 신나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주변 공사때문에 책방 없어진다는 기사보고 슬펐네요..

얄라알라 2021-12-26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책 표지에 눈길이 확 가네요^^ 크리스마스에 케이크가 아닌 책이 필수인 삶^^
햇살과 함께님, 즐 일요일하시길

햇살과함께 2021-12-26 13:21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도 추운 일요일 따뜻하게 보내세요~ 표지 색감이 너무 좋아요~
 

시사인 표지 4종 랜덤. 내가 받은 건 미얀마 표지.
시사인 송년호는 매년 그 해의 주요 사건 사진과 여러 필자의 글로 구성하는 신선한 방식이다(최소한 송년호는 밀리지 않고 완독 가능!)
매년 기다리는 행복한 책꽂이 별책도 좋다. 또 읽고 싶은 책에 몇 권이 추가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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