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커플이든 어떤 관계든 간에,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노동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냥 인간사다. 공적 영역에서는 그러한노동이 위계화, 분업화, 분담되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계급 문제라고 부른다. 갈등의 소지가 적다. 그러나 집에서‘의 모든 재생산 노동(육아)과 의식주 생활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닌 한,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은 자기가 빨래하는 것이다. 이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사람(개인) 미달‘이다. 그러므로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 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 P13

자료의 내용은 이랬다. 열다섯 살 미만의 자녀를 둔 오스트레일리아의 두부모가족 중에서 아버지가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가 - P34

시간제 근무를 하거나 전업주부인 경우가 60퍼센트였다. 그럼, 어머니가 직장에 다니고 아버지가 전업주부 남편이거나 시간제근무를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3퍼센트였다.
누구에게 아내가 있냐고? 아버지들이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쉬운 대로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 - P35

그런데 아내가 있다는 것은 경제적 특혜이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훨씬 많이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특혜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라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 P37

지난 50년 동안 양성평등 혁명이 일어났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혁명적인 부분은 주로 ‘유급 여성 노동자의 증가‘로 기업의 계산 장부 한쪽에서만 일어났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특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만약 그 두 곳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양쪽 모두에서 실패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이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호소하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의 이유이기도 하다. - P40

나는 내 아들이 너무 바쁜 엄마 때문에 치키타의 스크랩북도 못 채워가는 아이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치키타 문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회사 업무를 해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인간으로서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사소한 일이었지만 상처는 훨씬깊었다. - P44

생기 넘치지만 종종 정신없기도 한 환경에서 활달한 소규모팀을 이끌 분을 찾습니다. 팀원들이 가끔 갑자기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리고 사회적 기술이 변칙적이며, 일부러 옹졸하게 굴고대놓고 반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원자는 어른스럽고 참을성이 뛰어나야만 합니다.
또한 청소, 세탁, 학습 지도, 가벼운 유지 보수에서 어려운 유 - P44

지 보수까지, 온갖 조달 업무, 안전과 보건, 작업 치료, 영양, 도덕적 지침과 상담, 교통 편의 제공, 기술 교육, 팀 내 인적 자원 관리, 아웃소싱, 멘토링, 중재, 교육과 위생을 책임져야 합니다.
탁월한 운동 조절 능력과 침착한 성격이 필수 조건입니다. 창의적인 경험과 실제 사용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 예를 들면 특히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좋습니다. 왜냐하면 기초적인 가정용품으로 10분 안에 그럴듯한 배트맨 의상을 만들어야 할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은 반복해서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식 업무 평가는 극히 드물며, 절망적인 순간에 지원자가 정기적으로 자체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월급은 이름뿐일 것입니다. - P45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캠페인을 벌이고 개혁 방안과 사상적 기반 등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남성을 일터 밖으로 불러내는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P48

이제 곤란한 질문을 외면하지 말자. ‘직업‘ 세계에 여성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오늘날 ‘가정‘이라는 세계에도 복잡하고 은밀한 악수가 수없이 오가고 당황스러운 핵심성과지표가있지 않을까? 독서 지도 시간이나 급식 당번 때 학교에 나타나는남성도 중역 회의에 참석하는 여성과 똑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불편한 느낌 말이다. - P51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젠더와 노동에 대한 유구하고 분통 터지는 담론에서 우리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터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에만 관심을가질 뿐,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만 패자라고 가정해버리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패자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여자들, 일터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남자들, 아버지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이들…. - P58

하지만 문제는 학자들이 경험과 자격 요건이 비슷한 남녀를 비교했는데도(이러한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남녀 간 임금격차가 60퍼센트나 났다는 것이다. 이는 불알의 존재 유무 외에 이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 P65

