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가권력을 행정·입법·사법의 삼권으로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권력분립, 즉 부자와 빈자의 이해관계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가져올 것인가? 바로 이것을 무시한 결과, 우리는 하나의 계층이 우위를 점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어버렸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빈자는 더욱 가난해지고, 중간계층은 (일반적으로는 부지불식간에) 자기들이 부자들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부자들은 재력을 통해서 어떻게든 권력을 갖기 마련이고, 중간층은 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 덕분에 언제나 힘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 민주주의란 사실상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빈자들을 권력구조 속에 포함시키는 것을 뜻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권력이 행정·입법·사법으로 분리될 때이 각각의 권력 내에 민주적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 P167
지역의 의회들은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표자들이 위에서 모든 것을 관리할 때에는 시민의 정치참여라는 것이 보통 투표라는 고독한 행위로 축소되어버린다. 공동체는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다. 자치는 활발한 참여와 공동체를 낳는다. 루소가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을 대표하도록 허용하는 순간 자유를 잃게 된다. 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썼을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 P169
"스위스연방의 지방분권은 중앙정부가 칸톤에 권한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칸톤과 민중의 동의에 의해서 국가가 그 권력을 얻는 것이다." - P177
지난 두 세기 동안 선거대의제가 표준이 된 결과, 오늘날 전 세계가 처해 있는 위험한 상황은 과장해서 말하기 어렵다. 금융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권력은 (민중이 아니라) 정부들의 손에 있고, 통치자들은 자신들이 이성적이며 진보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쟁, 오염, 낭비, 환경파괴, 그리고 (국민에게) 설명책임이 없고 무책임한 소수 특권층에게 국가의 자산을 넘겨주는 일에 협력해왔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은 내동댕이쳐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비밀리에 설계, 집행되는 시스템에 속박되어 있다. 농장, 주택, 사업체, 일자리, 소유물, 생계, 인간의 삶이 거대한 기생충 같은 금권정치의 손아귀로 넘어간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돌파구가 있을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도입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폭동, 반란을 통해 통치자가 각성하게 만드는 일) 혹은 헌법을 통해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실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도아니다. 문명이 생겨난 이래 계속되어온 일이다. - P186
그러나 민주주의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상황도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선거대의제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문가들에게 일임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로서의 낙수효과를 누리는 대가로, 정치적 자유와 책임을 양도하는 데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현실은 특권층의 탐욕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고 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에만 위협을 받을 것이다. - P189
소로에게 보내는 다섯 번째 편지
흑인과 여성의 자유를 위하여
당신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노력한 것은 존 브라운의 영향도 있었지만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신시아에게서 받은 교육의 힘이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당신에게 어머니와 누이는 숨을 거둘 때까지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을 것입니다. 존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성장한 집 역시 ‘지하철도’의 중요한 정거장 중 하나였다고 하더군요. 당신의 어머니는 ‘콩코드 노예 반대 여성협회‘를 창립한 개혁주의자였고, 수많은 노예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지요. 평소에도 노예들이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나온 설탕을 저녁식탁에 올리지 않을 만큼 그녀는 철저한 노예제 폐지론자였습니다. 여권운동의 선구자인 마거릿 풀러가 말했던 것처럼 그 당시에 "여성 보호를 가장 뜨겁게 외친" 사람은 바로 "흑인 노예를 옹호한 사람들"이었지요. 당신의 어머니를 비롯해 실제로 도망노예들을 보이지 않게 돕고 노예제 폐지를 이루어내는 데 있어서 여성들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역사에 남아 있는 여성들의 이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위대한 아들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그 아들을 길러낸 어머니를 함께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 P199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당신을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당신의 책을 읽다가 여성과 관련된 부분이 나오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곤 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때로는 여성혐오적인 성향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엘런 데버루 수얼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뒤 독신으로 살면서 여성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가졌으리라 짐작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루이자 메이 올컷, 마거릿 풀러 등 주관이 뚜렷하고 지적인 여성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던 걸 보면 당신의 여성관이 보수적이었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 P202
중독공화국
지은이는 중독을 "한편으로 현재의 느낌에 둔감하도록 하는 행위이자, 다른 편으로 본래적인 욕구 충족이 아닌 대리물을 통한 가짜 만족을 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모든 중독의 밑바탕에는 일종의 ‘심리적 허기’가 깔려" 있는데, 이 허기는 결코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결국 "영원한 불만족의 상태"로서 중독이라는 문제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P204
"자본주의는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폭력의 과정을 통해 개인 차원에서나 집단 차원에서나 체계적으로 중독을 조장하고, 바로 그 중독을 먹고사는 시스템이다." - P206
지은이에게 영향을 준 심리학자 앤 윌슨 섀프는 《중독사회》에서 중독의 핵심적인 문제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새로운 깨달음 같은 것을 가로막는 것을 꼽는다. "중독시스템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 핏기 없이 살아가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도록, 아니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중독에 빠진 인간과 사회는 스스로 아무런 힘을 행사할 수 없으며, 오히려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중독 그 자체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내가 이 세계를 통제하고 있다는 거짓된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중독시스템이다. - P209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교통정책
지방 중소도시가 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이다. 시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중소도시 상점가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모빌리티’(이동수단)다. 사람들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해주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재생의 핵심이다. 사람 몸 안에 맑은 피가 구석구석 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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