캐서린 폭스는 『여성과 노동에 대한 일곱 가지 신화(Seven Mythsabout Women and Work)』라는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임금 격차의 요인으로 삼았다가 배제한 잠재적 요인들을 모두 자세히 다루었다. 그리고 기나긴 분량을 할애하여 무미건조한 어투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여성이 남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여성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근 20년 동안 여성 대졸자 수는 남성대졸자 수를 크게 앞질렀다. 1985년에 앞지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체 대졸자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또한 직장에서 어느 정도 끈질기게 버텨 경력 사다리를 반 정도 오른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중간 관리자의 45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 중역에 이르면 여성의 비율은 고작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증권 거래소 200대 기업의 CEO 중 여성의 비율은 게일 켈리가 휴가 중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2~3퍼센트를 왔다 갔다 한다.
퀸즐랜드대학교의 테랜스 피츠시몬스는 이를 ‘부조리 곡선‘ 이라 불렀다. 여성들은 고위직 승진에서 어느 시점부터 그 수가 거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부조리 곡선은 이러한 곤두박질치 - P68

는 여성의 수를 표현한 활 모양의 곡선이다. 교육과 노동, 경험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리는, 혹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특정 시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 P69

피츠시몬스는 "공식적인 절차가 없으면,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동성에 편중하는 경향이 심심치 않게 사회적으로 계속 재생산된다"라고 했다. - P75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터프하고 세상물정에 밝은 여성과 책상물림 같은 남성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을 때는 교육의 중요성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터프한 쪽이 남성이고 책상물림 같은 유형이 여성일 때는 책으로 배우는 지식보다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경우에 ‘여성적 특성‘이 조금만 드러나도 여성 후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후보가 가정이 있는 남성일 때는 ‘가족적 가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지만, 후보가 가정이 있는 - P79

여성일 때는 그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어느 쪽이건 남성 후보는 변함없이 득을 보았다. 그런데 가장 이상한 점은 이것이다. 자신이 편향적이지 않다고 단언하던 참가자들이 가장 심한 편향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 P80

그래도 밝혀낸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IQ를 추정해보라고 하면 남자들은 실제보다 높게 잡고 여자들은 실제보다 낮게 잡는다는 사실이다. - P80

컴퓨터 업계의 거인 휴렛패커드는 몇 해 전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고위 관리직에 많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인사 파일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리고 사내 여성 승진 후보들은 자신이 제시된 기준의 100퍼센트를 충족시킨다는 확신이 들때만 나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에 남성 후보들은 자격 요건을 60퍼센트만 갖춰도 지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 P83

고약한 남자들과 가망 없는 여자들이 힘을 합치면, 일터에서 남녀의 승패율은 너무도 분명하다. 여자는 패배할 가능성이, 남자는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불쌍한 여자들, 재수 좋은 남자들. - P89

이러한 세대별 차이는 케이트 모건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다. 2012년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 임원들에게 딸이 생기면 여직원들에 대한 태도가 좀 더 관대해진다고 한다. 또한 예일대학교 경제학자인 에보냐 워싱턴은 2008년 미 하원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는데, 미국 하원 의원 중에 딸이 있는 의원들은 여성 관련 사안에 진보적인 투표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25퍼센트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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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아이들이 이 책을 뺏어간다. 읽지 말라고. 이상한 사투리로 소리내서 읽으니 ㅋㅋ 전라도 사투리로 읽으려고 하는데 경상도 사투리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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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킬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다가 또 큭큭거리다 감동먹다 어제 밤에 다 읽었다. 내가 너무 재밌게 읽고 있으니 아이들이 궁금했는지 서로 읽겠다고 해서 뺏길 뻔..


둘째가 오전에 절반 정도 읽더니, "엄마가 읽으라고 하는 책보다 이게 재밌네" 라고 인정, 둘째는 매일 한글 책 한 권 읽기가 의무다(그래서 매주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오는 건 나의 의무). 마치 자기한테는 재미 없는 책 주고 나만 재밌는 책 읽냐는 듯이.


작년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래 머물고, 북플에서도 많이 회자되어 읽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싶은 마음(?), 아마 많은 분들이 책을 사서 내가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이었나? 그래서 대출예약 걸기 전에 몇달(예약이 5명까지만 가능해서), 대출예약 걸고 몇 달을 기다렸다. 잊어버렸을 때 쯤 온 반가운 도서관 문자. 기다린 보람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아이였을 때와 내가 아이였을 때도 많이 생각난다. 김소영 선생님이 글쓰기를 집에 비유하다가 어릴 적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 때 이층 양옥집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간 에피소드에서는 나의 기억도 소환되었다. 나도 어릴 때 두칸방에 여섯 식구가 복닥거리며 살 때 놀러 간 친구 집이 생각났다. 좁은 골목길이 아닌 산자락 높은 지대에 있던 친구네 집은 대문에 초인종이 있고, 너른 마당이 있고, 거실에 피아노가 있는 2층 양옥집이었고, 혼자 쓰는 방에 침대와 책상이 있고, 친구 어머니가 과일과 주스를 '쟁반'에 예쁘게 담아서 주시고. 어쩜 이리 똑같은지.. 그 때의 부러움이 생각난다. 그 때의 원망이 생각난다. 나도 내 방이 갖고 싶다(물론 아직도 '내' 방이 없다. 얘들을 빨리 내보내자!).


김소영 선생님 너무 스윗하시다. 너무 선한 심성으로 사회생활하면서 마음을 많이 다치셨을 것 같은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교실로 그 마음 많이 치유되셨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지 않겠다(?)고 주장하지만, 맹세하지만, 아이들로부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그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넘치는 분이다.


나도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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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25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소영씨 유명한(?) 알라디더였어요. 요즘 바쁘셔서 안 들어오시는 것 같지만요. 😅

햇살과함께 2022-02-25 18:25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구나~ 역시 작가를 키우는 알라딘~ 그 와중에 알라디더 어제 얘기하신 거 생각납니다 ㅋㅋㅋ

라로 2022-02-25 18:41   좋아요 2 | URL
어떤? 제가 기억이 안 나요.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2-25 22:33   좋아요 2 | URL
ㅋㅋ 단어틀리기 물론 저도 오타 많아요

mini74 2022-02-26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방 ㅎ 그 시절 비슷한 경험이 많은 거 같아요. 전 언니들이 일기라도 좀 안 보길 바랐어요 ㅎㅎ 저도 휘장 쳐진 침대가진 친구 생각납니다. 그 아이 마론인형엔 스타킹!! 도 있어서 넘 부러웠어요 ~

햇살과함께 2022-02-26 18:10   좋아요 0 | URL
스타킹까지 ㅋㅋ 동생 일기장 좀 훔쳐본 언니로서 할말 없네요 ㅎㅎ
 

"안녕하세요? 저는 요 앞에서 독서교실을 하는 선생님이에요. 어린이,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지만 저 가는 데까지라도 우산 같이 쓰면 어떨까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마주하고 보니 어린이 품에는 4학년 문제집들이 안겨 있었다. 아마 공부방에 다녀가는 길인 모양이었다. 어린이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말투도 움직임도 조심스러운 어린이였다. 나는 이 어린이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꾹 참았다. 어린이가 무서워하는 것도 싫고, 안심하는 것도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침묵이 최선이었다. 나는 어린이의 보폭을 모르니 천천히 걸었고, 어린이도 비슷한 생각인지 서두르지 않았다. 빗소리와 발소리만 들렸다. - P140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는 대상화된다. 어른이 마음대로 할수 있는 존재가 된다.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어린이를 존중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이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오히려 사랑은 칼이 되어 어린이를 해치고 방패가 되어 어른을 합리화한다. 좋아해서 그러는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것 같다면, ‘좋아해서 괴롭힌다‘는 변명이 얼마나 많은 폐단을 불러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린이를 감상하지 말라. 어린이는 어른을 즐겁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큰 오해다. - P227

나는 이제 어린이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해 준다. 반대로 어린이에게 하지 않을 말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래야 나의 말에 조금이라도 힘이 생길 것 같아서다. 일의 결과가 생각만큼 좋지않을 때 괜찮다고,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나를 달랜다. 뭔가를 이루었을 때는 마음껏 축하하고 격려한다. 반성과 자책을 구분하려고,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 덕분에 나는 나를 조금 더 잘 돌보게 되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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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대출예약한지 몇달만에 내 손에 들어온 책. 역시 인기몰이한 책답다. 킬킬거리다 눈시울이 붉어지다 한다. 성수신찬, 말랼광이에서 빵 터짐! 우리집 어린이(? 이제 청소년)도 생각난다. 말할 때마다 글자위치가 틀리거나 모음이 하나 틀리거나 해서 우리를 어처구니없게 만든다. 재밌는 거 많은데 기억안나네. 나도 적을 걸.. 중학생이 되어도 사자성어 틀리게 말하기 신공을 부린다. 타지산석 이런 식? ㅋㅋ 시험 답지는 제대로 쓰는게 신기 ㅎㅎ

지하철 자동 개찰구! 무서워하는 아이들 많네. 우리 애들도 무서워함. 특히, 큰 아이는 6학년 때까지도 무서워서 조심조심 들어왔다. 중학교 가고 통학시 지하철 자주 타서 괜찮은 듯.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거야."
그러자 현성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분명히 나는 얼굴이 빨개졌을 것이다. 지금도 할 수는 있는데. 아까 현성이가 분명히 ‘연습했다’고 했는데. 어린이는 나중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도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 P18

새로 배운 어려운 말을 꼭 써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전형적인 허세 중 하나다. 아홉 살 다은이는 할머니 생신 잔치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성수신찬이었어요" 라고 해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진수성찬이라고 하고 싶었겠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에 푹 빠졌을 때는 삐삐가 "말랼광이"라고 하기도 했다. 다은이에게는 말괄량이 삐삐가 ‘미치광이‘ 같은 느낌이었을까? - P25

나도 그간 어린이들에게 배운 바가 있으니 허세를 부리며 말했다.
"고마워. 아무튼 나도 이제 아람이처럼 농구인이야."
그러자 아람이는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삼 일 차 농구인이시죠."
이날 아람이와 헤어질 때, 나는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였다. "농구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도 아람이는 웃지 않고 내 경례를 경례로 받았다. 나는 아람이의 뒷모습이 충분히 멀어진 것을 확인한 다음, "삼 일 차 농구인"이라는 말을 되뇌고는 혼자 소리 내어 웃었다. 도무지 나는 어린이를 당해 낼 수가 없다. - P29

아홉 살이 이해하도록 최선을 다해, 또한 내가 지적으로 보이도록 최선을 다해, 인류의 수렵 채집 시절과 농경 시절에 대해 보고했다. 그리고 ‘잉여 생산물‘과 ‘물물교환‘을 설명할 차례였다.
"그렇게 농사를 짓다 보니까, 드디어! 필요한 것보다 많이 생산하게 된 거야. 우리 마을에서 다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윤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나눠 줘요!"
그 밖에 다른 답이 있을 리 없다고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하윤이에게 경제 논리를 설명하려니 나는 갑자기 속이 시커먼 어른이 된 것 같았다. - P31

착하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어린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시작될 때가 많다. 잃어버린 강아지 찾는 걸 도와 달라거나 짐 옮기는 걸 도와 달라는 식으로, 어린이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서 어린이를 유인하는 범죄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에 불이 붙는 것 같다. 슬프고 두려운 일이지만, 가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애쓰다 멍드는 어린이가 어딘가에 늘 있다. - P33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 P41

"따로 계산해 드릴까요?"
어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어린이에게 책을 받아 아빠와 계산을 마친 다음 다시 어린이에게 "따로 담아 드릴까요?" 하고 물으셨다. 어린이 손님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아유, 귀여워 몇 살이야? 아빠 드려야지." 사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돈을 내는 것은 아빠니까 아빠 편을 드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어린이도 자기를 어르는 말에 넘어갔을지 모르고, 아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점의 정중한 손님 대접이 어린이에게 얼마나 기억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그렇게 하는 사장님의 모습에도 품위가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서점에서 받은 좋은 인상이 더 확실해졌고, 입구의 어린이 코너조차 친근하게 느껴졌다. - P45

도토리는 지하철역의 개찰구를 무서워한다. 막대를 밀고 들어가는 식인 곳은 괜찮다. 평소에는 트여 있다가 카드에 이상이 있을 때 가로막는 판이 튀어나오는 곳이 문제다. 혹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해서 거기에 걸릴까 봐 너무 긴장된다는 것이다. - P49

자람이가 가고 보니 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이 책이 선생님한테 있잖아요? 하지만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앤 제 마음이 있어요."
‘이 책앤’ 자람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나도 마음을 담아 읽을 것이다. 그러니 똑같아 보여도 다 다른 책이다. 자람이 말이 완전히 맞다. - P72

처음에 어린이들이 "제가 옛날에요" 하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물론 누구에게나 옛날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홉 살, 열 살 어린이가 "제가 어렸을 때는요" 하는 식으로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 P76

내가 정말 어린이들 앞에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후후, 여러분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사십 대는 그전보다 돈이 많아. 선생님은 이십 대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 왜냐하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거든! 지금까지 살아온 중에 지금이 제일 부자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다 사 먹을 수있어."
이렇게까지 했으니 이길 수밖에 없다, 상처와 함께하는 승리로군, 하고 있을 때 다시 재준이가 침착하게 입을 뗐다.
"선생님, 저희는 일을 안 해도 돼요. 엄마 아빠가 사 주세요." - P82

"아니,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네 식구가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살았어. 나중에는 혼자서 방이 한 개인 집에서 산 적도있고, 그런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글도 비슷해. 한단락으로 쓰더라도 내용이 잘 정리되면 좋은 글이 돼."
짐짓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 다음 주제를 설명하고 글쓰기를 시작하게 했다. 칠판에 그린집 그림을 지우고, 뒷짐을 딱 지고, 어린이들 주변을 한 바퀴돌았다. 나의 한 부분이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았다. - P103

내가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고 하자 시연이가 눈이 커다래져서 이렇게 물었다.
"스스로요?"
누가 등 떠밀어서 간 거 아니고, 제 발로 걸어갔느냐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했다.
"피아노 쳐 본 적은 있으세요?"
분위기를 보니 ‘뭔 줄은 알고 하는 거냐‘는 눈치다. 마지막으로 쳐 본 게 언제일까 계산해 보니 대충 35년쯤 전이다. 열한 살 시연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안 쳐 본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사실대로 대답했다. - P129

"어린이들이 훨씬 유연하기는 해요. 대신에 어른은 음악을 조금 더 알아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요. 이 곡이 어떤 곡인지, 대강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니까요."
힘이 되는 말씀이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일이 더 좋아졌고 귀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더 밝아졌다. 전에는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연주가이제는 훌륭하다!‘ ‘황홀하다!‘ 하는 느낌까지 준다. 그래서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문제예요, 선생님, 제 귀는 그걸 아는데 제 손이 그걸 몰라요. 그래서 손보다 귀가 더 괴로워요.‘
그럴 때 선배님들의 조언을 다시 떠올린다. 열심히 하세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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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2-24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그래요,, 어린이도 아닌데..^^;;

햇살과함께 2022-02-24 23:53   좋아요 0 | URL
ㅋㅋㅋ 라로님은 2개 국어하시느라!

scott 2022-02-25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이 였을때
승강기를 무서워 했습니다 ㅎㅎㅎ
놀이 공원에서 가장 높이 올라갔다 급 추락 하는 건 좋아 하면서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2-25 08:53   좋아요 1 | URL
전 뭘 무서워 했을까요?
흠… 전 바다 무서워 했어요 맨날 바다에서 놀았지만 한순간 빠져 죽을 수 있겠구나 생각…
그리고,, 고양이, 개도 무서웠어요 물릴 것 같은:;;;